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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마음

淸潭 2014. 11. 17. 13:10

    
    코카사스 산(山)에는
    오늘도 붉은 비가 내립니다.
    사시사철(四時四節)
    내내 붉은 비가 내립니다.
    비는 내려서
    고달픈 독수리의 눈을 적시고
    바람으로 돌아오는 
    차가운 심장을 다시 태우고
    누군가
    가장 버린 받은 이의
    가슴에 남아
    영원(永遠)히 타지않는 
    불이 되었습니다.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 남자가 있었습니다.
    교정에 라일락이 흩날리던 날
    남자는 ..
    그 꽃 그늘 아래서
    여자를 처음 보았습니다.
    손가락이 희고 긴 
    그 여자를 위해 
    남자는 곧잘
    가곡을 불러주곤 했습니다.
    대학문을 나서던 날
    두 사람은 
    들녘의 황소울음이 있는
    남자의 고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강이 보이는 작은 마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노을 진 강가에서 
    남자를 기다리는 것이 
    여자의 하루 일과가 되었습니다.
    꿈같은 시간들이 흘렀지만
    그러나 ..
    그들이 함께 한 날들은 
    너무 짧았습니다.
    어느 날 아무리 기다려도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산그늘이 내리는 시간에 
    늘 남자의 가곡을 들으며 함께 오던 
    그 길을 .. 
    여자는 혼자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 날 
    남자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렇게 ..
    여자의 곁을 먼저
    떠나가버렸습니다.
    남자를 화장하고 돌아와
    그 유골을 노을이 지는 강물에 뿌리며
    여자는 중얼거렸습니다.
    " 반칙이야 . " 
    슬픔보다도 더한 분노가 
    그 말 속에 어리어 있었습니다.
    가끔 ,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계곡에 달빛이 넘실거리는 걸 보면서 
    술 한 잔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지 않아도 눈앞에 훤하게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계곡에 넘실대는 달빛이 
    나를 유혹했지만 그때도 나는
    언제 한번 가겠다는
    인사말만 했습니다.
    언제 한 번 가겠다는 것은 
    안가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
    나는 그녀를 찾아 갑니다.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자 길가에는 
    들국화와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있었습니다.
    불타던 가을산은 벌써
    낙엽들을 떨구며 
    수척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안 가 산은 
    마지막 잎새들이 지고 나면 
    하얀 눈에 덮일 것입니다.
    그녀의 화실(畵室)에서
    뒷산에서 땄다는 
    모과차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산길을 내려옵니다.
    밭둑길을 내려오노라니 
    가을해는 짧아 벌써
    산그늘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산 아래서 
    가을바람 속에 선 그녀를 
    가만히 돌아다 봅니다.
    그녀는 나를 향해 
    손 한 번 흔들고는 
    노을 속으로 
    쓸쓸히 가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낙엽을 한아름 안고 불어옵니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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