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 풀리아, 바실리카타, 피에몬테, 스페르론가, 아페르티보
올해 여름을 맞이 하면서 드디어 이탈리아에 산지도 9년차로 접어 들었습니다. 운이 좋게 글을 연재하게 되면서 매주 나름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가 동반했지만 9년간 이탈리아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고 생각도 정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행복했습니다. 어느 덧 마지막 8회차 연재까지 왔네요. 처음 마지막 8회차 주제로 정해졌던 것은 "이탈리아 베스트 10"이었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탈리아에서 10가지만을 꼽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기존의 비슷한 내용들이 다시 열거될 것 같아, 제 나름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며 경험해 보았던 "당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이탈리아, 베스트 10" 을 꼽아보았습니다.
1. 풀리아 (Puglia)
이탈리아 지도 발 뒤꿈치 부분의 이탈리아 남부지역입니다. 보통 이탈리아 남부라면 나폴리 쪽을 생각하겠지만 나폴리에서도 3,4시간을 더 내려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2007년,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이 일년 째 접어 들어들 때 였습니다. 삶은 지금이 훨씬 더 여유로움에도 일상에 안주하게 되는데 참 부족하고 이탈리아에 적응하느라 심리적인 여유도 없었던 그땐 더 무모했던 걸 생각하면 조금 아이러니하네요. 여튼, 바티칸 투어를 마치고 오후 늦게 차를 렌트해서 짧은 2박 3일 여행을 갔었습니다. 차로만 로마에서 7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생각하면 그 시절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며…^^
7시간을 무모하게 달려감이 절대 아깝지 않게 꿈에도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애당초 풀리아까지 내려갔던 건 세계 유일의 트롤리 가옥이 있다는 "알베로 벨로(Albelo bello)"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치 스머프 집을 연상케 하는 집들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지만 한국인에겐 크게 알려져 있지는 않은데, 유럽과 일본에선 워낙 유명한 장소이다 보니 미지의 풍경을 상상했던 우리는 조금은 상업화 된 분위기에 살짝 실망을 하긴 했지만 트룰리 가옥에 마련된 숙소에서의 하루 밤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이 곳을 최고의 장소로 만들어 주었던 것은 점심을 먹기 위해 우연히 머물게 된 마을 "폴리냐노 아 마레(Polignano a Mare)"입니다. 마을 아래 좁은 절벽 사이로 작은 해변이 형성되어 있었고 마을 주민들만의 소유인 듯 정겨운 분위기의 작은 해변으로만 생각하고 내려섰습니다.
해변에 누워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절벽의 작은 구멍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마치 이솝 우화의 이야기처럼) 들어가는 사람은 있는데 나오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호기심에 구멍으로 들어서자 작은 구멍 끝은 바다와 만나는 절벽이었고(분명 출발할 땐 해변이었는데 말이죠!) 모두들 그 곳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었답니다.
말 그대로 에메랄드 빛,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맑던 바다, 검게 그을린 아이들과 "non fa niente.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정신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실로 경이로울 정도였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여름 휴가가 오면 이런 말을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삶을 살며 일년에 한 달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이탈리아 사람들의 행복의 비결은 바로 이 정신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딜 가나 신선하던 요리, 발 길 닿는 모든 곳이 신선하고 새롭던 곳입니다. 최근 접한 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유명해지기 전에 가보아야 할 여행지 베스트 10" 당당하게 풀리아지역이 올라있네요. 설명을 인용하자면 "부츠 모양의 이탈리아 지도에서 굽 쪽에 위치한 풀리아엔 지중해에서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 그래서 미식가들에게도 떠오르는 여행지가 됐다. 레스토랑에선 지역 산지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훌륭한 요리를 만든다. 한땐 농가였던 호텔에서 잠을 청할 수도 있다. 더 황홀한 건 이 모든 걸 해변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2. 바실리카타(Basilicata)
아직 한국에선 생소한 바실리카타 주, 이탈리아의 장화 앞부분과 뒤꿈치에 끼여있습니다.바실리카타를 검색해보면 모든 설명 가장 처음에 나오는 말이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했던 지역..." 입니다. 삼면이 바다인 이탈리아에서 절벽의 바다 만을 가지고 거의 내륙이나 다름없지만, 내륙임에도 풍요로운 땅을 가진 토스카나 주와는 달리 황무지에 거대 바위 산으로 가득채워진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으로 7시간을 달려 내려가게 만든 건 이탈리아 영화 "이탈리아 횡단 밴드"때문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원 제목은 "bacilicats coast to coast" 말 그대로 이 지역을 걸어서 횡단하는 밴드의 이야기입니다. 각자 삶의 고민을 짋어진 중년이 된 왕년 동네밴드로 잘나가던 4명의 친구들이 차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0일을 걸어 음악축제에 참가하러 가는 이야기입니다. 풍요로운 이탈리아 바다를 상상하던 우리 눈 앞엔 황무지의 돌산만 주구장창 펼쳐지지만 그 황량한 풍경이 오히려 우리를 그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처음에 등장하던 도시 "마라테아(Maratea)" 의 산꼭대기 예수상 아래 섰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곳에 가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아찔하던 절벽도로와 함께요.
