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감숙성에 있는 돈황석굴을 다녀와서 만든 글입니다. 돈황사는 혜초에 관한 기록이 최초로 발견된 토굴사원입니다. 무더운 여름 더위나기에 일조가 되었으면 합니다.
낙타 타고 혜초의 길을 따라
이문희
신라의 구법승 혜초(慧超)는 불법을 구하기 위해 중국과 고비사막, 서아시아를 경유하여 서역으로 가서 불법과 경전을 구하여 다시 신라로 돌아오는 대장정을 하였으며 당시의 상황이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 이에 낙타를 타고 고비사막을 건너며 나도 한 사람의 치열한 구도승 혜초가 되어 그의 꿈, 열망, 고뇌 등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제 저와 함께 낙타를 타봅시다. 서역으로 그리고 다시 신라로...
1. 고비 사막은 거대한 사막이고 신라에서 서역까지의 거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초장거리인데 불법을 가져오기 위해 도전한 혜초의 도전 정신과 열정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여행 거리, 다양한 언어와 문화, 여행중 겪게될 위험, 여행 경비 등을 고려하면 혜초야말로 진정한 벤처 정신의 소유자가 아닐 수 없다. 우리도 이런 정신을 이어 받아야 하지 않을까?
2. 혜초는 행복한 사람이다. 목숨 바쳐 살아갈 인생의 목표가 확실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불법을 구하여 신라와 신라인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투철한 목표와 사명감이 있었기에 그 험난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강철같은 의지에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 우리도 이런 목표와 신념 하나 가져 보면 어떨까? 나는 내 인생의 목표와 신념에 충실하였던가 낙타등에 앉아 곰씹어 본다.
3. 낙타등에 앉아 사막을 가노라면 바람결에 혜초의 법문 외우는 소리가 들려 오는듯 하다. 보이는 것은 모래,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 게다가 뜨거운 태양이 내려쪼는 상황. 그는 오로지 법문을 외우며 여행의 성공을 기원하고 신라와 신라인들의 번성을 염원했으리라.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법문이 들려오는듯... 우리도 간절히 외울 기도나 대상을 가지면 어떨까?
4. 사방에 중생이 혜초를 기다리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과 모래산이 혜초의 눈에는 중생의 화신으로 비쳤으리라. 그래서 그의 중생 구도의 열망은 더욱 간절하여졌고 지칠 줄 모르고 갈 수 있었으리라. 모래알 처럼 많은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그는 주야로 낙타를 타고 걷고 하였으리라.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아름답고 숭고한 삶이다. 그대의 모래 혹은 모래산은 어디에 있는가?
5. 사막을 가며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때 그는 돈오점수를 깨치고 밤이면 별볓이나 달빛을 보며 명상에 잠겨 돈오돈수를 깨쳤으리라. 역경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수행의 도구가 되었을 것이다. 서역을 왕래하는 여정 자체가 구법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불경바깥에도 깨달음이 있다는 것을 크게 깨쳤으리라. 그러고 보니 책으로 하는 공부만 공부가 아닌 것이다.
6. 낮에 하루 종일 사막을 가다 밤이면 가까운 오아시스에서 휴식을 취한다. 달빛이나 별빛이 아스라히 비치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외롭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머나먼 신라땅에 두고온 사람들이 그리웠으리라. 회의는 들지 않았을까? 그도 한 사람의 인간인지라 고향, 두고온 가족생각이 어찌 없었겠는가? 그럴때면 상좌 스님의 준엄한 죽비가 떨어진다. 혜초, 신라의 중생을 생각하라! 그러면 스님은 즉시 본심으로 돌아와 부처님 품에 안긴다.
7. 그렇게 걷다 월아천(月牙泉)이라는 초생달 모양의 매우 아름다운 오아시스에 도착하니 사막의 요충지에 위치한 오아시스라 많은 이국 사람들과 승려들이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막에서는 외로운 곳이라 모두 쉽게 친구가 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승려들끼리는 법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대승과 소승, 남방과 북방 불교가 만나는 시간이었다. 혜초 스님이 신라의 불교를 말씀하시자 모두들 경의를 표하였고 혜초스님도 외국 스님들의 말씀을 깊이 새겨 들었다. 이 일이 훗날 기록으로 남아 스님이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된다. 기록의 무서움을 느낀다. 문명간 접촉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하이브리드는 이미 이 때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외국어(당시는 아마 범어 또는 한문)도 잘 해야겠다.
8. 낙타 위에서 진리를 깨우친다. 낙타는 온순하고 사막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수송수단이다. 낙타가 문명을 교류시킨 것이다. 그런데 스님을 서역으로 데리고 간 것도 낙타고, 불법을 싣고 데리고 온 것도 낙타다. 스님은 그 낙타에 타고 불법을 옮기기만 했을 뿐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낙타야말로 부처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내생에 낙타는 좋은 곳으로 가서 다시 올 때는 사람으로 아니 신라인으로 다시 환생하도록 축원한다. 윤회를 통해 사람과 다른 생물이 교류하는 불교의 넓은 스케일과 무한한 탄력성이 오늘따라 무척 좋아보인다.
돈황사를 방문하여 벽화에 그려진 신라의 왕자를 보았다. 수만리 밖에서 만나는 신라인 그들은 이렇게 세계와 교류를 하고 있었다. 이 돈황굴 사원 내부에는 작은 불전이 아주 많은데 혜초 스님은 이곳에서 외국 스님들과 교류를 하였고 그것이 외국인들에 의해 기록으로 남아 발견 되었다. 그 이후 중국의 고문서를 통해 더 많은 기록을 발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명에는 충돌과 조화 양면이 있는데 그 접점에 사막이 있고 낙타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들이 장벽인 것처럼 보이나 문명의 교류 템포를 조절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혜초는 누구일까? 여러분들에게 맡긴다.
서울 낙타, 오아시스의 밤
이문희
어느 별엔들
여름, 겨울 없으랴
그래야 봄, 가을 있는 법
오늘 밤 서울 낙타는
오아시스에 누워 별을 안고 잔다
설산의 만년설이 녹고
화염산이 자지러지는 이중주 속
축복처럼 쏟아지는 별빛
사막엔들 그리움 없으랴
청포도 영그는 오아시스의 밤
이국 소녀가 들려주는 비파 소리...
멀리 여름이 지나간다.
*화염산火焰山: 천산 아래에 있는 생물이 살지않고 뜨거운 민둥산
만년설과 대비됨
'불교이야기 > 빈 바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를 버려 천을 얻어라. (0) | 2012.08.27 |
---|---|
한국불교에서 방장스님의 의미 (0) | 2012.08.24 |
상주불멸(常住不滅)/무불스님 (0) | 2012.07.11 |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齊) 의 의미 (0) | 2012.05.20 |
지광스님의 오늘의 말씀 (0) | 2012.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