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해당화가 생각나서 시를 찾아보았다 .
해당화는 강원도 해변 쪽에 많이 피어서 인지 강원도로 부임하는 사람들에게 지어준
시가 많다
낙민
명사(明沙)와 해당(海棠) -이유원의 임하필기
외금강(外金剛)을 거쳐서 바다를 따라 올라가노라면 모두 명사를 밟고 다니게 되는데 이르는 곳마다 해당이 모래 속에 나 있다. 바람이 불면 보이지 않다가 바람이 지나가면 모습을 드러내는데, 또렷하게 보이는 앳된 꽃들이 혹은 3, 4리에 걸쳐 이어지기도 하고 혹은 10리를 가야 끝나기도 하니, 그야말로 기이한 구경거리이다. 관북(關北)과 해서(海西)에 모두 사당(沙棠)이 있는데, 아마 당(棠)의 성질이 바닷가의 모래밭에 잘 자라기 때문에 해당이라고 불리는 듯하다. 남쪽 바닷가의 모래밭에 이러한 종자가 있다는 것은 들어 보지 못하였다.
향기가 있는 해당화(海棠花) -임하필기
창주(昌州)의 해당화만이 유독 향기가 있다. 왕우칭(王禹偁)의 시에, “손수 뜰에 꽃을 심으니 정원에 향기 가득하네.[手植庭花滿院香]”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이 품종이 없으니 한번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자장미(紫薔薇)를 해당이라고 하며 향기가 있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중국 사람들은 해당화를 꽃 중의 신선[花中神仙]이라 했다. 《거가필용》
송(宋)나라 증단백(曾端伯)의 화중십우(花中十友)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난(蘭)은 방우(芳友), 매(梅)는 청우(清友), 납매(臘梅)는 기우(奇友), 서향(瑞香)은 수우(殊友), 연(蓮)은 정우(淨友), 담복(薝蔔)은 선우(禪友), 국(菊)은 가우(佳友), 암계(巖桂)는 선우(仙友), 해당(海棠)은 명우(名友), 도미(荼䕷)는 운우(韻友)이다. 《花木鳥獸集類 卷上 花》
백사정(白沙汀) -학봉 김성일
흰 모래에 푸르른 산 붉게 핀 해당화 / 白沙靑嶂海棠紅
이 경치는 조물주가 솜씨 부려 만든 거네 / 此弄元因造化工
비로봉 산꼭대기 오래 앉아 있노라니 / 宴坐毗盧峯上久
몸이 십주 가운데에 떨어진 듯 황홀하네 / 恍疑身落十洲中
[주-D001] 십주(十洲)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신선들이 산다고 하는 바다 가운데에 있는 조주(祖洲), 영주(瀛洲), 현주(玄洲), 염주(炎洲), 장주(長洲), 원주(元洲), 유주(流洲), 생주(生洲), 봉린주(鳳麟洲), 취굴주(聚窟洲) 등 열 개의 산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선경(仙境)을 가리킨다. 《海內十洲記》
해당화〔海棠〕 -근재 안축
해당화 피어 있는 백사장 둑에 / 海棠花發白沙堤
붉은 꽃 어지러이 말발굽에 묻혔네 / 紅艶紛紛沒馬蹄
이때 다시 육칠 리 길 가는데 / 時復行間六七里
문득 가지 위의 자고새 소리 들리네 / 忽聞枝上鷓鴣啼
관동별곡〔關東別曲〕 중에서 -근재 안축
삼한의 예의, 천고의 풍류, 임영의 옛 읍 / 三韓禮義 千古風流 臨瀛古邑
경포대, 한송정, 밝은 달과 맑은 바람 / 鏡浦臺 寒松亭 明月淸風
해당화 핀 길, 연꽃 뜬 못, 봄가을 좋은 철에 / 海棠路 菡萏池 春秋佳節
아, 노닐며 완상하는 광경 어떠한가! / 爲 遊賞景何如爲尼伊古
등명루 위에서 오경 종 친 뒤 / 燈明樓上 五更鍾後
아, 해 뜨는 광경 어떠한가! / 爲 日出景幾何如
해당(海棠) -이규보
깊은 잠에 축 늘어진 해당화여 / 海棠眠重困欹垂
양 귀비 술 취한 때와 흡사하구나 / 恰似楊妃被酒時
꾀꼬리 소리에 꿈 깨어 / 賴有黃鶯呼破夢
다시 미소 지으며 교태 부리누나 / 更含微笑帶嬌癡
천원(天院) 백비화(白賁華)의 집에서 백낙천(白樂天)의 시운에 차하여 해당화(海棠花)를 읊다 이수재(李秀才)도 함께 지었다. -이규보
선생의 가꿔준 심정 아는 듯 / 似識先生用意栽
짐짓 좋은 절후 맞추어 활짝 피었네 / 故應恰恰趁時開
요염한 공비 임춘각에 모신 듯하고 / 龔妃嬌侍臨春閣
무산(巫山)의 신녀(神女) 양대(陽臺)에 내린 듯하구나 / 楚女閑過夢雨臺
햇빛에 비치어 술 취한 듯 얼굴이 붉고 / 映日醺酡顔更爛
수줍은 듯 수풀에 가려 웃음을 띠었네 / 隔林羞澁笑猶廻
잠깐 피었다 지는 꽃 꿈결 같기에 / 浮紅一餉終如夢
내일 아침 다시 술 싣고 오기로 기약했네 / 更約明朝把酒來
[주-D001] 임춘각(臨春閣) : 진 후주(陳後主) 지덕(至德) 2년에 광소각(光昭閣) 앞에 결기(結綺)ㆍ임춘(臨春)ㆍ망선(望仙)의 세 누각(樓閣)을 세웠는데, 모두 침단향목(沈檀香木)으로 구조(構造)하였고 금은 보옥으로 장식하였으며, 기화요초(奇花瑤草)를 심어 사치를 다하였다. 후주(後主)는 임춘각에 거처하고 장 귀비(張貴妃)는 결기각에 거처하였으며, 공(龔)ㆍ공(孔) 두 귀빈(貴嬪)은 망선각에 거처하였다. 《南史 張貴妃傳》
[주-D002] 무산(巫山)의 신녀(神女) : 초 회왕(楚懷王)이 일찍이 고당(高唐)에 유람할 적에 꿈에 한 부인이 찾아와 말하기를 “첩은 무산의 신녀인데 그대가 고당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침석에 모시고자 왔습니다.” 하였다. 왕이 그의 소원대로 시침(侍寢)하도록 하였더니, 돌아가면서 말하기를 “첩은 무산의 남쪽 고구(高丘)의 정상(頂上)에 있는데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아침 저녁마다 양대(陽臺)의 아래에 내리겠습니다.” 하였다. 《宋玉 高唐賦》
해당화〔海棠〕 -삼탄 이승소
담에 기대 넘실대며 꽃이 피려 하는 때라 / 倚墻脈脈欲開時
비 온 틈에 연지 빌려 묘한 자태 터트리네 / 雨借燕脂發妙姿
얼마간의 이 풍류를 누가 모두 누리는가 / 多少風流誰管領
주인 응당 회진시를 지어 읊을 것이리라 / 主人應賦會眞詩
강릉 존무사로 나가는 백 상시 문보 를 보내며〔送白常侍存撫江陵 文寶〕
-급암 민사평
해당화 붉은 꽃비 자고새의 하늘 / 玫瑰紅雨鷓鴣天
소쇄한 행장은 지상의 신선일세 / 蕭洒行裝地上仙
말 머리 앞 미녀 웃음을 보내는데 / 馬首嬋娟供一咲
봄바람 부는 어느 곳에서 좋은 인연을 맺을까 / 春風幾處好因緣
관동 땅이 비록 아름다운 강산이나 / 關東雖是好江山
어찌 임기 끝나기를 기다려 금의환향할까 / 豈待苽期衣錦還
미녀가 옥젓가락을 놓는 것을 보리니 / 應見佳人垂玉筯
해당화도 그대와의 이별을 싫어할 듯 / 海棠也似別君難
[주] 백 상시(白常侍) : 백문보(白文寶)를 가리킨다. 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 우산기상시(右散騎常侍)를 통틀어 산기상시(散騎常侍)라 하고 약칭으로 상시라 한다. 상시는 고려 시대에 내사문하성에 속한 정3품 낭사 벼슬로 목종 때 두었으며, 뒤에 좌상시, 우상시 등으로 몇 차례 이름을 고쳤다.
