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착한 당(糖)이 따로 있는가
사진출처=Pixabay |
2016년 4월 7일 식약처에서는 '당류저감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성인기준 하루 총 200kcal, 50g 이내의 당 섭취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정부가 직접 나서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방송에서는 요리에 설탕을 투하하는 백설명의 태도를 비판하는 등 소비자들의 당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공식품 업계는 단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를 어떻게 상대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설탕이 다량으로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C사 콜라(210ml)에는 23g, L사 사이다(190ml)에는 16g의 당류가 함유됐다. 물 한방울 첨가하지 않았다는 프리미엄 착즙주스인 P사 오렌지주스(190ml)에는 23g의 당류가 함유됐다. M사 플로리다내추럴 오렌지(200ml)는 20g, W사 자연은지중해햇살 오렌지(200m)도 22g, L사 델몬트파머스주스바 오렌지(200ml) 18g, E사 피코크블렌디드 딸기(200ml) 26g 등 착즙주스의 당 함량이 대부분 탄산음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
일반 소비자들은 100% 착즙 과일주스, 우유, 전통음료 등 소위 건강음료라 불리는 음료의 당(糖) 함량이 콜라 등 탄산음료보다 당연히 높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100% 과일주스에 함유된 당은 가공식품의 당과는 다른 ‘착한 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과일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는 프리미엄 착즙주스에도 탄산음료에 버금가는 양의 당류가 함유돼 있다. 당 함량과 당이 주는 건강상 영향은 “천연당-인공당” 등 그 기원과는 관련이 없고, 칼로리가 없는 착한 당 또한 어디에도 없다. 당은 당일 뿐이다. 게다가 단당(포도당, 과당), 이당(설탕), 올리고당, 탄수화물 등 먹는 당의 종류를 달리한다고 해서 당이 주는 건강상 피해를 피해갈 수는 없다.
설탕(雪糖)은 탄수화물의 하나로 단당인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이당류인데, 어떤 형태의 '당'이건 성분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즉, 과일에 들어있는 당 10g과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당 10g은 영양학적 성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즉, 좋은 당, 나쁜 당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과일이나 흰쌀밥에 들어있는 당과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당은 같은 성분이기 때문에 어떤 당을 섭취하느냐보다 얼마나 섭취하느냐가 건강에 직결된다. 즉, 양의 문제라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1인당 연간 설탕섭취량이 200년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났고, 우리나라도 1962년 4.8g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72.1g으로 급증했다. 당 섭취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탄산음료나 과자 등 가공식품만을 줄이는 게 답이 아니라 과일, 과일주스, 흰쌀밥을 포함해 당류가 포함된 모든 식품을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당 섭취 중 대부분이 과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일평균 당 섭취의 3분의 1(33%)이 과일을 통해 이뤄지며, 이어 우유 14.5%, 탄산음료 8.3%, 쿠키·크래커·케익 8%, 캔디·젤리·꿀·엿·초콜릿 7.7%, 채소 3.7%, 식빵·팬케익·토스트 2.9%, 과일주스 2.5%, 아이스크림 2.4%, 김치 2.2%를 통해 당을 섭취한다고 한다. 즉, 당 함량이 높은 대표식품으로 탄산음료, 과자, 케이크 등이 꼽히지만 사실 과일과 비타민음료, 수정과, 식혜, 과일잼, 스틱커피 등에 오히려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이마트몰에서 파는 일반 오렌지주스인 D사 오렌지쥬스 100%는 100ml 당 232원, 착즙주스인 P사 아임리얼오렌지는 100ml당 1,264원에 판매되고 있다. 5배가 넘는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좋고, 착한 당이라 생각해 착즙주스는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착즙주스는 과일이 갖고 있는 좋은 영양소와 식이섬유, 기타 생리적 기능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몸에 더 좋다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5배나 되는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착즙주스에 함유된 당이 비록 천연에서 온 것이긴 하나, 몸에 좋은 착한 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란 걸 지적하고 싶다.
당 섭취량을 줄이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당 자체를 나쁜 성분으로 규정짓거나 탄산음료나 가공식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공식품의 당 함량 감소가 단기에 당저감화 정책의 성과를 가져다 주겠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섭취하는 당의 종류를 가려먹게 해서는 안되며, 총 당 섭취량을 줄이는 노력을 스스로 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엉터리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전문가는 객관적이고 균형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즉, "탄산음료는 안 되고 과일주스, 우유 등 건강음료는 좋다, 과일이나 밥은 얼마든지 먹어도 당이 아니라 해가 없다, 꿀이나 올리고당은 좋은 당이고 설탕은 나쁜 당이다.” 등등의 엉터리 정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모든 단순당, 탄수화물 식품, 당 함유 음료는 우리 몸에서 소화되어 당의 형태로 흡수된다. 착한 당은 없다! 좋은 당, 나쁜 당도 없다! 단당, 이당, 올리고당, 탄수화물 모두 당(糖)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먹는 당의 종류를 달리한다고 해서 당을 피할 수 없다. 적게 먹어 총 당의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이 당(糖)이 주는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6&nNewsNumb=20160520164&nidx=2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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