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長恨歌(장한가) - 白居易

淸潭 2016. 12. 4. 20:04

長恨歌(장한가) - 白居易(백거이 772-846)

장한가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 황제 미색을 중히 여겨 경국지색을 원했으나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 천하를 다스린 지 몇 년 지나도 찾지 못했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 양씨 집안에 딸이 있어, 이제 막 성숙하여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 깊숙한 안방에 있어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다.

天生麗質難自棄(천생려질난자기) : 타고난 아름다운 본능을 스스로 어쩌지 못해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 하루아침에 뽑히어 임금 곁에 있게 되었다.

回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 눈동자 굴리며 한번 웃으면 온갖 교태 생겨

六宮粉黛無顔色(육궁분대무안색) : 육궁의 화장한 미녀들이 얼굴빛을 잃었다.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 : 봄 날씨 쌀쌀하여 화청지에서 목욕하는데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활세응지) : 온천물이 미끄러워 살에 낀 기름을 씻는다.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 예쁘고 가련하여 무력하여 시녀들이 부축하여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 이 때에 바로 새로 임금님 은혜를 받게 된다네.

雲?花顔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 구름머리, 꽃 얼굴, 걸으면 흔들리는 금장식물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 연꽃 장식 휘장 속에서 따뜻한 봄밤을 보낸다.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 봄밤은 너무 짧아 해가 이미 높이 솟으니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부조조) : 이 때부터 임금님은 아침 조회에 가지 않았다.

承歡侍宴無閑暇(승환시연무한가) : 기뻐 잔치를 벌임에 한가한 시간이 없었다.

春從春游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 봄에는 봄 따라 놀고 밤에는 새도록 놀았다.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 후궁에 미녀가 삼천 명이나 되지만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 삼천 미녀의 총애가 오직 한 몸에 머물렀다.

金屋粧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 금빛 궁궐에서 화장하고 교태로 황제 모시는 밤

玉樓宴罷醉和春(옥누연파취화춘) : 옥루의 연회가 마치자 취하여 봄날처럼 따뜻했다.

?妹弟兄皆列士(자매제형개열사) : 형제자매가 모두 열사 칭호를 받았으니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 부러워라, 광채가 가문에 생생하였다.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 마침내 세상의 부모 된 사람들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 아들 낳는 일보다 딸 낳은 일을 귀하게 여겼다.

驪宮高處入靑雲(려궁고처입청운) : 여궁의 높은 곳으로 푸른 구름 모여들고

仙樂風飄處處聞(선낙풍표처처문) : 신선의 음악이 바람에 날려 곳곳에서 들려온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 느린 노래, 느린 춤이 악기에 어울려 행해지니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 종일토록 보아도 황제는 다시 보고 싶어 했다.

漁陽?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내) : 어양 땅에서는 전쟁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니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 그 놀라움에 예상우의곡도 소리가 끊기었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 구궁궁궐에서 전쟁의 연기와 먼지 일어나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항) : 수천수만 수레와 말들이 서남으로 피해갔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행부지) : 화려한 깃발 흔들거리며 가다가 다시 서며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 서쪽으로 대궐문을 나와 백여 리를 나갔다.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불발무나하) : 모든 군대가 움직이지 않으니 이를 어찌하나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 아름다운 양귀비가 임금 말 앞에 죽는데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 꽃비녀가 땅에 떨어져도 줍는 사람 없었다.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 취교와 금작과 옥소두 같은 장신구도 버려졌도다.

君王掩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 임금은 얼굴을 가리려 했으나 어쩔 수가 없어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루상화류) : 돌아보니, 피눈물이 서로 엉기어 흘러내렸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 누런 흙먼지 흩어져 자욱하고 바람은 스산한데

雲棧?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 구불구불한 잔도를 지나가서 검각에 올랐다.

峨嵋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항) : 아미산 아래에는 다니는 사람 드물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 깃발들은 빛을 잃고 햇빛도 엷어졌다.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 촉 땅의 물빛은 보석 같고 산은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 임금에게는 아침마다 저무는 마음이었다.

行宮見月傷心色(항궁견월상심색) : 행궁에서 보는 달도 상처받은 양귀비 얼굴빛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도 애간장 끊는 소리였다.

天旋地轉廻龍馭(천선지전회용어) : 난리가 평정되어 임금님 수레 돌아오는데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불능거) : 여기에 이르러서는 머뭇머뭇 차마 떠나지 못한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니토중) : 마외역 언덕 아래 진흙 땅 속에서도

不見玉顔空死處(불견옥안공사처) : 옥 같은 얼굴은 보이지 않고, 죽은 곳만 쓸쓸하다

君臣相顧盡霑衣(군신상고진점의) : 임금과 신하 서로 돌아보니 눈물이 옷을 적시고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 동쪽으로 여러 대궐문 바라보며 말 가는 대로 돌아간다.

歸來池苑皆依舊(귀내지원개의구) : 돌아오니 연못과 동산은 옛날과 같고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 태액의 부용, 미앙궁의 버드나무도 그대로였다.