산촌(山村)의 해당화(海棠花) -오정석(吳廷碩)
누구를 위하여 얼굴을 곱게 단장했나 / 誰適爲容飾好粧
촌사람들 고고한 미를 완상할 줄 모르거니 / 村夫未解賞孤芳
두 공부는 어찌 끝내 읊지 않았던가 / 可堪工部終無詠
창주만이 유독 향기 있는 것 아닌 것을 / 不是昌州獨有香
쓸쓸한 별궁에 구슬피 갇혀 있는 진후인가 / 陳后幽悲離館寂
가없는 변방으로 멀리 출가하는 왕소군인가 / 王嬙遠嫁塞天長
근심어린 내와 처량한 안개 속에도 교태가 많아 / 愁煙慘霧多嬌態
지나는 사람들 몇 번이나 애를 끊었나니 / 空使行人幾斷腸
[주-D001] 두공부(杜工部) : 당 나라 시인(詩人) 두보(杜甫)의 벼슬이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이었으므로, 세칭 ‘두공부’라 하였다. 시(詩)에 온갖 화목(花木)을 읊었으나 집중(集中)에 해당시(海棠詩)만이 없다
.[주-D002] 창주(昌州)만이 유독 …… 아닌 것을 : 해당화(海棠花)가 향기가 없는데, 오직 창주(昌州)의 해당화는 향기가 있다 한다.
[주-D003] 쓸쓸한 별궁(別宮)에 …… 진후(陳后)인가 : 한 무제(漢武帝)의 비(妃) 진황후인데, 무제의 사랑을 잃어 장문궁(長門宮)에 별거하였다.
기 유태재(寄柳泰齋) -김구경(金久冏)
그대는 남쪽 가에, 나는 북쪽 가에 / 君在南邊我北邊
옛날 함께 놀던 일이 꿈에도 선하네 그려 / 昔年同戲夢依然
눈물은 오랜 이별에 은하수 되어 떨어지듯 / 淚因別久成河落
맘은 깊은 시름에 장작불을 지피는 듯 / 心爲愁深貯火燃
따스한 노래에 해당화가 비단보다 더 붉고 / 沙暖海棠紅勝錦
갠 날에 강 버들은 연기마냥 푸르네 / 日晴江柳綠如煙
언제 우리 손 잡고 멋지게 만나볼까 / 何時握手成佳會
두 지방에서 서로 생각 길이 2천 리 / 兩地相思路二千
영해당(詠海棠) -성삼문(成三問)
자고(子固)는 시를 못 지었다 / 子固不能詩
못하는 것이 무슨 허물이 되랴 / 不能亦何傷
나는 사랑하네, 유중영(柳中郢)이 / 我愛柳仲郢
옷에 훈향을 즐기지 않음을 / 衣不喜薰香
[주-D001] 자고(子固) : 송 나라 팽연재(彭淵材)가 말하기를, “오한(五恨)이 있는데, 첫째는 시어(鰣魚)가 뼈가 많은 것, 둘째는 금귤(金橘)이 너무 신[酸] 것, 셋째는 순채(蓴菜)가 성질이 냉(冷)한 것, 넷째는 해당화(海棠花)가 향기가 없는 것, 다섯째는 증자고(曾子固)가 시(詩)에 능하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冷涼夜話》
[주-D002] 유중영(柳仲郢) : 당 나라 사람. 그는 검소하여 평생에 의복에 향(香)을 풍기지 아니하였다. 해당화가 향기가 없으므로 이렇게 쓴 것이다.
해당(海棠) -매호 진화(陳澕)
술기운이 살짝 옥불에 오르며 / 酒暈微微點玉腮
그윽한 향기 수풀 너머 사람을 뒤흔드나니 / 暗香搖蕩隔林人
붉은 살구꽃이나 자주빛 복숭아꽃은 먼 운치가 없는데 / 紅杏紫桃無遠韻
오직 이 한 가지가 상원의 봄을 완전히 차지하네 / 一枝都占上園春
바람이 가벼우매 연지가 눈처럼 떨어지지 않고 / 風輕不用燕脂雪
달이 차매 가만히 옥로의 향기에 놀라겠네 / 月冷潛驚玉露香
별전에 새벽은 차고 연기는 희맑은데 / 別殿曉寒煙淡淡
두어 가지 조는 듯 새 단장을 곱게 하였네 / 數枝和睡靚新粧
관동으로 유람가는 사람에게 (送人游關東) -이견간(李堅幹)
한 깃발의 행색이 관동으로 떠나니 / 一麾行色到關東
한식에 한창 무르익은 2월의 바람일세 / 寒食將闌二月風
이번 걸음 말머리에서 응당 시를 얻으리니 / 此去馬頭應得句
자고의 소리는 멀고 해당화는 붉겠구나 / 鷓鴣聲遠海棠紅
수복주기영해이부사숙기(守福州寄寧海李府使叔琪) -채우(蔡禑)
해당화는 흰 모래 물가에 붉은 점들을 찍었으리니 / 海棠紅點白沙洲
생각컨대 문장 태수는 거기 노닐 것이다 / 想見文章太守遊
산과 물로는 영가도 아마 여기에 밑 가지 않으리니 / 山水永嘉應不下
어찌하면 내왕하여 풍류를 한 번 겨누어 볼꼬 / 若爲來往校風流
[주-D001] 영가(永嘉) : 복주(福州)ㆍ영가(永嘉)는 모두 안동(安東)의 고호(古號)이다.
철관 도중(鐵關途中) -변중량(卞仲良)
철관성 밑의 길은 먼데 / 鐡關城下路岐賖
눈에 가득한 물결에 해마저 기우나니 / 滿目煙波日又斜
남으로 가고 북으로 오는 동안 봄도 다하려 하여 / 南去北來春欲盡
말 머리에 해당화가 간 곳마다 피었네 / 馬頭開遍海棠花
통주 도중(通州途中) -정전(鄭悛)
소나무 사이 바위등성이 비늘처럼 겹쳐서 높았다 낮았다 / 松磴排鱗高復低
만 리의 푸른 물결은 아득하기도 하여라 / 蒼波萬里入冥迷
곳곳의 해당화는 돌아가는 말고삐를 멈추게 하고 / 海棠處處停歸轡
고은 꽃송이 말발굽에 밟히는 것 아까와라 / 爲惜繁英襯馬蹄
궁사(宮詞) -성간(成侃)
어둑한 주렴과 장막으로 제비는 번갈아 나는데 / 陰陰簾幕燕交飛
햇빛이 맑은 창을 비치도록 자고 더디 일어나네 / 日射晴窓睡起遲
급히 어린 계집종 불러 세숫물 바치게 한 뒤 / 急喚小娃供頮水
해당화 꽃 밑에서 봄 옷을 입어 보네 / 海棠花下試春衣
지환부(指環賦) -이총(李摠)
절대의 가인이 있음이여 / 若有絶代之佳人兮
긴 대나무 숲에 기대어 홀로 섰네 / 倚脩竹而獨立
곱고도 이쁨이여 / 美連娟而幼眇兮
신선 같아 희롱할 수도 없네 / 儼神仙之難狎
보조개에 연지ㆍ분을 발랐으니 / 施朱鉛於寶靨
도화색 볼에 술기운 뜨는 듯 / 酒暈潮於桃頰搓膩
옥으로 갈아 만든 흰 목에 / 玉之素頸
우유처럼 윤기 나네 / 渾秦酥之發色
쌍 눈알을 굴려 흘려 보니 / 展雙眸而流視
밝고 푸른 추파로세 / 動秋波之澄碧
입술에는 백화향보다 더한 향내 / 奪百和於口脂
