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이규보李奎報 의 漢詩

淸潭 2019. 12. 6. 20:14

이규보李奎報 1168 ~ 1241


고려 중기의 문신ㆍ문인(1168~1241).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ㆍ지헌(止軒)ㆍ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
벼슬은 정당문학을 거쳐 문하시랑평장사 등을 지냈다. 경전(經典)과 사기(史記)와 선교(禪敎)를 두루 섭렵하였고,호탕 활달한 시풍(詩風)은 당대를 풍미했으며, 특히 벼슬에 임명될 때마다 그 감상을 읊은 즉흥시는 유명하다.
몽골군의 침입을 진정표(陳情表)로써 격퇴한 명문장가였다. 시·술·거문고를 즐겨 삼혹호선생이라 자칭했으며, 만년에 불교에 귀의했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백운소설(白雲小說)》 《국선생전(麴先生傳)》 등이 있으며, 작품으로 시(詩)에 〈천마산시(天摩山詩)〉 〈모중서회(慕中書懷)〉 〈고시십팔운(古詩十八韻)〉 〈초입한림시(初入翰林詩)〉 〈공작(孔雀)〉 〈재입옥당시(再入玉堂詩)〉 〈초배정언시(初拜正言詩)〉 〈동명왕편(東明王篇)〉, 문(文)에 〈모정기(茅亭記)〉 〈대장경각판군신기고문(大藏經刻板君臣祈告文)〉 등이 있다.

 .................................................................

 

 
발상주(發尙州)-이규보(李奎報)

상주를 떠나며-이규보(李奎報)

耿耿殘星在(경경잔성재) : 새벽별 아직 하늘에 깜박이는데
曉隨烏鵲興(효수오작흥) : 까마귀 까치 따라 일어났어라.
旅腸消簿酒(려장소부주) : 나그네 뱃속에 막걸리로 푸니
病眼眩寒燈(병안현한등) : 쓸쓸한 등불이 병든 눈에 부시다.
行李同村老(행리동촌로) : 행식은 시골 늙은이 같고
囊裝似野僧(낭장사야승) : 낭장은 야승처럼 초라하다.
歸田計未遂(귀전계미수) : 전원으로 가려도 이루지 못하고
戀闕意難勝(련궐의난승) : 임 그리는 마음 걷잡기 어렵다.
避世慙高鳳(피세참고봉) : 세상을 피해 사는 고봉에게 부끄럽고
知幾謝李鷹(지기사리응) : 기미를 아는 것은 계응보다 못하다.
露深巾?角(로심건점각) : 이슬이 축축하니 건의 뿔이 기울고
風勁生稜?(풍경생릉?) : 바람이 거세니 소매에 모가 진다.
石棧霜猶重(석잔상유중) : 돌길의 서리 아직 무겁고
雲崖日未昇(운애일미승) : 구름 낀 벼랑에 아직 해 돋지 않았다.
辭親兩行淚(사친량행루) : 어버이 하직하던 두 줄기 눈물
到曙尙霑膺(도서상점응) : 새벽이 되어도 가슴에 젖어있어라.
  


구병(久病)-이규보(李奎報)

오래 앓음-이규보(李奎報)

一?沈?度三秋(일영침채도삼추) : 한 번 앓아 온지 이미 삼 년

臥腐公家俸祿優(와부공가봉록우) : 병으로 누운 채 나라의 록만 썩힌다.

乞退欲休君不?(걸퇴욕휴군부함) : 물러나 쉬려 해도 허락하지 않으니

天將使我大休休(천장사아대휴휴) : 하늘이 나를 매우 슬프게 하는구나.
  


언회(言悔)-이규보(李奎報)

말 더듬기-이규보(李奎報)

我性本訥言(아성본눌언) : 나는 본래 말을 더듬어
庶幾無口過(서기무구과) : 거의 말 실수 없었어라.
昨日率爾言(작일률이언) : 어제 선뜻 한 그 말
我死誰代者(아사수대자) : 나 죽으면 누가 대신하나.
有客笑而對(유객소이대) : 손님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子語似未可(자어사미가) : 그대 말 옳지 못한 듯하여라.
才俊世所稀(재준세소희) : 뛰어난 재주 세상에 드물거니
當憂代者寡(당우대자과) : 의당 대신할 이 적음을 근심하리라.
子非異於人(자비이어인) : 자네도 남과 다르지 않아
所益無一箇(소익무일개) : 이익 될 일 하나도 없어라.
何必見代爲(하필견대위) : 반드시 대신할 이 보아야 하나
俚唱宜無和(이창의무화) : 속된 노래엔 화답하지 말아라.
其言雖似?(기언수사알) : 그 말이 비록 꼬집은 것 같으나
其意未大左(기의미대좌) : 뜻은 크게 어긋나지 않았어라.
我悔前言失(아회전언실) : 내 지난번 말실수 뉘우치고
起拜再三謝(기배재삼사) : 일어나 절하고 두세 번 사과했어라.

  

유어(游魚)-이규보(李奎報)

노니는 어부-이규보(李奎報)

??紅鱗沒復浮(어어홍린몰복부) : 물 속에 노리는 물고기 잠겼다 떠오르니

人言得意好優遊(인언득의호우유) : 마음껏 즐겨 노는 것을 사람들 부러워한다.

細思片隙無閑暇(세사편극무한가) : 가만히 생각하면 편안할 틈이 없어

漁父方歸鷺更謀(어부방귀로갱모) : 어부 돌아가면 해오라기 다시 노리는구나.
  

투화풍(妬花風)-이규보(李奎報)

꽃샘 바람-이규보(李奎報)

花時多顚風(화시다전풍) : 꽃 필 땐 광풍도 바람도 많으니
人道是妬花(인도시투화) : 사람들 이것을 꽃샘 바람이라 한다.
天工放紅紫(천공방홍자) : 조물주가 주홍빛 자주빛 꽃피우니
如剪綺與羅(여전기여라) : 마치 비단들을 가위질해 놓은듯 하다.
旣自費功力(기자비공력) : 이미 그렇게도 공력을 허비하니
愛惜固應多(애석고응다) : 아끼는 마음이야 응당 적지 않으리라.
豈反妬其艶(기반투기염) : 어찌 그 고움을 시기하여
而遣顚風加(이견전풍가) : 광풍을 남겨 보냈을까
風若矯天令(풍약교천령) : 바람이 만약 하늘의 명을 어긴다면
天豈不罪耶(천기불죄야) : 하늘이 어찌 죄를 주지 않을까
此理必不爾(차리필불이) : 이런 법이야 반드시 없을 것이니
我道人言訛(아도인언와) : 나는 사람들의 말이 잘못이라 말하리라.
鼓舞風所職(고무풍소직) : 노래하고 춤추는 건 바람의 맡은 일
被物無私阿(피물무사아) : 만물에 은택 입히니 사사로움 없으리라
惜花若停?(석화약정파) : 꽃을 아껴 만약 바람 다 그친다면
其奈生長何(기내생장하) : 그 꽃 영원히 생장할 수나 있을까.
花開雖可賞(화개수가상) : 꽃 피어 감상하기 좋으나
花落亦何嗟(화락역하차) : 꽃 지는 것을 슬퍼할 게 뭐 있나.
開落摠自然(개락총자연) : 꽃 피고 꽃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이니
有實必代華(유실필대화) : 열매가 생기면 반드시 꽃 피어 대신한다.
莫問天機密(막문천기밀) : 묻지 말게나, 오묘한 이치 자연의 이치
把杯且高歌(파배차고가) : 술잔 잡고 소리 높여 노래나 불러보자구나.
  


앵무(鸚鵡)-이규보(李奎報)

앵무새-이규보(李奎報)

衿披藍綠?丹砂(금피람록자단사) : 옷깃은 남색 푸른빛, 부리는 단사빛
都爲能言見?羅(도위능언견위라) : 모두가 말할 줄 알아 그물에 잡혔구나.
嬌?小兒圓舌澁(교차소아원설삽) : 애교스런 아이처럼 혀 놀림 어색하고
玲瓏處女惠容多(령롱처녀혜용다) : 차려입은 처녀인 듯 꾸밈새가 예쁘구나.
慣聞人語傳聲巧(관문인어전성교) : 익히 들은 남의 말은 교묘히 소리로 옮기나
新學宮詞道字訛(신학궁사도자와) : 새로 배운 궁중 가사는 글자를 잘못 읽는구나.
牢鎖玉籠無計出(뢰쇄옥롱무계출) : 옥구슬 조롱에 굳게 갇혀 벗어날 길 없어
?山歸夢漸蹉?(롱산귀몽점차타) : 둘러선 산으로 돌아갈 꿈 점점 어긋나는구나.
  


복고가(腹?歌)-이규보(李奎報)

복고가-이규보(李奎報)

君不見豪家子弟宴華屋(군불견호가자제연화옥) : 그대는 못보았나, 부호 자제들 화려한 집 연회를
?鍾擊鼓間絲竹(과종격고간사죽) : 종 치고 북 두드리며 간간이 줄 퉁기고 피리 분다.
城西先生獨不然(성서선생독불연) : 성 서쪽 선생은 홀로 그렇지 않으니
醉後高歌鼓大腹(취후고가고대복) : 취하면 노래 부르며 큰 배를 두들긴다.
是中可容數百人(시중가용수백인) : 이 안에는 수백 사람 수용할 수 있고
亦能貯酒三千斛(역능저주삼천곡) : 또 삼천 섬의 술도 저장할 수 있다.
膏田得米釀醇?(고전득미양순배) : 기름진 밭에 쌀 얻어 좋은 술 빚어
數日微聞香馥馥(수일미문향복복) : 며칠 만에 맡아보니 향내가 물씬 풍긴다.
何必壓槽絞淸汁(하필압조교청즙) : 어찌 반드시 틀로 걸러 진국물 짜내야 하나
頭上取巾親自?(두상취건친자록) : 머리 위의 두건 벗어 내 손으로 걸러야지.
一飮輒傾如許?(일음첩경여허굉) : 한번 마심에 문득 양껏 마시고
佐以辛蒜或腥肉(좌이신산혹성육) : 야채나 고기로 안주를 한다.
腹爲皮鼓手爲?(복위피고수위추) : 배는 북이 되고 손은 북채 되어서
登登終日聲相續(등등종일성상속) : 둥둥둥 종일토록 소리가 계속된다.
?西窮?得酒少(롱서궁수득주소) : 언덕 너머 궁한 늙은이 얻은 술 적어
矮屋低頭鶴?啄(왜옥저두학면탁) : 작은 집에 머리 숙여 학이 머리 숙여 쪼듯한다.
腹如椰子猶未充(복여야자유미충) : 배는 야자 열매만하나 여전히 채우지 못하니
只見靑盤堆??(지견청반퇴목숙) : 보이는 것은 푸른 소반에 비름나물뿐이다.
暫盛水醬俄復空(잠성수장아부공) : 잠시 장물로 채우지만 이내 곧 다시 배 고파
有如蹶鞠氣出還自縮(유여궐국기출환자축) : 공에 바람이 빠지면 쭈그러짐과 같다.
那將雷吼飢腸聲(나장뢰후기장성) : 어찌하면 우뢰같은 굶주린 장에서 나는 소리 가져다
往和先生鼓腹太平曲(왕화선생고복태평곡) : 선생이 배 두들기며 부르는 태평곡에 맞출까.
  

