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산책
- 여름
- 박상(朴祥),하첩(夏帖)
樹雲幽境報南訛 休說東風捲物華
수운유경보남와 휴설동풍권물화
紅綻綠荷千萬柄 却疑天雨寶蓮花
홍탄록하천만병 각의천우보련화
숲 구름 그윽한 곳
여름 소식 알려도
봄바람이 좋은 경치
걷어갔다 하지마소
푸른 연잎 천만 자루
붉은 꽃이 터지니
하늘에서 보련화(寶蓮花)를
뿌린 줄로 알았네
*
남와(南訛)는
여름을 맡은 신의 이름이다.
숲에 어느새
녹음이 짙어졌다.
울긋불긋 화려하던 봄꽃들은
떠나는 봄바람이
함께 데리고 가버렸다.
그렇게 꽃 시절은
다 갔는가 했는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연못 위 푸른 연잎
천만 자루 사이로
온통 붉은 연꽃들이
폭죽 터지듯 터지고 있질 않은가.
돌연 눈앞에
찬란히 펼쳐진 연꽃 세상 앞에서
나는 잠시 착각을 했다.
혹 하늘이 꽃 시들어
쓸쓸해진 세상을 위로하려고,
꽃비를 내려 온 세상을
이리 환하게 하신 것은 아니실는지.
*
박상(朴祥1474~1530):
문신. 자 세창(世昌), 호 눌재(訥齋).
본관 충주(忠州).
신광한(申光漢)·
황정욱(黃廷彧) 등과 함께
서거정 이후 4가(四家)로 불린다.
1515년(중종 6)
중종반정으로 폐위된
단경왕후(端敬王后) 신씨(愼氏)의
복위 주장과
박원종(朴元宗) 등
3명의 훈신(勳臣)이
국모(國母)를 내쫓은
죄를 묻기를 청했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서
유배되었다.
저서 눌재집(訥齋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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