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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月七夕에 읊는 詩와 노래
十二月詞 七月七夕(십이월사 칠월칠석)
金三宜堂(김삼의당, 조선)
金井梧桐一葉秋 (금정오동일엽추) 우물가 오동나무잎 지는 가을 水晶簾外碧波流 (수정염외벽파류) 수정발 밖으로는 푸른 물결 흐르누나. 天上相逢今夜半 (천상상봉금야반) 하늘에선 오늘 밤에 견우직녀 만나는데 玉窓何事獨深愁 (옥창하사독심수) 나는 어찌 이 옥창가에서 홀로 깊은 시름하는가?
七夕偶書(칠석우서) / 칠석 날에 우연히 적다
權擘(권벽, 조선)
浮世紛紛樂與悲(부세분분락여비) 기쁨과 슬픔으로 허망한 세상살이 분분하고 人生聚散動相隨(인생취산동상수) 만나고 헤어짐은 인생길을 따르는구나. 莫言天上渾無事(막언천상혼무사) 천상에는 아무런 일 없다고 말하지 말게나, 會合俄時又別離(회합아시우별리) 만남의 기쁨은 잠깐일뿐 또 다시 이별인것을,,.
칠석기경지(七夕寄敬之) / 칠석을 맞아 경지에게 보냄
李集(이집, 조선)
年年歲歲一回歸(연년세세일회귀) 해마다 해마다 세월은 한 번씩 돌아와 天上神仙會有期(천상신선회유기) 천상의 신선도 만날 기약 있는데 人世何爲離別足(인세하위이별족) 어찌하여 속세의 인간만 이별에 족해야 하는가, 西風又動碧梧枝(서풍우동벽오지) 서풍에 푸른 오동나무 잎만 흔들리네.
七夕(칠석)
李賀(이하, 唐)
別浦今朝暗(별포금조암) 이별의 나루터는 아침부터 어둠에 잠겼는데 羅?午夜愁(라유오야수) 깊은 밤 비단 휘장엔 깊은 수심 드리웠네. 鵲辭穿線月(작사천선월) 까마귀도 실 꿰인 달(칠석날의 달)을 떠나가고 螢入曝衣樓(영입폭의루) 반디불이는 옷 말리는 누대로 날아드네.
天上分金鏡(천상분금경) 하늘에서는 금 거울 나누며 헤어졌다가 人間望玉鉤(인간망옥구) 인간 세상에서는 옥고리 마추며 다시 만나길 바라지만, 錢塘蘇小小(전당소소소) 님 보내는 전당의 소소소(南齊 때의 기생, 여기서는 직녀)는 更値一年秋(갱치일년추) 또 다시 일년의 긴 세월 기다려야 하누나.
牽牛織女(견우직녀)
杜甫(두보, 唐)
牽牛出河西(견우출하서) 견우성 은하수 서쪽에 뜨고 織女處其東(직녀처기동) 직녀성은 그 동쪽에 자리하는구나. 萬古永相望(만고영상망) 만고의 긴 세월 영원히 서로 바라보다 七夕誰見同(칠석수견동) 칠석날 만나는 것을 누가 보았는가.
神光竟難候(신광경난후) 신비한 빛은 알기조차 어려우니 此事終朦朧(차사종몽롱) 이 일은 종내 몽롱하기만 하여라 颯然積靈合(삽연적령합) 삽연하고도 신령한 기운 쌓여 何必秋遂通(하필추수통) 우찌 이 가을에야 서로 만나는지?
亭亭新粧立(정정신장입) 정정하게 새로 단장한 채로 서니 龍駕具層空(용가구층공) 화려한 수레가 하늘에 갖춰있구나 世人亦爲爾(세인역위이) 세상 사람들 마저도 직녀를 위하여 祈請走兒童(기청주아동) 빌고 구하느라 아이들만 분주게 하네.
稱家隨豊儉(칭가수풍검) 집은 부가 따르기도 하고 가난도 따르는데 白屋達公宮(백옥달공궁) 가난한 초가집이 임금의 궁궐까지 이르고, 膳夫翼堂殿(선부익당전) 선부 익당전에서는 鳴玉凄房?(명옥처방롱) 차가운 방에 옥패물 소리만 울리네.
