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삿갓이 동복에서 쓰다(性深書于同福성심서우동복) _ 운명한 집에서
半虧書架數券冊(반휴서가수권책) 반쯤 찌그러진 서가에 책 몇 권 꽂혀 있고
世世傳傳一個硯(세세전전일개연) 여러 대 전해 오는 벼루 한 개 있어
墨香深醉心自閑(묵향심취심자한) 먹 향에 깊이 취하니 마음은 한가롭다
微軀此外何所求(미구차외하소구) 힘없는 이 몸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성심 : 김삿갓의 자(字)
# 자탄(自嘆) : 자신을 탄식함 _ 문학동산에서
嗟乎天地間男兒(차호천지간남아) 슬프도다! 온 세상 남아들이여
知我平生者有誰(지아평생자유수) 내 평생 지내온 일 알아줄 이 누가 있는가?
萍水三千里浪跡(평수삼천리랑적) 부평초처럼 삼천리강산 떠돌아다닌 자적
琴書四十年虛詞(금서사십년허사) 금서 사십 년 모두가 허사로구나
靑雲難力致非願(청운난력치비원) 청운의 꿈 억지로 안 되니 원치도 않고
白髮惟公道不悲(백발유공도불비) 백발은 오직 공평한 길이니 슬프지 않네
驚罷還鄕夢起坐(경파환향몽기좌) 귀향의 꿈을 꾸다가 놀라 깨어 일어나 앉으니
三更越鳥聲南枝(삼경월조성남지) 한밤중에 공작새 소리 남쪽 가지에서 들려오네
# 욕공씨가(辱孔氏家) : 공씨 집을 욕하다 _ 문학동산에서
臨門老尨吠孔孔(임문노방폐공공) 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공공 짖으니
知是主人姓曰孔(지시주인성왈공) 이집 주인의 성씨가 공가인 줄 알겠네
黃昏逐客緣何事(황혼축객연하사) 황혼에 나그네를 내쫓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恐失夫人脚下孔(공실부인각하공) 아마도 부인의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거지
# 허언시(虛言詩) : 헛소리 _ 문학동산에서
靑山影裡鹿抱卵(청산영리녹포란) 푸른 산 그림자 속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白雲江邊蟹打尾(백운강변해타미) 흐르는 물속에는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夕陽歸僧계三尺(석양귀승계삼척) 석양에 절로 돌아가는 중은 상투가 석 자나 되고
樓上織女낭一斗(누상직녀낭일두) 베틀 위에서 베 짜는 여인의 불알이 한 말이나 되겠더라
# 동복여소시묵(同福旅所試墨) : 동복여소에서 시묵하노라 _ 망미대에서
藥經深紅鮮(약경심홍선) 약 케러 가는 길엔 붉은 이끼가 깊고
山窓滿翠徽(산창만취휘) 산 쪽 창에는 푸르름이 가득한데
羨君下花醉(선군하화취) 그대 꽃 아래 취해 있음이 부럽구려
胡蝶夢中飛(호접몽중비) 나비는 꿈 가운데서 날고 있겠지
-道光三十年 蘭皐 金炳淵 書于 同福旅所試墨也(도광 삼십년 난고 김병연 서우 동복여소시묵야)
*도광30년(道光三十年) : 1850년(도광은 청나라 의종 재임기간의 연호).
*동복여소(同福旅所) : 동복 땅 여행 중에 쓴 시라는 뜻.
☄
동복면 구암리는 김삿갓(김병연 1807~1863)이 세상을 떠난 곳이다.
집과 초분지를 둘러보고, 집 앞 동산의 詩를 빠짐없이 읽고 나서
김삿갓이 올랐던 마을 앞산 절벽의 ‘망미대’에도 올랐다.
김삿갓이 세상 떠난 집은 백인당 정치업(百忍堂 丁致業)이 터 잡은 집의 사랑채이다.
이 집은 11세 손까지 277년을 살다가 화순군에 양도했는데, 자손 대대로 백인당의
가훈을 따라 찾아오는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였단다. 김삿갓도 머물다가 57세에
운명하자 당시 6세손 정시룡이 마을 뒷동산에 초분하고 3년 뒤 병연의 차남이
영월로 이장하였단다. 지금은 묘 위에 ‘초장지’라고 쓴 비석을 뉘어 놓고...
망미대는 6세손 정시룡이 바위에 ‘望美臺’라 새겨놓고 시간이 나면 올라
첨모지의(瞻慕之義 의를 우러러봄)를 생각하며 북쪽 하늘을 향하여
임금님의 안녕을 기원하였단다. 정자 앞 시비의 시를 읽고,
절벽에 새긴 글씨도 보고 내려오니 노을이 고왔다.
/ 전남 화순군 동복면 구암리 647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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