살결은 얼음ㆍ눈이 질투하네 / 妬肌膚於氷雪
천금과 백보로써 / 用千金與百寶
찬란한 수식을 만들었네 / 供首飾之紛肸
층층한 구름 같은 머리 쪽지 / 薄高䯻於層雲
난초 기름 젖었네 / 帶蘭膏之浹濕
새벽 단장 마치고 나니 / 竟曉粧之嚴飾
구슬과 푸른 옥이 허리춤에 알맞았네 / 稱珠翠於腰衱
비취 날개의 가벼운 속옷에 / 衣翡翠之輕襦
석류꽃빛 단속곳이라 / 襲榴花之茜裙
벽려(향초)를 엮어 띠를 하고 / 綴薜荔而爲帶
난초를 맺어 수건을 하였도다 / 結蘭蓀而爲帉
금실로 짠 주머니며 / 紉金縷之方底
사뿐사뿐 비단 버선 / 傳凌波之羅韈
구슬 신에 매미 만들어 붙였고 / 曳珠履之附蟬
구름 같은 머리털에 옥잠을 꽂았구나 / 脫瑤簪於雲髮
산들산들 / 迢兮屑兮
나비가 나부끼고 / 蛺蝶飄忽
흐늘흐늘 / 容兮與兮
해당화 햇빛에 비취누나 / 海棠倚日
공교한 찡그림 묘한 웃음 / 工嚬宜笑
풍부한 살 약한 뼈로다 / 豊肉微骨
금옥 같은 그 마음 / 金玉其心
송백 같은 절개로다 / 松栢其節
한몸에 고운 꾸밈 다했으니 / 極一身之芬芳
약질에 무겁게 눌리운 듯 / 弱質困乎重壓
나른한 춘정에 취하여 / 醉春情之懨懨
눈썹가에 향기 꿈을 정하나 / 喚香夢於眉睫
산호침 베고 누우니 / 枕珊瑚而轉身
비녀 소리 부수는 듯 쟁그랑 / 釵聲碎而錚鏘
난새 무늬 이불 덮고서 탄식하면서 / 藉鸞被而歔欷
잠 못 이뤄 뒤적거려 / 眠不成而相羊
좋은 중매꾼 오가는 이 없으니 / 爾乃無良媒之往來
구천을 가리키며 하소하네 / 指九天而呈誓
난초 마음 혜초 성품 / 蘊蘭心與蕙性
여공에는 못할 것 없이 재주 많네 / 盡女工而多藝
지혜는 연환을 푼 것보다 더 밝고 / 智明乎連環之解兮
솜씨는 비단의 회문보다도 뛰어났네 / 技邁乎錦上之文
붉은 것 흰 것 재단할 제 가위가 짤랑거리고 / 裁紅素兮剪刀鳴
쇠잔한 등잔 불꽃 치고 화로에 향 태우네 / 剔殘燈兮炷爐薰
눈썹 위에 그윽한 수심 걸려 있음은 / 掛幽愁於眉峯
푸른 먼 산 어른거리는 듯 / 隱靑岑之微茫
베낀 파 같은 가는 손길 드러날 제 / 露剝蔥之纖手
봄 죽순같이 뾰족한 긴 손가락 / 同春笋之尖長
등잔불 등지고서 금반지를 껴 보나니 / 冶金環而背釭
자개 속의 밝은 진주를 감쌌구나 / 函老蚌之明珠
영롱한 옥손가락을 졸라 놓으니 / 約玉指之玲瓏
아침 햇빛 비추인 듯 반짝거린다 / 暎朝暉而光敷
둘레는 밝은 달의 초현에 비기겠고 / 擬環乎明月之初弦
진주는 감추어진 연밤에 비하겠다 / 譬珠乎蓮的之藏頭
아, 이 사람의 정결함은 / 嗟此人之貞堅
한 가지 행실 닦이지 않음 없네 / 無一行之不修
그의 거처로 말하면 마루는 번쩍이는 푸름이요 / 其居則光碧其堂
방은 붉은 옥의 빛남이라 / 瓊華其室
넓기 좁기 알맞으며 / 宜於廣狹
채색과 바탕이 적당하네 / 中於綵質
모난 연못 작은 동산에 / 方塘小園
바람은 빗질하고 햇빛은 아늑하네 / 風日櫛密
비단 창 수놓은 문에 / 綺窓繡戶
눈이 부시고 / 眼生纈兮
빛난 자리 채색 방석에 / 華筵綵席
발이 미끄럽다 / 足側滑兮
구슬 발 옥 갈퀴에 / 瓊簾玉鉤
바람 흔들어 소리 나네 / 風搖戞兮
방치레로 말하면 봉황 장막은 가는 바람이 나직이 들고 / 其設則鳳帳微風低擧
비단 병풍에 향 연기 자욱하네 / 錦屛香煙馥郁
보배로 만든 사자 향로에 침수향이 타고 있고 / 寶猊沈水未冷
연꽃 모양 촛대에 난초 심지 아직 걸쳐 있네 / 蓮臺蘭燼猶格
노랑 문갑에는 봉단이 담겨 있고 / 盛鳳團於緗奩
박산로에는 짐승 숯 연기 뿜네 / 噴獸煙於博山
옥적을 걸었는데 봉황의 가슴이요 / 架玉笛兮鳳膺
푸른 거울 걸었는데 용트림이 굼실굼실 / 掛靑鏡兮龍盤
공상의 비파를 갑에 두었고 / 甲空桑之瑤瑟
붉은 옥 바둑판을 보에 싸놓았네 / 韜紫玉之碁局
그의 하는 일은 나부에게 누에치기 본받고 / 其業則效蠶桑於羅敷
농옥에게 봉의 울음 배우네 / 學鳳鳴於弄玉
공순한 데에 뜻을 오로지하고 / 殉志乎恭順之門
예의에 마음을 쓰네 / 遊心乎禮義之方
밤에는 글읽기를 과정 삼고 / 夜讀書而自任
낮에는 모임 길쌈 매양 하네 / 晝會績而爲常
그의 쓰는 물건은 꿩털의 붓이며 / 其用則雉毛之聿
솔 무늬의 벼루로다 / 松文之硏
정규의 먹이며 / 庭珪之墨
금화의 전이로다 / 金華之牋
덕상의 잠이며 / 德象之箴
여사의 편을 / 女師之篇
왼쪽에서 보고 오른쪽에서 보아 / 左顧右瞻
이 중에서 맴도네 / 於斯周旋
그의 동산에는 구완의 붉은 난초며 / 其園則九畹之紫蘭
한 그루의 담복화라 / 一株之簷蔔
월주의 모란이며 / 越州之��丹
광릉의 작약이라 / 廣陵之芍藥
잠 물리치는 서초 / 却睡之瑞草
금을 포갠 누른 국화 / 疊金之黃菊
원앙의 매화 / 鴛鴦之梅
자웅의 대로다 / 雌雄之竹
기이한 꽃 이상한 풀 / 奇花異卉
심지 않은 것 없도다 / 無不栽植
말과 웃음 거두고 거문고를 당기어 / 或有斂笑語而引琴
붉은 입술에 양춘곡을 부르네 / 發陽春於丹唇
하늘가의 구름 멈추고 / 遏天邊之亂雲
들보 위의 귀신 울리네 / 泣屋梁之鬼神
대 퉁소 입에 대니 세 곡조에 / 歕橫竹而三弄
상월에 항아가 움직이네 / 動嫦娥於霜月
자야의 상조를 노래하니 / 歌子夜之商調
음운이 맑고도 격렬하다 / 音淸越而激烈
궁성을 우성으로 바꾸니 / 移宮換羽
주랑의 돌아봄을 부끄러워하랴 / 豈怕周郞之顧
여섯 번 변하고 아홉 곡조 마치니 / 六變九成
손이 마음과 맞아 그르치지 않누나 / 手應心而不誤
버들개지 나부끼듯, 춤이 가벼워라 / 柳絮飄揚舞輕盈兮
생황 소리 맑게 울리듯 말소리 어여뻐라 / 笙篁琅璫語娉婷兮
아, 슬프도다. 아승의 못난 딸도 / 竊悲夫阿承之醜女兮
공명 같은 장부를 만났도다 / 遇孔明之丈夫
새벽 아내의 남편을 경계함 있는 줄 알아 / 識晨婦之有戒
부녀도에 진열되어 전하기도 하던마는 / 陳女圖而作符
