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봄비 /허난설헌(許蘭雪軒)|

淸潭 2017. 4. 1. 10:12

한시의 산책




          - 봄비
          - 허난설헌(許蘭雪軒),春雨 春雨暗西池 輕寒襲羅幕 춘우암서지 경한습라막 愁倚小屛風 墻頭杏花落 수의소병풍 장두행화락 봄비가 서쪽 지당에 남몰래 내리니 가벼운 추위 비단장막 속으로 엄습하네 시름에 겨워 자그마한 병풍에 몸을 기대건만 담머리에는 어느새 살구꽃만 지네 * 저만치 뜨락 서쪽에 있는 연못에서 들려오는 소리 수면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보슬비 내리고 있네 비단 장막 쳐 있어도 느껴지는 한기.. 자그마한 병풍에나마 몸을 기대고 수심을 억누르는 여인의 마음 보슬비에 떨어지는 꽃잎 그 꽃잎은 여인의 희망이 아니었을까 그 희망은 올 봄에도 지난 해 봄에도 접어야 했던 여인의 희망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여인에게 들려 주고 싶은 말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꽃 대궁에 살구 열매가 자라난다는 것을.. 창문을 내다 본다. 보슬비가 오고 있다. 봄과 여름 사이의 짧은 날을 찰나의 계절이라 했던가? 시름시름 내리는 봄비에 산에도 못가고 하나 둘 , 셋 넷 .. 손가락으로 빗줄기 세고 있다. *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 본명 초희(楚姬). 난설헌은 호. 별호는 경번(景樊). 본관 양천(陽川). 허균(許筠)의 누이로 이달(李達)에게 시를 배워 천재적인 시재를 발휘했으나 27세로 요절했다. 남편 김성립(金誠立)과는 금슬이 좋지 못했다. 작품으로 유선시(遊仙詩) 등 142수와 가사작품으로 규원가(閨怨歌), 봉선화가 등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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