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이 만개하는 봄, 어디로 떠날지 고민이라면 경남 밀양이 꽤 괜찮은 답이 될 수 있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인파에 치이지 않고 차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
특히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는 벚꽃과 함께 산, 강, 정원이 어우러진 밀양의 풍경이 절정을 맞는다.
종남산의 트레킹부터 수변 산책로, 드라이브 코스, 전통정원까지 이번 봄, 조용히 걷기 좋은 밀양의 봄 여행지를 소개한다.
종남산

밀양 시내에 가까우면서도 산세가 부드럽고 걷기 쉬운 종남산은 봄철 등산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코스다.
특히 진달래가 피는 시기에는 등산로 입구부터 흩날리는 꽃잎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정상까지 오르는데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고, 능선에서 바라보는 밀양 시가지와 주변 산들의 조망이 탁 트여 있어 도심 속에서 찾기 힘든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삼문수변공원

산을 내려와 차로 10분 거리. 도심에 자리한 삼문수변공원은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잔디밭이 특징이다.
하지만 봄이면 이 조용한 공원이 완전히 달라진다. 강변을 따라 심어진 벚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워내며, 마치 강물 위로 벚꽃이 흘러가는 듯한 장관을 만들어낸다.
삼랑진 안태 벚꽃길

밀양에서 조금 더 외곽으로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삼랑진 안태 벚꽃길은, 이름 그대로 벚꽃을 테마로 한 드라이브 코스이자 산책 코스다.
이 길은 삼랑진읍 안태리에서 시작해 밀양강을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구간으로, 봄이 되면 벚나무가 길 양옆을 가득 메운다.
차를 타고 천천히 달리다 보면, 꽃비가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위양못

여정을 마무리하기 좋은 곳은 단연 위양못다. 밀양 부북면에 위치한 이 전통 정원은 조선시대에 조성된 인공 연못으로, 다섯 그루의 고목이 물 위에 반사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봄철 위양지는 아팝나무와 연못이 어우러진 한 폭의 동양화 그 자체다.물가를 따라 난 산책로는 비교적 짧지만, 걸음을 멈추게 하는 포인트들이 여럿 있다.

종남산의 등산부터, 그리고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위양지까지. 밀양은 봄을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여행객으로 북적이는 여느 명소와 달리, 여기서는 걸음을 천천히 옮기고 봄꽃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3월 말부터 4월 초, 길게는 2주 정도. 벚꽃이 피고 지는 찰나의 순간이기에 더욱 소중한 봄날. 이번 봄에는 조금 느리게, 그리고 조금 깊이 밀양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