그리고 황량한 이 곳의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도시, 마테라(Matera)입니다. 해발고도 433m의 아펜니노 산맥의 깊은 계곡위에 위치한 이 도시는 마치 거대한 현무암처럼 보입니다. 사시라고 불리는 이 곳의 구시가지에는 상당한 수의 자연동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수 만년전 극심한 지각변동으로 해저가 치솟아 물이 빠지며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 동굴에서는 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으며 현재도 구시가의 많은 숙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숙소에 누워 천장을 보면 다양한 조개 화석들을 볼 수 있어 그 느낌이 묘했습니다. 멜깁슨 감독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촬영지도로 유명합니다.
3. 피에몬테(Piemonte)
BAROLO와ALBA등 묵직한 와인산지로도 유명한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이름으로도 유명한"아스티(Asti)"와 파르마산 치즈의 바로 그"파르마(Parma)"에 가기위해 이번엔 북쪽으로 달려갑니다 토스카나에서 만나는 낮은 구릉지로 펼쳐지는 포도밭과는 달리 산꼭대기부터 아래까지 펼쳐지는 포도밭의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파르마에서 맛보았던 치즈, 엄지손가락이 100개라면 100개를 다 들고 싶은 "프로슈토 멜로네(prosciutto e melone)"!! 만약 생의 마지막 단 하나의 이탈리아 요리만을 먹을 수 있다면 전 프로슈토 멜로네를 꼽겠습니다. 프로슈토는 돼지 뒷다리와 엉덩이를 뜻하는 이탈리아 말입니다. 스페인에선 하몽이라고 하지요. 이탈리아는 이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켜 얇게 잘라서 먹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는 이 프로슈토를 자르는 기계 파는 가게가 있는데, 주방용품에는 욕심이 없는 저도 이 기계를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바삭한 스틱빵에 감아서 먹기도 하지만 전 멜론에 감싸서 먹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달콤한 멜론과 햄과의 조화, 처음 접하는 분들은 이상하다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거 빠지면 위험합니다.
그리고 이 여행의 정점을 찍었던 것은 다름아닌 숙소였습니다.