芙蓉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 연꽃을 봐도 양귀비 얼굴, 버들을 봐도 양귀비 눈썹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불루수) : 이런 정경보고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오.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 봄바람에 복숭아꽃, 오얏꽃 피는 날이요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엽낙시) : 가을비에 오동나무 잎 떨어지는 때이로다.

西宮南內多秋草(서궁남내다추초) : 서궁 남쪽 안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

落葉滿階紅不掃(낙엽만계홍불소) : 낙엽이 계단에 붉게 가득 쌓여도 쓸지 않는다.

梨園子弟白發新(이원자제백발신) : 이원의 자제들 이미 늙어 백발이 새롭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노) : 초방의 태감도 젊은 궁녀도 모두가 늙었구나.

夕殿螢飛思?然(석전형비사초연) : 저녁 궁궐에 반딧불 나니 양귀비 생각 처량하고

孤燈挑盡未成眠(고등도진미성면) : 외로운 등불 돋운 심지가 타버려도 잠이 오지 않는다.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 느리고 느린 종소리를 처음으로 길게 느낀 밤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 밝고 밝은 별과 은하수, 하늘이 밝아오는구나.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냉상화중) : 원앙새 장식 기와가 차가워 서리꽃은 더욱 짙고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 비취빛 찬 이불을 누구와 함께 하나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 아득한 생사의 이별은 해가 지나가도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 그 혼백은 아직 돌아와서 꿈에도 들지 않는다.

臨?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 임공의 도사로서 도성에 머무는 길손 있어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하는구나.

爲感君王展轉思(위감군왕전전사) : 황제의 잠 못 드는 처지가 가련하여

遂敎方士慇懃覓(수교방사은근멱) : 마침내 방사를 시켜서 은근히 찾아보게 하였다.

排空馭氣奔如電(배공어기분여전) : 구름에 올라 공기를 타니 빠르기가 번개 같아

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 하늘에 오르고 땅을 들며 두루 찾아보았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낙하황천) : 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았으나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불견) : 두 곳이 너무 넓어 어디서도 찾아보지 못했다.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 바다 위에 신선이 사는 산이 있다는 말 들었으나

山在虛無??間(산재허무표묘간) : 아득한 사이에 산은 텅 비어 있었다.

樓閣玲瓏五雲起(누각령롱오운기) : 영롱한 누각에 오색구름 피어나고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 그 안은 아름다운데 선녀들이 많이 있었다.

中有一人字太眞(중유일인자태진) : 그 중에 한 사람 있었으니 이름은 태진인데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삼차시) : 대략 눈 같은 피부에 꽃 같이 고운 얼굴이 였다.

金闕西廂叩玉?(금궐서상고옥경) : 황금 대궐 서쪽 행랑에서 옥대문을 두드려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 선녀 소옥에게 전하여 쌍성에게 알려주었다.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 한나라 황제의 사신이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裏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 아홉 겹 휘장 속에서 잠자던 혼이 놀랐다.

攬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 : 옷을 잡고 베개 밀치고 일어나 배회하다가

珠箔銀屛??開(주박은병이리개) : 주렴과 은병풍이 스르르 열리더니

雲?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교) : 구름 같은 머리 반쯤 기운채로 막 잠이 깨어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내) : 화관도 정제하지 못한 채로 방에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飄擧(풍취선몌표표거) : 바람이 부니 선녀의 소맷자락이 날리어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 무지개치마 날개옷 입고 춤추는 듯하였다

玉容寂寞淚?干(옥용적막누란간) : 옥 같은 얼굴에 고독이 깃들고 눈물이 그치지 않아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 배꽃 한 가지가 봄비에 젖은 듯 하였다.

含情凝?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 정을 품고 눈물 머금고 황제께 감사하였는데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량묘망) : 한번 이별 뒤에 아련해진 황제의 음성과 얼굴.

昭陽殿裏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 소양전각 안에서의 임금의 은혜 끊어진 뒤로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 봉래궁전 안에서의 세월은 길기만 하다.

回頭下望人?處(회두하망인환처) : 고개 돌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니

不見長安見塵霧(불견장안견진무) : 장안은 보이지 않고 티끌과 안개만 자욱하다.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 지난날 쓰던 물건 가져다 깊은 정 보이려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채기장거) : 자개함과 금비녀를 부쳐 보내려 한다.

釵留一股合一扇(채류일고합일선) : 비녀 한 개와 함 한 쪽을 증거로 남기려

釵擘黃金合分鈿(채벽황금합분전) : 금비녀는 쪼개고 상자는 자개를 나누었다.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 우리의 마음을 금비녀처럼 견고히 하여서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 천상에서 사람끼리 서로 만나보려 한다.

臨別殷勤重寄詞(임별은근중기사) : 떠나려 함에 은근히 거듭 부탁의 말을 하니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량심지) : 말 가운데 맹서가 있음을 두 사람 모두 알았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 어느 칠월 칠석 날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 사람 아무도 없는 깊은 밤에 사사로이 나눈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련리지) :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었기를 원하였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 높은 하늘도 장구한 땅도 다할 때가 있지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 이들의 한은 이어져서 끊어질 때가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