산계의 제 그림자 아름다움 아끼자니 / 惜山雞之美影
바람둥이 남자에게 몸 잃을까 염려로세 / 恐失身於疏狂
쌍쌍으로 나는 처마끝 제비를 보면서 / 見簷燕之雙飛
깊은 골방에 답답하게도 홀로 자네 / 鬱孤棲於洞房
외로워 짝 없는 것 슬프기도 하여라 / 哀惸獨而無與
세월의 번개 같음 탄식 어이 아니하랴 / 嘆歲月之電速
천명은 구할 수 없음을 알거니 / 知天命之不可求兮
감히 햇빛이 와 비춤을 바라랴 / 敢期乎日光之來燭
천도만 믿고 구함 없이 / 信天道而無營
한평생을 뜬 것처럼 보네 / 視一生之若浮
대순에 소요하여 / 聊逍遙於大順
유하주 잔질하며 노래를 지어보네 / 酌流霞而作謳曰
빨래하던 여인 오자서(伍子胥)에게 밥 먹이고, 깊은 못에 빠졌구나 / 漂史飯胥投淵深兮
노 나라 여인이 슬프게 휘파람 붐이, 어찌 음심이 있어서랴 / 魯女悲嘯豈寓淫兮
나루터의 처녀는 삿대를 잡고서 / 津妾操楫
아비 형벌 면해 냈네 / 脫父之刑
양씨는 죽음으로 / 梁氏決死
단심을 표시했네 / 表丹誠兮
청릉대는 / 靑陵臺兮
부부서로 저버리지 않았구나 / 不相負兮
점대에 물 넘치는데 / 漸臺水溢
제 나라 여자 예(禮)를 지켰구나 / 齊女守兮
기량의 아내 한번 울자 / 杞妻一哭
성이 와락 무너졌네 / 城陁齊兮
풍씨는 곰 앞에 막아서며 / 馮氏當熊
안색도 까딱없네 / 色不迷兮
혹이 달린 여자는 뽕을 따다 / 宿瘤摘桑
왕후가 되었구나 / 爲王后兮
위미인의 코 베임은 / 魏妹被劓
정수의 교묘한 참소로다 / 鄭袖巧訴
때 만나고 못 만남은 / 遇與不遇兮
운수에 있는고야 / 在物之數
하늘의 시킴인가 사람의 함이련가 / 天耶人耶
나는 잘 모르겠네 / 吾所昧兮
깊고 깊은 황천 밑에 / 九動泉下
이네들과 정 깊게 사귀어서 / 當與斯輩
죽음 후회 아니하리 / 歸托末契
슬프다, 명이 / 死不爲悔
서로 만나 깊도다 / 吁嗟命兮
맹세코, 더러움은 아니하리 / 誓不爲累
백일 아래 / 白日之下
나는 부끄럼 없으려네 / 我無愧兮
정통찬의 지정에서 놀다가 그날 소나기를 만나[遊鄭通賛池亭是日急雨] -김종직(金宗直)
주인이 하늘의 숨긴 당을 발견하여 / 主人發天秘
울타리에 창랑수 만들었네 / 蘺落成滄浪
오뚝한 정자는 오리나 갈매기인 듯 / 孤亭如鳧鷖
나를 싣고 못 한 가운데 떴구나 / 載我浮中央
시원한 바람이 머리에 스며들고 / 淸颷動巾幘
산 이내가 술잔에 넘치는데 / 山翠滔壺觴
처마 그림자 아래 노니는 고기들 / 魚游簷影下
미끼의 내음을 맡고 팔딱이고 / 撥剌聞餌香
흰 거위는 깃을 다스리며 / 白鵝刷其羽
물가에서 왝왝거리다 날기도 하고 / 曲渚號且翔
연한 버들에 버들강아지 휘날리고 / 飛絮擺嫰柳
해당화는 자주 비단을 흔드는 듯 / 紫錦搖海棠
바라보면 이 두둑, 저물결이 / 東阡與西蕩
가로 세로 서로 얽혔네 / 橫綰供周章
어찌 이 거마가 다니는 길에 / 爭敎車馬途
금시 수운향으로 만들어 내었는고 / 辨此水雲鄕
돌아다니기에 지친 몸이 / 聊將倦遊
한 번 웃으며 날을 보내려는데 / 一笑酬年光
총총한 만 줄기 은죽이 / 森森萬銀竹
후두두 상양(우신)을 휘몰아오니 / 颯沓驅商羊
거울같은 수면에 요란한 물결이 일고 / 鏡面生亂渦
마름들이 뒤흔들려 서로 의지하더니만 / 藻荇相扶將
잠깐 만에 비가 활짝 멎으니 / 須臾付一快
초목들이 저녁 볕에 번들거리는데 / 草木耿夕陽
남은 바람이 잔잔한 물결에 춤추면서 / 餘風舞漣漪
나의 읊는 소리를 날려 보내네 / 送我吟聲颺
부러워라, 그대는 흥에 겨워서 / 羨君熟幽興
인간의 만사가 섧지 않으리 / 萬事不悲凉
송 안변부사 박시행 부임(送安邊府使朴始行赴任) -홍귀달(洪貴達)
생각하면 옛날에 큰 영 동쪽을 구경할 때 / 憶昨遊觀大嶺東
그대와 함께 시와 술로 봄바람을 맞았다 / 與君詩酒趁春風
죽루(삼척 죽서루)에 구름이 흩어져 푸른 산이 나왔고 / 竹樓雲散靑山出
경포(강릉 경포대)에 하늘이 맑아 푸른 바다가 비었었다 / 鏡浦天晴碧海空
고래 물결은 어지러이 흰 모랫길을 침노했고 / 鯨浪亂侵沙路白
말 발굽은 가벼이 붉은 해당화를 찾았다 / 馬蹄輕蹴海棠紅
일생의 의기가 여러 해 이별했거니 / 一生意氣長年別
오늘에 어찌 다시제비와 기러기 됨을 견디랴 / 此日那堪更燕鴻
정원의 해당화(海棠花)가 성하게 피었으므로, 홀로 술을 마시다가 흥겨워서 김문량(金文良) 수온(守溫) 에게 부치다. -서거정
사월이라 한양 땅에 봄은 이미 돌아가고 / 漢陽四月春已歸
해당화만 남기어 숨은 사람 위로하기에 / 只留海棠慰幽人
숨은 사람은 해당화 밑에 홀로 앉아서 / 幽人獨坐海棠下
위하여 거친 시 지어 화신에게 답하노라 / 爲作荒詩答花神
꽃은 말을 못하나 그 뜻은 알 만하여라 / 花雖不語可認意
요컨대 좋은 때에 맘껏 즐기라는 거로세 / 要趁良辰恣懽喜
꽃들은 진정 가난한 집 저버리지 않는데 / 花間端不背貧家
내가 어찌 정을 잊고 홀로 꽃을 저버리랴 / 我豈忘情獨負花
곧장 조복 전당잡혀 새 술과 바꿔와서 / 徑典朝衫換新醅
꽃 앞에서 한잔한잔 삼백 배를 마셨더니 / 花前累擧三百杯
술이 거나하자 의기가 자못 호탕해져서 / 酒酣意氣頗豪□
취해 넘어져 옆 사람 시켜 부축케 했네 / 醉倒爲倩傍人扶
풍류롭고 단정 화려함이 둘이 서로 같아 / 風流端麗兩相似
나는 해당화를 불러 내 지기로 삼았노라 / 我喚海棠作知己
아 소년이 어찌 길이 소년일 수 있으랴 / 嗚呼少年豈得長少年
해당화 마주해 술 살 돈 아끼지 말지어다 / 莫對海棠惜酒錢
[주-D001] 곧장 …… 바꿔와서 : 백거이(白居易)의 취송이이십상시부진절동(醉送李二十常侍赴鎭浙東) 시에, “일찍이 정안 객사의 꽃나무 가지 밑에서, 함께 관복 벗어주고 막걸리와 바꾸었었지.〔靖安客舍花枝下 共脫靑衫典濁醪〕” 하였다.