Casa cuniolo guest house (www.gabriellacuniolo.com), 숙소가 위치한 도시는 ASTI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TORTONA라는 작은 도시였고 사실 숙소 외엔 거의 구경거리가 전무한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희가 여행을 갔던 시기가 아스티 와인 박람회가 있었던 터에 저렴한 숙소를 찾아 선택을 했습니다. 이 곳은 GIUSEPPE CUNIOLO에 의해 30년대에 지어졌고, 그의 아들 GIGI CUNIOLO의 아뜰리에로 사용되어 현재 손녀 GABRIELLA CUNIOLO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머무는 이틀 내내 숙박 객은 우리밖에 없었고.. 왠지 느낌 상.... 아주 오랜만의 손님인 듯 하기도 했습니다. 집사인 보비아저씨께서 문을 열어주시고 다음날 조식 때 다시 돌아오는 시스템이었는데 보비 아저씨도 심심하셨는지... 방 하나하나 구경을 시켜주기 시작했습니다.(사실 내부 인테리어 하나하나가 보통 정성을 들인 게 아니라서 모든 방을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1층... 2층을 거쳐 3층 스위트 룸을 보는 그 순간 반해버려서 처음 예약했던 방은 2층이었지만 바로 3층 스위트 룸으로 바꿨습니다. 보비 아저씨는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가고 당시 다른 숙박 객이 없어서 마치 우리가 이 곳의 주인인냥 편하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옥상!! 옥상엔 사우나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통나무로 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치 이탈리아가 아니라 북유럽 어디에 있는 노천온천에 온 듯한 착각도 들었습니다. 아마 이 곳에서의 가장 특별한 추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날 짐을 챙겨 집을 나서다가.. 2박 3일의 시간 동안 눈길을 주지 않던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 사람이 쿠니올로씨인가?? 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쿠니올로씨 오른쪽에 서 있는 다부진 멋진 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피카소임을 깨닫기 까지의 몇 초...매일 밤 느끼던 기분 좋던 미묘한 공기 감은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4. 스페르론가(Sperlonga)
로마 중앙역 Termini에서 출발하여 1시간 15분 소요 (도착 역은 Fondi - sperlonga, 역에서 버스를 타고 15분정도 가면 도착합니다.) 차로 2시간 정도에 위치한 해변마을입니다. 이탈리아 친구가 로마 근교 절벽과 바다가 만나 물이 너무나 깨끗한 동네가 있다고 추천을 해주어 만나게 된 도시, 스페르론가. 이탈리아 남부 로마의 남동쪽에 위치한 산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이 도시는 로마 사람들에겐 캠핑장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처음 도착하면 로마 근교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에 더 놀라움을 줍니다.
스페르론가는 이 도시의 해변 동굴이름인데요, 1957년 테라치나와 가에타 두 도시를 연결하는 플라카 가도 (via flacca)를 건설하던 중 궁전 터와 동굴이 발견됩니다. 바로 조사가 시작이 되고 이곳은 AD 14년부터 37년 까지 재위했던 로마 2대 황제 티베리우스의 여름 궁전으로 밝혀집니다.거대한 자연동굴에 지어진 이 공간은 26년 동굴에 물이 차고 무너지자 버려지고 티베리우스 황제는 카프리 섬으로 떠나 은둔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후 2000년 가까이 이곳은 잊혀지고 작은 어촌의 피난처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그리스의 작은 도시들을 연상케 하는 이 곳은 황제가 선택한 도시답게 아름답습니다. 깨끗한 거리 하얀 벽의 건물들... 눈처럼 흩날리던 부케빌리안 꽃잎들...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눈이부실만큼 아름답던 꽃잎들이 떠오릅니다. 특히나 마을 위쪽에 위치한 구시가지에서 내려다 보는 마을 풍경이 최고입니다.
최근 아들 돌을 맞이하며 사진을 찍으러 방문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로마로 오는 신혼부부나 가족들 가족들 사진 촬영에는 딱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아페르티보(Apertivo)
'happy hour' 행복한 시간!이 말의 어원은 80년대의 미국에서 16-18시 사이에 입장하는 손님에게 두 잔을 한잔의 값에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영어권나라의 pub, bar 등에서 칵테일이나 샴페인 등을 17-18시 퇴근길 직장인들에게 제공했던 칵테일 세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탈리아에서는 이 해피아워를 apertivo 아페르티보라 합니다. 영어권 나라와는 다르게 밤 7시부터 9~10시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식전에 마시는 칵테일과, 식욕을 돋구는 음식을 함께 맛보는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칵테일 한잔을 시키면, 대게 음식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두 시간의 짧은 시간 안에 칵테일 1잔 더!! 제공의 미국식 개념보다는, 술과 함께 다양한 먹거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아인들 답게!)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여유롭게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며 직장인에서 학생에 이르기까지 저녁시간을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잡았습니다. (한잔만 시켜놓고 정말 몇 시간을 수다로 버틸 수 있는 능력자, 이탈리아 사람들!!)
