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천십절〔松泉十絶〕 / 유몽인(柳夢寅)
어우집 제2권 / 시(詩)○송천록(松泉錄)
저자의 소란이 나를 괴롭게 하기에 / 城市囂塵惱殺吾
잠시 그물을 들고 성곽을 나섰네 / 乍携漁網出闉闍
송천에 내린 장마가 좋은 구경 보탰으니 / 松泉三雨添淸賞
폭포는 우레가 되고 개울은 호수가 되었네 / 瀑作奔霆澗作湖
긴 숲이 골짜기에 가득하여 여름 그늘 시원한데 / 長林彌谷夏陰涼
어린 사슴 깊은 곳에 숨어 단잠을 자네 / 乳鹿眠甘密處藏
노승은 구름 헤치고 와 납의를 빨고서 / 老釋披雲新洗衲
불상 앞에 와서 백단향을 사르네 / 佛前來爇白檀香
보배 같은 다라수가 사찰을 둘러싸니 / 多羅寶樹衛琳宮
개울가 높은 마루에 업풍이 부네 / 溪上層軒吹業風
부처의 밥을 고기에게 주니 고기는 한창 배부른데 / 佛飯施魚魚正飽
샘에서 낚싯대 잡은 아이를 경계함이 마땅하리 / 靈泉宜戒把竿童
청산은 고요하여 본디 감정이 없는데 / 靑山涔寂本無情
무슨 일로 개울물은 종일 소리내며 흐르는가 / 何事溪流盡日聲
조화를 관찰하는 도인은 마음의 근원이 고요하니 / 道人觀化心源靜
맑은 물결에 바리때를 씻어도 고기가 놀라지 않네 / 洗鉢淸漪魚不驚
밝은 시대에 죄가 많아 깊은 성은에 부끄러우니 / 明時多罪愧深恩
그저 욕심없는 바보처럼 마루에 누웠네 / 一任淸癡臥木軒
바라건대 죽으면 개울가의 바위 되어 / 死去願爲溪上石
길이 무심하게 흰 구름의 뿌리가 되었으면 / 無心長作白雲根
고기가 없으면 개미가 오지 않는 법 / 螘子不來羶血亡
아침에 신발 가득하더니 저녁에 참새 그물 펴네 / 朝看屨滿夕羅張
산승이 나를 불러 송계의 주인으로 삼으니 / 山僧喚我松溪主
누가 인간세상의 향기로운 이름을 알리오 / 誰識人間姓字香
《춘추》의 시비는 만세토록 영원하니 / 萬世春秋有是非
한때의 영욕은 날아가는 등에와 마찬가지라네 / 一時榮悴等蝱飛
돌아온 뒤 생계는 산승처럼 담박하니 / 歸來生理山僧淡
개울가 나물과 남새밭 채소가 비를 맞아 무성하네 / 溪䔩園蔬得雨肥
옛적 새벽별 뜨면 수레 타고 가던 일 생각하니 / 憶昨華軺趁曉星
벼슬하고픈 생각은 술과 같아 취했다 도로 깨네 / 宦情如酒醉還醒
한가로이 나막신 신고 걸으니 산문은 고요한데 / 閑來步屧山門靜
모래섬에서 향기로운 두약을 캐네 / 采采芳洲杜若馨
사초에는 안개 섞이고 석죽은 붉은데 / 莎草和煙石竹紅
여름 나무는 짙게 그늘지고 물에서는 바람 이네 / 陰陰夏木水生風
가마 타고 와서 황량한 대 위에 멈춰 서서 / 藍輿來卸荒臺上
고기들이 작은 벌레를 다투는 꼴 웃으며 보네 / 笑看群魚爭小蟲
자운봉은 곧바로 도봉과 이어졌는데 / 雲峯直與道峯連
온 골짜기의 폭포를 절 하나가 독차지했네 / 百谷飛泉一院專
물 다하고 기이한 곳에 도착하니 / 行到水窮奇絶處
하늘이 숨긴 경치 세상에 전해질까 걱정이네 / 却愁天秘世間傳
[주-D001] 다라수(多羅樹) :
나무 이름으로, 패다라(貝多羅)라고도 한다. 이 나무의 잎에 불경을 썼으므로 불경을 뜻하기도 한다.
[주-D002] 업풍(業風) :
선악(善惡)의 업이 바람처럼 사람을 윤회하게 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인데, 여기서는 바람을 의미하는 듯하다.
[주-D003] 아침에 …… 펴네 :
한(漢)나라 적공(翟公)이 정위(廷尉)로 있을 때에는 찾아오는 손님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었으나, 파직된 뒤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문 앞에 참새 잡는 그물을 칠 정도였다. 《史記 卷120 汲鄭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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