초하(初夏) -서거정
사지의 새로운 풀은 무성히도 새파랗고 / 謝池新草碧萋萋
가랑비 막 개어 진흙은 젖을락 말락 한데 / 小雨初晴欲濕泥
석 잔 술 마시고 봄잠 넉넉히 자고 나서 / 軟飽三杯春睡足
해당화 밑에서 꾀꼬리 우는 소리 듣노라 / 海棠花下聽鸎啼
원중(園中)을 순행(巡行)하면서 즉사(卽事)를 읊다. -서거정
오사모 반쯤 젖혀 쓰고 명아주 지팡이 짚고 / 烏巾半岸杖枯藜
정원을 산보하다 보니 해는 지려고 하는데 / 步屣園中日欲西
요란한 바람에 버들은 잠에서 깨어나고 / 楊柳起眠亂風際
가랑비 속에 해당화는 숙면을 취하누나 / 海棠熟睡微雨餘
뜨락을 뚫고 나온 대는 손자가 자라나고 / 迸階綠竹生孫長
잎에 붙은 푸른 매실은 열매가 듬성하네 / 著葉靑梅結子疎
어린 동복 불러서 채소밭에 김 다 매고는 / 爲喚童奴鋤菜了
와분에 물 더 주어 연꽃을 기르게 하노라 / 瓦盆添水養芙蕖
해당(海棠) -서거정
하룻밤 갠 바람에 해당나무 간들거리더니 / 一夜光風嫋海棠
꽃 활짝 피어 묵묵히 궁장을 기대 서 있네 / 花開脈脈倚宮墻
햇볕 날 땐 기력 시들어 봄잠에 빠졌다가 / 日烘氣力饒春睡
비 오자 정신 차려 일어나 늦단장을 하누나 / 雨借精神起晩粧
화려함에 관심 둠은 도시 흥미일 뿐이요 / 濃艶關心都是味
풍류만을 즐기거니 향기는 바랄 것 없네 / 風流適意不須香
두릉은 참으로 해당에 대한 정회가 없어 / 杜陵可是無情思
소선에게 남겨주어 발양하게 했던 것일까 / 留與蘇仙爲發揚
해당(海棠)을 경순(景醇)의 집에서 옮겨다가 우리 정원에 심은지 7년 만에 이제야 비로소 꽃이 피었으므로, 느낌이 있어 짓다. -서거정
고생스레 옮겨온 뜻은 꽃을 보기 위함인데 / 辛苦移來爲見花
칠 년 만에야 보게 되니 그 기쁨이 어떠하랴 / 七年始見喜如何
나무 높이는 어렴풋이 팔구 척이나 되는데 / 依稀高樹八九尺
화려한 꽃은 띄엄띄엄 두서너 봉오리로다 / 點綴繁英三兩窠
산들산들 맑은 바람은 별원 깊이 불어오고 / 嫋嫋光風深別院
긴긴 붉은 햇살은 갠 모래톱에 따뜻하구나 / 遲遲紅日暖晴沙
고인이 애교 어린 꽃 모양을 잘 말했어라 / 古人解說嬌嬈處
필 듯 말 듯할 때 바로 그 자태가 제일이지 / 開未開時態政多
국속(國俗)에 매괴(玫瑰)를 해당(海棠)이라 하는데, 내가 일찍이 화보(花譜)를 상고해본 결과, 경순(景醇)의 집에서 옮겨온 것이 바로 진짜인 듯하다. 그러나 또한 진짜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인하여 앞의 운에 화답하다. -서거정
매괴가 해당화란 이름을 훔친 때문에 / 玫瑰名竊海棠花
육안들 말도 많아라 너를 어찌할거나 / 肉眼紛紛奈汝何
일 좋아한 내 일찍이 옛 화보를 찾아보고 / 好事我曾尋舊譜
옮겨 심어 새 꽃송이를 지금 보게 되었네 / 移根今見綻新窠
연지를 막 바른 채 아침 햇살을 맞이하고 / 臙脂初着迎朝旭
꽃잎은 흩날려 저녁 모래톱에 내리누나 / 香玉飄殘點晩沙
향기 없어 오한을 더한다고 말들을 마소 / 莫說無香添五恨
온종일 보고 또 보아 실컷 완상하는 걸 / 看看終日賞心多
[주-D001] 매괴(玫瑰) : 장미과(薔薇科)에 속하는 화목(花木)의 이름이다.
[주-D002] 오한(五恨) : 다섯 가지 한이란 어디서 유래한 말인지 자세하지 않다.
낙민 주) 다섯 가지를 한(恨)한다는 것은 송(宋) 나라 팽연재(彭淵材)가 일찍이 말하기를 “내 다섯 가지 한스러운 것이 있으니, 첫째는 준치의 가시가 많은 것이요, 둘째는 감귤이 신맛을 띤 것이요, 셋째는 순채의 성질이 냉한 것이요, 넷째는 해당화의 향기가 없는 것이요, 다섯째는 증자고가 시를 잘하지 못한 것이다.〔有五恨 一鰣魚多骨 二金橘帶酸 三蓴菜性冷 四海棠無香 五曾子固不能詩〕”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절구(絶句) -서거정
갠 바람에 해당화 향기는 은은히 풍기고 / 光風香嫋海棠花
작은 비에 연못엔 푸른 물결이 이는구나 / 小雨池塘生綠波
기나긴 날 짙은 그늘에 인적은 고요한데 / 遲日濃陰人寂寂
조는 오리 한 쌍만 백사장을 차지하였네 / 一雙睡鴨占晴沙
춘일(春日)에 관동(關東)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보내다 -서거정
해당화는 한창 곱디곱게 피었고 / 海棠花正好
강 버들개지는 막 미친 듯 날리는데 / 江柳絮初狂
관 밖으로 가는 사람 송별하고는 / 送別去關外
생각하노라니 봄 낮은 길기만 하네 / 相思春晝長
삼척 태수(三陟太守) 황 동년(黃同年) 윤원(允元) 에게 부치다
죽서루 아래는 물이 맑고도 깊을 테고 / 竹西樓下水澄涵
해당화는 두루 피어 한창 화려하겠네 / 開遍海棠紅正酣
태수의 풍류는 바로 산간의 후신인데 / 太守風流山簡後
멀리 생각만 하면서 삼 년이 지났네그려 / 相思渺渺歲更三
[주-D001] 태수(太守)의 …… 후신(後身)인데 : 산간(山簡)은 진(晉)나라 때 사람으로 술을 매우 좋아했는데, 일찍이 양양 태수(襄陽太守)로 있을 적에 현산(峴山) 아래 위치한 습씨(習氏)의 양어지(養魚池)의 경치가 좋아서 매일 그곳에 나가 온종일 술을 마시고 곤드레가 되어 돌아오곤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풍류가 뛰어난 태수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그 당시 아동들이 산간을 두고 노래하기를, “산공이 어디로 나가는가 하면, 저 고양지로 나가는구나. 석양엔 수레에 거꾸러져 돌아와 곤드레가 되어 아무 것도 모른다네. 때로는 말을 탈 수도 있지만, 백접리를 거꾸로 쓰고 온다네.〔山公出何許 往至高陽池 日夕倒載歸 酩酊無所知 時時能騎馬 倒著白接䍦〕”라고 했다 한다. 《晉書 卷43 山濤傳 山簡》
김자고(金子固)가 부친 시에 차운하다 3수 -서거정
청춘은 한 번 가면 끌어 돌리기 어렵고말고 / 靑春一去挽難廻
수없이 날린 꽃잎 눈처럼 어지러이 쌓이네 / 無數飛花雪亂堆
작은 비에 못 둑의 풀은 빽빽이 자라고 / 小雨池塘草如織
기나긴 날 때론 제비도 있어 날아오누나 / 日長時有燕飛來
청화 시절에 비는 연일 내리는데 / 淸和時節雨連天
봄이 다하도록 또 한 해를 거른 게 서글퍼 / 惆悵春歸又隔年
급히 계집아이 시켜서 술 한 잔을 마시고 / 急喚小娥供一酌
해당화 밑에서 취하여 곤한 잠에 빠졌네 / 海棠花下醉沈眠
버들개지는 난간 밖에 이리저리 날리고 / 飛飛柳絮闌干外
꽃 향기는 책상 앞에 끝없이 풍겨 오는데 / 續續花香几案間
잠에서 깨어 오창의 주렴을 반쯤 걷고 / 睡覺午窓簾半捲
앉아서 보니 남북이 모두 청산이로다 / 坐看南北是靑山
나막신 끌고 날로 몇 번씩 전원을 돌다 보니 / 響屧巡園日幾廻
붉은 꽃 향기론 풀이 쌓여 감을 점차 보겠네 / 漸看紅綠矗成堆
눈 빛처럼 하얀 배꽃이 가장 어여쁘기에 / 最憐雪色梨花樹
깨끗한 달 떠오르기만 좋이 기다리노라 / 好待溶溶月上來
아지랑이 버들개지가 요란스레 날려대니 / 遊絲飛絮撩亂天
늙고 병든 풍류도 소년과 맞먹을 만하네 / 老病風流敵少年