대취주필시동고자(大醉走筆示東皐子)-이규보(李奎報)

크게 취하여 붓가는 대로 써서 동고자에게 보이다-이규보(李奎報)

我昔在何處(아석재하처) : 내 옛날 어디에 있었나
笙簫宮殿有無中(생소궁전유무중) : 피리소리 궁궐 까마득한 곳이었다.
鈞天廣樂夢正?(균천광악몽정감) : 천국의 풍악소리에 꿈이 한창 달았는데
何人引我踏塵紅(하인인아답진홍) : 어떤 사람이 나를 끌어 이 티끌 세상 밟게 했나.
大地不能戴我足(대지불능대아족) : 대지도 내 발을 받칠 수 없고
太山不足呑吾胸(태산불족탄오흉) : 태산도 내 가슴 삼킬 수 없구나.
軒然要出六合外(헌연요출륙합외) : 다 털어버리고 천지사방 밖으로 나가고 싶나니
六合之內轍皆窮(륙합지내철개궁) : 천지사방 안은 수레로 모두 갈 수 있는 곳이니까.
茫茫丘?不可望(망망구롱불가망) : 망망한 묘지언덕 바라볼 수 없나니
今古忍埋龍虎雄(금고인매룡호웅) : 고금에 훌륭한 영웅을 어이 차마 묻었나.
蓬萊山在海中央(봉래산재해중앙) : 봉래산은 바다 가운데 있거늘
碧玉秀出知誰鎔(벽옥수출지수용) : 빼어난 백옥을 누가 녹여 만들었을까.
君先去我當繼(군선거아당계) : 그대 먼저 가면 나도 곧 뒤쫓아 갈 것이니
何必論天仙地仙水僊宮(하필론천선지선수선궁) : 하필 하늘과 신선 땅, 신선 물, 신선 궁궐을 가릴려 하나.
  

영계(詠鷄)-이규보(李奎報)

닭을 읊다-이규보(李奎報)

出海日猶遠(출해일유원) : 바다에 일출이 아직 멀어
乾坤尙未明(건곤상미명) : 하늘과 땅 아직 밝지 않았다.
沈?萬眼睡(침감만안수) : 사람들 모두 단잠에 젖어
驚破一聲鳴(경파일성명) : 한 울음소리로 놀래 깨운다.
索食呼雌共(색식호자공) : 먹이 찾아 암컷 불러 같이 먹고
誇雄遇敵爭(과웅우적쟁) : 수컷됨을 과시하여 적 만나 싸운다.
吾憐五德備(오련오덕비) : 오덕을 모두 갖춤을 어여삐 여기니
莫與黍同烹(막여서동팽) : 기장과 함께 결코 삶지 말라.
  

야제(夜霽)-이규보(李奎報)

밤에 개어-이규보(李奎報)

娟娟天上月(연연천상월) : 곱고 고운 하늘 위의 달이여

相見間何?(상견간하활) : 본 지 얼마나 오랜 시간 지났나.

好在佳人面(호재가인면) : 잘 있었구나, 미인 같은 네 얼굴

令我心大豁(령아심대활) : 나의 마음을 활짝 펴게 하는구나.
  

칠월삼일작(七月三日作)-이규보(李奎報)

칠월 삼일에 짓다-이규보(李奎報)

雨久却愁天腐爛(우구각수천부란) : 비가 오래 오니 하늘이 썩나 근심되고

風狂猶恐嶽飛騰(풍광유공악비등) : 바람이 거세니 산이 날아오늘까 두려워라.

深泥沒脛街成海(심니몰경가성해) : 깊은 흙탕에 발 빠지니 거리는 온통 바다

尙有敲門一箇僧(상유고문일개승) : 그래도 스님 한 분이 문 두드리며 찾는다.
  

고우가(苦雨歌)-이규보(李奎報)

장비를 노래하다-이규보(李奎報)

愁霖一月如懸河(수림일월여현하) : 금심스런 장마비 한 달 동안 강물 쏟듯 하여
晝夜昏黑藏羲娥(주야혼흑장희아) : 밤낮으로 캄캄하게 해와 달을 가리웠구나.
已聞街巷遊蛟?(이문가항유교타) : 이미 거리에는 교룡과 자라가 논다고 하니
復患庭除生蚌螺(부환정제생방라) : 다시 뜰에는 조개와 소라가 생길까 걱정이구나.
高墻忽倒臥?駝(고장홀도와탁타) : 높은 담 갑자기 넘어지니 드러누운 낙타인 듯
短屋還頹?馬?(단옥환퇴부마라) : 작은 집 무너지니 말과 나귀가 엎어진 듯하다.
雷公揮劍刃如磨(뢰공휘검인여마) : 번개가 칼을 휘두르니 칼날을 갈아 세운 듯.
壁間躍出陶公梭(벽간약출도공사) : 벽 사이에서 도공의 북이 튀어나온 듯하다
直敎平地轉盤渦(직교평지전반와) : 바로 평지를 물웅덩이로 만들었는데
南宅東家放鴨鵝(남댁동가방압아) : 남쪽 집 동쪽 집에서 오리와 거위를 풀어 놓았다.
城中萬戶浮濤波(성중만호부도파) : 성중의 모든 집들이 파도에 떠오르고
大者如舶小如?(대자여박소여차) : 큰 것은 상선 같고 작은 것은 쪽배 같구나.
一國正作海中倭(일국정작해중왜) : 온 나라가 바로 바다 속의 왜국이 된 듯하고
擬營船舫相經過(의영선방상경과) : 왕래하는 나룻배를 만들어 서로 찾아 지나다닌다.
江湖混混莫分?(강호혼혼막분타) : 강물과 호수가 서로 섞여 갈래를 못 잡는데
空舟獨艤無魚蓑(공주독의무어사) : 빈 배만 혼자 다닐 뿐 고기 잡는 사람도 없구나.
蓬蒿蕭艾與綠莎(봉호소애여록사) : 다복대 쑥대 푸른 잔디
時哉得意盈山阿(시재득의영산아) : 때 만났다 득의 만만하여 산 둔덕에 가득 찼구다.
可惜南畝漂嘉禾(가석남무표가화) : 아깝구나, 남쪽 논의 벼포기가 물 위에 떴으니
其奈四海蒼生何(기내사해창생하) : 사해의 백성들은 어찌해야 좋을 것인가.
甕中美酒香已訛(옹중미주향이와) : 독 안의 향기로운 술이 이미 변했으니
?可?飮令人?(거가감음령인타) : 어찌 마실 것이며 마신들 취할 수있겠는가.
箱底芳茶貿味多(상저방다무미다) : 상자 속 좋은 차는 맛이 많이 변했으니
不堪烹煮驅眠魔(불감팽자구면마) : 끓여 먹어도 몰리는 잠을 쫓아내지는 못하리라.
掩被雖欲寐無?(엄피수욕매무와) :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 않고 자고 싶건만
打窓喧?可從他(타창훤류가종타) : 요란한 낙수물이 창을 때리니 무슨 수를 쓰리오.
凡百防人多跌蹉(범백방인다질차) : 모든 물막이군 넘어지고 자빠지니
久矣此雨傷天和(구의차우상천화) : 지겨워라, 이 비가 하늘의 조화를 상하게 하는구나.
鳥藏巢底蜂藏?(조장소저봉장과) : 새는 둥지에 숨고 벌은 구멍에 들고
路絶車馬無鳴珂(로절차마무명가) : 길에는 마차 끊어져 방울 소리도 없어라.
此時行者理則那(차시행자리칙나) : 이런 때 행인인들 무슨 재주 있을까
泥沒腰脊況襪靴(니몰요척황말화) : 진흙이 허리까지 빠지니 신이 소용없구나.
我幸杜門聊養?(아행두문료양아) : 나는 다행히 문 닫고 병을 고치고 있어
日晏而興誰復訶(일안이흥수부가) : 늦게 일어난들 누가 다시 꾸짖겠는가
率然忽作苦雨歌(솔연홀작고우가) : 갑자기 마음에 감흥이 일어 고우가를 짓는다.
  


하문장노득사(賀文長老得寺)-이규보(李奎報)

문 장로가 절을 얻었기에 치하하다-이규보(李奎報)

公道如今尙不?(공도여금상불휴) : 공도는 지금도 여전히 추락하지 않아
名藍還到一淸羸(명람환도일청리) : 유명한 절에 한 청수한 노화상이 왔어라.
老龍得瀨方專穴(로룡득뢰방전혈) : 늙은 용이 여울 얻어 이제 집을 독점할 것이니
瘦鳳尋梧始占枝(수봉심오시점지) : 여윈 봉새가 오동 찾으니 비로소 가지를 점령했어라.
山水風流眞勝地(산수풍류진승지) : 산과 물의 풍류라 정말 경치 좋은 곳인데
鶯花時節是歸期(앵화시절시귀기) : 꽃 피고 새 우는 시절이 바로 돌아가는 날이어라.
我今??先來賀(아금환변선래하) : 내 이제 기쁨에 못이겨 먼저 와 축하하니
不爲吾師也爲時(불위오사야위시) : 대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 위해서라오.
  


운상인장환산걸시(雲上人將還山乞詩)-이규보(李奎報)

운 스님이 산으로 돌아가며 시를 청하기에-이규보(李奎報)

空門本絶去來想(공문본절거래상) : 불문은 본래 과거와 미래의 망상을 끊는 것

臨別何須更?然(림별하수경암연) : 이별이라 새삼 슬퍼할 게 무엇인가.

莫恐紅塵隨白足(막공홍진수백족) : 붉은 티끌 흰 발자취에 묻힐까 겁내지 말라.

洗廻還有出山泉(세회환유출산천) : 돌아가 도리어 산에서 솟는 샘물에 씻어버리게나.
  


대농부음이수1(代農夫吟二首1)-이규보(李奎報)

농부를 대신하여 읊은 노래-이규보(李奎報)

帶雨鋤禾伏畝中(대우서화복무중) : 비 맞고 김을 매며 밭이랑에 엎드리니

形容醜黑豈人容(형용추흑기인용) : 검고 추악한 몰골이 어찌 사람의 모양인가.

王孫公子休輕侮(왕손공자휴경모) : 왕손공자들이여, 우리를 업신여기지 마소

富貴豪奢出自?(부귀호사출자농) : 그대들의 부귀호사, 우리들로부터 나온단다.
  


대농부음이수2(代農夫吟二首2)-이규보(李奎報)

농부를 대신하여 읊은 노래-이규보(李奎報)

新穀靑靑猶在畝(신곡청청유재무) : 시퍼런 새 곡식 아직도 채 밭에 있는데

縣胥官吏已徵租(현서관리이징조) : 현의 서리들은 벌써 조세를 징수하는구나.

力耕富國關吾輩(역경부국관오배) : 힘껏 일한 부자 나라 우리들에게 달렸는데

何苦相侵剝及膚(하고상침박급부) : 어찌 이다지도 빼앗으며 살마저 벗겨 가는가.
  


독도잠시(讀陶潛詩)-이규보(李奎報)

도잠의 시를 읽고-이규보(李奎報)

我愛陶淵明(아애도연명) : 나는 도연명의 시를 좋아하니
吐語淡而粹(토어담이수) : 토해 놓은 말은 담박하고 순수하다.
常撫無絃琴(상무무현금) : 항상 줄 없는 거문고를 어루만지니
其詩一如此(기시일여차) : 그의 시도 또한 이와 같았구나.
至音本無聲(지음본무성) : 지극한 음률은 본래 소리가 없으니
何勞絃上指(하로현상지) : 어찌 피곤하게 거문고 줄에 손을 쓸까
至言本無文(지언본무문) : 지극한 말은 본래 수식이 없으니
安事彫鑿費(안사조착비) : 어찌 꾸임을 일삼아 말을 허비하리오
平和出天然(평화출천연) : 자연에서 나온 평화로움이여
久嚼知醇味(구작지순미) : 오래 씹을 수록 더욱 진한 맛을 느낀다.
  


