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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치움[蟲食松] / 丁若鏞

淸潭 2025. 3. 22. 17:43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치움[蟲食松] / 丁若鏞

다산시문집 제4 / ()

 

천관산 가득 메운 소나무를 그대 보지 않았던가 / 君不見天冠山中滿山松

천 그루 만 그루가 뭇 봉우리 다 뒤덮고 / 千樹萬樹被衆峯

울창하고 굳굳한 늙은 고목뿐 아니라 / 豈惟老大鬱蒼勁

다보록이 어린 솔도 예쁘게 자랐는데 / 每憐穉小羅丰茸

하룻밤새 해충이 온 천지를 가득 메워 / 一夜蟲塞天地

뭇 주둥이가 솔잎을 인절미처럼 먹었다네 / 衆喙食松如

갓난 것도 볼썽 사납게 살빛이 까만 것이 / 初生醜惡肌肉黑

노란 털에 붉은 반점 갈수록 점점 흉측해져 / 漸出金毛赤斑滋頑兇

처음에는 잎을 먹어 진액을 말리고는 / 𠯗葉針竭津液

살갗까지 파고들어 옹이가 되게 하지 / 轉齧膚革成瘡癰

가지 하나 까닥 못하고 소나무 점점 말라붙어 / 松日枯槁不敢一枝動

곧추서서 죽는 꼴 어찌 그리 공손한지 / 直立而死何其恭

연주창에 문둥병 걸린 가지 줄기 맞바라본들 / 瘰柯癩幹凄相向

시원한 바람 울창한 숲을 어디 가서 찾을 건가 / 爽籟茂嗟何從

하늘이 솔을 낼 때는 깊은 생각 있었기에 / 天之生松深心在

사시사철 보살피고 한겨울에도 푸르르지 / 四時護育無大冬

뭇 나무 다 제치고 높은 사랑 받았는데 / 寵光隆渥出衆木

복사꽃 오얏꽃과 시새울 까닭 있었겠는가 / 況與桃李爭華穠

태실과 명당이 만약에 무너지면 / 太室明堂若傾圮

마룻대 들보 감으로 가져다 쓰려 했던 것이고 / 與作脩梁矗棟來朝宗

왜놈이나 유구국이 만약에 덤벼오면 / 漆齒流求若隳突

큰 전함 만들어 적의 예봉 꺾으려고 했던 것인데 / 與作艨艟巨艦摧前鋒

네 욕심만 채우느라 지금 이리 죽여놨으니 / 汝今私慾恣殄瘁

말을 하자니 내 기가 치받쳐 오른단다 / 我欲言之氣上衝

어찌하면 뇌공의 벼락도끼를 가져다가 / 安得雷公霹靂斧

네 족속들 모조리 잡아 이글대는 용광로에다 처넣어버릴까 / 盡將汝族秉炎火洪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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