지갑 속 여학생은 누구였나…소녀 강간범 '소름돋는 유서'
■ 추천! 더중플 - 나는 교도관입니다
「 세상 끝의 집, 교도소에 매일 출근하는 사람. 김도영 교도관의 치열한 일상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살인·강간·방화·사기 전과의 범죄자를 늘 대면하고, 이들을 교화해야 하는 교도관의 업무는 상상 이상으로 고됩니다.
특히 겉으론 유순한 사람이, 알고 보면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그 충격은 인간에 대한 회의까지 불러일으키는데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죄와 벌, 선과 악의 경계에 서서 진짜 교도소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나는 교도관입니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
" 여러분은 구속되었습니다. "
수갑을 찬 채 고개를 떨군 사람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오열하며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었고, 어떤 이는 제집에 둥지를 튼 것처럼 두 발을 뻗어 누워있었다. 곧이어 손바닥만 한 두께의 철문이 쇠 끌리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소리가 지나간 자리는 금세 “내보내 달라”는 고성으로 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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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중년의 남자 A가 고개를 들고 질문했다. 50대 초반,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의 슈트를 입고 악어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다. 하지만 곧 수의를 입을 남자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모든 걸 상실한 사람의 표정을 본 적이 있는가. 우레가 떨어지는 날, 벼랑 끝에 선 사람의 얼굴이 딱 저 표정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마주하는 교도소. 우리는 같은 땅을 밟고 있지만 회색 담 하나를 두고 안과 밖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여러분을 이제 번호로 부르겠습니다. 일단 소지하고 있는 거 다 꺼내 놓으세요.”
A는 식은땀을 닦고 주섬주섬 재킷 안주머니에서 소지품을 꺼냈다. 구겨진 영수증, 몇 개의 동전, 카드 지갑에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 사진이 있었다. A와 여학생은 어깨동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면회 올 사람 있어요? 아내라든가, 딸이라든가….”
난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니요. 없습니다.”
A가 짧게 대답했다. 그 여학생은 누구일까.
남자는 그저 고개를 떨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입술을 파르르 떨던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서를 써 놓고 교도소에서 자살 시도를 했다.
다행히 살아난 그에게 무료로 약이 지급됐고, 자살우려자로 지정돼 특별관리 취급을 받았다.
교도소의 보살핌 아래 그는 점차 회복돼 갔다.
남자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나는 점점 분노가 끌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