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열아,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소신껏 해라”
● 취임 1주년보다 나빠진 상황… “방향은 옳아”
● 개혁 소신 꺾으면 지지율 더 추락
● 잘하고 싶어도 잘할 수 없었다
● 김 여사 문제는 엄정하게 대해야
● 표 생각했다면 의료개혁 안했을 것
● 힘들 땐 초심으로 돌아가라
2022년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11월 임기 반환점을 앞뒀다.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10월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9%였다.
9월 2주차, 10월 4주차 조사에서 기록한 20%에서 1%포인트 더 내려간, 집권 이후 최저치다. 한국갤럽 집계 기준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의료개혁 진통 장기화, 반복적 거부권 행사, 당정 불협화음, 최근 터진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까지 더해지며 민심은 악화 일로 양상이다. 야권에선 공공연히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1년 6개월 전인 지난해 4월 '신동아'는 윤석열 정부 1주년을 앞둔 때 특집 기획 '윤석열 1年'을 구성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과대학 79학번(이하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을 취재해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이 바라본 윤석열 정부 1년'을 보도한 바 있다(신동아 2023년 5월호 '석열아, 먼저 손 내밀고 더 많이 들어라' 제하 기사 참고).
그 무렵 윤 대통령 지지율은 27%였다(2023년 4월 11~13일 한국갤럽이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윤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 이상 여론조사 관련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시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은 인사(人事), 소통 등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친구 윤석열'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며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윤 대통령의 진가가 나오고, 상황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정 방향 옳다, 꺾이지 마라"
그럼에도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은 여전히 윤 대통령이 잘 해내리라고 믿고, 그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홀로 싸우느라 외롭고 쓸쓸할 것 같다"며 "나라도 응원해 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들이 윤 대통령에게 응원을 보내는 까닭은 단순히 친구여서만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성공이 곧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은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 방향에 대해선 "옳게 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석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문재인 정권에서 잘못했던 탈원전, 포퓰리즘, 한미일 관계, 부동산세 등 문제를 잘 바로 잡았다"고 평가했다. 사무직 종사자 A씨도 "전 정부에서 '파산 수준' 정부를 물려받았는데, 이 정도로 회복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4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의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스타트업 임원 조기병 씨는 "전임 대통령들이 손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뚝심'을 '불통' 이미지로 폄훼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관 B씨는 "개혁을 추진하려면 당연히 고집이 있어야지, 그것을 '불통'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기관장 C씨도 "개혁은 원래 쉬운 게 아니"라며 "뚝심을 잃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동규 전 특허청장은 "친구로서 지켜본 윤 대통령은 전혀 '독불장군'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이 '불통' 소리를 들어가며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그가 '정치꾼'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표를 생각했다면 의료개혁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수의 지지기반 가운데 하나인 의사를 적으로 돌린 것 아닌가. 정치꾼 관점에선 이런 바보짓이 없다. 옳은 일은 하는 그의 성격상,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믿기에 비난을 감수하는 것이다. 나와 같이 윤 대통령의 '진심'을 믿기에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지율을 신경 쓰느라 이제 와서 개혁을 포기한다면 지지율이 10% 대로 떨어질 것이다."
"아내 문제는 해결해야"
사무직 종사자 D씨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 기대만큼 잘하진 못했으니 지지율이 낮게 나오겠지만 현재 여소야대 상황상 대통령이 뭘 하나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야당이 사사건건 '몽니'를 부리고 '탄핵'을 운운하며 못살게 구는데,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야 있겠지만 수족을 다 묶어놓고 왜 아무것도 못 하냐고 비난하는 것은 가혹하다. 대통령이 '신'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은 "‘주변 정리'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주가조작 의혹, 명품 백 수수 의혹, 명태균 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 등 논란을 지속하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전 특허청장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잘못으로 인해 함께 비난받고 있다"며 "‘아내 리스크'만은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김 여사 문제는 과장되거나 '여론몰이'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김 여사가 신중하지 못했음은 확실해 보인다. 명태균 씨 등 논란의 인물과 지속적으로 얽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진 아니더라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도수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국민이 기대한 것은 정의와 상식이다.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국민만 바라봐야지, 아내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야 되겠나. 윤 대통령이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김 여사를 엄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규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친구로서 오랜 기간봐온 사람으로서 윤 대통령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성품을 믿는다"면서도 "아내 문제에선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은 문제"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이 윤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공정·정의로운 사람이리라는 믿음인데,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지속적으로 나오며 윤 대통령의 공정·정의 역시 의심받고 있다. 김 여사가 문제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물론 윤 대통령은 아내가 결백하고, 의혹은 억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은 받는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문제는 이런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민 중심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자신은 떳떳하고, 옳다고 생각해도 국민이 의혹을 가지면 풀어주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다. 요리사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고 해도 먹는 사람이 맛없다고 하면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이 문제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초심 잊지 않으면 역사가 평가해 줄 것"
C씨는 "뚝심 있는 윤 대통령의 성품이라면 어려운 문제를 잘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엔 변화가 없다"며 "친구로서 응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B씨는 "나올 악재는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 더 나빠질 것도 없다"며 "일관성을 가지고 개혁을 추진해 나가다 보면 국민도 윤 대통령의 진심을 믿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도 "윤 대통령은 섬세하면서도 통이 크다"며 "일을 시작했으면 흐지부지할 사람이 아니기에 힘든 상황을 잘 타개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이 윤 대통령에게 제시한 해결책은 '초심'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처음 품었던 뜻을 기억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서 변호사는 "초심을 잃지 말고, 나라의 미래만 보고 해야 할 일을 꿋꿋이 해나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황 교수는 "대통령은 설령 능력이 부족할지라도 국민을 위해 발버둥 치는 노력과 그에 따른 소신을 보인다면 결국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때 지지율이 5%대까지 떨어졌지만 나중에 가서 재평가받았다. 그의 진심을 국민이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한 일화를 꺼내며 윤 대통령에게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초심을 새길 것을 권했다. 그의 말이다.
"수년 전 우리나라의 한 조선회사 임원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우리 회사는 세계 1위 회사였는데, 딱 1년 경영진이 초심을 잃고 혁신을 게을리했더니 순식간에 2류 회사가 돼버렸다'고 하더라. 윤 대통령이 이 말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2022년 대통령선거 때 지지를 호소하며 지하철역에서 '90도 인사'를 하던 시절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때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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