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주신 대학 등록금, 증여세 내야 하나요[도와줘요, 상속증여]
김현진 기자 입력 2021. 10. 23. 14:40 댓글 3개
[서울경제]
다음 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고3 아들을 둔 김 부장은 최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아들이 내년에 대학에 입학하면 아이의 외할아버지가 1,000만원, 삼촌과 고모가 각각 500만원 씩을 학비에 보태주고 싶다고 전해왔기 때문이다. 등록금은 김 부장 본인이 미리 마련해 두었기에, 집안 어른들이 주시는 돈 2,000만원은 종잣돈 삼아 아들 명의의 주식이나 펀드에 장기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굴리면 아들이 결혼할 때쯤 집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증여세를 내야하는 건지 궁금해져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는데,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지난 3월 프로야구 선수 A씨가 국내 프로리그에 복귀하면서 본인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까지 선수생활 내내 쓰던 등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양보해 준 같은 팀 선수 B씨에게 감사의 뜻으로 2,000만원 상당의 시계를 선물했다는 것이다. 부러운 생각도 잠시 ‘이런 고가의 선물에도 증여세가 부과되는지’ 더욱 알쏭달쏭해졌다.
증여세를 내지 않는 공제한도는?
선물을 받은 프로야구 선수 B씨의 경우, 증여세 과세의 원칙상 타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시계가 2,0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증여세 200만원의 신고와 납부의 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 받은 재산은 증여세의 대상인데 선물가격이 1억원 이하의 경우 10%의 증여세율이 매겨지고 증여재산공제가 없어 무조건 증여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선물 받은 사람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자진신고를 하면 3%를 감면받아 세금 6만원을 공제 받지만, 반대로 3개월 내에 증여세를 신고 및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세가 추가로 발생한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족간에 증여가 이루어질 경우 증여세가 무조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증여재산 공제한도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증여재산 공제한도는 증여를 받는 사람(수증자)을 기준으로 증여자가 배우자이면 6억원, 직계존비속이면 각 5,000만원(직계비속이 미성년자이면 2,000만원), 기타친족이면 합산 1,000만원이다.
김 부장 아들의 경우 외할아버지가 주는 1,000만원은 직계존속이 증여시의 증여재산공제한도(미성년 2,000만원) 이내이고, 삼촌과 고모가 500만원씩 준 합산 1,000만원도 기타친족의 증여시 증여재산공제한도(1,000만원) 이내이기 때문에 모두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증여세 신고는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많은 경우 증여재산 공제한도 이내의 증여라면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아 증여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착각하기 쉽다. 물론 2,000만원이 교육비나 병원비처럼 양육에 필요한 돈으로 소비가 되어 버리면 증여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김 부장처럼 2,000만원을 잘 굴려서 아들이 결혼할 때 목돈을 마련할 생각이라면 다르다. 만약 성공적인 투자로 2,000만원이 1억원으로 불어났다고 가정해 본다면 집을 구입할 때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하거나, 구입 이후에 자금출처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과세당국에서는 1억원을 증여받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자금출처를 소명하라고 할 수도 있다. 2,000만원이 만들어진 시점에 일찌감치 증여신고를 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증여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과거 통장 입금내역과 그 후 아들이 실제로 2,000만원을 실질적으로 관리해 왔는지 등에 대해 밝혀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증여세 신고·납부는 미래에 번거로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예방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증여재산공제는 10년마다 한 번씩, 여러 번 가능
가족이나 친족 간에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는 한도(기회)는 평생 한 번이 아니다. 10년 이내 증여한 재산을 합산하여 증여재산 공제한도를 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10년 뒤에 다시 그 한도 이내에서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 그래서 자산 이전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많은 분들이라면 자녀가 어릴 때부터 증여재산 공제한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증여를 실행하면 유리하다. 절세도 하면서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장기투자를 통한 수익창출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위의 표에서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10년 단위로 증여재산 공제한도 만큼 증여를 꾸준히 실행한 경우(총4회에 걸쳐)와 자녀가 장성한 다음 한꺼번에 증여를 실행한 경우의 증여세 차이를 볼 수 있다. 증여재산 공제한도는 증여를 실행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따라서 이를 염두에 두고 증여를 일찍부터 실행하고, 증여세 신고를 한다면 자녀명의의 합법적인 자산형성 근거와 출처가 된다.
증여세는 누가 언제까지 어디에 신고해야 할까?
증여세의 신고의무자는 수증자(증여를 받은 자)이고, 신고기한은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이다. 그리고 증여세 신고서 제출 장소는 증여받은 자의 주소지 관할 세무서이다. 신고기한 내에 신고 하면 증여세 산출세액의 3%만큼 신고세액공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신고기한이 경과하면 신고세액공제도 해주지 않을 뿐더러 신고불성실가산세(10~40%)와 납부불성실가산세(연 9.125% 수준)가 증여세에 더해져서 부과되니 신고기한 이내에 증여세를 신고하고 납부까지 마치는 것이 최고의 절세 방법이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김준희 수석연구원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신한라이프는 자산가 고객에게 상속과 증여에 대한 전문적 WM(Wealth Managemen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8월 11일 ‘상속증여연구소’를 업계 최초로 오픈했다. 상속증여연구소는 기존 부유층은 물론,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상속과 증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고객까지 확대하여 전문적인 상속증여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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