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아!
다섯 시간 넘도록 버티다 넘어진 모습
간장이 찢어지는 듯 아프구나!
긴긴 세월 버티고 지켜주던 우리의 정신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긴긴 세월 모진 풍파 겪으면서
고고히 그 자태 잃지 않고 살아 온 세월
어찌하다 이런 일이 찾아 왔나?
우리정신 망가졌어
지구촌 사람들 볼 면목 없어....,
우리들이 저질렀다.
우리의 안일한 생각이 그런일을 저질렀다 생각조차 하기 싫어
이제는 정신을 차리자. 아! 가슴이 답답하다
왜란 호란 겪으면서 한국전쟁 겪으면서
살아온 긴긴 세월 견디어 오면서
찢겨진 옷 군데군데 고쳐 입으면서....,
본색하나 어지름 없이 고고히 지켜 온
너의 모습 이제는 볼 수 없어 서럽기만 하다
다시 입은 그 모습 다시 만든 그 모습
600년이 지나도 그 모습 오지 않고
사라진 그의 얼굴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어!
그토록 늠름하던 그 모습
지금까지 오더니 무자 년에 설 넘기고
초닷새 해亥시에 일어난 화마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네
억장이 따로 없어 천지가 내려 앉아
처참하게 쓰러지는 너의 모습 두 눈뜨고 보는 사람
누구 하나 잡지 못해 우리 손에 저렇게 무너지다니
무너지는 너의 모습 너무 너무 황당해
눈뜨고 보는 사람 누가 누가 있었더냐.
입 가리고 눈 가리고 한숨소리
울먹울먹 억장 무너지는 소리에
굳은 땅이 무너지네 ...,
미안 하다. 미안 하다. 널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육천만의 톡곡소리 들리는지
잘 가시오 부디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