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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신도시에 새 캠퍼스 추진 연세대 총장 / 정창영

淸潭 2010. 2. 6. 16:14

[초대석]송도신도시에 새 캠퍼스 추진 정창영 연세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총장은 “인천 송도국제신도시에 세워질 새 연세대 캠퍼스는 국제적인 교육시설과 연구센터, 기숙사를 함께 갖춰 동북아의 학문 허브로 거듭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연세대는 2010년까지 인천 송도국제신도시에 55만 평 규모의 새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지난달 26일 전격 발표해 교육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청사진은 연세대만의 발전 계획이 아니라 지식기반 사회에서 우리 대학은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하는 비전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 줬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후유증도 컸다. 일부 교수와 총학생회가 사전 협의 없이 프로젝트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거세게 반발해 연세대는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연세대의 미래를 바꿀 대역사를 추진 중인 정창영(鄭暢泳·62) 총장을 만나 대학 발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인적 자원밖에 없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 경쟁하려면 일당백(一當百)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대학은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제 국내 대학 간 도토리 키재기 식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송도캠퍼스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다.”

정 총장은 “왜 하필 인천이냐”는 질문에 “지난해 개교 120주년을 맞아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비좁은 신촌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지역을 물색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연세대 설립자인 언더우드 선교사가 120년 전 부활절에 조선에 첫발을 내디딘 곳이 제물포(인천)여서 이곳은 연세대 역사에서 뜻 깊은 곳”이라며 “이제 이곳에서 앞으로 120년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정 총장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적어도 5개 연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글로벌 5-5-10 프로젝트’를 선언했다”며 “의학 및 생명 이공계열 분야에 집중 투자해 현재 세계 132위인 과학논문인용색인(SCI) 등재 건수를 5년 내에 50위 안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도캠퍼스는 미국 아이비리그처럼 교육 시설과 기숙사가 함께 있는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를 지향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1학년, 프린스턴대는 2학년, 예일대는 4년간 기숙사 생활이 의무다. 학생들은 함께 공부하며 운동하고 숙식하는 가운데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는데 이런 전통이 학교 발전의 큰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또 국제적인 교육 연구센터 등 기반 시설이 들어서면 연세대가 동북아시아의 ‘학문 허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새 캠퍼스 조성사업에 필요한 1조 원 이상의 자금은 연구소 유치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기부금 모금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정 총장은 이런 상황에서 연세대가 올해 등록금을 12% 인상한 것을 놓고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저지 운동을 벌이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했다.

정 총장은 “대학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재정이 건전해야 하는데 지금 12%를 올려도 경쟁 대학에 뒤지는 만큼 절대 방만한 경영을 한 것이 아니다”며 “등록금 인상이 인기 없는 정책인 줄 알지만 나 자신이 경제학자이므로 재정 운영의 기본 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세대는 최근 몇 년간 경쟁 대학보다 등록금 인상률이 낮았고 지난해에는 5.7% 올렸다. 지난해 기준 등록금 평균이 328만 원으로 최고 수준의 대학보다 62만 원, 의·약학 계열은 140만 원이나 적다는 것. 이는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의 87% 수준이라는 것.

정 총장은 “학생에게만 부담을 주지 않고 교수 교직원 임금 동결 및 보직수당 반납, 관리비 10% 삭감을 통해 대학 구성원들이 고통을 분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장과 서울대 정운찬(鄭雲燦·경제학) 총장, 고려대 어윤대(魚允大·경영학) 총장은 전공이 비슷해 젊은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다.

정 총장은 ‘협력해서 선(善)을 이룬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고려대가 개혁을 통해 학교를 바꾸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는 좋은 자극제”라며 “우수 대학끼리 경쟁과 협력을 통해 상생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2008년 4월 임기가 끝나면 정년 때까지 1학기가 남는다고 한다. 그는 “총장 직도 의미가 있지만 나는 선생이기 때문에 마지막 학기에는 멋진 강의를 하고 학교를 떠나는 게 꿈”이란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인철 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