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울음소리 13수〔鳥語十三篇〕
어우집 후집 제2권 / 시(詩)○습유록(拾遺錄)
새 울음소리 13수〔鳥語十三篇〕
고지새〔高枝鳥〕
고지새는 높은 가지 깃들려 하지 않고 / 高枝鳥不肯栖高枝
날아와 내 박고지를 먹는데 박고지는 매우 맛이 없도다 / 來食我朴枯脂朴枯脂甚無味
마을 아이가 그물 짜서 울타리 막으니 / 村童結羅遮其籬
고지새는 응당 그물에 걸리고 말겠네 / 高枝鳥應見罹
어찌하여 높은 가지로 힘차게 날아올라 / 何不奮飛上高枝
깊은 수풀 큰 나무로 가질 않느냐 / 大樹深林從所之
호로로피죽새〔胡盧盧稷粥鳥〕
피죽새 피죽피죽 하고 우니 / 稷粥鳥呼稷粥
피죽도 먹을 수 없어서라네 / 稷粥不可食
흰 밥도 누런 기장도 먹을 만한데 / 白飯可餐黃粱可喫
어찌하여 괴롭게도 호로로피죽 하고 우나 / 何爲苦呼胡盧盧稷粥
어리석은 백성 탐욕스러워 백곡을 허비하니 / 愚民饕餮靡百穀
한 사람이 한 끼에 세 사발 네 주발로 배를 채우네 / 一人一飯三盂四碗充其腹
가을과 겨울에 배불리 푸지게 먹어 봄엔 피죽도 부족한지라 / 秋與冬爛熳飽粳稌春來稷粥亦不足
이 때문에 내내 호로로피죽 하고 운다오 / 所以長呼胡盧盧稷粥
부엉이〔鵂鶹鳥〕
부엉이가 봉황봉황 하고 우니 / 鵂鶹聲鳳凰
이름과 실정을 어찌 알 수 있나 / 名實安可詳
어두운 밤에 제 모습을 감추고 / 黑夜藏其形
흉내 내며 조양에서 우는구나 / 倣象鳴朝陽
그 암컷이 가가 하고 웃으니 / 其雌笑呵呵
아녀자들 허둥지둥 달아나네 / 兒女走遑遑
우맹이 손숙오를 흉내 내듯 / 優孟亂叔敖
마을 아낙이 서시 따라 찡그리듯 / 里婦效西子
신망이 주공을 참칭한 꼴이니 / 新莽僭周公
천하에 시비가 어지럽구나 / 天下眩非是
까마귀〔慈烏鳥〕
까마귀 울음소리 곽곽곽곽 / 慈烏鳴槨槨
갈가 올가 하고 울고 또 오르라 하고 우네 / 鳴曷可鳴兀可又鳴烏盧羅
새 한 마리 울음소리 어찌 이리 여러가지인가 / 一鳥聲何多
올라가도 좋고 떠나도 좋고 와도 좋다네 / 上亦好去亦好來亦好
그러나 죽음은 사람들이 꺼리는 바이니 / 死者人所忌
절대 다시 곽곽곽곽 울지 말거라 / 切勿更將槨槨道
제비〔燕燕〕
제비는 무슨 말을 하나 / 燕燕作何辭
아는 것 안다 하고 모르는 것 모른다 하네 / 知知之不知不知之
깃털도 고기도 가죽도 쓸 데 없으니 / 毛不用肉不用皮不用
인가에 둥지 틀어도 어찌 두렵겠는가 / 托巢人家吾何恐
마당에 떨어진 누런 콩 알 하나 삼키니 비리고 달콤하네 / 庭有一粒黃豆落呑之腥且甘
비리고 달콤한데 종일 어찌 그리 재잘대는지 / 腥且甘終日何喃喃
노고지리〔負鍋者〕
아비는 가마솥 어미는 세발솥 지고 / 父負釜母負鼎
누이는 냄비솥 나는 노구솥을 졌네 / 妹負鐺吾負鍋
이고 지고 또 이고 지고 / 負負復負負
세금을 피해 집을 버리고 달아나네 / 逋租去棄家
밭둑에서 힘껏 날아 올라갔다 내려오니 / 决起田間上復下
관리가 잡으러 와도 내 어찌 두려우리 / 官使來捕吾何怕
그대 어찌 날더러 노구솥을 지게 하나 / 君何令我負鍋也
나는 노구솥 지는 것이 즐겁지 않다오 / 吾非樂爲負鍋者
주걱새〔死去鳥〕
주걱새 죽겠다고 우는데 / 死去鳥鳴死去
인간세상 무엇이 괴로워 종일 죽겠다고 울어대나 / 人間有何苦長日號號我死去
요순도 죽고 주공도 공자도 죽었으며 / 堯舜死周孔死
맹분과 하육도 어디로 돌아갔는가 / 孟賁夏育歸何所