석창포(石菖蒲)-이규보(李奎報)

석창포-이규보(李奎報)

露珠偏上翠尖垂(로주편상취첨수) : 이슬 구슬 동글동글 한쪽 푸른 잎에 매달려

愛箇玲瓏未墮時(애개령롱미타시) : 영롱하게 떨어지지 않고 빤짝거림이 좋아라.

賴有彈渦餘海暈(뢰유탄와여해훈) : 바닷가에는 탄자와가 남아 있어

老?盤穩秘鬚?(노규반온비수자) : 늙은 규룡 들어와 서리어 수염 감추었구나.
  


석류화(石榴花)-이규보(李奎報)

석류화-이규보(李奎報)

例憑土肉得繁枝(례빙토육득번지) : 굳건히 흙에 붙어야 무성한 나뭇가지

厭見群紅?娜姿(염견군홍아나자) : 온갖 꽃들의 한들거리는 자태 보기도 싫어라.

賴爾花中獨安石(뢰이화중독안석) : 꽃 주에 너만이 돌에 편히 붙었을 수 있어

鐵腸如我尙開眉(철장여아상개미) : 철석같은 마음 나와 같아 나의 시름 풀어본다.
  


서상화(瑞祥花)-이규보(李奎報)

서상화-이규보(李奎報)

外家鍾慶氣如春(외가종경기여춘) : 외가에 쌓인 경사가 봄날같은 기운이라

華屋尋常燕賀賓(화옥심상연하빈) : 화려한 집안, 경축잔치엔 손님도 많아라.

一朶好花嬌欲語(일타호화교욕어) : 한 송이 좋은 꽃이 말하는 듯 교태로워

又將何瑞報於人(우장하서보어인) : 더 이상 무슨 상서로 주인에게 보답할까.
  


국화(菊花)-이규보(李奎報)

국화-이규보(李奎報)

霜奔秋來遍放花(상분추래편방화) : 서리 내려 가을 되어 두루 핀 꽃

飽看野岸與山家(포간야안여산가) : 들 언덕 산촌에도 마냥 보겠구나.

石盆硬滑應難穩(석분경활응난온) : 돌화분 굳고 미끄러워 편하기 어려워

一朶寒香尙足誇(일타한향상족과) : 한 송이 찬 향기 자랑하며 피었구나.
  


사계화(四季花)-이규보(李奎報)

사계화-이규보(李奎報)

伴開春艶旋隨風(반개춘염선수풍) : 봄꽃과 함께 피려더니 바람 따라 지고

欲配秋香夢又空(욕배추향몽우공) : 가을 국화와 짝하더니 또 다시 헛꿈이어라.

閱遍群芳無可偶(열편군방무가우) : 온갖 꽃을 둘러봐도 짝할 이 하나 없어

依依獨到雪中紅(의의독도설중홍) : 의연히 혼자서 눈 속에서 붉었어라.
  
 


박승가분죽(朴丞家盆竹)-이규보(李奎報)

박승상 집의 화분 대나무-이규보(李奎報)

欲試君賢豈一端(욕시군현기일단) : 그대의 어짊을 시험함에 어찌 한가지 뿐일까

悍根又耐石盆寒(한근우내석분한) : 굳센 뿌리는 돌분의 차가움을 견디어 내는구나.

箇中尙有湘江意(개중상유상강의) : 그 중에서도 오히려 상강의 기상이 있으니

直作?天玉?看(직작참천옥삭간) : 바로 하늘 찌르려는 옥창의 기운이 보이는구나.
  


취유하녕사(醉遊下寧寺)-이규보(李奎報)

취하여 하령사에 놀며-이규보(李奎報)

偶到湖邊寺(우도호변사) : 우연히 호숫가 절에 이르니
淸風散酒?(청풍산주훈) : 시원한 바람에 술 기운 흩는다.
野荒偏引燒(야황편인소) : 거친 들은 불길 끌기 알맞고
江暗陽生雲(강암양생운) : 아득한 강에는 구름 일기가 쉽다.
碧嶺侵沙斷(벽령침사단) : 푸른 고개 모래에 씻겨 끊기고
奔流夾岸分(분류협안분) : 치닫는 물은 언덕에 부딪혀 나뉘었다
孤舟何處泊(고주하처박) : 외로운 배 어느 곳에 대었는가
漁笛?來聞(어적만래문) : 어선의 피리 소리 저녁에 들려온다.
  


마상유작(馬上有作)-이규보(李奎報)

말 위에서 짓다-이규보(李奎報)

一別水仙鄕(일별수선향) : 수선의 고을을 떠나
騰裝適南荒(등장적남황) : 행장 챙겨 남쪽 변방으로 간다.
六月行萬里(육월행만리) : 유월 하늘에 만 리를 가니
白汗?如漿(백한번여장) : 흰 땀이 죽같이 솟는다.
行疲又上馬(행피우상마) : 걷다가 피곤하면 말에 오르고
上馬睡欲?(상마수욕강) : 말에 오르니 졸려서 쓰러지려 한다.
渴飮山下泉(갈음산하천) : 목말라 산 아래의 샘물을 마시니
泉水極探湯(천수극탐탕) : 샘물도 뜨겁기가 끓인 물과 같다.
童奴喘不息(동노천부식) : 어린 종은 헐떡거리며
屢擇樹陰?(루택수음량) : 자주 서늘한 나무 그늘을 찾는다.
幸非就國者(행비취국자) : 다행히 서울에 가는 사람 아니라
行李不須忙(행이부수망) : 걸음을 굳이 바삐할 필요가 없도다.
  


지상영월(池上詠月)-이규보(李奎報)

못 위의 달을 노래하다-이규보(李奎報)

天上群仙會(천상군선회) : 하늘 위 여러 신선 모임

姮娥欲點粧(항아욕점장) : 항아가 몸단장 하려 하였어라.

却嫌塵掩鏡(각혐진엄경) : 문득 티끌에 거울 가린 것이 싫어

下洗碧流長(하세벽류장) : 내려와 흐르는 푸른 물에 씻는구나.
  


월야문자규(月夜聞子規)-이규보(李奎報)

달밤에 들리는 자규의 울음-이규보(李奎報)

寂寞殘宵月似波(적막잔소월사파) : 적막한 밤, 달빛은 물결처럼 잔잔한데

空山啼遍奈明何(공산제편내명하) : 빈 산에 온통 새 울음소리 날이 새면 어이하나.

十年痛哭窮途淚(십년통곡궁도루) : 십 년을 통곡한 궁핍한 자의 눈물

與爾朱脣血孰多(여이주순혈숙다) : 너의 붉은 입술과 피 중에 어느 것이 짙은가.
  


사가(思家)-이규보(李奎報)

집 생각-이규보(李奎報)

雁信方三到(안신방삼도) : 편지는 이제야 세 번 왔는데
蟾輪已五虧(섬륜이오휴) : 달은 이미 다섯 번이나 기울었다.
荒?殘露菊(황리잔로국) : 허물어진 울타리에 이슬 젖은 국화
寒樹爛霜梨(한수란상리) : 차가운 나무에는 서리 맞은 배가 익었다.
最憶鴉頭女(최억아두녀) : 머리가 까맣게 윤기나는 딸이 가장 그립고
還懷犀角兒(환회서각아) : 이마가 헌칠한 아들놈도 생각난다.
城東一區宅(성동일구택) : 성 동쪽 집 한 채 있으니
誰肯葺茅茨(수긍즙모자) : 누가 기꺼이 지붕을 이어 줄까.
  


숙사평진(宿沙平津)-이규보(李奎報)

사평진에 묵으며-이규보(李奎報)

遊女冶客多效妓(유녀야객다효기) : 노는 계집 몸치장 거의 기생인 듯

居民祝髮半爲僧(거민축발반위승) : 거주민들 머리 깎으니 반은 중이로구나.

江喧如識潮聲漲(강훤여식조성창) : 강이 소란해지니 조수 소린줄 알겠고

地熱那堪?氣蒸(지열나감장기증) : 땅이 더우니 질병 일으키는 독기를 어찌 견디랴.
  


발상주(發尙州)-이규보(李奎報)

상주를 출발하며-이규보(李奎報)

耿耿殘星在(경경잔성재) : 새벽별은 아직 하늘에 깜박
曉隨烏鵲興(효수오작흥) : 까마귀 까치 따라 새벽에 일어났다.
旅腸消簿酒(려장소부주) : 나그네 뱃 속을 막걸리로 푸니
病眼眩寒燈(병안현한등) : 병든 눈는 쓸쓸한 등불이 부시구나.
行李同村老(행리동촌로) : 행식은 시골 늙은이 같고
囊裝似野僧(낭장사야승) : 행장은 시골 승려처럼 초라하구나.
歸田計未遂(귀전계미수) : 전원으로 가고파도 이루지 못하고
戀闕意難勝(련궐의난승) : 대궐의 임 그리는 마음 이기기 어렵구나.
避世慙高鳳(피세참고봉) : 세상을 피해 삶이 높은 봉황새 부끄럽고
知幾謝李鷹(지기사리응) : 기미를 앎에는 배보다 못하구나.
露深巾?角(로심건점각) : 이슬이 축축하니 건의 뿔이 기울고
風勁生稜?(풍경생릉?) : 바람이 거세니 소매에 모가 나는구나.
石棧霜猶重(석잔상유중) : 돌서덜 길 서리 아직 무겁고
雲崖日未昇(운애일미승) : 벼랑에는 아직 해 솟지 않았구나.
辭親兩行淚(사친량행루) : 어버이 하직하던 두 줄기 눈물
到曙尙霑膺(도서상점응) : 새벽이 되어도 가슴에 젖어있구나.
 
 

 

 

감로사(甘露寺)-이규보(李奎報)

감로사에서-이규보(李奎報)

金碧樓臺似(금벽루대사) : 금빛, 옥빛에 누대가 어린 듯
環?水重圍(환요수중위) : 둥글게 물은 겹겹이 감싸는구나.
炤日添秋露(소일첨추로) : 가을 이슬에 밝은 해빛 비치고
干雲散夕?(간운산석비) : 다가오는 구름은 저녁 놀 흩어버린다.
偶成文字去(우성문자거) : 기러기 우연히 글자 이루어 날아가고
自作?圖飛(자작화도비) : 백로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며 날아간다.
不起江加鏡(불기강가경) : 바람 일지 않아 강물은 거울 같아
路上行人對(로상행인대) : 길 가는 사람, 물 속 그림자와 함께 간다.
  


공암강상음(孔巖江上吟)-이규보(李奎報)

공암강 위에서-이규보(李奎報)

浴殘飛倦鳥(욕잔비권조) : 목욕한 뒤 날기에 권태로운 새
耕罷臥閑牛(경파와한우) : 밭 갈고 한가로이 누워있는 소구나.
複嶺山中郭(복령산중곽) : 겹친 봉우리들은 산중의 성곽이요
奔舟水上郵(분주수상우) : 치닫는 배는 물 위의 역마로구나.
爲憐江上景(위련강상경) : 강위의 경치를 어여삐 여겨서
潛到荻洲濱(잠도적주빈) : 갈대밭 강가에 남몰래 나왔도다.
太守不汝詰(태수불여힐) : 태수는 당신을 꾸짖지 않으리니
漁翁好下緡(어옹호하민) : 고기잡는 늙은이여 낚시나 즐기시라.
  


