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器銘(기명)/虛白堂 成俔

淸潭 2019. 3. 16. 17:09

 


器銘(기명)


허백당문집제12

虛白堂 成俔(성현)

(1439~1504)


 출판 인쇄소

 

1. 거울

能燭萬物,物無遁形.

鑑人之貌,姸蚩自生.

心之淑慝,曷維辨明.

능히 만물을 비추어 내니,

어느 물건이고 모습을 숨길 수 없다.

사람의 모습을 비추어 보면,

고움과 추함이 절로 드러난다.

마음속의 선과 악을,

어떻게 하면 분명히 가려낼까?

 

2.

芒之不鈍,能尋肯?.

鋒之所向,獰物自屛.

如何姦諛,尙保首領.

칼날 끝이 둔하지 않으니

능히 급소를 찌를 수 있다.

칼끝이 향하는 곳에

흉물들은 절로 자취를 감춘다.

어찌하여 간신배와 아첨꾼들

아직도 머리를 보전하고 있는가.

 

*긍경(肯?) : 뼈와 근육이 한데 엉켜서 칼을 대기가 어려운 부위이다.

 

3. 베개

警我之心,看書做工.

安我之身,鼻息??.

匪隨蝴蝶,要見周公.

나의 마음을 경책하니

책을 보고 공부를 한다.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니

잘 땐 코 골고 멍청히 잠을 잔다.

호접을 따르지는 않고

주공을 뵙고 싶다.

 

4. 지팡이

精神賴爾而爽,

筋骨賴爾而蘇.

彼民之顚?,

國之?捏.

將胡以扶,

정신이 네 덕분에 맑아지고

근골이 네 덕분에 소생한다.

저 쓰러진 백성들

위태로운 나라는

장차 누가 부축할까?

 

*올날(?捏) : 위태롭다는 뜻. 서경》 〈주서(周書) 진서(秦誓)의 끝에 진나라 목공(穆公)이 건숙(蹇叔)의 말을 따르지 않고 다른 신하의 말을 듣고서 정()나라를 쳤다가 패배하고 난 뒤 뉘우치기를 나라가 위태로운 것도 한 사람 때문이며, 나라가 영화롭고 편안한 것도 한 사람의 좋은 행실 때문이다.邦之??, 曰由一人, 邦之榮懷, 亦尙一人之慶.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5.

髮如飛蓬,理而疏之.

頭之有垢,剔而祛之.

心之憂亂,不能解之.

흩날리는 쑥대 같은 머리카락

곱게 빗어 가지런하게 한다.

머리에 때가 끼면

긁어내 떼어 내지만

마음의 근심과 번민은

풀 수가 없다.

 

6. 신발?

權門如火,蹈之則熱.

宦道如海,履之則沒.

惟德惟義,愼勿顚越.

권세의 문은 불과 같아

밟으면 뜨겁고

벼슬길은 바다와 같아

뛰어들면 빠지나니

오직 덕과 의로 나아갈 뿐

부디 덤벙대지 말라.

 

7.

造律而允協長短,

度物而不失毫釐.

能以此而度民,

民不能欺.

율관을 만들어 길이를 맞게 하니

물건을 재어 조금도 오차가 나지 않네

이 자로 백성들을 헤아리면

백성들이 속일 수 없으리라.

 

*律管(율관) : 황종척(黃鐘尺)1425(세종7)에 박연(朴堧)이 황해도 해주산 기장 중 중간치를 골라 100알을 나란히 배열하여 그 길이를 1척으로 한 자이다. 기장 한 알의 길이를 1()으로 하고 10알을 배열한 것을 1()으로 하였다. 참고로 황종의 길이는 9촌이다. 이 황종척 1척의 길이를 현대의 도량형으로 환산하면 34.1584cm이다. 국악의 기본음인 황종음을 낼 수 있는 황종 율관(律管)의 길이를 결정하는 데 쓰인 황종척은 세종 이후 기준척이 되었다. 大典會通 吏典 度量衡

 

8.

累一黍,而萬鍾之所由始.

增一分,而萬姓之所由?.

惟愼圭撮,勿與民爭利.

기장 한 알을 더 보태어

만종록이 여기서 비롯되고

돈 한 푼을 더 주어

만백성이 이 때문에 수고롭다.

아주 작은 것을 신중히 하여,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말라.

 

*만종록(萬鍾祿) : 만종록은 아주 많은 녹봉인데, 춘추 시대 제나라의 단위로는 1()6() 4()에 해당한다.

*규촬(圭撮) : 양을 재는 아주 작은 단위이다. 한서(漢書)의 안사고(顔師古) 주에 의하면, 기장 64알이 1()이고 4규가 1()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아주 작은 양을 말한다.

 

9. 화로

勢之來則爭趨,

勢之去則不顧.

人之蟻慕羊?者,

曾不知寤.

권세를 얻으면 다투어 따르고

권세를 잃으면 돌아보지도 않는다.

개미가 양고기의 누린내를 사모하는 듯한 사람들,

깨어날 줄을 알지 못한다.

 

*개미~ : 권세를 좇는 사람의 속성을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장자》 〈서무귀(徐无鬼)몸을 움츠려 뻗어 나가는 기상이 없는 사람은 순 임금과 같은 사람이다. 양고기는 개미를 사모하지 않는데 개미는 양고기를 사모하니, 이는 양고기가 누린내를 풍기기 때문이다.卷婁者, 舜也. 羊肉不慕蟻, 蟻慕羊肉, 羊肉?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0.

上可以薦王公之羞,

下可以救民生之急.

苟或折其足,

而覆其?,

其何能立.

위로는 왕공의 진수를 올릴 수 있고,

아래로는 다급한 민생을 구할 수도 있다.

만일 그 발을 부러뜨려,

솥 안의 음식을 뒤엎는다면,

그 어찌 세울 수 있으리오.

 

*覆其?(복기속) : 주역》 〈정괘(鼎卦) 구사(九四)솥이 발을 부러뜨려 공상(公上)에게 바칠 음식을 뒤엎었으니, 그 얼굴이 무안하여 붉어지는지라, 흉하다.鼎折足, 覆公?, 其形渥, .라는 표현을 활용한 것이다. 구사효는 대신의 지위인데, 대신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을 등용하지 못하여 천하의 일을 망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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