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을 읊다. (詠水石) / 정약용
샘물 마음 언제나 밖에 있기에 / 泉心常在外
돌 이빨 제아무리 앞길 막아도 / 石齒苦遮前
천겹의 험한 역경 헤치고 지나 / 掉脫千重險
너 의젓이 동천을 나가는구나 / 夷然出洞天
편평한 반석만을 믿고 달리다 / 只恃盤陀穩
홀연히 깎아지른 벼랑을 만나 / 翻遭絶壑危
지축을 뒤흔들듯 소리지르니 / 瀑聲如勃鬱
아마도 속았다고 노한 것 같아 / 無乃怒相欺
나그네의 마음이 맑다 하지만 / 客心雖已淨
맑디맑은 저 물엔 미치지 못해 / 猶未及澄泓
서리 맞은 숲나무 그림자 비쳐 / 强受霜林影
노랑 옥 빨강 수정 찬란하여라 / 黃璃間紫晶
골짜기에 낙엽이 겹겹이 쌓여 / 谽谺堆落葉
흘러가지 못하고 흐느끼누나 / 幽咽不能流
어느 뉘 낭사 둑을 한번 터뜨려 / 誰作囊沙決
가을 골짝 세차게 흐르게 할꼬 / 澎滂大壑秋
검푸른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 / 巖溜縣蒼黝
온 벼랑을 적시어 흥건하구나 / 淋漓潤石門
천길 만길 드높은 바위 벼랑에 / 雲根千萬丈
솟는 샘 참 근원을 알 수 없어라 / 終莫諦眞源
[주-D001] 수석을 읊다. 절구 :
본 시의 편집 차례로 볼 때 역시 북한산에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주-D002] 낭사 둑 :
모래를 넣은 자루로 물줄기를 막은 둑. 한(漢) 나라 한신(韓信)이 적장 용저(龍且)와 유수(濰水)를 사이에 두고 진을 쳤을 때, 밤중에 만여 개의 자루에다 모래를 담아 유수의 상류를 막은 뒤에 강 복판으로 적군을 유인하여 그 둑을 일시에 터뜨려 승리하였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史記 卷92 淮陰侯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