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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새 회장 / 안윤정 씨

淸潭 2010. 2. 15. 12:51

[초대석]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새 회장 안윤정 씨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5대 회장에 취임한 안윤정 ㈜사라 대표는 “여성경제인협회가 여성 기업인들을 돌봐주는 ‘친정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기 기자

중견 패션업체인 ㈜사라의 안윤정(60) 사장이 24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의 제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여경협은 1977년 한국여성경제인실업회로 출발해 1980년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로 이름을 바꾼 뒤 1999년부터 현재의 이름을 쓰고 있다. 회원 1700여 명이 대부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로 국내 최대의 여성 기업인 단체로 꼽힌다.

㈜사라는 1970년대 고급 의류브랜드인 ‘앙스모드’를 내놓은 이래 요즘도 백화점 매장을 중심으로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 기성복 업체.

임기 3년의 여경협 회장으로 활동을 시작한 안 회장을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여경협 회관에서 만났다.

안 회장은 먼저 여경협의 역할을 ‘친정어머니’에 비유했다.

“제가 지금의 위치까지 온 데는 늘 사업으로 바쁜 저 대신 세 아이를 키워 주신 친정어머니의 힘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보육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는 10년 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을 위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안윤정 회장
△1947년 대구 출생
△1969년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1971년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졸업
△1975년 앙스모드(현재 ㈜사라) 설립
△1985년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 회장
△1992년 한국패션협회 부회장
△2002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수석부회장
△2007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안 회장은 이어 “협회 차원에서 여성들의 보육 관련 분야 창업을 독려할 수 있는 교육 및 창업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40, 50대 주부들이 소규모 보육시설을 창업하게 되면 이들의 자녀 세대인 20, 30대 여성들이 더 활발하게 경제 활동에 나서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각종 경조사를 챙겨주는 ‘애경사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에는 어린이집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경협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여성부 정책자문위원 등 20여 개의 대외 직책까지 맡는 중요한 자리다.

회장 취임식장에는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이현재 중소기업청장 등 5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여경협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인사가 참석한 것은 여경협의 위상이 올라간 이유도 있지만 안 회장의 폭넓은 인맥과 주위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안 회장은 여경협의 문제점도 잘 알고 있다. 지난 20년간 이 단체 임원을 지내 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를 위해 전국 각지를 다녔기 때문에 여성 기업인들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다고 했다.

그는 “아직 사회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여경협을 ‘명품(名品) 브랜드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명품이라고 하면 다들 믿고 사는 것처럼 명품 같은 믿음을 줄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여성 기업정책연구소를 만들 계획이다. “연구소 연구위원에 학계뿐만 아니라 여성 경영인들도 참여시켜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 낼 생각입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정부 학교 등 공공기관 물품의 5%를 여성 기업인의 제품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여성기업제품 구매할당제 도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남성 기업인들이 역차별이라고 지적하지만 뒤늦게 경제활동에 뛰어든 사회적 약자인 여성 기업인에 대한 사회의 배려로 봐야 합니다.”

안 회장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협회와 회사 운영 외에도 매년 2차례 본인 이름을 내건 ‘안윤정 컬렉션’을 연다. “그래도 원하는 일을 하면서 바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되길 바라던 집안의 기대 때문에 그는 이화여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왜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전공은 독문학이지만 원래 옷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머니 몰래 의상학원을 다니고 딸 시집보내려고 어머니께서 준비하신 옷감을 들고 나와 옷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의상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자녀(1남 2녀)들과 함께 가족이 대(代)를 이어 운영하는 패션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뻔한 남편 월급으로도 흑자 가계부를 쓰는 것이 한국 주부들의 힘 아닌가요. 남녀 가릴 것 없이 갈수록 기업 하기가 힘들어지지만 여성 기업인들의 똑 부러지는 실력으로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