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此夜寒十節/유인석柳麟錫

淸潭 2019. 12. 13. 10:31

此夜寒十節/유인석柳麟錫

 

突兀坡亭此夜寒  돌올파정차야한  우뚝 솟은 서파정에 이 밤이 춥도다.

霜凝紙壁雪堆欄  상응지벽설퇴란  벽지에 성에 끼고 난간엔 눈이 쌓여

東隣却羨農家子  동린각선농가자  동쪽 이웃 농사꾼이 도리어 부럽구나.

自手擔薪暖養親  자수담신난양친  제 손으로 땔감 하여 어버이 봉양 하네


板屋風鳴此夜寒  판옥풍명차야한  널빤지 집에 바람 부니 이 밤이 춥도다 

莊嚴奇氣薄秋旻  장엄기기부추민  쇠잔한 가을 하늘에 장엄하고 이상한 기운 감도니

定知愛國靑年血  정지애국청년혈  애국청년 혈기를 확실히 알겠노라

不作囹圄凍餒魂  부작영어동뇌혼 감옥에서도 혼마저 얼고 굶주리게는 못하리라


海外同胞此夜寒  해외동포차야한  해외에 나간 동포 이 밤이 춥도다

六洲風雨張空拳  육주풍우장공권  육대주 풍우 속에 빈주먹 휘두르나

由來時勢英雄造  유래시세영웅조  때와 형세 오게 되면 영웅을 만드리라

民國元年朝日鮮  민국원년조일선  대한민국 첫해 아침 햇빛 찬란 하도다

 

薊雪遼風此夜寒  계설요풍차야한  만주벌 눈바람 이 밤이 춥도다                   

殊方泣血幾多年  수방읍혈기다면  타국에서 피눈물 몇몇 해 이던가

遙憐吾友二三子  요린오우이삼자  멀리서 나의 벗 두 세 사람 가련히 여기며

聚首窮廬苦不眠  취수궁려고불면  오막살이집에 모여 괴로워 잠 못 이루노라


學界諸君此夜寒  학계제군차야한  학계 제군들아 이 밤이 춥도다

單衾典却突無煙  단금전각돌무련  홑이불도 전당 잡히고 굴뚝에는 연기도 없는데

喫辛耐苦何須設  끽신내고하수설  온갖 신고 겪고 참아 모름지기 무슨  말 할 것인가

祖國江山擔爾肩  조국강산담이견  조국강산은 그대들의 어깨에 메어 있도다


社會諸公此夜寒  사회제공차야한  사회 제공이여 이 밤이 춥도다

靑燈硯室冷凄然  청등연실냉처연  푸른 등 차가운 서재엔 처량함이 감돌고 

床頭噴血抽孤竹  상두분혈추고죽  상머리에서 뿜은 피 고죽이 돋아나고

流麗文章喚國民  유려문장환국민  유려 문장은 국민을 환기 시켰도다


商業諸君此夜寒  상업제군차야한  상업종사 제군이여 이 밤이 춥도다

曉街呼酒囊無錢  효가호주낭무전  새벽거리 술을 외치나 주머니엔 돈이  없네

利窟外人籠盡去  이굴외인농진거  이권은 외인이 모두 휩쓸어 가고

歲闌獨坐守空廛  세난독좌수공전  세모에 홀로앉아 빈 가게를 지키네 

               

勞動諸君此夜寒   노동제군차야한  노동자 제군이여 이 밤이 춥도다

氷程雪海走如丸   빙정설해주여환  빙설로 뒤덮인 길 총알처럼 달려가네

四千餘載神明族   사천여년신명족  사천여년 신명한 겨레가

何忍呻吟異種鞭   하인신음이종편  왜놈 채찍에  어찌 참아 신음하며 견디랴


玄陸陰凌此夜寒   현륙음릉차야한  캄캄한 땅 얼음 곳간 이 밤이 춥도다

東鮮無處不愁顔   동선무처불수안  동방 우리나라 어디에도 수심에 쌓인 얼굴이네

聞說多金侯爵里   문설다금후작리  들으니 돈많은 公侯伯爵 마을엔

炭爐毛帳煖如春   탄로모장난여춘  석탄 난로 양모 휘장에 따스하기 봄 같다네


莫恨窮廬此夜寒  막한궁려차야한  오막살이집을 한하지 말라 이 밤이 춥도다

地中陽復已經旬  지중양복이경순  땅속엔  봄기운이 살아나 이미 열흘이  지났네

次第春風煽大地  차제선풍선대지  차츰 차츰 봄바람이 대지에 불어오면

死根古木向榮欣  사근고목향영흔  죽은 뿌리 마른 나무 무성하게 자라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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