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나노기술로 암세포 포착기술 개발 서진석-천진우 교수
![]()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과 서진석 교수(왼쪽)와 화학과 천진우 교수. 미세한 암 세포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나노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암 세포를 제거할 나노로봇 시대를 여는 프런티어가 되고 싶다고 새해 희망을 말했다. 전영한 기자 |
‘수만 개의 ‘나노로봇’이 암 환자의 혈관 속으로 주입됐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극소형 로봇이다. 로봇은 온몸을 힘차게 흐르는 혈관을 타고 몸 곳곳을 돌면서 암세포를 추적한다. 마침내 세포를 발견한 로봇은 그 자리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암세포를 파괴한다.’
이런 꿈같은 일이 현실에서 가능해질 날이 머지않았다.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과 서진석(52) 교수와 같은 대학 화학과 천진우(45) 교수는 이런 기술을 연구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 나노기술을 이용해 암세포 포착 기술 개발에 성공해 의학계와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나노 입자를 유방암과 난소암이 있는 실험용 쥐에게 주입한 뒤 2mm로 자란 초기 암세포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선명하게 촬영한 것이다.
8일 연세대 의대의 서 교수 연구실에서 두 사람을 만나 나노기술을 활용한 암 치료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연말연시도 잊은 채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두 사람은 피곤해 보였지만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다는 자부심과 의욕이 넘쳤다.
“요즘은 암에 걸렸다고 모두 죽는 세상이 아닙니다. 암 세포를 언제 발견하느냐가 중요하지요. 조기에 발견하면 어떤 암이든 평균 90% 이상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의학 수준으로는 조기 발견에 한계가 있어요. 암세포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빨리 찾아내게 하는 연구가 최근 암 치료와 예방의 최첨단 분야입니다.”(서 교수)
두 사람의 전공 분야는 다르다. 천 교수는 의학 쪽과 거의 상관이 없는 화학 전공. 본래 천 교수의 전공은 물질을 나노 입자로 잘게 쪼개거나 쪼갠 입자들을 합성한 신물질을 전자산업에 응용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기존 메모리보다 데이터 저장 용량이 10배 이상 향상된 차세대 초고집적 나노 저장 매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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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교수와 서 교수가 만난 것은 ‘조영제’ 때문이다. MRI 촬영 때 쓰이는 물감의 일종인 조영제에 관심이 많았던 서 교수는 천 교수가 조영제를 나노 입자로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이를 계기로 이들은 2003년 ‘연세대 나노바이오기술연구회’를 만들어 연구를 시작했고 국내 처음으로 ‘나노 메디신’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현재 암 진단에는 혈액이나 소변을 통해 암세포에서 나오는 특이 물질을 수치화해서 보여 주거나 컴퓨터단층촬영(CT), MRI처럼 암 덩어리를 직접 영상으로 보여 주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최신 영상장치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CT)도 암 세포의 위치 정도만 파악할 수 있지 해부학적인 자세한 구조나 정확한 크기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서 교수는 “나노기술이 의학에 융합되면 암세포의 위치나 크기는 물론 치료가 어려운 고약한 놈인지, 순한 놈인지 성질까지 파악할 수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나노와 의학이 접목된 ‘나노 메디신’은 새해 큰 화두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천 교수는 “나노 물질을 이용한 암 진단은 2004년부터 꾸준히 핵심 기술로 선정될 정도로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나노 메디신 시장 규모는 2005년 106억 달러(약 9조9000억 원)에서 2015년에는 1800억 달러(약 168조8400억 원)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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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메디신 분야는 암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몸속에 투여된 줄기세포가 제대로 정착하는지를 추적하는 장치와 뇌중풍, 심근경색과 같은 혈관 질환의 조기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어요.”(서 교수)
“나노 입자와 암세포만 찾아다니는 특이항체, 이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MRI 의료 영상기를 활용해 나노로봇을 만들 수 있습니다. 로봇에 암 세포를 파괴하는 약을 입히면 수술 없이도 암을 제거 할 수 있습니다. 2015년경에는 의학 분야에서도 나노기술 상용화가 가능할 것입니다.”(천 교수)
올해 천 교수는 외부에서 신호를 받아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나노 입자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서 교수도 간암과 폐암 등 치료하기 힘든 암을 중심으로 나노 입자를 사용한 조기 진단법 개발에 힘쓸 예정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천진우 교수▼
△1985년 연세대 화학과 졸업 △1993년 미국 어배나 일리노이대 이학박사 △1995∼199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책임연구원 △1998∼200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부교수 △2002년∼현재 연세대 화학과 교수 △2006년 미국 재료학회 나노바이오 조직위원
▼서진석 교수▼
△1979년 연세대 의대 졸업 △1983년 진단방사선과 및 치료방사선과 전문의 △1990∼1991년 미국 미네소타대 방사선과 연구 강사 △199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방사선과 초빙 연구원 △1999년 아주대 의대 의학박사 △1986년∼현재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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