소정희작(炤井戱作)-이규보(李奎報)

밝은 우물에서 장난삼아-이규보(李奎報)

不對靑銅久(부대청동구) : 거울 보지 않은지 오래되어

吾顔莫記誰(오안막기수) : 내 얼굴도 누구인지 알수 없도다

偶來方炤井(우래방소정) : 우연히 우물에 비친 모습

似昔稍相知(사석초상지) : 전에 어디서 본 듯한 녀석이로다
  


미인원(美人怨)-이규보(李奎報)

미인의 원망-이규보(李奎報)

腸斷啼鶯春(장단제앵춘) :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는데
落花紅簇地(락화홍족지) : 꽃은 떨어져 온 땅을 붉게 덮었다
香衾曉枕孤(향금효침고) :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玉?雙流淚(옥검쌍류루) : 고운 뺨, 두 줄기 눈물 흐른다
郞信薄如雲(낭신박여운) : 임의 약속 야속하기 뜬구름 같아
妾情撓似水(첩정요사수) : 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 같아라
長日度與誰(장일도여수) : 긴긴 밤, 누구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추각수미취) : 수심겨워 찡그린 눈썹 펼 수 있을까
  


방각월사(訪覺月師)-이규보(李奎報)

각월 스님을 방문하여-이규보(李奎報)

步步行隨入谷雲(보보행수입곡운) : 걷고 걸어 구름 따라 골짜기로 들어서니
自然幽洞?紅塵(자연유동벽홍진) : 자연스런 깊숙한 골짝, 세상을 멀리했구나
已將蚊雀觀鍾釜(이장문작관종부) : 이미 봉록을 모기나 참새처럼 여기고
曾把螟??搢紳(증파명령희진신) : 일찍이 마디 벌레나 잠자리 처럼 희롱했도다
俯仰歸來推幻化(부앙귀래추환화) : 굽어보고 올려보고는 돌아오는 것을 환화로 보고
死生得喪任天鈞(사생득상임천균) : 죽고 삶과 이해득실은 하늘에 맡겼도다
多師雪裏猶?酒(다사설리유사주) : 고맙게도 선사가 눈 속에 술 사와
借與山中一日春(차여산중일일춘) : 산속의 하루 봄날을 빌려 주셨었구나
  


증문장노(贈文長老)-이규보(李奎報)

문장로에게 주다-이규보(李奎報)

暫趨十二街中路(잠추십이가중로) : 잠깐 열두 거리 번화한 길 달려보니

長憶三千里外山(장억삼천리외산) : 길이 삼천리 밖 적막한 산 생각나는구나

莫學閑雲空返岫(막학한운공반수) : 한가한 구름 부질없이 산굴로 드는 것 배우지 말고

好將膏雨澤人間(호장고우택인간) : 기름진 비 내려 인간에게 은택 베풀어 주시옵소서
  


서문장노월경선(書文長老月傾扇)-이규보(李奎報)

문장로의 월경선 부채에 쓰다-이규보(李奎報)

浮雲斜蹙手中橫(부운사축수중횡) : 뜬구름은 손바닥에 비스듬히 비치고

金粉微含雪暈輕(금분미함설훈경) : 달빛은 은은히 엷은 눈빛 머금었도다

相得共工觸山後(상득공공촉산후) : 생각건대 공공이 산을 받아 무너뜨린 뒤

天低西北月輪傾(천저서북월륜경) : 하늘 서북쪽 무너져 기운 달인 것 같도다
  


차운문장노미개김전화(次韻文長老未開金錢花)-이규보(李奎報)

문 장로의 금전화가 피지 않았다는 시에 차운하여-이규보(李奎報)

早夏移根用意栽(조하이근용의재) : 초여름 옮겨 심은 뿌리, 마음 써서 가꾸었더니

尙含檀口待誰開(상함단구대수개) : 누가 오면 피려고 아직도 예쁜 입술 오므리고 있구나

千金欲買嬌顔笑(천금욕매교안소) : 천금으로 예쁜 얼굴 활짝 핀 웃음 사려하여

自負錢多不肯廻(자부전다불긍회) : 스스로 돈 많다고 자부하고 돌아보려 않는구나
  


감로사(甘露寺)-이규보(李奎報)

감로사-이규보(李奎報)

金碧樓臺似??(금벽루대사저휘) : 아름다운 누대의 추녀 꿩이 날개 편듯
靑山環?水重圍(청산환요수중위) : 푸른 산, 맑은 물이 겹겹이 감돈다
霜華炤日添秋露(상화소일첨추로) : 서리에 해 비치니 가을 이슬 더하고
海氣干雲散夕?(해기간운산석비) : 바다 기운 구름 찌르니 저녁비 흩어진다
鴻雁偶成文字去(홍안우성문자거) : 기러기는 우연히 문자 이루면서 날아
鷺?自作?圖飛(로자자작화도비) : 백로는 스스로 화도를 그리면서 날아간다
微風不起江加鏡(미풍불기강가경) : 실바람도 일지 않아 강물 거울 같은데
路上行人對影歸(로상행인대영귀) : 길 위의 행인은 물에 비친 그림자 보며 간다
  


초당삼영1(草堂三詠1)-이규보(李奎報)

초당에서 읊은 노래-이규보(李奎報)

素琴(소금) : 거문고

天?初無聲(천뢰초무성) : 자연은 처음부터 소리가 없어
散作萬竅鳴(산작만규명) : 흩어져 만 구멍의 소리를 낸다
孤桐本自靜(고동본자정) : 오동은 본래 고요하니
假物成??(가물성창쟁) : 다른 힘을 빌어서 소리가 난다
我愛素琴上(아애소금상) : 줄 없는 거문고를 좋아하여
一曲流水淸(일곡유수청) : 맑은 물에 유수곡을 부르노라
不要知音聞(불요지음문) : 친구가 들어줌을 원하지 않고
不忌俗耳聽(불기속이청) : 속물이 듣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只爲寫我情(지위사아정) : 다만 내 정과 흥을 쏟기 위해
聊弄一再行(료롱일재행) : 애오라지 한두 줄을 희롱하노라
曲終又靜?(곡종우정묵) : 곡조가 끝나면 고요히 침묵하고
?與古意冥(형여고의명) : 아득히 옛뜻과 화합하노라

  


초당삼영2(草堂三詠2)-이규보(李奎報)

초당에서 읊은 노래-이규보(李奎報)

소병(素屛)

君看五侯家(군간오후가) : 그대가 보는 다섯 오후의 집
黃金柱北斗(황금주북두) : 황금기둥으로 북두를 떠받친다
牆壁煥丹靑(장벽환단청) : 담과 벽에는 단청 두르고
土木衣錦繡(토목의금수) : 흙과 나무에는 비단 옷을 입히었다
坐張百寶屛(좌장백보병) : 앉는 데는 백보병풍을 쳤는데
仙鬼互馳驟(선귀호치취) : 신선과 귀신이 분주하게 달려간다
那憂氷谷寒(나우빙곡한) : 어찌 얼음 계곡 찬 것을 근심하며
只?銅山富(지이동산부) : 다만 동산의 풍부함만 자랑한다
百年歸山丘(백년귀산구) : 백년 산 수에 산으로 돌아가
等是一丘土(등시일구토) : 똑같이 한 줌의 흙이 되노라
我有一素屛(아유일소병) : 나에게 하나의 소박한 병풍 있어
展作寢前友(전작침전우) : 침실 앞에 벌여 놓았도다
素月炤我容(소월소아용) : 흰 달이 내 얼굴 비추어
白雲落我首(백운락아수) : 흰 구름은 내 머리맡에 떨어졌다
?思天地間(번사천지간) : 생각하면 하늘과 땅 사이에
此身亦假受(차신역가수) : 이 몸 또한 가탁하여 받은 것이다
求眞了無眞(구진료무진) : 진실을 구하여도 끝내 진실 없고
一物非我有(일물비아유) : 한 물건도 내 소유는 없는 것이다
  


초당삼영3(草堂三詠3)-이규보(李奎報)

초당에서 읊은 노래-이규보(李奎報)

죽부인(竹夫人)

竹本丈夫比(죽본장부비) : 대는 본래 장부에 비유되니
亮非兒女隣(량비아녀린) : 참으로 아녀자의 이웃은 아니로다
胡爲作寢具(호위작침구) : 어찌하여 침구로 만들어
强各曰夫人(강각왈부인) : 억지로 부인이라 이름하였는가
?我肩股穩(지아견고온) : 어깨와 다리 걸치어 평온하게 하고
入我衾?親(입아금주친) : 내 이불 속으로 친하게 들어와
雖無擧案眉(수무거안미) : 눈썹과 나란하게 밥상 드는 일은 못해도
幸作專房身(행작전방신) : 다행히 사랑을 독차지하는 몸은 되는구나
無脚奔相如(무각분상여) : 상여에게 달려가는 탁문군의 다리도 없고
無言諫伯倫(무언간백륜) : 백륜 유령에게 간하는 말도 없도다
靜然最宜我(정연최의아) : 고요한 것이 가장 내 마음에 드니
何必西施嚬(하필서시빈) : 어찌 반드시 아름다운 서시가 필요할까
  


문강남적기(聞江南賊起)-이규보(李奎報)

강남에서 도적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고-이규보(李奎報)

自聞群犬吠高聲(자문군견폐고성) : 스스로 뭇 개들 시끄럽게 짖는 소리 듣고

匣劍無端白日鳴(갑검무단백일명) : 이상하게도 갑 속의 칼이 한낮에 쩡쩡 운다

闕下牽來應有士(궐하견래응유사) : 놈들을 궐하에 끌어올 장사가 있을 것인데

官家何惜一長纓(관가하석일장영) : 관가에서 어찌 긴 끈 하나를 아끼는 것일까
  


중구일(重九日)-이규보(李奎報)

중양절-이규보(李奎報)

去年尙州遇重九(거년상주우중구) : 지난해 상주에서 중구절을 지냈는데
臥病沈綿未飮酒(와병침면미음주) : 병으로 오래 누워 술을 마시지 못했다
强携藜杖起尋僧(강휴려장기심승) : 억지로 지팡이 짚고 중을 찾아가
手撚寒香空自嗅(수연한향공자후) : 손수 향불 피워 스스로 향내를 맡았다
去年已去莫追悔(거년이거막추회) : 지나간 지난해를 뉘우친들 무엇하랴
却待今年作高會(각대금년작고회) : 올해는 좋은 모임 꼭 가지려 별렀건만
豈知今年又病手(기지금년우병수) : 뉘 알았으랴, 올해도 또 손병 나서
未?好事時酒輩(미진호사시주배) : 좋은 시주 모임에 나아가지 못한다
亦復起飮嚼霜蘂(역복기음작상예) : 또다시 일어나 물 마시고 국화 씹으니
未能免俗聊爾耳(미능면속료이이) : 속됨을 못 면하고 그저 지낼 뿐이로다
山妻笑勸良足歡(산처소권량족환) : 아내 웃으며 권한 술도 정말 족히 기쁘니
何必登高爛慢醉(하필등고란만취) : 어찌 산에 올라 잔뜩 취해야만 하는가
書生命薄何足道(서생명박하족도) : 서생의 기박한 운명 어이 말하리오
佳節年年病中度(가절년년병중도) : 해마다 좋은 절기를 병중에 지나는구나
落日愁吟?菊籬(락일수음요국리) : 석양에 울 두른 국화를 읊으며 소요하니
西風有信猶吹帽(서풍유신유취모) : 그래도 서풍은 신의 있어 모자에 불어온다

*중양절 [重陽節]-세시 명절의 하나로 음력 9월 9일을 이르는 말.
                 이날 남자들은 시를 짓고 각 가정에서는 국화전을 만들어 먹고 놀았다.
  


