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108) 붓장수 지 생원은 환갑이 지났건만 아직도 한달이면 스무날은 손수 붓을 만들고, 열흘은 붓을 팔러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겨울이면 강원도 영월로, 정선으로 돌아다니며 족제비, 담비, 수달피를 사냥꾼으로부터 사들였다. 담비 목털로 세필(細筆) 붓을 만들고 족제비 꼬리로 중필 붓을 만들었다. 강원도를 쏘다니고, 만든 붓을 팔려고 이곳저곳을 다닐 때 지 생원의 발이 되고 동무가 되는 것은 당나귀다. 지 생원은 오척 단신에 피골은 상접해 바람이 세차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생김새다. 하지만 깡이 있어 남에게 지는 법이 없다. 평소 안면 있는 장돌뱅이가 “지 생원! 나무 잡아, 바람 불어”라고 농을 던지면, 지 생원은 당나귀를 가리키며 “내 친구 등 휘어질까봐 일부러 살을 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