이 아페르티보라 불리는 식전문화는 북쪽 토리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초는 고대 로마제국시대에 와인과 꿀을 섞어 만든 mulsum이였다고 하지만, 유럽에 아페르티보 문화를 전파시킨 것은1786년 토리노의 와인을 생산하던 한 가문이 중상류층의 지식인과 예술인들과 함께 친목을 다졌던 것이 전 유럽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가 되었다고 합니다. 칵테일 한잔과, 음식을 무제한으로 이용 할 수 있단 점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일반적으로 5~10유로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로마의 가장 매력적인 시간대는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 바로 이 아페르티보 타임입니다. 낮의 거친 로마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긴장하는 여행객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시간입니다. 처음 로마에 왔을 때 이 시간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로마의 골목길을 걸을 때면 가장 부러웠던 풍경이 여유롭게 야외에 앉아 칵테일을 즐기던 이탈리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절 설레게 했던 강렬한 주홍빛의 칵테일, 바로 이탈리아 국민칵테일 spritz 스프리츠. 처음 접했을 때 쌉싸름하고 떫은 맛에 이런걸 뭐 하러 마시나 싶었는데, 그 맛에 빠지고 보니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마치 이탈리아 같습니다. 처음엔 거친 듯 하지만 마지막엔 달콤하고 부드럽게 감싸주는 그 맛이 말입니다. 특히나 식전주로 입맛을 돋우는 데는 최고입니다.
로마에서 흥겨운 아페르티보 타임을 즐기기 위해선 로마의 광장, "캄포 델 피오리 (Campo del fiori)"로 발걸음 하시길 추천합니다.
글쓴이 김민주 가이드는..중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이탈리아 2006년 여름 자전거나라에 문을 두드려 이탈리아 가이드로 활약하게 되었고 자전거나라 최초의 커플가이드에서 부부가이드로 그리고 현재 한 아이의 엄마로 매일 이탈리아를 재발견 중이다.
출처: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1. 풀리아 (Puglia)
2007년,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이 일년 째 접어 들어들 때 였습니다. 삶은 지금이 훨씬 더 여유로움에도 일상에 안주하게 되는데 참 부족하고 이탈리아에 적응하느라 심리적인 여유도 없었던 그땐 더 무모했던 걸 생각하면 조금 아이러니하네요. 여튼, 바티칸 투어를 마치고 오후 늦게 차를 렌트해서 짧은 2박 3일 여행을 갔었습니다. 차로만 로마에서 7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생각하면 그 시절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며…^^
7시간을 무모하게 달려감이 절대 아깝지 않게 꿈에도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애당초 풀리아까지 내려갔던 건 세계 유일의 트롤리 가옥이 있다는 "알베로 벨로(Albelo bello)"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치 스머프 집을 연상케 하는 집들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지만 한국인에겐 크게 알려져 있지는 않은데, 유럽과 일본에선 워낙 유명한 장소이다 보니 미지의 풍경을 상상했던 우리는 조금은 상업화 된 분위기에 살짝 실망을 하긴 했지만 트룰리 가옥에 마련된 숙소에서의 하루 밤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2. 바실리카타(Basilicata)
그리고 진짜 파르마에서 맛보았던 치즈, 엄지손가락이 100개라면 100개를 다 들고 싶은 "프로슈토 멜로네(prosciutto e melone)"!! 만약 생의 마지막 단 하나의 이탈리아 요리만을 먹을 수 있다면 전 프로슈토 멜로네를 꼽겠습니다. 프로슈토는 돼지 뒷다리와 엉덩이를 뜻하는 이탈리아 말입니다. 스페인에선 하몽이라고 하지요. 이탈리아는 이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켜 얇게 잘라서 먹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는 이 프로슈토를 자르는 기계 파는 가게가 있는데, 주방용품에는 욕심이 없는 저도 이 기계를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바삭한 스틱빵에 감아서 먹기도 하지만 전 멜론에 감싸서 먹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달콤한 멜론과 햄과의 조화, 처음 접하는 분들은 이상하다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거 빠지면 위험합니다.
