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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노래[烏鰂魚行] / 丁若鏞

淸潭 2025. 3. 22. 15:06

오징어 노래[魚行] / 丁若鏞

다산시문집 제4 / ()

 

오징어가 물가를 돌다가 / 水邊行

갑자기 백로 그림자를 보았는데 / 忽逢白鷺影

새하얗기 한 조각 눈결이요 / 皎然一片雪

눈에 빛나기 잔잔한 물과 같아 / 炯與水同靜

머리 들고 백로에게 말하기를 / 擧頭謂白鷺

그대 뜻을 나는 모르겠네 / 子志吾不省

기왕에 고기 잡아 먹으려면서 / 旣欲得魚噉

무슨 멋으로 청백한 체하는가 / 云何淸節秉

내 배에는 언제나 한 주머니 먹물 있어 / 我腹常貯一囊墨

한 번만 뿜어내도 주위가 다 시커멓기에 / 一吐能令數丈黑

고기들 눈이 흐려 지척 분간을 못하고 / 魚目昏昏咫尺迷

꼬리 치며 가려 해도 남북을 분간 못하지 / 掉尾欲往忘南北

내가 입으로 삼켜대도 고기들은 깜박 몰라 / 我開口呑魚不覺

나는 늘 배부르고 고기는 늘 속는다네 / 我腹常飽魚常惑

그대는 깃이 너무 희고 털도 너무 유별나서 / 子羽太潔毛太奇

위 아래가 흰옷인데 누가 의심 안 하겠나 / 縞衣素裳誰不疑

간 곳마다 고운 얼굴 물에 먼저 비치기에 / 行處玉貌先照水

먼 데서 바라보고 고기 모두 피해가니 / 魚皆遠望謹避之

온종일 서 있은들 그대 무얼 기대하리 / 子終日立將何待

다리만 시근시근 배는 늘 고프지 / 子脛但酸腸常飢

까마귀 찾아가서 그 옷을 빌어 입고 / 子見烏鬼乞其羽

본색일랑 감춰두고 적당하게 살아가소 / 和光合汙從便宜

그리하면 고기를 산더미같이 잡아 / 然後得魚如陵阜

암컷도 먹이고 새끼들도 먹일거네 / 啗子之雌與子兒

백로가 오징어에게 말하기를 / 白鷺謂烏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마는 / 汝言亦有理

하늘이 나에게 결백함을 주었으며 / 天旣賦予以潔白

자신이 보기에도 더러운 곳 없는 난데 / 予亦自視無塵滓

어찌하여 그 작은 밥통 하나 채우자고 / 豈爲充玆一寸嗉

얼굴과 모양을 그렇게야 바꾸겠나 / 變易形貌乃如是

고기가 오면 먹고 달아나면 쫓지 않고 / 魚來則食去不追

꼿꼿이 서 있으며 천명대로 살 뿐이지 / 我惟直立天命俟

오징어가 화를 내고 먹물을 뿜으면서 / 含墨且嗔

멍청하다 너야말로 굶어죽어 마땅하리 / 愚哉汝鷺當餓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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