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18살에 하립에게 시집간 김삼의당(金三宜堂)

淸潭 2018. 2. 19. 10:30

18살에 하립에게 시집간 김삼의당(金三宜堂)

첫날밤 하립이 시 한 자락 읊는다.

 

相逢俱是廣寒仙(상봉구시광한선만나고 보니 우리는 광한전 신선이었던 몸

今夜分明續舊緣(금야분명속구연) 오늘밤은 분명 그 옛 인연을 이음이로다

配合元來天所定(배합원래천소정배필이란 원래 하늘이 정한 바이거늘

世間媒妁總紛然(세간매작총분연세간의 중매장이야 공연히 수고로웠네

 

이에 삼의당이 낭군의 운을 빌어(借韻 둘째 구 끝자 과 네째 구 끝자 ) 화답한다.

 

十八仙郞十八仙(십팔선랑십팔선열여덟 신선 낭군 열여덟 신선 낭자 

洞房華燭好因緣(동방화촉호인연신혼의 화촉 밝히니 좋은 인연이네 

生同年同月居同(생동년동월거동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동네 살았으니  

此夜相逢豈偶然(차야상봉기우연이 밤의 만남이 어찌 우연이리오

 

이들의 금슬은 매우 각별했다는데 서로 주고 받은 시 한 자락 더 소개한다. 먼저 남편 하립이,

 

三更明月仲春花(삼경명월중춘화삼경 깊은 밤 밝은 달 꽃 같구나

花正華時月色加(화정화시월색가꽃이 참으로 빛날  때 달빛까지 보태네

隨月看花人又至(수월간화인우지달 따라 꽃 구경하는데 님도 오니

無雙光景在吾家(무쌍광경재고가둘도 없는 광경이 내 집 안에 있네 

 

이에 아내 삼의당이 낭군의 운을 빌어(둘째 구 끝자 와 넷째구의 ) 응수한다.

 

滿天明月滿園花(만천명월만원화하늘엔 달 가득 정원에 꽃 가득

花影相添月影加(화영상첨월영가꽃 그림자 겹친 데 달 그림자 더하네

如月如花人對坐(여월여화인대좌달 같고 꽃 같은 님과 마주 앉으니

世間榮辱屬誰家(세간영욕속수가세상 영욕이 뉘집에 있으리요

 

삼의당(三宜堂)이란 당호(堂號) 하립이 그 부인이 거처하는 방의 벽에 글씨와 그림을 붙이고 뜰에는 꽃을 심어 3가지가 마땅한 집이라는 뜻으로 지어 주었다고 한다(조선 시대에는 양반이라도 여성들에게 이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詩畵에 뛰어난 재주를 지녔던 율곡의 어머니 조차도 이름이 없이 사임당(師任堂)이란 당호만 있다.)

 

남편은 과거에 번번이 낙방하고

 

廾七佳人廾七郞(공칠가인공칠랑스물일곱 살의 아내와 낭군

幾年長事別離場(기년장사별리장몇 년이나 긴긴 이별 했었던가요

今春又向長安去(금춘우양장안거금년 봄 한양에 또 가셔야 하니

雙鬂猶添淚兩行(쌍빈유첨루량행두 빰에 흐르는 눈물 금할 길이 없네.

 

志士當年不顧家(지사당년불고가뜻을 세운 선비 당시엔 집안 돌보지 않았고

席門多有建高牙(석문다유건고아가난한 집에서도 위대한 인재 많아라.

臨分誦道前人事(림분송도전인사이별을 앞두고 옛 일 말씀드리나니

晝錦何時鄕里夸(주금하시향리과금의환향 언제나 고향 마을 빛내실까

 

(중략)

楊柳千絲拂地輕(양류천사불지경버들은 실처럼 늘어져 땅을 가볍게 스치고

錦蠻黃鳥兩三聲(금만황조양삼성비단 같은 꾀꼬리 두세 마리 지저귀네.

今年又作昔年別(금년우작석년별금년에도 작년처럼 이별을 하게 되니

何日將回此日行(하일장회차일행언제 오시려고 이 길을 떠나시나요

 

吾所贈言皆血焑(오소증언개혈곤제가 지금 드리는 말씀 저린 부탁이오니

子如怠業豈人情(자여태업기인정공부를 게을리 하시면 어찌 인정 있다 하오리까

古之格語能知否(고지격어능지부) (다음과 같은) 옛날의 격언을 님도 잘 아실터

有志者皆事竟成(유지자개사경성뜻이 있는 자 모든 일을 결국 성취했다는 것을.

 

한양으로 과거보러 떠나는 낭군에게 드리는 글(贈上京夫子)의 일부이다. 이미 십년 가까이 과거시험에 도전해 보았지만 이런 글을 받아들고 하립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아니 오히려 주눅이 들어 가진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글,문학 > 漢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허선사 임종게  (0) 2018.02.25
풍경소리 / 천동여정   (0) 2018.02.24
[스크랩] 한시 - 산길을 가며 /송익필(宋翼弼)  (0) 2018.02.18
산산수수(山山水水)  (0) 2018.02.04
산만 남을 때까지   (0) 2018.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