曝衣遍天下(폭의편천하) 옷 말리는 일은 천하에 두루 이어지고, 曳月揚微風(예월양미풍) 하늘에 뜬 달 품으려 산들바람은 하늘로 향하네. 蛛絲小人態(주사소인태) 거미줄은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양처럼 曲綴瓜果中(곡철과과중) 오이와 과일에 꼬불꼬불 얽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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昨時新年今時夏 (작시신년금시하), 年年日月如流水 (연연일월여유수) 라고..... “어제가 새해인가 했더니 오늘이 벌써 한 여름, 시간과 역사를 머금은 세월은 마치 유수와 같이 흘러가노니,,,,,”
벌써 節氣상으로는 오는 8일이 가을의 길목인 立秋입니다. 금년은 이 입추를 이틀 앞둔 6일이 음력 七月七夕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七夕을 설과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중 하나로 지켰습니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이날은 절기상 여름철 바쁜 농사일을 어느 정도 끝내고 가을을 기다리는 시기로, 호미 ‘서(鋤)’자를 써서 ‘세서절 (洗鋤節) 즉 호미를 씻는 날’로도 불렀답니다.
호미를 들고 일하던 머슴들이 ‘호미를 씻고, 일을 끝냈다’ 는 뜻이지요. 이 칠석날이 지나야 땅에서 자라는 농작물들 즉, 벼는 이삭을 맺고, 모든 과일은 그 특유의 맛을 머금고 익기 시작하는 절기이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칠석(七夕)은 농사일에 여념이 없던 하인들에게는 반가운 날이었겠지요,
특히 이 날은 1년 동안 서로 떨어져 있던 牽牛(견우)와 織女(직녀)가 만난다는 전설이 사랑에 가슴 앓이 하는 뭇 남녀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牽牛는 남자로서 소를 몰고 하던 농사일을 상징하고, 織女는 여인으로서 베짜는 일을 하는 고대 농경사회의 풍속을 배경으로, 가마귀떼가 놓아주는 烏鵲橋를 건너 서로 그리던 임을 만나 1년 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고, 다시 헤어진다는 애틋한 사랑의 전설에 설레는 날이지만, 오늘날은 아마 언제 지나가는지 조차 기억하는 분들이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칠석은 특별한 날로 기억됩니다. 저의 스승이신 조부님의 忌日이 이 날인지라, 삼십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저 이국땅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이르기 까지, 철든 이래 매년 이 날을 잊은 적은 한 번도 없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칠석날에 한줄기 소나기라도 비가 오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던 신기에 가까운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이번 칠석에도 비가 내리리라는 예보이니, 지켜 볼일입니다.
중국의 漢나라 때인 1~2세기 경부터 전해지는 고래의 전설처럼, 칠석 전에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나기 위해 타고 갈 수레 준비를 하느라고 먼지 묻은 수레를 씻기 때문이라고 하여, 이 비를 '수레 씻는 비' 즉 '세차우(洗車雨)‘라고 하고, 칠석 당일날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여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하며, 칠석 이튿날 새벽에 비가 내리면 이별의 슬픈 눈물이라하여, 이 비를 '쇄루우(灑淚雨)'라고도 했지요.
일설에는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속세의 인간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하여 비를 내린다는 이야기도 재미있기는 합니다.
