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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하지(夏至) - 감자 캐는 계절 ..

淸潭 2017. 6. 21. 10:29
오늘이 하지(夏至) - 감자 캐는 계절 ..

 

        
        요즘은
        감자를 쪄낼 때,
        껍질을 벗겨
        모양이 매끈하게 곱다.
        우리 어릴 적에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냥 쪘다.
        뜨거운 감자를
        한 손에 들고
        얇은 껍질을 벗겨나갈 때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기다리는
        그 포만감을 어찌 잊을까.
        껍질을 다 벗기고서
        매끈한 알감자를 바라보는 여유 ..
        그건 더 할 수 없는
        눈의 즐거움이다.
        그래서 나는
        껍질을 벗기지 말고 그냥
        그대로 쪄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
        남자는 무엇이든
        벗기는(?) 재미가 있어야
        맛있게 먹는다.
        여름밤 평상에 누워
        한 손엔 삶은 감자를
        한 손엔
        호박꽃 속에 가둔 벌을 들고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 보던 찬란한 날들을 기억한다.
        흙 속에서
        아직 덜 여문 감자를
        손으로 만져보는 설렘도
        야릇한 쾌감이다.
        모닥불 속에
        던져뒀던 감자를
        후후 불며 꺼내는 흥성함도
        또 다른 기쁨이었다.
        남의 밭에서 몰래 감자를 훔쳐내는 가슴 뜀 없이
        소년시절을 보내버렸다면
        그대는 통과의례를
        제대로 거치지 못한 허전한 어른이다.
        30년대 만주에 살던 윤동주(尹東柱)는
        이렇게 노래했다.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
        몽기몽기
        웬 연기 대낮에 솟나 /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애들이 /
        껌뻑껌뻑 검은 눈이
        모여앉아서 /
        옛 이야기 하나씩에
        감자 하나씩 / 이라며..
        감자처럼 순박하게 껌뻑거리는
        떠꺼머리 총각애들의 잊을 수 없는 눈망울을 보여줬고,
        50년대 충주의 권태응(權泰應)은 ..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
        파보나마나
        자주감자 /
        하얀꽃 핀 건
        하얀감자 /
        파보나마나
        하얀감자 / 라며..
        감자의 성장에서
        자연의 엄연함과 순리를 깨닫게 만들었으며,
        70년대 안동의 권정생(權正生)도 ..
        아무개 아무개도
        감자떡 먹고 자랐고 /
        또 아무게 아무개도
        감자떡 먹고 자랐지 / 라며 노래했다.
        요즘 햇감자가 시장에 나오고 있다.
        하지(夏至)에 나오는 감자다.
        지금 내 앞에는
        삶은 감자 세 개가 놓여 있다.
        감자를 보면 자꾸만
        옛날 생각이 난다.
        욕심스럽게
        꾸역꾸역 먹었던 날은
        속이 아려서
        아무도 몰래 우물에 가서
        연신 두레박질을 했지 ..
        그 밤에는
        무논에서 개구리가 울고
        달이 참 밝았다.
        오늘이
        하지(夏至)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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