수병유작(手病有作)-이규보(李奎報)

손병이 나서 짓다-이규보(李奎報)

平生喜弄如椽筆(평생희농여연필) : 평생에 큰 붓을 휘두르기 좋아하여
嘲?風月無停時(조희풍월무정시) : 풍월 희롱함을 그친 적이 없었도다
又將?突造物兒(우장당돌조물아) : 또 장차 조물주에게 부치려 했더니
造物慧?乃先知(조물혜힐내선지) : 조물이 약아서 미리 알았구나
故敎右手忽生瘡(고교우수홀생창) : 갑자기 오른손에 부스럼을 나게 하여
?手縮坐如凍?(타수축좌여동치) : 손 늘어뜨리고 쭈구린 몰골 언 올빼미 같다
捻毫潑墨俱艱澁(염호발묵구간삽) : 붓을 찍고 먹 가는 일이 모두 어렵나니
腹雖有藁何由施(복수유고하유시) : 뱃속의 글이 쌓여있어도 글을 어떻게 써낼까
乾坤不復困搜剔(건곤불복곤수척) : 건곤의 비밀도 다시 찾기 어렵지 않은데
神鬼方應肆?欺(신귀방응사저기) : 귀신이 함부로 흉보고 속이는구나
糖蟹?肥堪斫雪(당해오비감작설) : 달고 살진 게를 하얗게 쪼개놓으니
左手幸完猶可持(좌수행완유가지) : 다행히 왼손이 성하여 집을 수 있구나
被酒?眠不覺痛(피주감면불각통) : 술에 취해 잠들면 아픈 줄 모르니
非灸非?眞我醫(비구비폄진아의) : 참된 나의 의원은 쑥찜도 침이 아니로구나
  


주필사희선사혜미(走筆謝希禪師惠米)-이규보(李奎報)

희 선사가 쌀을 보내주어 붓을 달려 사례하다-이규보(李奎報)

嗟我落寒貧(차아락한빈) : 아, 가난 속에 빠져들어
渾家皆食粥(혼가개식죽) : 온 집안 모두가 죽을 먹는다
亮非餐霞人(양비찬하인) : 진실로 내가 신선이 아니거니
何由得?穀(하유득벽곡) : 무슨 수로 벽곡을 할 수 있으리오
仁哉法師心(인재법사심) : 인자하도다, 법사님의 마음이여
燐我無寸祿(린아무촌록) : 한 푼 봉록 없이 사는 나를 가엾게 여겨
惠然送白粲(혜연송백찬) : 은혜롭게 하얀 쌀을 보내왔는가
粒粒眞?玉(립립진연옥) : 알알이 참으로 부드러운 구슬이로다
何煩顔公帖(하번안공첩) : 안진경공의 첩을 어이 번거롭게 하랴
已貸監河粟(이대감하속) : 이미 감하의 곡식을 꾸어왔는 것을
??方暮炊(염이방모취) : 사방에서 저녁밥 짓고 있는데
寒廚煙始綠(한주연시록) : 차가운 부엌에도 비로소 연기 나는구나
猶堪笑三閭(유감소삼려) : 오히려 삼려을 비웃음을 견디어
冷淡餐秋菊(냉담찬추국) : 쓸쓸히도 가을 국화 먹고 지냈으리라
  


식증해(食蒸蟹)-이규보(李奎報)

찐 게를 먹으며-이규보(李奎報)

君不見(군불견) :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畢郞嗜飮無餘營(필랑기음무여영) : 필랑은 술마시기에 다른 생각 없고
但願持?了一生(단원지오료일생) : 다만 게를 안주삼아 한생 보냄을 원한 것을
又不見(우불견) : 또 보지 않았는가
錢卿乞郡非他求(전경걸군비타구) : 전경이 고을살이 원함은 다른 게 아니라
唯思有蟹無監州(유사유해무감주) : 오직 게만 생각하고 고을 살피는 일은 하지 않은 것을
猩脣熊掌易爽口(성순웅장역상구) : 성순웅장도 입맛을 새롭게 하지만
只應此味尤宜酒(지응차미우의주) : 다만 게 맛이 술에 더욱 맞음이리로다
江童餉我??肥(강동향아추모비) : 강마을 아이들 크고 살진 게를 보내왔는데
?大臍團多是雌(염대제단다시자) : 큰 딱지 둥근 배가 모두 암컷이로구나
東海輸芒今已了(동해수망금이료) : 벼 까끄라기 동해신에게 이제 보냈으니
後脚差?眞撥棹(후각차활진발도) : 뒷다리 차츰 넓어 노만큼 커졌도다
平生讀書辨??(평생독서변로팽) : 평생에 글을 읽었기에 쓰르라미와 방게는 구별하니
定非司徒舊所烹(정비사도구소팽) : 옛날에 사도가 삶은 것 아니로다
烹來剖破硬紅甲(팽래부파경홍갑) : 삶아서 단단한 붉은 껍질 깨어서 보니
半殼黃膏雜靑汁(반각황고잡청즙) : 노란 자위와 푸른 즙이 반쯤 들었구나
草泥跳?雖爾宜(초니도척수이의) : 진흙탕에 뛰다니기 너는 좋아하겠지만
猶被王倫餘怒移(유피왕윤여노이) : 오히려 왕윤의 분풀이를 받았었다
不如入我左手把(불여입아좌수파) : 차라리 나의 왼손에 들어 잡혀
日飮無何柳得佐(일음무하유득좌) : 날마다 마시는 술에 안주됨만 못하리라
詩人冷淡食無魚(시인냉담식무어) : 시인의 삶이 담박하여 고기 하나 없기에
爛蒸瓠壺客盧胡(란증호호객노호) : 조롱박 삶아 먹으면 손은 쓴웃음 짓는구나
瓠壺食盡又何續(호호식진우하속) : 조롱박도 다 먹었으니 또 무엇으로 이으리
更見靑盤堆??(경견청반퇴목숙) : 푸른 소반에 거여풀이 또한 보이지 않는가
硬鱗腐肉猶長?(경린부육유장참) : 딱딱한 비늘 썩은 고기도 탐낸지 오래거든
況此海産如糖甛(황차해산여당첨) : 하물며 바닷게 맛이 엿처럼 달아라
急呼赤脚撥新甕(급호적각발신옹) : 아이를 급히 불러 새 독을 헤쳐보니
玉?星沸香浮動(옥저성비향부동) : 하얀 구더기 솟아올라 향냄새 풍기었다
蟹卽金液糟蓬萊(해즉금액조봉래) : 게는 금액이고 술은 봉래주로다
何必服藥求仙哉(하필복약구선재) : 어이하여 반드시 약을 먹고 신선을 구하리오

  


촉직탄(促織歎)-이규보(李奎報)

베짱이의 탄식-이규보(李奎報)

去年園中桑葉沃(거년원중상엽옥) : 지난해에 정원의 뽕 이파리 무성하여
神蠶作繭大於屋(신잠작견대어옥) : 누에마다 지은 고치 집보다 컸었도다
織成五色雲錦羅(직성오색운금라) : 오색의 구름 비단 짜니
不待寒蟲苦相促(부대한충고상촉) : 베짱이의 재촉을 기다리지 않았더라
今年桑老枯且萎(금년상로고차위) : 올해는 뽕나무가 마르고 시들었으니
飢蠶?臥未生絲(기잠강와미생사) : 주린 누에 모두 죽어 실을 내지 못한다
渾家拱手待天寒(혼가공수대천한) : 온 집안 팔짱 끼고 찬 겨울 기다리니
一聞促織先酸悲(일문촉직선산비) : 베짱이 소리 듣자 마음 먼저 슬퍼진다
千聲萬聲無一尺(천성만성무일척) : 수다스레 울어대도 짠 베 한 자도 없어
爾吟雖苦終何益(이음수고종하익) : 네 아무리 슬피 운들 무슨 도움 있을까
月叢露葉不耐寒(월총로엽불내한) : 달 아래 이슬 맞은 잎에 추위 못 견디어
入我床前空??(입아상전공즐즐) : 책상머리에 들어 부질없이 우는구나
君不見(군불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促織之號何太忙(촉직지호하태망) : 베짱이의 울음소리 저렇게 바쁜 것을
箱無寸線機無聲(상무촌선기무성) : 상자에는 실오라기 없고 베짜는 소리도 없다
唯有病夫雙?髮(유유병부쌍빈발) : 다만 병든 이 사람의 두 귀밑머리
一聲促得一絲生(일성촉득일사생) : 한 소리 울 적마다 한 털이 희어진다
?紆心緖亂莫斷(영우심서난막단) : 얽히어진 심사를 가눌 수 없는데
一夜織得愁萬段(일야직득수만단) : 한밤을 지새면서 온갖 시름 짜내는구나
蟲聲於予已不費(충성어여이불비) : 벌레 소리 나에게 아무 쓸데없으니
勸汝從今啼少緩(권여종금제소완) : 너에게 권하노니, 부디 이제부터 울음 그쳐다오
  


아삼백음주(兒三百飮酒)-이규보(李奎報)

아들 삼백이 술을 마시다-이규보(李奎報)

汝今乳齒已傾觴(여금유치이경상) : 네가 어린 나이에 벌써 술을 마신다니
心恐年來必腐腸(심공년래필부장) : 앞으로 창자가 썪을까 마음 두렵구나
莫學乃翁長醉倒(막학내옹장취도) : 아비가 늘 취하여 넘어지는 일 배우지 말라
一生人道太顚狂(일생인도태전광) : 한 평생 남들이 미치광이라 하는구나
一生誤身全是酒(일생오신전시주) : 한 평생 몸 망친 것이 오직 이놈의 술이니
汝今好飮又何哉(여금호음우하재) : 너조차 마시기를 좋아하니 어찌하랴
命名三百吾方悔(명명삼백오방회) : 삼백이라 이름한 일, 나는 이제야 뉘우치니
恐爾日傾三百杯(공이일경삼백배) : 네가 날마다 삼백 잔씩 마실까 두려워 한다.

  


중억오덕전(重憶吳德全)-이규보(李奎報)

오덕전을 다시 생각하며-이규보(李奎報)

不見吳季重(불견오계중) : 오계중을 못 본지

于今四五年(우금사오년) : 지금 벌써 사오 년이라네

欲飛身欠翼(욕비신흠익) : 날려 하나 날개가 없어

相憶眼成泉(상억안성천) : 생각하면 샘처럼 눈물 고이네
  


유천화사음다(遊天和寺飮茶)-이규보(李奎報)

천화사에서 놀며 차 한잔 하다-이규보(李奎報)

一?穿破綠苔錢(일공천파록태전) : 한 지팡이 돈짝 같은 푸른 이끼 뚫어

驚起溪邊彩鴨眠(경기계변채압면) : 시냇가에서 조는 오리가 놀라 일어난다.

賴有點茶三昧手(뢰유점차삼매수) : 차 끓이는 오묘한 수법 힘

半?雪液洗煩煎(반구설액세번전) : 눈 같은 진액 반 그릇으로 번민을 씻는다.
  


사인혜선1(謝人惠扇1)-이규보(李奎報)

부채를 준 사람에게 감사하며-이규보(李奎報)

交情淡若水(교정담약수) : 사귄 정리가 물처럼 담담하고

團扇皎如霜(단선교여상) : 둥근 부채 서리처럼 깨끗하구나.

不夜月長滿(불야월장만) : 밤이 아니어도 달은 둥글고

先秋風自?(선추풍자량) : 가을 전에도 바람 절로 서늘해진다.
  


사인혜선2(謝人惠扇2)-이규보(李奎報)

부채를 준 사람에게 감사하며-이규보(李奎報)

君心眞似氷(군심진사빙) : 그대의 마음 참으로 얼음 같아

相對洗煩鬱(상대세번울) : 보기만 해도 울적한 마음 삭는다.

