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대북감청부대장을 지낸 한철용(62·육사 26기·사진) 예비역 소장은 며칠 전 한 통의 초대장을 받고 만감이 교차했다.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리는 제2연평해전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6년 전 국정감사장에서 ‘블랙북’(대북첩보보고서)을 흔들며 북한의 도발 징후를 군 수뇌부가 묵살했다고 ‘폭탄 발언’을 한 뒤 중징계를 받고 전역한 그가 추모식에 초대받기는 처음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군 기강과 남북관계를 헝클어뜨린 ‘기피 인물’로 낙인찍힌 그는 그동안 추모식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30년 군 생활을 걸고 진실을 알리려 한 대가가 이런 건가라는 안타까움과 함께 정부와 군이 전사자와 유족들을 외면하는 현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는 2003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인근에서 한 민간단체가 개최한 추모식에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참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빗줄기 속에 쓸쓸히 치러졌던 행사를 보면서 전사자와 유족들이 대우받는 날이 오길 바랐는데 이제야 기원이 이뤄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제2연평해전의 의미를 축소하고, 전사자와 유족들을 홀대한 것은 장병들의 안보관과 사기를 허물어뜨리는 결정타가 됐다고 말했다.
또 군이 민족을 앞세운 대북 퍼주기 정책에 휘둘리다 보니 적이 도발하면 즉각 응징하지 못한 채 ‘쏠까요, 말까요’를 상부에 물어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그는 지적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서해교전(제2연평해전) 직후 북한이 ‘순전히 아랫사람들끼리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였다’는 긴급 메시지를 보내 왔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군 교신내용 등 관련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도발’로 결론 내렸고, 교전 다음 날 북한군 고위층이 현지 부대를 방문한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는 “북한이 제2연평해전을 일으킨 것은 1999년 1차 연평해전 패전에 대한 군사적 보복과 강성대국 과시를 통한 내부 결집 필요성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지도급 인사들이 감상적 대북관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행사로 격상돼 처음 치러지는 이번 추모식을 계기로 전사자들의 고귀한 희생을 되새기고, 유족들의 아픔을 보듬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전 소장은 “최근 북한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예사롭지 않다”며 “‘전쟁은 없다’고 했던 김대중 정부에서 두 차례의 기습 도발을 일으킨 북한 대남전술의 실체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제2연평해전 기념식▼
29일 정부 주관 거행
제2연평해전 6주년 기념식이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다고 국가보훈처가 26일 밝혔다.
그동안 해군2함대 사령관이 주관해 온 기념식은 올해부터 정부 기념행사로 격상돼 보훈처 주관으로 치러지게 되며 한승수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와 전사자 유족 및 부상자, 각계 대표 등 1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대니얼 브랜녹 미국 매사추세츠 주 한국전 추모협회장 등 미 예비역단체 관계자 3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매사추세츠 주 우스터 시의 한국전 참전 기념탑에 제2연평해전 전사자 6명의 이름을 새긴 조형물을 설치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경비정이 우리 해군고속정 357호를 기습 공격해 발생했으며 30여 분간의 교전 끝에 윤영하 소령 등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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