백발 위에 꽃을 꽂으니 참으로 우스워라 / 白髮簪花眞可笑
앉아서 용면을 기다려 꼭 그리게 할 걸세 / 坐來須倩老龍眠
경호의 사람은 떠난 지 천 년 뒤이거니와 / 鏡湖人去千年後
적벽의 이름은 백 년 동안 우뚝 높았어라 / 赤壁名高百載間
만일 다시 아름다운 기녀까지 데린다면 / 若也更携佳妓去
풍류가 또한 사 동산만 못하지 않고말고 / 風流亦不讓東山
해당화도(海棠花圖)에 제하다 -서거정
향기론 바람 솔솔 불어 높은 광채 띄우는데 / 香風嫋嫋泛崇光
이는 역시 향기 없는 게 있는 것보다 낫구나 / 也是無香勝有香
어이하여 두릉의 시구는 얻어 내지 못하고 / 如何未博杜陵句
나의 시에 의탁하여 광채를 내려고 하는지 / 憑仗吾詩欲發揚
[주-D001] 향기론 …… 띄우는데 : 소식(蘇軾)의 해당(海棠) 시에 “동풍이 광활하게 불어 높은 광채를 띄우매, 향 안개 아득하고 달빛은 낭하로 옮겨 가네.〔東風渺渺泛崇光 香霧空濛月轉廊〕”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 어이하여 …… 못하고 : 두릉(杜陵)은 두보(杜甫)를 가리키는데, 두보가 평소 해당화에 관한 시를 지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해당화가 자고새를 맞이하다〔棠迎鷓鴣〕 -서거정
솔솔 부는 갠 바람에 해당 광채 둥둥 떠라 / 嫋嫋光風泛海棠
어떤 사람이 향기가 없다고 잘못 알았던고 / 何人錯認是無香
자고새가 울면서 꽃 끝을 흔들고 지나가매 / 鷓鴣啼拂花梢過
홍설이 분분하게 쏟아져 걷잡을 수가 없네 / 紅雪紛紛勢更狂
〈미인상춘도(美人賞春圖)〉에 제(題)하다 -서거정
죽순 껍질엔 연기 드리워 비취를 감추고 / 竹籜嚲煙藏翡翠
연잎은 비를 떠받쳐 원앙을 덮어 주는데 / 荷盤擎雨蓋鴛鴦
미인은 자고 일어나서 힘겹게 몸 가누어 / 美人睡起嬌無力
한가히 주렴 걷고 해당화를 구경하누나 / 閑捲珠簾看海棠
평해팔영 중 해당안(海棠岸) -서거정
금 자라 머리 위에 겹겹 산들을 이었어라 / 金鼇頭戴山重重
두 언덕 끼고 달리니 청룡이 서린 듯하네 / 兩岸夾走盤靑龍
하룻밤 새에 좋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 一夜光風吹嫋嫋
해당화 여기저기 피어 붉은빛 널렸는데 / 海棠開遍紅鬆
뉘 집의 멋진 놀이인지 준마가 울어 대라 / 誰家幽賞駿馬嘶
떨어진 꽃 낭자하여 말발굽에 번드치네 / 落花狼藉飜雄蹄
자고새는 날아왔다가 놀라 떠나지 않고 / 鷓鴣飛來不驚去
해 저물자 다시 나뭇가지에 올라 우누나 / 日暮更上梢上啼
악학괘범 홍두 제이념시(紅頭第二念詩)
해당화 피어나자 고운 강빛이 새로운데 / 海棠花發錦江新
궁녀의 붉은 단장 술에 취해 고르지 않네 / 宮女紅粧醉未均
봄의 신이 쉽게 가는 것을 놓치지 못하여 / 不放東君容易去
한 가지 핀 촉주의 봄을 꺾네 / 一枝須折蜀州春
해당화〔海棠〕 -용헌 이원
시냇가에 비 내리어 해당화가 피니 / 雨過溪頭發海棠
붉은 꽃잎 난만하게 아침 볕에 빛나네 / 紅衣瀾漫映朝陽
까닭 없이 불현듯 미풍이 불어와서 / 無端忽被微風觸
맑은 향기 가만히 술잔에 스며드네 / 暗送淸香入酒觴
해당화[海棠] -간이 최립
명사 일대 바닷가는 온통 해당화 천지인데 / 鳴沙一帶海棠洲
늙은 원님 게을러서 나가지 못하니 어떡하나 / 老守其如懶出遊
담 아래 핀 가지 몇 개 꽃이야 다를 게 없으리니 / 墻下數枝花色是
흰 물새와 성근 비는 멀리서 그 풍류 맛보련다 / 白鷗疎雨領風流
-영(領)은 멀리서 다스린다[遙領]는 말이다.
백헌이 해당화를 나누어 주기를 부탁하기에 몇 떨기를 보내면서 이어 보내 준 시에 차운하다〔白軒求海棠寄數叢仍次其韻〕 -동명 정두경
어떤 어린 종이 나를 찾아와서는 / 有一蒼頭至
사립문을 흔들기에 문 열어 줬네 / 柴門剝啄開
어린 종이 승상의 말 전해 주면서 / 仍傳丞相語
해당화를 얻기 위해 왔다 하누나 / 爲覓海棠來
우연히 시냇가에 갔다가 해당화 한 그루가 아름답게 피어있는 것을 보고는 소동파(蘇東坡)가 정혜원(定惠院)에서 해당화를 읊었던 일이 생각나 드디어 그 운(韻)을 차하다
-다산 정약용
늪지대가 비습하고 몹쓸 나무만 많이 있어 / 澤障地卑多惡木
묵은 길을 거닐자면 외로움을 느끼는데 / 荒徑徘徊念幽獨
이리 이빨 용 발톱이 잡다한 그 한 쪽에 / 狼齒龍爪雜沓邊
한 그루 해당화 향기가 독특하네 / 一樹玫瑰香絶俗
장사치들 저자에 가 어깨 맞대고 야단인데 / 屠沽側肩爭市門
아리따운 옥인은 빈 골짝에 있네그려 / 玉人嬋媛在空谷
진주 파는 가게에는 고기눈깔 원래 많은 법 / 由來魚目滿珠肆
미인을 황금옥에 누가 들게 할 것인가 / 誰遣蛾眉入金屋
서울 사람 기르는 꽃들 도리가 고작인데 / 京城養花皆桃李
썩은 쥐로 배 채우고 고기 먹었다 자랑이지 / 腐鼠充膓誇嗜肉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나온 말임.
매괴를 잘못 알고 해당이라 부르다니 / 錯把玫瑰呼海棠
능석이 까닭없이 오족이 된 셈이지 / 陵舃無端爲烏足
우리 나라에서는 매괴를 해당화라 부름. 오족(烏足)은 《장자(莊子)》에 있는 말임.
화사의 글자 하나 보지도 않고서 / 花史曾無一字窺
더러운 마음으로 깨끗함을 더럽혀서야 / 滓穢生心汚淸淑
예로부터 성현들도 말 많은 것 미워한 것은 / 自古賢聖憎多口
괴롭게도 엉뚱한 헐뜯음을 당했기 때문이야 / 苦遭讒人入左腹
취약한 게 꽃술인데 너만은 꼿꼿하여 / 花心脆弱汝獨貞
굳은 절개 맑은 기상 대나무같이 늠름하고 / 脩節淸標凜如竹
붉은 수염 푸른 가시가 네 몸을 보호하니 / 紅芒綠刺謹防身
나비 벌이 제 감히 눈독을 들일쏜가 / 紫蝶黃蜂敢注目
언제나 두려운 건 놔주지 않을 도끼이지 / 常恐斤斧不相赦
험난한 세상길이 민산 촉도 같으니까 / 世路崎險如岷蜀
야 장하다 고운 바탕에 특이한 향기 갖고 / 吁嗟麗質秉奇芬
잡초 속에서 끝까지 딱 버티고 서있는 너 / 叢矢終然集一鵠
산을 메운 나무꾼들 너를 어찌 알까보냐 / 樵蘇滿山豈識汝
구부러지고 냄새나는 가죽나무나 좋아하지 / 去羨臭樗枝拳曲
꽃 앞에 홀로 서서 꽃과 얘기 나누다보니 / 獨立花前與花語
쓸쓸한 둘의 뜻이 서로 느껴지는 것만 같아 / 兩意凄然相感觸
황주 목사(黃州牧使)가 기생 두 명을 데려오다 목사는 박동량 열지(朴東亮說之)인데, 동방(同榜)으로 장원(壯元)이다. -교산 허균
해당화 갓 잠들어 술이 한창 얼근한데 / 海棠初睡酒方酣
잎새마다 비단치마 푸른 안개 물들었네 / 葉葉羅裙染翠嵐
떠나려는 사람이 떠나자도 못 떠나니 / 正是離人歸不得
여보 그대 망강남 다시금 불러다오 / 請君重唱望江南
장미꽃 비 어울려 부슬부슬 떨어지고 / 玟瑰和雨落����
한낮이라 가벼운 바람 엷은 옷 뚫고 들어 / 日午輕颸透薄衫
한 가락 비파 타니 잠든 제비 놀라라 / 寶瑟一彈驚睡燕
주렴의 높은 곳에 날아 앉아 지저귀네 / 綉簾高處語呢喃
[주-D001] 망강남(望江南) : 사조(詞調)의 이름. 수 양제(隋煬帝)가 서원(西苑)을 만들고, 연못을 파서 거기에 용봉가(龍鳳舸)를 띄우고서 망강남곡(望江南曲)을 지었다고 한다.