更贈一襟秋(경증일금추) : 다시 마음속 가을까지 보태어

留爲雙手月(유위쌍수월) : 양손의 달을 만들어 주는구나.

  


범주(泛舟)-이규보(李奎報)

배를 띄우며-이규보(李奎報)

江遠天低?(강원천저친) : 강이 아득히 멀어 하늘은 낮게 붙은 듯
舟行岸?移(주행안진이) : 배가 지나니 언덕이 따라 옮아가는구나
薄雲橫似素(박운횡사소) : 엷은 구름, 흰 비단처럼 비껴있고
疏雨散如絲(소우산여사) : 성긴 비는 실처럼 흥뿌리는구나
灘險水流疾(탄험수류질) : 여울이 험하니 물 흐름 빠르고
峰多山盡遲(봉다산진지) : 봉우리 많아 산이 오래도록 보이지 않는다
沈吟費翹首(침음비교수) : 흥얼기리며 자주 고개 뽑게 됨은
正是望鄕時(정시망향시) : 바로 고향이 바라보이기 때문이도다
  


탄협가(彈鋏歌)-이규보(李奎報)

칼을 두드리는 노래-이규보(李奎報)

食無魚食無魚(식무어식무어) : 식탁에 고기 없네, 식탁에 고기 없네
彈鋏哀歌聲激激(탄협애가성격격) : 칼 두드리며  애절히 부르는 소리 절절하도다
秋?秋?粗充?(추숭추속조충장) : 가을 배추와 나물로 겨우 배나 채우니
多骨細?猶未得(다골세조유미득) : 가시 많은 송사리도 얻지 못했다네
深江豈無?與鯉(심강기무방여리) : 깊은 강물에 어찌 방어와 잉어가 없으며
玉尺銀刀亂跳擲(옥척은도란도척) : 옥빛 자와 은빛 칼 같이 무수히도 뛰는구나
所嗟不必慕腥膾(소차불필모성회) : 슬프구나, 반드시 비린 음식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但恨無階參肉食(단한무계참육식) : 고기 먹는 귀한 사람들에 참여할 계제 없음이 한스럽다
食無魚緣木求(식무어연목구) : 식탁에 고기 없다고 산에서 구할까
嗟哉嗟哉釣又直(차재차재조우직) : 슬프고 슬프구나, 낚시 바늘마저 곧다니
彈劍之歌且可停(탄검지가차가정) : 칼 두드리는 노래는 이제 그만 둘지니
世無孟嘗誰復識(세무맹상수복식) : 맹상군 없는 세상 그 누가 알아주리오.
  


칠월칠일우(七月七日雨)-이규보(李奎報)

칠월칠석 내리는 비-이규보(李奎報)

銀河杳杳碧霞外(은하묘묘벽하외) : 은하수 아득한 저 노을 밖
天上神仙今夕會(천상신선금석회) : 천상의 신선들 오늘 저녁 모인다
龍梭聲斷夜機空(용사성단야기공) : 북 소리 끊기고 밤 베틀은 비워
烏鵲橋邊促仙馭(오작교변촉선어) : 오작교가로 신선들 행차를 재촉한다
相逢才說別離苦(상봉재설별리고) : 서로 만나 이별의 괴로움도 못나누고
還道明朝又難駐(환도명조우난주) : 내일 아침이면 또 함께 머물기 어려워라
雙行玉淚?如泉(쌍행옥루쇄여천) : 두 줄기 눈물은 샘처럼 흘러내리고
一陣金風吹作雨(일진금풍취작우) : 한바탕 서풍이 비를 불어 오는구나
廣寒仙女練??(광한선여련세량) : 광한궁 선녀 명주 수건 차갑고
獨宿婆娑桂影傍(독숙파사계영방) : 계수나무 그림자 옆에 홀로 잠들었다
妬他靈匹一宵歡(투타영필일소환) : 저 신선 남녀 하룻밤 즐거움에 시샘나
深閉蟾宮不放光(심폐섬궁불방광) : 월궁을 굳게 닫고 빛을 비추지 않도다
龍下濕滑難騎(용하습골난기) : 적룡은 미끄러워 올라타기 어렵고
鳥低霑凝不飛(조저점응불비) : 청조는 날개 젖어  날아갈 수 없구나
天方向曉?可霽(천방향효흘가제) : 곧 먼동이 틀 새벽이라 그만 가야 하나
恐染天孫雲錦衣(공염천손운금의) : 천손의 깨끗한 옷을 더럽힐까 걱정된다
  


미인원(美人怨)-이규보(李奎報)

미인의 원망-이규보(李奎報)

腸斷啼鶯春(장단제앵춘) : 꾀꼬리 우는 봄날 애장 끊어지고
落花紅簇地(락화홍족지) : 떨어진 꽃잎들 온 땅을 다 덮었습니다
香衾曉枕孤(향금효침고) : 향긋한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고
玉?雙流淚(옥검쌍류루) : 옥같은 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郞信薄如雲(랑신박여운) : 님의 뜬 구름같은 약속 못 믿어
妾情撓似水(첩정요사수) : 저의 마음 속은 물처럼 일렁입니다
長日度與誰(장일도여수) : 기나긴 하루 누구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추각수미취) : 주름으로 수심어린 눈썹 물리쳐볼까
  


절화행(折花行)-이규보(李奎報)

꽃을 꺾으며-이규보(李奎報)

牡丹含露眞珠顆(모란함로진주과) : 모란꽃 이슬 머금어 진주알 같아
美人折得窓前過(미인절득창전과) : 미인이 꺾어서 창 앞을 지나가다
含笑問檀郞(함소문단랑) : 웃음을 머금고 신랑에게 묻기를,
花强妾貌强(화강첩모강) : “꽃이 더 예쁜가요, 제가 더 예쁜가요”하니
檀郞故相戱(단랑고상희) : 신랑은 일부러 놀리면서
强道花枝好(강도화지호) : 꽃이 더 좋다고 억지로 말하니
美人妬花勝(미인투화승) : 미인은 꽃이 더 낫다는 말 질투하며
踏破花枝道(답파화지도) : 꽃가지 밟아 버리고 말하기를,
花若勝於妾(화약승어첩) : “꽃이 저보다 더 좋으면
今宵花同宿(금소화동숙) : 오늘밤은 꽃하고 같이 주무시지요”라 하였답니다
  


희우(喜雨)-이규보(李奎報)

반가운 비-이규보(李奎報)

人皆新有田(인개신유전) : 사람마다 새밭을 마련하니
得雨?不止(득우변불지) : 비 오니 손뼉 치고 또 친다
我無一畝地(아무일무지) : 나는 한 이랑 땅도 없지만
爲國誠自喜(위국성자희) : 나라 위해 참으로 기뻐하였다
國?如有餘(국름여유여) : 나라의 곳간이 넉넉해야지
吾食何時?(오식하시궤) : 내 먹을 것이야 언젠들 없을까
願天賜澤周(원천사택주) : 하늘은 혜택을 두루 내리시되
先自公田始(선자공전시) : 공전부터 먼저 시작하셨으면
 
 

 


영춘설득이절2(詠春雪得二絶2)-이규보(李奎報)

봄눈을 읊다-이규보(李奎報)

梅發遲遲已罪春(매발지지이죄춘) : 늦게 핀 매화, 봄이 원망스러워

喜渠先放玉花新(희거선방옥화신) : 먼저 피워준, 옥 같은 꽃 반가워

梅花開後方交代(매화개후방교대) : 매화 핀 뒤, 이제 교대하려니

莫遣園英有曠辰(막견원영유광신) : 동산의 꽃, 밝은 날엔 피지 않게 하라
  


영춘설득이절1(詠春雪得二絶1)-이규보(李奎報)

봄눈을 읊다-이규보(李奎報)

似怯陽和落細微(사겁양화락세미) : 두려운 듯 따사한 햇볕 조용히 내리고

我言何必怯春爲(아언하필겁춘위) : 내 말은 굳이 봄을 겁낼 필요야 없다는 뜻

春光尙早花開晩(춘광상조화개만) : 봄볕은 아직 일러서, 꽃 피기 늦었는데

未害將花補此時(미해장화보차시) : 꽃 피워 이 때를 메워도 해롭진 않으리라
  


설중방우인불우(雪中訪友人不遇)-이규보(李奎報)

눈 속에 친구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이규보(李奎報)

雪色白於紙(설색백어지) : 눈빛이 종이보다 희어서

擧鞭書姓字(거편서성자) : 채찍을 들고 성명을 적어두었다

莫敎風掃地(막교풍소지) : 바람이여 눈을 쓸지 말고

好待主人至(호대주인지) :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다오   


영측중계관화(詠厠中鷄冠花)-이규보(李奎報)

측간 계간화를 읊다-이규보(李奎報)

鷄已化花艶(계이화화염) : 닭이 변한 요염한 꽃

云何在?中(운하재혼중) : 어이하여 더러운 것 속에 있나

尙餘前習在(상여전습재) : 여전히 남은 전날의 습관

有意啄?蟲(유의탁저충) : 구더기 쪼아먹을 생각 있구나
  

 

만망(晩望)-이규보(李奎報)

저녁에 바라보며-이규보(李奎報)

李杜嘲?後(이두조추후) : 이백과 두보 읊고 간 뒤로

乾坤寂寞中(건곤적막중) : 천지가 온통 적막 속에 빠졌도다

江山自閑暇(강산자한가) : 강산은 절로 한가로운데

片月掛長空(편월괘장공) : 조각 달만이 긴 하늘에 걸렸구나
  

 

강상우음(江上偶吟)-이규보(李奎報)

강가에서 우연히 읊다-이규보(李奎報)

滾滾長江流向東(곤곤장강류향동) : 쉼 없는 긴 강은 동으로 흘러흘러
古今來往亦何窮(고금래왕역하궁) : 고금을 오고가니 어느새 다하리오
商船截破寒濤碧(상선절파한도벽) : 상선은 차고 푸른 물결 가르며 지나
漁笛吹殘落照紅(어적취잔락조홍) : 고기잡이 피리소리 울리는데 석양이 진다
鷺格斗高菰岸上(로격두고고안상) : 줄풀 핀 언덕에 해오라기 높이 날아
雁謀都寄稻畦中(안모도기도휴중) : 벼 익은 논두렁엔 기러기 모여 깃들려 한다
嚴陵舊迹無人繼(엄릉구적무인계) : 엄자릉의 옛 자취 잇는 사람 하나 없어
終抱煙波作釣翁(종포연파작조옹) : 끝내는 강호의 안개 속에서 어부가 되고 싶다
  

 

영동(詠桐)-이규보(李奎報)

오동나무를 읊다-이규보(李奎報)

漠漠陰成幄(막막음성악) : 넓은 그늘 장막을 이룬 듯

飄飄葉散圭(표표엽산규) : 날리는 잎새 홀처럼 흩어진다

本因高鳳植(본인고봉식) : 봉황새 보려고 심었는데

空有衆禽棲(공유중금서) : 공연히 뭇 새만 깃드는구나
  

 

견포우음(犬浦偶吟)-이규보(李奎報)

견포에서 우연히 읊다-이규보(李奎報)

無端馬上換星霜(무단마상환성상) : 부질없이 말 위에서 또 한 해가 바뀌고
望闕思家倍感傷(망궐사가배감상) : 대궐을 바라보니 집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紅日落時天杳杳(홍일락시천묘묘) : 붉은 해 떨어지니 하늘은 어둑어둑
白雲缺處水蒼蒼(백운결처수창창) : 흰 구름 뚫린 곳에 물빛이 창창하다
雨晴草色連空綠(우청초색련공록) : 비개니 풀빛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風暖梅花度嶺香(풍난매화도령향) : 바람 따스하니 매화꽃 재 넘어 향기 풍겨온다.
薄宦江涯良??(박환강애량읍읍) : 강뚝길 걷는 관리 마음은 울적한데
春光何況攪離腸(춘광하황교리장) : 봄빛은 어이하여 나그네 마음 휘졌는가.