견우와 직녀 별의 천문학상 명칭은 견우성(牽牛星)이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ltair), 직녀성(織女星)이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라는 별입니다. 그런데 이 두 별은 태양 황도상의 운행 때문에 가을 초저녁에는 서쪽 하늘에 보이다가, 겨울에는 태양과 함께 낮에 떠 있고, 봄 초저녁에는 동쪽 하늘에 나타나며, 더디어 여름 七夕 때면 천정 부근에서 보이게 되므로, 망원경이 없었던 옛날에는 마치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착시 현상이 들만도 하지요. <여름별자리 관찰의 기준이 되는 대 삼각형 별자리는, 백조자리의 데네브(Deneb), 거문고자리의 직녀성(Vega), 독수리자리 견우성(Altair)을 연결한 것을 말하며, 맑은 여름 밤 시골에서는 대삼각형 별자리를 자세히 보면 직녀성인 베가와 견우성인 알타이르 사이로 은하수가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오염된 서울하늘은 어림없지만,,,>
최남선은 ‘조선상식(朝鮮常識)’에서 밤하늘을 관측한 고대인들은 주(周)나라 이전부터 음력 7월 7일이면 견우성과 직녀성이 일 년에 한 차례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서 견우와 직녀 전설이 유래한답니다. 견우성과 직녀성이 근접하는 천문학적 현상이 사랑 이야기로 발전한 것은 1, 2세기 중국 한나라 때이고, 6세기경에 이 전설이 완성되며, 10세기 송나라 때부터 중요한 명절로 자리 잡는데, 우리나라에도 5세기 초인 408년에 축조된 평양 근교에 있는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에 이미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이렇게 신기하게도, 아름답게 그려놓고 있습니다. 무려 1,600년 전에 말이지요,,,
그 뒤 은하수를 형상화한 것임이 분명한 굽이치는 강물 그림이 있고, 그 너머에 고운 직녀가 재회 후, 견우를 다시 보내는 모습이 있는데, 이들 두 인물 옆에 각각 '견우지상'(牽牛之象)과 '직녀지상'(織女之象)이라는 묵글씨가 붉은 박스안에 적혀 있는것이 보이지요...>
또 《사민월령四民月令》에 기록된 칠월 칠석에는 경서(책)와 의복을 햇볕에 말린다고 한 배경을 이해하면 당나라 시인인 李賀와 杜甫의 시를 읽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칠석이면 안동의 저희 본가 할머니께서 어머니를 대동하고 장독대에다 정화수를 떠놓고 밀전병을 부치고 덜 익은 햇과일과 백설기를 진설하고 칠석제를 올리기도 했는데, 가족과 집안의 평안을 빈 것이지요. 이 날의 제사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으로 인하여 생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오로지 생산을 담당하는 여인들만이 제주로 참여하여 드렸고, 과일은 오직 가지나 오이, 호박 같은 특별한 제물을 드린걸로 기억됩니다.
2011년 七夕을 맞으면서, 견우와 직녀가 오매불망 미치도록 그리워하다 마침내 한해 한번은 환희속에 만날 수 있었던 천상의 사랑처럼, 인간 속세에 사는 張三李四 가운데 한 사람인 필부의 사랑도 年年一到過河來(연연일도과하래)라고,,,, 일년에 한 번쯤은 은하를 건너서 꼭 찾아오기를 칠석 前夜에 견우성과 직녀성 앞에서 소원해봅니다.
김소월님 시에 황옥곤님이 곡을 붙이고, 노찾사의 일원인 조경옥님이 부른 노래 <비단안개>를 읊조리면서,,,, Link: Utube => http://www.youtube.com/watch?v=YIKQo-0uW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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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들이 비단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안개 둘리울 때, 그땐 홀 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맛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아지 못할 무~엇에 취(醉)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안개 둘리울 때, 그땐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 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땐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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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안개 해설]
◎ 눈: 새싹 ◎ 홀목숨 : '혼자 사는 목숨'을 줄인 말로, '혼자 사는 사람' ◎ 당치맛귀 : 당(唐)치마의 귀. 당(唐)옷이나 당의(唐衣)는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옷으로, 조선시대 여자들이 저고리 위에 덧입었던 예복의 하나인데, 일명 당저고리라고도 함. 당치맛귀는 당치마의 끝자락에 덧붙인 긴 헝겊조각.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 울 때'(1행)는 나뭇가지에 움트는 새싹이 비단결 같은 안개에 감싸이던 때로써, 봄의 전령 종달새가 치솟아 오르는, 첫봄의 어느 한 때이며, 임과 만나서 울던 때도(1연), 그리움에 미칠거 같아 몸서리치던 때도(1연), 임과 첫사랑을 나누던 때도(4연), 임과 영 이별을 하던 때도(4연), 바로 그런 봄날의 아련한 분위기속에 이루어진 것임을 추억하고, 봄날의 잊지 못할 임과의 사랑과 이별을 안타까워하는 心을 담고 있으며, 비단안개처럼 감미롭기도하고, 처연하기도 한 詩요, 노래입니다.
" 소월 시에 가장 많이 쓰인 낱말은 임과 집과 길이다. 임없음과 집없음과 길 막혔음을 그는 지칠 줄 모르고 노래했다. 임과 집과 길에 대한 낭만적 동경, 그리고 그 그리움의 좌절이 소월시의 줏대되는 가락이다. 많은 애송시편속에서 드러나 있듯이 소월의 임은 어디까지나 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 ( 유종호의 해설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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