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집 시집 제9권 / 시
동주집 시집 제9권 / 시(詩)○아성록2(牙城錄二)
학질에 걸리다〔痁作〕
이미 혈기에 구애되었으니 / 旣被榮衛拘
어디로 이 몸 피할까 / 何處逃此身
반드시 이르는 앞날 있을 뿐 / 必至有前期
더했다 덜했다 하며 그치는 날 없구나 / 進退無淹辰
고통 참으며 오늘에 이르니 / 忍痛待今日
온갖 고통 기꺼이 받노라 / 甘受萬苦辛
오한이 처음에 심하더니 / 增寒始陵虐
눈과 얼음이 옷 속에 생긴 듯 춥구나 / 氷雪生衣巾
떨려 부딪치는 이빨 그치지 않고 / 未定齒牙戰
열도 팔팔 끓어 입술이 바짝 마르네 / 熾火又焦脣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반나절 만에 / 孰謂片晌內
오한과 고열이 혹독하게 반복될 줄을 / 二氣酷相因
구천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 飛昇九天上
문득 천 길 물속으로 내려가는 듯 / 忽下千丈淪
모근과 뼈마디가 / 毛根及骨際
쿡쿡 쑤셔 아프지 않은 곳 없어라 / 搜剔靡不臻
피의 근원과 골수의 바다가 / 血源與髓海
팔팔 끓어올라 그 끝까지 다 마르네 / 熬煎涸其津
관절 마디마디가 다 풀려나가고 / 百節解關紐
칠착이 본래 감각 무뎌지네 / 七鑿瞀性眞
혼몽한 상태가 저녁까지 이어지고 / 昏昏逮曛暝
남은 통증이 새벽까지 계속되네 / 餘烈仍徹晨
늙은이에게는 더욱 심하니 / 衰老益煩促
사경 헤매는 신세 피할 수 있으랴 / 敢辭死爲隣
다만 끙끙 앓는 사이에 / 但於叫呼頃
허물어지듯 정신 가물가물 / 崩迫凋精神
천지가 어찌 사람에게 사납게 하랴 / 陰陽寧暴人
소귀가 본래 어질지 않다네 / 小鬼本匪仁
고단한 몸 이미 오래되었으니 / 勞形已云久
목숨을 천지조화에 맡기노라 / 脩短聽大鈞
헛것아 네가 얼마나 되겠느냐 / 侜張汝詎幾
얼른 가서 머뭇거리지 말아라 / 去去莫逡巡
[주-D001] 칠착(七鑿)이 …… 무뎌지네 :
너무 고통스러워서 오감을 잃을 지경이라는 말이다. 칠착은 인간의 감각 기관인 귀, 눈, 입, 코의 일곱 개 구멍을 가리킨다. 《莊子 應帝王》
[주-D002] 소귀(小鬼) :
학질을 가리킨다. 당(唐)나라 현종(玄宗)이 학질에 걸렸을 때, 꿈에서 소귀를 만났다는 고사가 전한다. 《天中記 卷4 立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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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아성록2(牙城錄二)
학질에 걸리다〔痁作〕
이미 혈기에 구애되었으니 / 旣被榮衛拘
어디로 이 몸 피할까 / 何處逃此身
반드시 이르는 앞날 있을 뿐 / 必至有前期
더했다 덜했다 하며 그치는 날 없구나 / 進退無淹辰
고통 참으며 오늘에 이르니 / 忍痛待今日
온갖 고통 기꺼이 받노라 / 甘受萬苦辛
오한이 처음에 심하더니 / 增寒始陵虐
눈과 얼음이 옷 속에 생긴 듯 춥구나 / 氷雪生衣巾
떨려 부딪치는 이빨 그치지 않고 / 未定齒牙戰
열도 팔팔 끓어 입술이 바짝 마르네 / 熾火又焦脣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반나절 만에 / 孰謂片晌內
오한과 고열이 혹독하게 반복될 줄을 / 二氣酷相因
구천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 飛昇九天上
문득 천 길 물속으로 내려가는 듯 / 忽下千丈淪
모근과 뼈마디가 / 毛根及骨際
쿡쿡 쑤셔 아프지 않은 곳 없어라 / 搜剔靡不臻
피의 근원과 골수의 바다가 / 血源與髓海
팔팔 끓어올라 그 끝까지 다 마르네 / 熬煎涸其津
관절 마디마디가 다 풀려나가고 / 百節解關紐
칠착이 본래 감각 무뎌지네 / 七鑿瞀性眞
혼몽한 상태가 저녁까지 이어지고 / 昏昏逮曛暝
남은 통증이 새벽까지 계속되네 / 餘烈仍徹晨
늙은이에게는 더욱 심하니 / 衰老益煩促
사경 헤매는 신세 피할 수 있으랴 / 敢辭死爲隣
다만 끙끙 앓는 사이에 / 但於叫呼頃
허물어지듯 정신 가물가물 / 崩迫凋精神
천지가 어찌 사람에게 사납게 하랴 / 陰陽寧暴人
소귀가 본래 어질지 않다네 / 小鬼本匪仁
고단한 몸 이미 오래되었으니 / 勞形已云久
목숨을 천지조화에 맡기노라 / 脩短聽大鈞
헛것아 네가 얼마나 되겠느냐 / 侜張汝詎幾
얼른 가서 머뭇거리지 말아라 / 去去莫逡巡
[주-D001] 칠착(七鑿)이 …… 무뎌지네 :
너무 고통스러워서 오감을 잃을 지경이라는 말이다. 칠착은 인간의 감각 기관인 귀, 눈, 입, 코의 일곱 개 구멍을 가리킨다. 《莊子 應帝王》
[주-D002] 소귀(小鬼) :
학질을 가리킨다. 당(唐)나라 현종(玄宗)이 학질에 걸렸을 때, 꿈에서 소귀를 만났다는 고사가 전한다. 《天中記 卷4 立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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