중후소 점사(中後所店舍)에서 해당화(海棠花)를 보고 -이덕무
문창각에 한낮이 되자 다투어 향피우니 / 文昌閣午競燒香
쑥잎으로 비녀를 만들어 꽂은 대족랑일레라 / 艾葉裝��大足娘
지친 나그네 집생각 꿈에서 깨어나니 / 倦客思歸殘夢醒
해당화가 벌겋게 피어 단오를 알려 주네 / 海棠花對作端陽
춘장(春粧)’ -기생 취선(翠仙)
봄 단장 서둘러 끝내고 거문고에 기대니 / 春粧催罷倚焦桐
주렴에 붉은 햇살 가벼이 차오르네 / 珠箔輕盈日上紅
밤안개 짙은 끝에 아침 이슬 흠뻑 내려 / 香霧夜多朝露重
동쪽 담장 아래 해당화가 눈물 흘리네 / 海棠花泣小墻東
고려(高麗)의 중 선탄(禪坦)의 시에, -청장관전서
명사십리에는 해당화 붉은데 / 明沙十里海棠紅
흰 갈매기 쌍쌍이 성긴 빗속을 나네 / 白鷗兩兩飛疏雨
역로의 해당화 -추강 남효온
울긋불긋 역참 길에 해당화 피었으니 / 丹靑驛路海棠開
가랑비 비낀 바람에 말 내려 구경하네 / 細雨斜風下馬看
주인 없이 늙어가는 붉은 들꽃 애석하여 / 愛惜野紅無主老
나그네가 꺾어다가 말안장에 꽂아보네 / 征衫垂折揷征鞍
해당화가 떨어진 지 한 달이 지나 갑자기 한 송이가 피었기에 시를 지어 기이함을 기록하다〔海棠落過一月忽發一朶作詩記異〕 -동주 이민구
올해는 무더위가 하순까지 이어지고 / 今年徂暑涉終旬
초목의 무성한 꽃들 고요히 자취 감췄는데 / 草木繁華靜四隣
문득 보니 빨갛게 한 송이 피어 / 忽見嬌紅開一朶
정원에서 남은 봄빛을 펼치네 / 欲從庭院殿餘春
옥당의 해당화〔玉堂海棠花〕 -백담 구봉령
한 송이 번화한 꽃 옛 담장에 빛나니 / 一朶繁英耀古垣
올해의 경치 담론할 만하다네 / 今年物色可堪論
누각에 비 내리는데 자면은 그윽한 한을 머금어 / 紫綿閣雨含幽恨
조정 신하 피눈물 흔적으로 다 물들였네 / 儘染廷臣血淚痕
[주-D001] 자면(紫綿) : 해당화의 별칭이다.
해당 동쪽에 야당화가 성대하다〔海棠之東 野棠花比盛〕 -목재 홍여하
붉게 핀 봄꽃 옆에 흰 눈이 쌓였고 / 紅玉春邊白雪堆
야당화가 또 해당화 곁에 피었네 / 野棠還傍海棠開
지팡이 짚고 우중에 찾기 가장 좋고 / 最宜扶杖雨中過
술 들고 달 아래 오기 더욱 마땅하네 / 更合携罇月下來
해당화〔詠海棠花〕 -무명자 윤기
붉은 꽃부리 사이로 푸른 잎새 / 紅英間綠葉
봄볕에 절로 빛이 싱그럽네 / 春日自生光
하지만 나비가 찾아오는 걸 싫어해 / 却嫌蝴蝶到
백화의 향기 뿜는 걸 부끄러워하네 / 羞作百花香
한가해서 붓으로 끼적대다〔閑中墨戱〕 -병산 이관명
뉘엿뉘엿 석양빛이 텅 빈 난간에 드는데 / 依依返照入虗欞
향이 다 탄 화로에 불씨만 빛나누나 / 香盡金爐爝火熒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이 적적해서 / 花落鳥啼春寂寂
해당화 그늘에서 난정첩을 베낀다오 / 海棠陰畔寫蘭亭
집으로 돌아와 감흥을 읊다〔四月晦還故園寓興〕 -송암 권호문
해마다 꽃 필 때에 집에 있지 못했는데 / 歲歲花時不在家
올해 봄도 반쯤을 문화산에서 보냈네 / 今春一半又文華
봄 보내며 고향 물색 눈여겨 살펴보고 / 眼看故巷經春物
거친 채마 밭 손수 매만져 늦게 오이를 심었네 / 手理荒園種晩瓜
연잎은 푸른 동전처럼 수면에 첩첩 뜨고 / 荷疊靑錢池面葉
버들 꽃은 흰 담요처럼 언덕에 깔렸네 / 楊鋪白毯岸頭花
해당화 아래로 평상 옮겨 오래 앉았다가 / 移床久坐海棠下
외상술을 마시러 앞마을로 달려가네 / 促向前村呼酒賖
해당(海棠) -옥담 이응희
봄이 저물 제 방초를 찾아가니 / 春暮尋芳卉
시냇가에 해당화가 가득하여라 / 溪邊滿海棠
붉은 비단이 새벽비에 젖은 듯 / 紫錦霑曉雨
붉은 꽃잎이 아침 햇살에 비친다 / 紅肉映朝陽
공부는 이 꽃을 읊기 어려웠고 / 工部吟難着
파선은 이 꽃을 상세히 읊었지 / 坡仙詠盡詳
가시가 있다 싫어하지 말라 / 莫嫌芒刺在
노니는 이가 꺾어도 다치지 않네 / 遊客折無傷
해당화를 노래하다〔詠海棠〕 -용주 조경
봄꽃은 주명이 있는 줄도 모르고 / 春花不識有朱明
너도나도 동군을 따르며 생사를 맡기네 / 爭逐東君託死生
한 송이 해당화만 이 날에 피어 / 獨也海棠開是日
숲의 나무들과 함께 무성하네 / 與之林木共爲榮
향기 머금은 연한 초록 잎은 돌아온 나비인 양 / 香含軟綠疑歸蝶
이슬 맺힌 고운 붉은 꽃은 취한 성성이 벗긴 듯 / 露浥嬌紅剝醉猩
저절로 초당의 모습 아름답게 만드니 / 坐使草堂顏色好
매화나 버드나무에 비하면 더욱 다정하네 / 比於梅柳更多情
[주-D001] 주명(朱明) : 전설상의 화신(火神) 축융(祝融)을 가리킨다.
첩경해당을 읊다〔詠貼梗海棠〕 -운양 김윤식
세속에서는 산단(山丹)을 첩경해당이라고 하는데, 산단은 짙붉은 색이라, 해당과 다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것을 의심해왔다. 영탑산(靈塔山) 아래 인가에서 산단 한 그루를 얻어다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담박하고 옅은 붉은색 꽃이 피는 것이 해당과 비슷했다. 산단이 해당이란 이름을 얻은 것은 이런 한 종류가 있기 때문이니, 아마도 귀한 품종인 것 같다.
빛깔 고운 분을 옅게 칠하고 / 却把鉛華淡抹匀
옷 적삼은 향기로운 먼지에 물들지 않았네 / 衣衫原不染香塵
약간 취한 데다 봄바람까지 맞아 노곤하더니 / 薄醺又被東風困
봄잠 자는 아리따운 자태 작은 태진일세 / 春睡盈盈小太眞
[주-D001] 첩경해당(貼梗海棠) : 해당의 일종이다. 명나라 왕상진(王象晉)의 《군방보(群芳譜)》 〈해당(海棠)〉에 “해당은 4종류가 있는데, 모두 목본이다. 첩경해당은 떨기로 자라고, 꽃은 연지 같다.〔海棠有四種 皆木本 貼梗海棠 叢生 花如胭脂〕”라고 했다.
