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봄 마음 / 이달(李達),

淸潭 2017. 3. 27. 10:33

한시의 산책




          - 봄 마음
          - 이달(李達),呼韻 -운자를 부르기에 曲欄晴日坐多時 閉却重門不賦詩 곡란청일좌다시 폐각중문불부시 墻角小梅風落盡 春心移上杏花枝 장각소매풍락진 춘심이상행화지 날이 맑아 굽은 난간에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서 겹문까지 닫아 걸고 시도 짓지 않았네 담 모롱이 작은 매화가 바람에 다 떨어지니 봄빛이 살구꽃 가지 위로 옮겨 가는구나. ♧ 이른 봄, 아직 그늘엔 잔설이 남았는데 매화가 나무 가득 꽃을 피웠다. 흐믓함도 잠시, 시샘하는 봄바람에 한 잎 두 잎 꽃잎이 흩지다가 어느새 매화는 다 지고 없다. 서운한 눈길을 둘 데 없더니, 이번엔 마당 저편에서 살구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전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살구나무가 갑자기 어여쁘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라지만 정작 변덕스러운 것은 내 마음이다. 이달(李達)이 허봉(許?)의 집에 놀러갔을 때, 아우인 허균(許筠)이 왔다가 이달의 꾀죄죄한 행색을 보고 업신여기는 빛이 있었다. 허봉이 운(韻)자를 부르자 즉석에서 대답해 부른 시(詩)다. 허균이 이 시를 보고 낯빛을 바꾸고 무릎 꿇고 사죄했다. 허균은 이후 그를 시 스승으로 섬겼다. 시 한 수가 오만한 마음을 싹 씻어가 버렸던 모양이다. * 이달(李達,1539(중종 34)∼1612(광해군4): 조선 중기의 시인(詩人), 자 익지(益之). 호 손곡(蓀谷) 본관은 신평(新平)이다. 제자인 허균(許筠)이 그의 전기 <손곡산인전 蓀谷山人傳>을 지으면서 "손곡산인 이달의 자는 익지이니, 쌍매당(雙梅堂) 이첨(李詹)의 후손이다."라고 밝혀 신평이씨(新平李氏)인 것이 확인되었지만, 서얼(庶孼)이어서 더 이상의 가계는 확실하지 않다. 원주 손곡(蓀谷)에 묻혀 살았기에 호를 손곡이라고 하였다. 박순(朴淳)의 문인. 동문인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과 함께 삼당 시인(三唐詩人)으로 불리었으며, 허난설헌(蘭雪軒)과 허균(筠)은 그의 시 제자였다. 저서에 <손곡시집(蓀谷詩集)>이 있다. * 서얼(庶孼): 첩(妾)의 자식인 서자(庶子)와 얼자(孼子)를 말한다. 첩의 신분이 양인(良人)이면 서자(庶子)가 되고, 첩의 신분이 천인(賤人)이면 얼자(孼子)가 된다. 서얼 출신은 과거에 응시(科擧應試)도 할 수 없었다. 문중 제사에는 참여 하되 방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마당에서 절을 올렸다고 한다. 서얼의 신분을 숨기고 양반가의 자녀와 혼인한 것이 밝혀지면 양반을 기만했다는 죄목으로 죽임을 당하기도 했으니, 조선조의 신분제도가 얼마나 엄격했는지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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