 

 

희제법사진(戱題法師津)-이규보(李奎報)

법사진에서 재미로 짓다-이규보(李奎報)

淵源未靜多渾濁(연원미정다혼탁) : 연원 깨끗지 못해 흐린 물 많은데

風浪頻興似怒瞋(풍랑빈흥사노진) : 풍랑이 자주 일어 화난 듯 하여라.

畢竟難看心湛處(필경난간심담처) : 필경 물 맑은곳 보기도 어렵거늘

何人呼作法師津(하인호작법사진) : 누가 이름 지어 법사진이라 했는가.


  

 

삼월우도보안현강상과목(三月又到保安縣江上課木)-이규보(李奎報)

삼월에 보안현 강가에 이르러 벌목을 과하다-이규보(李奎報)

一春三過此江頭(일춘삼과차강두) : 봄 한철에 세 번이나 이 강가를 지나니
王事何曾怨未休(왕사하증원미휴) : 국가의 일인데 어찌 쉴 틈 없다 원망하리오.
萬里壯濤奔白馬(만리장도분백마) : 만리 거센 파도 백마가 달리는 듯 하고
千年古木臥蒼?(천년고목와창규) : 천년 묵은 늙은 나무 창룡이 누운 듯 하구나.
海風吹落蠻村笛(해풍취락만촌적) : 바닷 바람은 어촌의 피리소리 불어 보내고
沙月來迎浦客舟(사월래영포객주) : 모랫벌 달빛은 포구의 나그네 배를 맞아주는구나.
擁去騶童應怪我(옹거추동응괴아) : 뒤따르는 마부 아이들 아마도 나를 이상하게 여기어
每逢佳景立遲留(매봉가경립지류) : 좋은 경치 만날 적마다 멈춰 서서 머뭇거리리라.

  

 

재입림피군(再入臨陂郡)-이규보(李奎報)

다시 임피군으로 가며-이규보(李奎報)

古縣依然接水湄(고현의연접수미) : 옛 고을은 여전히 물가에 접했는데
前驅紅?拂林歸(전구홍패불림귀) : 앞서 가는 붉은 깃발 숲을 스치며 돌아간다.
往來雌有鶯相識(왕래자유앵상식) : 가는 길 오는 길에 꾀꼬리만이 아는 듯
衰病那堪馬似飛(쇠병나감마사비) : 늙고 병들었으니 어찌 나는 듯 빠른 말을 견디랴
客舍新除垂柳路(객사신제수류로) : 객사엔 버들 드리운 길 새로 닦았고
人家半掩映花扉(인가반엄영화비) : 인가엔 꽃빛 어린 사립문이 반쯤 닫혔구나.
參軍孤瘦難堪見(참군고수난감견) : 의롭고 여윈 참군인 나 보기가 난감할 텐데
士女可須聚作圍(사녀가수취작위) : 양반집 아녀자들 하필 떼 지어 둘러섰는가.

  

 

만경현노상(萬頃縣路上)-이규보(李奎報)

만경현 노상에서-이규보(李奎報)

長川界斷橫來燒(장천계단횡래소) : 긴 냇물 경계 넘어 타오르는 들불 가로막고

深谷留號怒暢風(심곡류호노창풍) : 성난 바람 안고 깊은 골짜기에 으르렁거린다.

嵐?熏人辦何事(람장훈인판하사) : 바다 나쁜 기운을 사람이 어찌 무슨 일인들 하겠는가

無端釀作老蒼翁(무단양작로창옹) : 까닭 없이 들볶아서 늙은이 다 만들었구나.

  

 

제포구소촌(題浦口小村)-이규보(李奎報)

포구의 작은 마을에서-이규보(李奎報)

流水聲中朝復暮(류수성중조부모) : 아침에도 저녁에도 흐르는 물소리
海村籬落苦蕭條(해촌리락고소조) : 어촌의 여기저기 흩어진 인가가 쓸쓸하구나.
湖淸巧印當心月(호청교인당심월) : 맑은 호수엔 묘하게 달이 찍혀 있고
浦?貪呑入口潮(포활탐탄입구조) : 넓은 포구는 한껏 밀물을 들이키는구나.
古石浪?平作礪(고석랑용평작려) : 오래된 돌들은 물결에 닳아 숫돌처럼 평평하고
壞船苔沒臥成橋(괴선태몰와성교) : 부서진 배 이끼에 덮여 다리처럼 누워있구나
江山萬景吟難狀(강산만경음난상) : 강산의 온갖 경치 읊어내기도 어려워
須?丹靑?筆描(수천단청화필묘) : 화가 청하여 붓으로 그려야 묘사할 수 있겠구나
  

 

차이시랑수부화울회시(次李侍郞需復和鬱懷詩)-이규보(李奎報)

시랑 이수가 다시 화답해 온 “울회시”를 차운하다 -이규보(李奎報)

身老病得攻(신로병득공) : 몸은 늙었는데 병까지 드니
不奈胸沈鬱(불내흉심울) : 내 가슴이 답답하니 어찌하랴
時時頗自慰(시시파자위) : 항상 조금씩 스스로 위로는
唯是杯中物(유시배중물) : 오직 이 술 한가지뿐이도다
尙未足豁然(상미족활연) : 아직 마음에 시원하지 못하나니
只此手端一筆奔騰天地如驥逸(지차수단일필분등천지여기일) : 오직 손안의 한자루 붓이 달리는 기마처럼 천지를 휩쓸어 달리는 것이로다.
因睹子之詩(인도자지시) : 이에 그대 보낸 시구를 살펴보니
穿天又出月(천천우출월) : 하늘을 뚫고 달은 또 떠오르는구나.
起予者?君(기여자내군) : 나를 흥기시킨 자 곧 그대이니
捨君誰復?我平生一一皆具實(사군수복도아평생일일개구실) : 그대가 아니면 누가 다시 내 평생을 인도하여 일일이 진실할 수 있을까
翁雖縮凍龜(옹수축동구) : 이 늙은이 마치 추위에 움츠린 거북 같으나
中有所難屈(중유소난굴) : 속에는 꺾지 못할 바가 있도다.
  

 

연지시(硯池詩)-이규보(李奎報)

연지를 노래하다-이규보(李奎報)

或問凡河池(혹문범하지) : 어떤 이가 묻기를, 하천과 연못
有水從地出(유수종지출) : 물이 땅에서 솟아나게 되어있거늘
云何此硯池(운하차연지) : 어찌 이것을 연지라고 말 하는가
霑滴始盈溢(점적시영일) : 물방울을 위에서 부어야 차게 되는데
呼之以爲池(호지이위지) : 이것을 못이라 하는 것은
其意似未必(기의사미필) : 그 의미가 온당치 못한 것 같다하니
我答子之言(아답자지언) : 내 이제 그대의 말에 답하노니
於理無奈悖(어리무내패) : 어찌 이치에 어긋난다 하는가.
此池非常池(차지비상지) : 이 연지란 보통 못이 아니어서
凡目耶未察(범목야미찰) : 범안으론 살피지 못하는 것이라.
雖云區區窪(수운구구와) : 비록 작게 파인 웅덩이지만
磨出詞放逸(마출사방일) : 갈아서 유창한 문장을 만들어 낸다.
一磨所自出(일마소자출) : 한 번을 갈아서 나오는 것은
花柳與風月(화유여풍월) : 꽃과 버들에다 풍월이요.
千磨及百磨(천마급백마) : 백번을 갈고 또 백번을 갈면
潤色皇謨密(윤색황모밀) : 임금의 지혜도 자세히 드러낸다.
陶鑄幾詩人(도주기시인) : 시인은 얼마나 만들어 냈으며
沐浴幾萬筆(목욕기만필) : 붓은 몇 만개나 씻어 주었는가.
大或包天地(대혹포천지) : 크기로는 천지도 포괄할 수 있고
深可呑溟渤(심가탄명발) : 깊기로는 큰 바다도 삼킬 수 있다
硯池復硯池(연지복연지) : 연지여, 연지여
萬古元不渴(만고원불갈) : 영원히 결코 마르지 않으리라
地湧與水滴(지용여수적) : 땅에서 솟거나 물방울로 떨어지거나
其終混歸一(기종혼귀일) : 끝내는 모두가 하나로 돌아간다.


  


기오덕전(寄吳德全)-이규보(李奎報)

오덕전에게-이규보(李奎報)

海山東去路悠悠(해산동거로유유) : 동녘으로 가는 바닷길 산길은 멀고도 먼데
一落天涯故倦遊(일락천애고권유) : 먼 하늘 끝, 한 번 가니 지치도록 다니신다.
黃稻日肥鷄鶩喜(황도일비계목희) : 누른 벼는 날로 살찌니 닭과 오리도 좋지만
碧梧秋老鳳凰愁(벽오추로봉황수) : 푸른 오동은 가을에 시드니 봉황새도 시름한다.
煙波不返遊吳棹(연파불반유오도) : 안개 자욱한 물결에 오에 놀던 돛대 돌아오지 않아
雪月期浮訪剡舟(설월기부방섬주) : 눈 오는 달밤, 섬을 찾는 배를 띄우노라.
聖代未應終見棄(성대미응종견기) : 지금의 태평성대에 끝내 버려지지는 않으으니
莫辭垂白釣淸流(막사수백조청류) : 흰 머리 드리워도 맑은 강에 낚시질 사양 말아요.

 

 

유가군별업서교초당2(遊家君別業西郊草堂2)-이규보(李奎報)

아버지의 별장 서교초당에서-이규보(李奎報)

日高醉未起(일고취미기) : 해가 높이 뜨도록 취하여 일어나지 못하였는데
?燕欺人飛(첨연기인비) : 추녀 끝의 제비는 사람 속이고 날아가는구나
童僕方巾車(동복방건차) : 아이 종은 작은 수레 대어 놓고
苦促南畝歸(고촉남무귀) : 억지로 남쪽 이랑 가자고 재촉하는구나
起坐罷梳沐(기좌파소목) : 일어나 앉아 세수하고 빗질하기를 마치고
長嘯出松扉(장소출송비) : 길게 휘파람 불며 소나무 사립문 나서는구나
林深日未炤(림심일미소) : 숲이 깊으매 해는 아직 비추지 않아
草露猶未晞(초로유미희) : 풀 끝의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았구나
徐行望淸?(서행망청견) : 천천히 걸으며 맑은 들을 바라보니
決渠雨??(결거우확비) : 개울물 터졌는데 비는 보슬보슬 내리는구나
田婦白葛裙(전부백갈군) : 농가의 아낙은 흰 갈포치마 입고
田夫綠麻衣(전부록마의) : 농부는 푸른 삼옷 입었구나
相携唱田壟(상휴창전롱) : 서로 손으로 끌며 밭두덕에서 부르니
荷鋤如雲圍(하서여운위) : 호미 메고 구름처럼 모였드는구나
勉哉?菖杏(면재진창행) : 부지런하도다, 힘써 창포와 살구 찾아
耕穫且莫違(경확차막위) : 철따라 갈고 거두기에 때를 어기지말아라

  

 

유가군별업서교초당1(遊家君別業西郊草堂1)-이규보(李奎報)

