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수기부시(羞妓赋詩)

淸潭 2016. 11. 16. 10:56

수기부시(羞妓赋詩)

기녀에게 수치심을 느껴 시를 짓다.

 


여씨 성을 가진 한 선비가 배를 타고 노는데, 백마강 중류에 이르자, 여러 기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름답도다, 산하여! 이 곳은 동국의 승지인데 바위 이름을 낙화암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 기생이 대답하였다.

"소인이 듣기로는 백제 의자왕이 날마다 궁녀와 더불어 질펀하게 놀다가 당나라 군사가 들어와 포위하니 궁녀들이 모두 달아나다, 이 바위에 올라 몸을 던져 물에 떨어져 죽었는지라, 낙화암이라 불렀다 하옵니다.

나리께서는 어찌 그것도 모르십니까?"

여씨가 말했다.

"사서삼경은 익히 외우는 바이고 사략과 통감 또한 모두 다 섭렵했지만 동국의 역사는 자세히 보지 못하였느니라."

기녀가 말했다.

"일찍이 이곳에서 노닐었던 별성들을 보면 모두 옛날의 자취에 감동하여 시를 지었는데, 오늘의 자리에서만 한 수의 시도 짓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여는 시를 지을 줄 몰랐지만 기녀에게 업신여김 당하는 것이 싫어 반 나절 동

안 수염을 비비꼬다가 간신히 몸을 고추세우고 무릎을 치면서 낭랑한 목소리로 시 한 수를 읊었다.



옛날의 유지를 생각하니

음탕함 때문에 나라는 비록 망하였어도 

강산이 이처럼 좋으니

의자왕에게는 죄 없도다.


이 시의 뜻은 대략, 옛 백제왕이 놀던 땅을 생각해보니, 음탕함 때문에 나라는 비록 멸망하였어도 강산이 이처럼 좋으니 의자왕의 유련은 진실로 죄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듣는 자들은 모두 배를 움켜잡고 웃는다.


혹자가 말했다.

"사람에게 재주가 있고 없고는 흔한 일이나, 재능이 있어도 없는듯 하는 것은 좋으나, 재능도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기녀에게 수치심을 느껴, 가당치도 않은 망녕된 시를 지었다가 비웃음을 당했으니 마땅하다 할 것이다."


*유련(流連)---노는데 팔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잊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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