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유명건축물

전문가들 놀라게한 '건축계 화성인'의 파란

淸潭 2010. 1. 11. 12:55

건축에는 '아마추어'지만 건축비 줄이는 데는 '프로'

 

진윤구 본부장은“병원은 다양한 시설이 들어가기 때문에 설계와 시공이 어렵기 그 지없다”며“재시공을 없애기 위해 병원 종사자와 환자까지 동참한 자문회의도 수없 이 가졌다”고 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삼성암센터 이어 삼성국제진료센터
건설본부장 맡은 진윤구씨
완벽한 검토로 재시공 금지 공개입찰로 외주 완벽관리 '건축계 화성인' 별명까지

삼성의료원의 진윤구(61) 삼성국제진료센터 설립추진본부 건설본부장은 우리 건축계에서 '화성인'으로 통한다. 건축을 전공한 적도, 건설회사에서 일한 적도 없는 환갑을 넘긴 그가 10년쯤 전부터 업계와 학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설계와 시공, 그리고 자재 선택과 마감에 이르는 전 공정을 미리 꼼꼼하게 관찰하고 조정하면 건축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이른바 '건축 경영' 개념을 도입해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입증했기 때문이다. 전문 설계·건설업자들은 그의 등장을 신기하면서도 다소 씁쓸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2000년 삼성의료원이 신관(암센터) 건립을 추진하던 초기부터 벽에 부딪혔어요. 조달 가능한 돈을 다 합쳐도 건설회사가 추정한 비용의 70%에 불과했거든요. 그렇다고 규모를 줄이거나 부실한 기자재를 쓸 수도 없고…. 제가 나서서 어떡하든 해결해보기로 했습니다."

삼성이 그에게 이 일을 맡긴 것은 그럴 만했다. 그는 1975년 입사 이후 삼성항공 등 늘 '신사업' 부문만 옮겨다녔다. 진 본부장은 "젊은 날 한때 삼성을 떠나 신진지프 공장장까지 맡았다가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새 일을 향한 저의 열정을 평가해준 덕 아닌가 싶다"고 했다.

삼성암센터의 건축비 절감을 위해 그는 크게 두 원칙을 세웠다. 완벽한 사전 도면검토를 통한 재시공 금지, 그리고 공사비의 70%에 이르는 외주 관리의 철저화였다. "총 수천장의 도면을 일일이 보고 또 보았죠. 사소한 재시공도 비용과 기간을 크게 늘리잖아요. 외주 비용도 줄이기 위해 계약에 직접 간여했는데, 공개입찰로만 50건 정도 계약했던 것 같아요."

그는 암센터 준공 후 그간의 경험과 자료들을 묶어 2008년 가을 책(건축도 경영이다)까지 냈다. 300쪽에 가까운 공종별·시설별 기술자료집은 따로 CD에 담아 부록으로 제공했다. 제목은 원래 '건축비, 버블을 끄다'였는데 건설회사들 입장을 감안해 바꿨다고 한다. 주변에서 "10년 피땀의 산물인데 공개하긴 좀 아깝지 않냐"고 말리기도 했었다.

"반향이 컸어요. 토지공사에서 바로 강연 요청이 오데요. 500명 넘게 모인 강당에서 제 경험을 전했죠. 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공공시설 공사비를 10%씩은 절감하라'고 지시했던 것도 이유였을 겁니다." 이어 작년에는 서울시 요청으로 시립병원 건설관련 간부들을 모아 병원건축에 관한 세부 노하우를 전했다. 대부분 '전문가보다 더 전문적인 비전문가'의 등장에 놀라워했다고 한다. 토지공사로부터는 고문 영입 제안까지 받았으나 사양했다.

그는 "공기관이나 건설회사의 관심도 좋지만, 실은 건축학도들이 나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 특강 요청이 오면 더 좋겠다 싶었다"며 "이유는 몰라도 아직 그런 제안은 없었다"고 했다.

이달 초, 삼성은 그에게 또 하나의 임무를 맡겼다. 중국·러시아 등의 고급 의료 수요를 흡수해 새로운 산업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짓는 국제진료센터의 건설본부장이다. 지상 11층, 연건평 11만5000㎡(약 3만5000평)로 삼성의료원 건너편 서쪽에 세울 이 국내 첫 외국인 전문병원은 2015년 준공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