한나라 황초평을 보지 못했으며 / 漢不見黃初平
진나라 안기생을 듣지 못했는가 / 晉不聞安期生
어제 몇 천 년 전에 죽은지도 모르겠다는 여동빈의 혼을 만났는지라 / 昨遇人魂稱洞賓云我死去不知幾千春
이 때문에 죽고 죽어 신선이 되려 한다오 / 所以死去死去做仙人
쏙독새〔熟刀鳥〕
쏙독새 / 熟刀鳥
독독독독 / 聲篤篤
칼도 없고 도마도 없는데 / 旣無刀更無机
온종일 독독독독 무를 써네 / 終日篤篤割蘿葍
절집에 손님 와서 밥을 찾으니 / 僧房有客來索飯
도마질 하는 소리 끊이질 않네 / 刀机相薄聲相續
산중의 새가 이를 잘 배워서 / 山中鳥巧能學
이렇게 독독독독 울어댄다오 / 是以鳴篤篤
금천도색조〔衿川都色鳥〕
금천도색조 / 衿川都色鳥
날마다 금천도색 하고 우네 / 日日號衿川都色
꿀을 찾아 울고 또 우는데 / 索蜜號復號
울음소리 끝내 그치지 않네 / 號號終不諾
관가 부역은 어찌 이리 괴롭나 / 官家役何苦
세금 독촉은 풍화처럼 급하네 / 催科風火速
가난한 백성은 세금 낼 물건 없는지라 / 民貧無物應其需
도색이 산에 올라 보니 사람 종적 끊겼네 / 都色登山絶蹤跡
어디에 있나 끊임없이 부르고 또 부르면서 / 號不已號不已在何處
쓰러진 곡식도 바치라니 참으로 추한 말이네 / 倒伏納之眞醜語
꾀꼬리 울음소리〔鸎啼〕
꾀꼬리 울음소리 무엇과 비슷한가 / 鸎啼何所似
고양이 꼬리 희롱한다 연신 말하네 / 連呼猫尾弄
높이 날아 백 척의 나무에 오르니 / 高高飛上百尺樹
고양이 꼬리 희롱한들 어찌 두려우랴 / 猫尾雖弄吾何恐
보리밭에 술 있으니 달려가야 하거늘 / 麥田有酒宜疾驅
주인에게 말을 전해도 듣는지 마는지 / 傳語主人聽不聽
봄 그늘 자욱하고 버들처럼 빽빽한데 / 春陰漠漠柳如織
누가 시켰기에 수컷이 부르고 암컷이 대답하나 / 雄唱雌酬誰汝令
소쩍새〔鼎小〕
솥이 적네 또 솥이 적네 / 鼎小復鼎小
솥이 적으나 어찌 큰 솥 없음을 근심하리 / 鼎小豈憂無大鑊
다만 풍년 들어 곡식 풍족하길 바라노니 / 但願年豊穀有餘
한 솥에 백 번 밥 지어도 나쁘지 않다오 / 一鼎百爨殊不惡
만종 곡식도 내가 밥할 터이니 / 萬鍾吾自營
부디 솥 긁는 소리 내지 말게 / 遮莫呼鼎錚
우아자〔牛兒子〕
푸른 산 속에서 우아자를 부르는데 / 牛兒子呼之靑山裏
산이 깊어 떠난 흔적 희미하구나 / 山深迷去跡
우아자 오지 않았는데 산은 이미 저물어 / 牛兒子不來山已夕
저녁바람 거세고 굶주린 범이 울부짖네 / 夕風怒飢虎吼
찾지 못했다고 / 求之不得
노인에게 어떻게 말하리 / 何以告老人
놀란 혼이 봄날 밤 온 산에서 부르짖노라 / 飛魂夜叫千林春
우아자 여기 있소 여기 있소 여기 있으니 내게 성내지 마오 / 牛兒子在此在此在此莫吾嗔
각각화동〔各各和同〕
각각 화합하시오 각각 화합하시오 / 各各和同各各和同
조정에서 의논하는 공들이여 조정에서 의논하는 공들이여 / 朝議公朝議公
어찌 나라 융성할 때 각각 화합하지 않아 / 國自隆胡爲各各不和同
해동이 전란에 휩싸이게 만들었는가 / 致令風塵昏海東
중흥시킨 관리들에게 말을 전하노니 / 寄語中興諸搢紳
지금 이후로는 각각 화합하시오 / 自今以往宜各各和同
[주-D001] 호로로피죽새 :
직박구리로, 멀건 피죽을 호로록 마시는 소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D002] 봉황봉황 :
부엉이 울음소리 ‘부엉부엉’을 ‘봉황(鳳凰)’이라고 풀이하여 부엉이가 자신을 봉황이라 여긴다고 한 것이다.