그리고 이 여행의 정점을 찍었던 것은 다름아닌 숙소였습니다.
Casa cuniolo guest house (www.gabriellacuniolo.com), 숙소가 위치한 도시는 ASTI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TORTONA라는 작은 도시였고 사실 숙소 외엔 거의 구경거리가 전무한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희가 여행을 갔던 시기가 아스티 와인 박람회가 있었던 터에 저렴한 숙소를 찾아 선택을 했습니다. 이 곳은 GIUSEPPE CUNIOLO에 의해 30년대에 지어졌고, 그의 아들 GIGI CUNIOLO의 아뜰리에로 사용되어 현재 손녀 GABRIELLA CUNIOLO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옥상!! 옥상엔 사우나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통나무로 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치 이탈리아가 아니라 북유럽 어디에 있는 노천온천에 온 듯한 착각도 들었습니다. 아마 이 곳에서의 가장 특별한 추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4. 스페르론가(Sperlonga)
스페르론가는 이 도시의 해변 동굴이름인데요, 1957년 테라치나와 가에타 두 도시를 연결하는 플라카 가도 (via flacca)를 건설하던 중 궁전 터와 동굴이 발견됩니다. 바로 조사가 시작이 되고 이곳은 AD 14년부터 37년 까지 재위했던 로마 2대 황제 티베리우스의 여름 궁전으로 밝혀집니다.거대한 자연동굴에 지어진 이 공간은 26년 동굴에 물이 차고 무너지자 버려지고 티베리우스 황제는 카프리 섬으로 떠나 은둔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후 2000년 가까이 이곳은 잊혀지고 작은 어촌의 피난처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그리스의 작은 도시들을 연상케 하는 이 곳은 황제가 선택한 도시답게 아름답습니다. 깨끗한 거리 하얀 벽의 건물들... 눈처럼 흩날리던 부케빌리안 꽃잎들...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눈이부실만큼 아름답던 꽃잎들이 떠오릅니다. 특히나 마을 위쪽에 위치한 구시가지에서 내려다 보는 마을 풍경이 최고입니다.
최근 아들 돌을 맞이하며 사진을 찍으러 방문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로마로 오는 신혼부부나 가족들 가족들 사진 촬영에는 딱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 해피아워를 apertivo 아페르티보라 합니다. 영어권 나라와는 다르게 밤 7시부터 9~10시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식전에 마시는 칵테일과, 식욕을 돋구는 음식을 함께 맛보는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칵테일 한잔을 시키면, 대게 음식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두 시간의 짧은 시간 안에 칵테일 1잔 더!! 제공의 미국식 개념보다는, 술과 함께 다양한 먹거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아인들 답게!)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여유롭게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며 직장인에서 학생에 이르기까지 저녁시간을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잡았습니다. (한잔만 시켜놓고 정말 몇 시간을 수다로 버틸 수 있는 능력자, 이탈리아 사람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로마의 가장 매력적인 시간대는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 바로 이 아페르티보 타임입니다. 낮의 거친 로마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긴장하는 여행객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시간입니다. 처음 로마에 왔을 때 이 시간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로마의 골목길을 걸을 때면 가장 부러웠던 풍경이 여유롭게 야외에 앉아 칵테일을 즐기던 이탈리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절 설레게 했던 강렬한 주홍빛의 칵테일, 바로 이탈리아 국민칵테일 spritz 스프리츠. 처음 접했을 때 쌉싸름하고 떫은 맛에 이런걸 뭐 하러 마시나 싶었는데, 그 맛에 빠지고 보니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마치 이탈리아 같습니다. 처음엔 거친 듯 하지만 마지막엔 달콤하고 부드럽게 감싸주는 그 맛이 말입니다. 특히나 식전주로 입맛을 돋우는 데는 최고입니다.
로마에서 흥겨운 아페르티보 타임을 즐기기 위해선 로마의 광장, "캄포 델 피오리 (Campo del fiori)"로 발걸음 하시길 추천합니다.
출처: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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