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신사리부터 10만 패엽경까지
시간과 국경을 넘은 불교문화의 정수

출처 : 밀양시
경남 밀양시 무안면의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장엄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와불(臥佛, 누워 있는 부처님 상)을 품은 불교문화 성지 ‘영산정사’이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와 의승병들의 훈련장이었던 옛 삼적사 터에 세워진 이곳은 단순한 사찰의 개념을 넘어, 세계 각국 불교문화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독특한 공간이다.

출처 : 밀양시
영산정사는 1997년 고불당 경우 스님이 어머니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창건한 사찰로,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와불 조성 사업이 2020년 마침내 완공되며 전 세계 불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와불은 좌대 길이만 120m, 불상 길이 82m, 높이 21m로, 규모만 놓고 보면 현존 세계 최대의 와불이라 할 수 있다.
불상이 누운 모습으로 영산정사를 굽어보는 듯한 형상이며,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금색이 입혀져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감탄을 자아낸다.
사찰 경내에는 이 외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7층 탑 형상의 성보박물관이다.

출처 : 밀양시
이곳은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 세계 불교문화의 집약체라 불릴 만큼 방대한 불교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창건주가 40여 년간 국내는 물론 인도, 미얀마, 스리랑카, 티베트, 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불상과 경전, 유물 등 약 2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성보박물관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 약 100만과가 봉안되어 있으며, 세계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10만 패엽경(貝葉經)’이 소장되어 있다.
이는 팔만대장경의 원본이라 할 수 있는 경전으로, 부처의 가르침이 실제 나뭇잎에 새겨진 귀중한 기록물이다.

출처 : 밀양시
이외에도 고려·조선시대의 불교문서인 ‘밀양 영산정사 고불서’와 경남 유형문화재 제387호인 ‘영산정사 석조여래좌상’ 등이 함께 전시되어 불교사를 깊이 있게 조명할 수 있다.
범종루에는 무게 27톤의 세계 최대 규모 범종이 설치되어 있고, 대웅전 앞마당에는 진신사리를 봉안한 탑이 자리잡고 있다.
경내 곳곳에는 지장전, 관음대불, 십이지신상, 석탑 등 다양한 불교적 상징물과 조형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단순한 관람을 넘어 사색과 평안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 최대 와불’이라는 수식어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영산정사이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세대를 넘고 국경을 넘어 수집된 불교문화의 정수를 한 자리에 모았다는 데 있다.

출처 : 밀양시
역사와 문화, 신앙이 공존하는 이 특별한 공간은 불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여행지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 사찰 인근에는 사명대사 생가지, 영남루, 표충사 등 밀양의 대표 유적들이 위치해 있어 불교문화 탐방과 함께 지역 관광도 연계할 수 있다.
화려한 불탑과 와불상 뒤편으로 펼쳐지는 산자락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오랜 세월이 깃든 불교의 숨결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