[주-D003] 조양(朝陽)에서 우는구나 :
조양은 아침 해가 뜨는 동산이다. 《시경》 〈권아(卷阿)〉에 “봉황(鳳凰)이 우니 저 높은 뫼에서 울도다. 오동나무가 자라니 저 아침 해가 뜨는 동산에서 울도다.[鳳凰鳴矣, 于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 하였다.
[주-D004] 그 …… 웃으니 :
암컷 부엉이의 ‘각각’하는 울음소리가 수컷 부엉이를 비웃는 소리로 표현하였다
[주-D005] 우맹(優孟)이 …… 내듯 :
우맹은 초나라의 악공으로 해학이 넘치고 남의 흉내를 잘 내는 사람이고, 손숙오(孫叔敖)는 초나라 정승으로 장왕(莊王)을 도와 패업을 이루었다. 손숙오가 너무나 청렴했던 터라, 세상을 떠난 뒤에 처자의 생계가 곤란하였다. 이에 우맹이 손숙오 차림을 하고 장왕을 찾아가 깨우쳐 주었다. 《史記 卷126 滑稽列傳》
[주-D006] 마을 …… 찡그리듯 :
월(越)나라 미인 서시(西施)가 속 아픈 병이 있어서 얼굴을 찡그리니 그 찡그리는 것도 어여쁘고 아름다웠다는 고사를 차용하였다.
[주-D007] 신망(新莽)이 주공(周公)을 참칭한 :
신망은 신(新)나라를 세운 왕망(王莽)을 말하는데, 그가 위례(僞禮)를 편찬하여 주공이 지은 《주례(周禮)》를 어지럽힌 일을 말한다.
[주-D008] 올라가도 …… 좋다네 :
까마귀 울음소리 ‘갈가(曷可)’를 ‘갈까’로, ‘올가(兀可)’를 ‘올까’로, ‘오로라(烏盧羅)’를 ‘오를까’로 풀이하여 말한 것이다.
[주-D009] 절대 …… 말거라 :
까마귀 울음소리 ‘깍깍’을 ‘곽곽(槨槨)’이라고 풀이하여 관은 사람이 죽을 때 쓰는 것이니 그런 울음소리를 내지 말라는 말이다.
[주-D010] 아는 …… 하네 :
제비 울음소리 ‘지지배배 지지배배’가 마치 《논어》 〈위정(爲政)〉의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는 구절을 읽는 것처럼 들린다는 말이다.
[주-D011] 이고 …… 지고 :
노고지리의 울음소리 ‘부부부부부’를 이렇게 풀이한 것이다.
[주-D012] 맹분(孟賁)과 하육(夏育) :
모두 전국 시대의 용사(勇士)이다. 맹분은 맨손으로 살아 있는 소의 쇠뿔을 뽑았다고 하며, 하육은 천 균(鈞)의 무게를 들어 올렸다고 한다.
[주-D013] 황초평(黃初平) :
진(晉)나라 갈홍(葛洪)의 《신선전(神仙傳)》에 나오는 전설적인 인물로, 본래 양치기였는데 15세에 광성자(廣成子)에게 도를 배우며 적송산(赤松山)에 은거했다. 득도한 후 적초평(赤初平)으로 이름을 바꾸고, 호를 적송자(赤松子)라고 하였다.
[주-D014] 안기생(安期生) :
전국 시대 제(齊)나라 사람으로 하상장인(河上丈人)에게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의 설을 배우고 세속을 떠나 동해의 해변에서 약을 팔며 살았는데 신선술을 배워 대추만 먹으며 살았다고 한다. 《史記 卷28 封禪書》
[주-D015] 여동빈(呂洞賓) :
당(唐)나라 때의 도사(道士)로, 이름은 암(巖), 호는 순양자(純陽子)이고 자가 동빈이다. 종남산에 은거했다가 신선이 되어 바람 타고 세상을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한다. 《五代詩話 卷9 呂巖》
[주-D016] 금천도색조 …… 않네 :
금천도색조가 어떤 새인지는 미상이나, 세금을 징수하러 다니는 도색(都色)에 비유하여 말한 듯하다. 도색을 세금을 징수하는 아전이다. 꿀을 찾아 끊임없이 다니는 새의 모습을 끊임없이 세금 거두러 다니는 관리의 모습에 비유하였다.
[주-D017] 고양이 꼬리 희롱한다 :
원문의 ‘묘미롱(猫尾弄)’은 꾀꼬리 울음소리 ‘괴꼬롱’을 훈차하고 음차한 것이다. 당시 고양이를 ‘괴’라고 하였다.
[주-D018] 솥 …… 말게 :
‘정쟁(鼎錚)’은 소쩍새 소리인 ‘소댕’을 음차하고 훈차한 것인데, 흉년이 들어 밥 지을 쌀이 없어 솥을 긁는다는 뜻으로 풀이하였다. 소쩍새가 ‘소쩍소쩍’하고 울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들고, ‘소댕소댕’하고 울면 그 해는 흉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으니, 부디 ‘소댕소댕’이라고 울지 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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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