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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김삿갓]6.生年不滿百(백년도 못 사는 주제에 )

淸潭 2010. 8. 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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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大興寺

 

 

 

6.生年不滿百(백년도 못 사는 주제에 )

 

가슴 속에 쌓였던 世塵을 깨끗이 떨쳐 버리고 고요한 산 속을 걸으니

마음이 그렇게도 상쾌할 수가 없었다.

無我의 세계는 바로 나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왜 이제까지 헛된 굴레와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번뇌만 거듭하여 왔는가.
   
   백년도 다 못 사는 주제에
   천년의 근심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던 그 산아요 그 물이건만

비어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새삼스럽게 아름다워 보였다.

아아, 산과 물이 이렇게도 좋은 것을 이제까지는 왜 모르고 살아 왔던가.

문득 엣 詩 한 수가 머리에 떠오른다.
  
   물이 푸르러 산이 좋아하고
   산이 푸르러 물이 좋아라네
   시원스러운 산과 물 사이를
   한가한 나그네 홀로 걸어가네.

   水綠山無厭
   山淸水自親
   浩然山水裡
   來往一閑人


누군가가 자기를 노래해 준 것 같았다.

산중에는 오가는 사람조차 없이 흐르는 물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길손의 귀를 사뭇 싱그럽게 해 주고 있었다.

오늘 가다 싫으면 내일 가고, 동으로 가다 싫으면 서로 가면 그만인 無軌道의 旅路,

물가에 털썩 앉아서 목청을 돋우어 엣 시조 한 수를 읊조려 본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그 누가 읊은 시조였던가.

自由自在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깊이 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조선왕조의 개국공신이요,

藝文館 大提學을 지냈던 선비 仙庵 劉敞의 <幽興>이라는 제목의 시가 떠오른다.
  
   한가한 구름 따라 숲속에 들어서니
   솔바람 냇물소리 옷깃을 씻어주네
   뜬 세상에 이 흥취를 아는 사람 그 누구랴
   다만 저 산새만이 내 마음을 알아주리.

   步逐閒雲入翠林
   松風澗水洗塵襟
   悠悠浮世無知己
   只有山禽解我心


앞 사람의 時調며 뒷사람의 漢詩며,

모두가 禪味에 넘치는 詩歌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산과 나무와 물 뿐이요,

들리는 것은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뿐, 좀처럼 人家는 보이지 않는다.

 

 

                                                                            계속..


 

 

 

 
 김영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