[주-D002] 산단(山丹) : 백합(百合)의 일종이다.[주-D003] 태진(太眞) : 양귀비의 이름이다. 당 현종(玄宗)이 술에 취해 잠든 양귀비를 보고 해당이 취하여 잔다고 했다
첩경해당을 노래하다〔詠貼梗海棠〕 -김윤식
성대히 피어난 경국지색의 자태여 / 夭夭傾國質
곱게 단장하고 평범한 숲에서 나왔네 / 婥約出凡林
고운 침은 비단소매에 엉기고 / 嘯唾凝紈袖
아름다운 놀은 흰 옷깃에 물들었네 / 綺霞染素襟
침향정엔 양귀비의 한이요 / 香亭妃子恨
정혜원엔 축신의 신음소리 / 惠院逐臣吟
시골구석에는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 鄕曲無人識
물속에 잠긴 채 고금을 탄식하네 / 沉淪歎古今
[주-D001] 침향정(沈香亭) : 당나라 궁중의 정자 이름이다. 양귀비가 술에 취해 침향정에서 깨어나지 않자, 현종(玄宗)이 해당(海棠)이 술에 취해 잠든 것이라고 했다.
[주-D002] 정혜원(定惠院) : 호북성 황주(黃州)에 있는 절 이름이다. 송나라 소식(蘇軾)이 황주로 쫓겨나서, 정혜원에서 우거하며 〈해당〉시를 지었다.
오산의 우거에 해당화 한 그루가 있어 시를 지었다〔五山寓所有海棠一朶 賦詩〕
-제호 양경우
그때 오산이 홍 목사의 초청을 받아 성 밑에 우거하였다.
계단에 푸른 풀 돋고 연못물은 가득 / 靑草侵階水滿池
작은 마을 골목길도 저녁에 개었네 / 小村門巷晩晴時
비바람 겪으며 애써 피운 해당화는 / 海棠辛苦經風雨
시인에게 몇 수의 시를 구하는구나 / 索得騷翁幾首詩
늦봄〔暮春〕 -지봉 이수광
봄 내내 겹문 닫아걸고 가만히 앉았으니 / 一春端坐掩重門
정원 구석 푸른 이끼는 밟힌 흔적도 없네 / 庭畔靑苔屐未痕
매화나무 벌써 꽃 피어 꽃엔 열매 맺히고 / 梅已著花花著子
대나무 막 순이 돋아 순엔 손이 생겼네 / 竹初生筍筍生孫
두발의 세월 흔적 놀라움도 익숙해지고 / 頭邊歲月驚心慣
책상 위 시서는 졸린 눈으로 뒤적이네 / 案上詩書帶睡翻
쓸쓸도 하지 향그런 봄 쉬이 지는데 / 惆悵芳菲看易歇
저녁바람은 해당화의 넋을 불러오네 / 晩風吹返海棠魂
[주-D001] 해당화의 넋 : 《어정패문재광군방보(御定佩文齋廣群芳譜)》 권36 〈화보(花譜) 해당(海棠)〉에 “명황(明皇)이 침향정(沈香亭)에 올라 태진비(太眞妃)를 불렀는데, 이때 태진은 새벽까지 취해 깨지 못하였다. 고역사(高力士)에게 명하여 시동(侍童)을 시켜 부축해 이르게 하니, 태진은 화장도 지우지 않은 취한 얼굴에 흐트러진 머리에는 비녀를 비스듬히 꽂은 채 재배(再拜)도 못하였다. 명황이 웃으며 이르기를 ‘어찌 비가 취한 것이겠는가. 단지 해당이 잠이 부족해서일 뿐이지.[豈妃子醉? 直海棠睡未足耳.]’ 하였다.” 또 《옥산박고(玉山璞稿)》에 실린 〈진랑묘(眞娘墓)〉라는 시에는 “어디가 진랑의 무덤인가, 구름에 깎아지른 돌부리 묻혔구나. 밤 깊어 비바람 몰아치니, 누가 해당화의 넋을 부르는가.[何處眞娘墓? 雲埋斷石根. 夜深風雨急, 誰喚海棠魂?]” 하였다. 곧 일반적으로 양귀비(楊貴妃)의 넋을 의미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단순히 해당화의 향기를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부임하는 강원 감사를 전송하며〔送江原監司赴任〕 -지봉 이수광
승경일랑 우리나라 최고인 지역이니 / 形勝吾東第一區
그곳은 정말이지 열선의 고장일세 / 此中眞箇列仙都
금강이 봉도가 아닌 것 못 믿겠고 / 金剛未信非蓬島
경포는 아마도 감호인 듯하구나 / 鏡浦還疑是鑑湖
갈매기 너머 해당은 봄비에 촉촉하고 / 鷗外海棠春雨濕
백학 주변 운수는 석양에 외로워라 / 鶴邊雲樹夕陽孤
공께서 임기 차서 돌아오는 날 되면 / 待公官滿歸來日
강과 산을 끌어다 내게 전해 주실는지 / 肯挈河山屬我無
관동을 안찰하러 나가는 박자룡을 전송하며 계묘년(1603, 선조36)〔送朴子龍出按關東 癸卯〕 -지봉 이수광
그대는 선골이라 신선과 연분 있으니 / 知君仙骨仍仙分
선구를 관할하는 건 숙연이라 하겠네 / 管得仙區是宿緣
경포의 봄 물결에 봉래산에 뜬 달이요 / 鏡浦春波蓬島月
명사의 저녁 비에 해당화 핀 하늘이라 / 鳴沙晩雨海棠天
강역 구획해주는 대령이 동서북으로 있고 / 提封大嶺東西北
형승 빼어난 영봉이 일만 이천이로다 / 形勝靈峯萬二千
정사 이루어져 엄한 소명 급히 내리면 / 應待政成嚴召急
돌아와 다시 옥황 앞에서 절하리라 / 歸來還拜玉皇前
[주-D001] 박자룡(朴子龍) : 박동량(朴東亮, 1569~1635)으로,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자룡, 호는 기재(寄齋)ㆍ오창(梧窓)ㆍ봉주(鳳州), 시호는 충익(忠翼)이다.
[주-D002] 그대는 …… 하겠네 : 관동 지방이 예로부터 풍광이 뛰어나 선경(仙境)으로 불렸기에 관동 관찰사를 신선에 많이 비유하였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 경포(鏡浦)의 …… 하늘이라 : 강원도의 절경을 읊은 것이다. ‘봉래산(蓬萊山)’은 금강산의 별칭이며, ‘명사(鳴沙)’는 모래 색이 눈 같이 희고 인마가 지날 때면 부딪쳐서 쇳소리처럼 쟁쟁(錚錚)대는 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대체로 영동 지방이 모두 그러하지만 그중에서도 간성(奸城)과 고성(高城)에 제일 많다고 한다. 《국역 신증동국여지승람 제 45권 강원도 간성군》
[주-D004] 정사 …… 절하리라 : ‘옥황(玉皇)’은 성상을 비유한 것으로, 곧 정사가 시행되어 내직으로 불러들이면 성상에게 사은숙배하리란 의미이다.
산정에서 –지봉 이수광
작은 누각에 티끌 없어 한층 더 맑은 낮 / 小閣無塵午更淸
해당화 저편에서 선선한 기운이 생기누나 / 海棠花外嫩涼生
저물녘에는 난간 모퉁이에 잠시 기대어 / 晩來偸倚闌干曲
비 뒤의 꾀꼬리 소리를 끝까지 듣노매라 / 聽盡流鶯雨後聲
대월(待月) 하재 지규식
운쇄광한심불개(雲鎖廣寒深不開) / 광한전(廣寒殿) 구름에 짙게 가려 열리지 않으니
대군맥맥입지대(待君脉脉立池臺) / 그대를 기다리느라 맥맥히 못가의 누대에 서 있노라.
일수해당혼욕단(一樹海棠魂欲斷) / 한 그루의 해당화꽃 넋을 잃을 듯 고운데
금소하불조사래(今宵何不早些來) / 오늘밤 어이하여 일찍이 찾아오지 않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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