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집 시집 제4권 / 시(詩)○철성록4(鐵城錄四)
쓸모없는 사람〔濩落〕
천지에 쓸모없는 이 일마다 잘못되어 / 濩落乾坤事事非
젊은 날 계획 노년에 어긋났네 / 早年心計暮年違
오래도록 책벌레 의지해 책에 파묻혔고 / 長依老蠹埋黃卷
일찍이 높은 붕새 접해 조정에 있었는데 / 曾接高鵬傍紫微
사방 벽의 매서운 한기가 야윈 몸에 스며들고 / 四壁寒威凌瘦骨
늦가을 서리가 찬 옷에 감도네 / 九秋霜氣繞寒衣
동쪽 숲 외로운 학을 어찌 깨울까 / 東林獨鶴何須警
나그네 꿈 한밤에 결코 돌아오지 않으리 / 客夢中宵斷不歸
[주-D001] 오래도록 …… 파묻혔고 :
독서를 많이 했다는 말이다. 황권(黃卷)은 책을 가리킨다. 옛날에 좀이 슬지 않도록 황벽(黃蘗) 나무의 즙을 짜서 서책에 발랐던 데에서 유래하였다.
[주-D002] 일찍이 …… 있었는데 :
이민구가 조정에서 관직 생활을 했다는 말이다. 고붕(高鵬)은 높이 나는 봉황으로, 임금을 의미한다. 자미(紫微)는 천제좌(天帝座)인 자미성(紫微星)으로, 대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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