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가을 생각

淸潭 2019. 11. 25. 11:12
    한시의 산책

        - 가을 생각
        - 차천로(車天輅),秋懷 春山非必勝秋山 擺落生成覺未閒 춘산비필승추산 파락생성각미한 舊綠如曾留木末 新紅安可着枝間 구록여증류목말 신홍안가착지간 봄 산이 가을 산보다 꼭 낫지는 않으니 떨어지고 돋아나고 한가한 때 없겠네 묵은 잎이 여태도 나무 끝에 달렸다면 새 꽃잎 어이하여 가지 사이 피겠나 * 연초록으로 물오르는 봄 산과 잎 다져 텅 빈 가을 산, 어느 것이 더 나은가? 봄 산은 설렘이 있고 가을 산은 조촐해서 좋다. 하지만 가만 보면 산은 어느 한 순간도 한가할 때가 없다. 찬 바람에 잎을 다 떨구고도 씨눈을 아껴 새 봄의 꽃과 새잎들을 준비한다. 묵은 것을 미련 없이 버릴 줄 안다. 쥐고 안 놓으려고 아등바등 하지 않는다. 인간은 하나라도 더 쥐려고 발버둥치다 결국은 다 잃고 만다. 비워야 차고, 버려야 얻는 이치를 모른다. 공자(孔子)께서 주나라 왕실의 사당을 구경하는데, 약간 기울어진 그릇이 있었다. 공자께서 사당을 지키는 자에게 물으셨다. "이것은 무슨 그릇인가?" 대답했다. "대개 좌우에 두는 그릇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들으니 좌우에 두는 그릇은 차면 엎어지고, 비면 기울며, 알맞으면 바로 선다고 하던데, 정말 그러한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공자께서 자로(子路)를 시켜 물을 가져다가 시험해 보았다. 가득차면 엎어지고, 알맞으면 바로 서며, 비우자 기울었다. 공자께서 길게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아아! 어찌 가득 차고서도 엎어지지 않는 것이 있겠느냐?" 자로가 말했다. "감히 여쭙니다. 가득 참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는지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가득참을 유지하는 방법은 붙잡고 덜어내는 것이니라." 자로가 말했다. "덜어내는 방법은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위가 높아도 낮출 줄 알고, 가득 차도 비울 줄 알며, 부유해도 검소할 줄 알고, 귀해져도 굽힐 줄 알며, 지혜로워도 멍청한 척 할 줄 알고, 용감해도 비겁할 줄 알며, 말 잘해도 어눌한 듯하고, 해박해도 공부가 부족한 듯 할 줄 알며, 현명하면서도 어두운 듯 할 줄 아는 것, 이것을 일러 덜어 내면서도 다하지 않는 방법이라 하느니라. 이 도(道)를 행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극한 덕(德)을 갖춘 자만이 할 수가 있지. 주역(周易)에서도 `덜지 않고서 보태는 까닭에 던다고 하고, 스스로 덜고서 마치는 까닭에 보탠다`고 했다." * 차천로(車天輅1556~1615): 문신. 자 복원(復元). 호 오산(五山). 본관 연안(延安). 특히 한시(漢詩)에 뛰어나 한호(韓濩)의 글씨, 최립(崔凌)의 문장과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일컬어졌으며, 가사(歌辭)에 조예가 깊었고 글씨에도 뛰어났다. 저서로 <오산집五山集> <오산설림五山說林>, <강촌별곡江村別曲>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