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상춘곡(賞春曲) / 정극인(丁克仁)

淸潭 2025. 3. 17. 08:10

상춘곡(賞春曲) / 정극인(丁克仁)

 

불우헌집 제2 / 가곡(歌曲)

상춘곡(賞春曲)

 

홍진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 紅塵에뭇친분네

이 나의 삶이 어떠한가 / 이내生涯엇더

옛사람 풍류를 / 녯사風流

따를까 못 따를까 / 가미

천지간 남자 몸이 / 天地間男子몸이

나만 한 사람 많지마는 / 날만이하건마

산수에 묻혀 있어 / 山林에뭇쳐이셔

지락을 모른단 말인가 / 至樂을것가

몇 칸 초가를 / 數間茅屋을

푸른 시내 앞에 지어 놓고 / 碧溪水앏픠두고

송죽이 우거진 속에 / 松竹鬱鬱裏예

풍월 주인 되었도다 / 風月主人되여셔라

엊그제 겨울 지나 / 엇그제겨을지나

새 봄이 돌아오니 / 새봄이도라오니

복사꽃 살구꽃은 / 桃花杏花

석양 속에 피어 있고 / 夕陽裏예퓌여잇고

푸른 버들 꽃다운 풀은 / 綠楊芳草

가랑비에 푸르도다 / 細雨中에프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 칼로아낸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 붓으로그려낸가

조물주의 신이한 재주가 / 造化神功이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 物物마다헌다

수풀에 우는 새는 / 수풀에우새

봄기운을 이기지 못해 / 春氣내계워

소리마다 아양을 떤다 / 소마다嬌態로다

물아일체이니 / 物我一體어니

흥이야 다르겠느냐 / 興이다소냐

사립문에 걸어 보고 / 柴扉예거러보고

정자에 앉아 보니 / 亭子애안자보니

소요하며 음영하여 / 逍遙吟詠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데 / 山日이寂寂

한가한 속에 진미를 / 閒中眞味

아는 이 없이 혼자로다 / 알니업시호재로다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 이바니웃드라

산수 구경 가자꾸나 / 山水구경가쟈스라

답청은 오늘 하고 / 踏靑으란오

욕기는 내일 하세 / 浴沂란來日

아침에 산나물 캐고 / 에採山

저녁에 낚시질하세 / 나조釣水

막 익은 술을 / 괴여닉은술을

갈건으로 걸러 놓고 / 葛巾으로밧타노코

꽃나무 가지 꺾어 / 곳나모가지것거

잔 수 세며 마시리라 / 수노코먹으리라

봄바람이 얼핏 불어 / 和風이건부러

푸른 물을 건너오니 / 綠水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잔에 지고 / 淸香은잔에지고

붉은 꽃잎은 옷에 진다 / 落紅은옷새진다

술동이 비었거든 / 樽中이뷔엿거

나에게 알리거라 / 날려알외여라

소동 아이에게 / 小童아려

술집에 술을 물어 / 酒家에술을믈어

어른은 막대 집고 / 얼운은막대집고

아이는 술을 메고 / 술을메고

나직이 읊고 천천히 걸어 / 微吟緩步

시냇가에 혼자 앉아 / 시냇의호자안자

명사 좋은 물에 / 明沙조믈에

잔을 씻어 부어 들고 / 잔시어부어들고

맑은 내를 굽어보니 / 淸流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 복사꽃이로다 / 오니桃花ㅣ로다

무릉이 가깝도다 / 武陵이갓갑도다

저 들이 그곳인가 / 져이긘거인고

소나무 사이 작은 길에 / 松間細路에

두견화를 붙들고 / 杜鵑花부치들고

봉우리에 급히 올라 / 峰頭에급피올나

구름 속에 앉아 보니 / 구릅소긔안자보니

수많은 마을들이 / 千村萬落이

곳곳에 벌여 있네 / 곳곳이버러잇

안개에 비친 해는 / 煙霞日輝

비단 수를 펼친 듯이 / 錦繡재폇

엊그제 검은 들이 / 엇그제검은들이

봄빛도 완연하다 / 봄빗도有餘

공명도 날 꺼리고 / 功名도날우고

부귀도 날 꺼리니 / 富貴도날우니

청풍과 명월 외에 / 淸風明月外예

어떤 벗이 있을까 / 엇던벗이잇올고

단표누항에 / 簞瓢陋巷에

허튼 생각 아니 하네 / 흣튼혜음아니

아무튼 한평생 즐거움이 이만한들 어떠하리 /

아모타百年行樂어이만엇지

……………………………………………………

상춘곡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