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봄을 '가장 짧은 계절'이라 말합니다. 꽃잎이 피고 지는 그 며칠 사이, 우리는 계절의 깊이를 마주하죠.하지만 사찰에서의 봄은 조금 다릅니다. 분홍빛 벚꽃이 흩날리는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세상과 한 발짝 떨어진 듯한 고요함이 찾아옵니다.
2025년 봄, 전국 곳곳에서 벚꽃이 피어나지만, 진정한 봄의 감성을 찾고 있다면 사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대원사, 금곡사, 각원사, 개심사.이 네 곳은 단순한 절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풍경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 한도 초과'의 공간입니다.
대원사 벚꽃축제 약사여래법당 [사진 = 대원사 SNS]
1. 대원사 – 연못과 티벳문화가 있는 5km 벚꽃길
전남 보성 천봉산 중턱에 자리한 대원사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고찰입니다. 30년 전 조성된 5km의 벚꽃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장관을 이룹니다.
이 길의 진가는 산책 중 맞이하는 변화무쌍한 풍경에 있습니다. 봄바람이 일 때마다 벚꽃이 눈송이처럼 쏟아지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곱 개의 테마 연못이 여행자를 맞이합니다.각각의 연못은 사람의 신체나 동물을 상징하는데, 그 이름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수미연지, 관음연지, 천봉영지 등은 단순한 조경을 넘어 불교 철학이 녹아 있는 ‘사색의 정원’이라 불릴 만합니다.
보령 대원사 벚꽃길 [사진 = 대원사 홈페이지]
또한 대원사는 사찰 내에서 보기 드문 티벳 박물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회주 현장스님이 수집한 티벳 예술품들이 전시된 이곳은, 석가모니의 후손이 만든 불상과 보석으로 새긴 불경 등으로 독특한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소: 전남 보성군 문덕면 죽산길 506-8✅문의: 061-853-1755✅주차 및 무장애 시설: 완비
2. 금곡사 – 겹벚꽃 터널 아래에서 ‘인생샷’
전남 강진 금곡사는 봄이 오면 ‘사진 작가들이 몰려드는 절’로 변신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약 19km에 달하는 겹벚꽃 터널 때문입니다. 이 길은 1992년부터 강진군 공무원들이 휴일을 반납해가며 직접 만든 벚꽃길로, 그 사연부터가 특별하죠.
벚꽃잎이 겹겹이 쌓인 이 터널을 걷다 보면, 마치 동화 속 장면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풀로 만든 대롱으로 약수터 물을 마시면 신경통이 낫는다는 전설까지 더해져, 마치 신비한 세계에 온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금곡사 벚꽃길 [사진 = 강진 문화관광 홈페이지 ]
또한 금곡사에는 고려 양식의 삼층석탑(보물 제829호)이 자리해 있습니다. 1985년 복원 중 발견된 석가세존 진신사리 32과는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더합니다.
✅주소: 전남 강진군 군동면 까치내로 261-21✅문의: 061-433-3407✅이용시간: 09:00~18:00
금곡사 벚꽃길 [사진 = 강진 문화관광 홈페이지 ]
3. 각원사 – 청동대불 품은 태조산의 벚꽃 정원
충남 천안 각원사는 ‘웅장함’과 ‘평온함’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1975년 남북통일 기원 사찰로 지어진 이곳은 국내 최대 청동대불(높이 15m, 무게 60톤)이 자리합니다. 봄이 되면 대불 앞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절로 경건함을 자아냅니다.
무엇보다 겹벚꽃, 홀벚꽃, 능수벚꽃이 사찰 전역에 고루 피어나며 그 풍경의 깊이를 더합니다. 진입로에서부터 이어지는 벚꽃길은 단순한 ‘경로’가 아니라, 감정이 차분히 정화되는 여정으로 느껴집니다.
각원사 청청동대좌불 [사진 = 천안시 홈페이지]
사진 속 장면처럼, 벚꽃 아래에서 대불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245✅문의: 041-561-3545✅주차 및 무장애 시설: 완비
각원사 좌불상왕벗 (청청동대좌불)[사진 = 천안시 홈페이지 ]
4. 개심사 – 청벚꽃과 겹벚꽃의 고요한 무대
충남 서산의 개심사는 ‘선경 같은 벚꽃길’로 알려진 사찰입니다. 백제 의자왕 14년에 창건되어 조선 성종 때 중건된 이 사찰은, 건축미를 자랑하는 대웅전(보물 제143호)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개심사의 벚꽃은 화려하기보다 절제된 미감을 자랑합니다. 청벚꽃과 겹벚꽃이 절경을 이루며 사찰로 향하는 길 전체가 벚꽃 터널로 변모합니다. 석가탄신일 무렵이면, 사찰은 마치 속세를 벗어난 비밀 정원처럼 조용한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개심사 [사진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
이곳은 특히 혼자 걷기 좋은 곳입니다. 관광객의 북적임보다는, 고요한 산책과 사색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공간이죠.
✅주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문의: 041-688-2256
개심사 [사진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
봄날, 사찰에서 얻는 것은 단지 풍경이 아닙니다
대원사의 연못과 티벳 박물관, 금곡사의 겹벚꽃 터널, 각원사의 청동대불, 개심사의 선경 같은 고요함. 이 네 곳의 사찰은 단순한 봄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곳입니다.
봄은 짧지만, 이곳들에서 보내는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감정의 풍경으로 남습니다.
올봄, 당신의 감성을 건드릴 벚꽃길은 어디인가요?댓글로 당신이 가고 싶은 사찰을 공유해보세요.지금이 아니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