아버지의 별장 서교초당에서-이규보(李奎報)

春風扇淑氣(춘풍선숙기) : 봄 바람은 맑은 기운 부채질하고
朝日?且美(조일청차미) : 아침 해는 맑고도 아름답구나
駕言往西郊(가언왕서교) : 말 타고 서쪽 들로 가나니
?壟錯如綺(승롱착여기) : 밭두덩이 얼기설기 하구나
土旣膏且?(토기고차유) : 흙이 이미 기름지고 비옥하니
況復?潭水(황부시담수) : 하물며 다시 못물을 대리오
歲收畝千鍾(세수무천종) : 한 해 추수가 천종은 되리니
足可釀醇旨(족가양순지) : 맑고 맛난 술도 빚으리라
何以度年華(하이도년화) : 무엇으로써 세월을 보낼까
日日花前醉(일일화전취) : 날마다 꽃 앞에서 취하리도다
念此任?手(념차임지수) : 이것을 생각하며 손에 못 박히도록
意欲親耘?(의욕친운자) : 부지런히 내가 직접 갈고 김을 매리라
乘興自忘返(승흥자망반) : 흥겨워 돌아가기 잊었나니
岸?聊徙倚(안책료사의) : 관 재껴쓰고 애오라지 머뭇거리는구나
遠岫煙蒼茫(원수연창망) : 먼 멧뿌리에는 안개 기운 창망한데
曜靈迫?氾(요령박몽범) : 해는 져서 어둠이 다가오는구나
月明返田廬(월명반전려) : 달이 밝아 시골집으로 돌아가니
醉歌動隣里(취가동린리) : 취해 부르는 노래 이웃 마을 흔드는구나
快哉農家樂(쾌재농가악) : 유쾌하구나, 농가의 즐거움이여
歸田從此始(귀전종차시) : 지금부터는 농촌으로 돌아가 시작하리라

  

 

조명풍(釣名諷)-이규보(李奎報)

명예를 낚으려는 이를 풍자하다-이규보(李奎報)

釣魚利其肉(조어리기육) : 고기 낚는 것은 고깃살을 얻지마는
釣名何所利(조명하소리) : 이름은 낚아 무슨 이익되는가
名乃實之賓(명내실지빈) : 이름이란 곧 실상의 손님이니
有主賓自至(유주빈자지) : 주인이 실상 있으면 손님은 스스로 온다
無實享虛名(무실향허명) : 실상 없이 헛된 이름만 누리면
適爲身所累(적위신소루) : 마침내 몸에 얽힘이 되리라
龍伯釣六鼇(룡백조륙오) : 용백은 여섯 마리 큰 자라 낚았으니
此釣眞壯矣(차조진장의) : 이 낚기는 정말로 장한 것이도다
太公釣文王(태공조문왕) : 태공이 문왕을 낚음에
其釣本無餌(기조본무이) : 그 낚시에는 본래 미끼가 없었도다
釣名異於此(조명이어차) : 그러나 이름 낚시는 이것과 달라서
僥倖一時耳(요행일시이) : 한때의 요행 뿐이로다
有如無鹽女(유여무염녀) : 마치 추한 여자가 분 발라
塗飾暫容媚(도식잠용미) : 꾸며서 잠깐 얼굴 이쁜 것 뿐이로다
粉落露其眞(분락로기진) : 분이 지워지면 그 참 모양이 드러나
見者嘔而避(견자구이피) : 보는 사람이 구역질하고 피해다님과 같도다
釣名作賢人(조명작현인) : 이름을 낚아 어진 사람 된다면
何代無顔子(하대무안자) : 어느 시대인들 안회와 같은 선비 없으리오
釣名作循吏(조명작순리) : 이름을 낚아 착한 관원 된다면
何邑非?遂(하읍비공수) : 어느 고을에 있더라도 공수같은 신하 아니겠는가
鄙哉公孫弘(비재공손홍) : 야비하구나, 저 공손홍은
爲相乃布被(위상내포피) : 정승이 되어 베이불을 덮었도다
小矣武昌守(소의무창수) : 작기도 하구나, 무창태수는
投錢飮井水(투전음정수) : 돈을 주고서 우물 물을 마셨도다
淸畏人之知(청외인지지) : 청백하면서 남이 아는 것을 두려워 했으니
楊震眞君子(양진진군자) : 양진은 진실로 참 군자였도다
吾作釣名篇(오작조명편) : 내 여기 조명편을 지어서
以諷好名士(이풍호명사) : 이름 낚시 놓아 선비를 풍자하노라

  


절화행(折花行)-이규보(李奎報)

꽃을 꺾는 노래-이규보(李奎報)

牡丹含露眞珠顆(모란함로진주과) : 모란꽃 이슬 머금어 진주 알 같은데
美人折得窓前過(미인절득창전과) : 미인이 모란꽃 꺾어 창앞을 지나간다
含笑問檀郞(함소문단랑) : 웃음을 머금고 박달나무 신랑에게 물었다
花强妾貌强(화강첩모강) : 꽃이 더 예쁘요, 제가 더 예쁘요
檀郞故相戱(단랑고상희) : 신랑이 일부러 장난치면서
强道花枝好(강도화지호) : 꽃가지가 더 예쁘다고 말하는구나
美人妬花勝(미인투화승) : 신부는 꽃이 더 낫다는 데 시기하여
踏破花枝道(답파화지도) : 꽃 가지를 밟아 짓뭉개고 말했다
花若勝於妾(화약승어첩) : 꽃이 저보다 예쁘다면
今宵花同宿(금소화동숙) : 오늘 밤은 꽃과 같이 주무시지요라고 하였다
  

 

즉사(卽事)-이규보(李奎報)

즉사-이규보(李奎報)

靜戶風開?(정호풍개만) : 고요한 문에 바람불어 장막이 열리고

乾坤寂寞中(건곤적막중) : 천지는 적막 속에 있도다

屋烏啼孝子(옥오제효자) : 지붕의 까마귀는 효자처럼 울어대고

??舞佳人(첨연무가인) : 처마 끝의 제비는 미인처럼 춤추는구나

  

 

절구두운(絶句杜韻)-이규보(李奎報)

두보의 운을 딴 절구시-이규보(李奎報)

曲塢花迷眼(곡오화미안) : 완만한 언덕에 꽃들이 눈을 어지럽히고

深園草沒腰(심원초몰요) : 깊은 동산, 우거진 풀이 허리를 묻는구나

霞殘餘綺散(하잔여기산) : 남겨진 저녁놀은 흩어진 비단 자락 같고

雨急亂珠跳(우급난주도) : 세차게 내린 비, 어지러이 구슬이 튀는구나
  

 

변산노상(邊山路上)-이규보(李奎報)

변산의 길 위에서-이규보(李奎報)

旌旗光客路(정기광객로) : 깃발은 나그네 길을 빛내고

鼓角壯人心(고각장인심) : 북과 피리는 마음을 장엄하게 한다

野鼠跳藏竹(야서도장죽) : 들쥐는 대숲에 뛰어들어 숨고

驚?走覓林(경균주멱림) : 놀란 노루는 달아나 숲을 찾는다

 

 


석죽화(石竹花)-이규보(李奎報)

석죽화-이규보(李奎報)

節肖此君高(절초차군고) : 절조는 대나무처럼 고고한데

花開兒女艶(화개아여염) : 꽃이 피면 아녀들처럼 곱기도 하다

飄零不耐秋(표령불내추) : 가을을 못 이겨 떨어져 버리니

爲竹能無濫(위죽능무남) : 석죽이란 이름 분수에 넘치는구나

  

 

過洛東江上疏(과낙동강상소)-李奎報(이규보)

낙동강을 지나며 상소를 올림-李奎報(이규보)

百轉靑山裏(백전청산리) : 몇 백번을 청산 속을 돌았던가
閑行過洛東(한행과낙동) : 한가히 낙동강을 지나간다.
草深猶有露(초심유유로) : 풀이 깊어 이슬 맺히고
松靜自無風(송정자무풍) : 바람은 멀고 소나무는 고요하다
秋水鴨頭江(추수압두강) : 가을 강물은 오리 머리처럼 파랗고
曉露猩血紅(효로성혈홍) : 새벽 이슬 비린 피처럼 붉어라
誰知倦遊客(수지권유객) : 그 누가 알리, 나그네는 게으른
四海一詩翁(사해일시옹) : 세상을 떠도는 시 짓는 늙은인 것을

  

 

江上曉雨(강상효우)-李奎報(이규보)

강 위의 새벽비-李奎報(이규보)

江岸人歸白鷺飛(강안인귀백로비) : 강언덕에 사람은 돌아가고 갈매기 날고

漁翁日暮得魚歸(어옹일모득어귀) : 해 저물어 어부들도 돌아가는구나

輕雲薄薄那成雨(경운박박나성우) : 구름은 엷어서 비 내리기 어렵고

海氣于天偶作霖(해기우천우작림) : 바다 기운 하늘로 솟아 비가 되어 떨어진다

  

 

 

家有衆鷄(가유중계)-李奎報(이규보)

집에는 닭도 많아-李奎報(이규보)

朱朱公(주주공) : 주주공
好啄蟲(호탁충) : 벌레 쪼기를 좋아하나
予不忍視(여불인시) : 나는 차마 볼 수가 없네
斥勿使邇(척물사이) : 가까이 오지 못하게 쫓으니
汝莫怨我爲(여막원아위) :너는 나를 원망하지 말라
好生本所欺(호생본소기) :삶을 좋아함은 본래 기약한 것
我今退老疎散(아금퇴로소산) : 나는 이제 늙어 물러 가노니
不卜朝天早晏(불복조천조안) : 아침 하늘이 밝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豈要聞渠報曙聲(기요문거보서성) :어찌 새벽 알리는 소리가 필요 있으리오
貪眠尙欲避窓明(탐면상욕피창명) :잠을 탐하여 도리어 창 밝기를 피해야 하리라.

 

 

又用東度坡詩韻贈之(우용동도파시운증지)-李奎報(이규보)

동파의 시 운을 써서 지어주다-李奎報(이규보)

鮎魚緣竹一何遲(점어연죽일하지) : 메기가 대나무에 오름이 어찌 이리 더딘가
慙愧頭銜似昔時(참괴두함사석시) : 부끄러워라, 벼슬길은 옛날과 다름없네.
只爲別來長飽戀(지위별래장포련) : 다만 이별한 뒤로 너무 오래 그리워
故應相見更多姿(고응상견경다자) : 만나보니 모양이 많이 변했습니다.
詩敎雪暈微侵?(시교설훈미침빈) : 시 걱정에 머리털이 조금 희었는데
酒放春紅半?肌(주방춘홍반잠기) : 술기운에 얼굴이 불그레해지네.
我亦參禪老居士(아역참선로거사) : 나 또한 참선하는 늙은 거사라
祖師林下舊橫枝(조사림하구횡지) : 옛날 조상님들 아래의 아래의 곁가지는 되겠지.
 
 

 


題通師古笛(제통사고적)-李奎報(이규보)

통사의 고적에 제하다-李奎報(이규보)

靑山?天玉一朶(청산삽천옥일타) : 청산에 하늘의 옥 한 떨기를 꽂아 놓은 듯
曉湘二公曾燕坐(효상이공증연좌) : 원효와 의상 대사가 여기서 놀았네.
當時說法動人天(당시설법동인천) : 당시의 설법은 사람과 하늘을 감동시켜
應有仙樂飄空下(응유선악표공하) : 아마도 선인의 음악이 공중에 퍼졌을 것일세.
笙簫忽散返玉樓(생소홀산반옥루) : 생황과 피리는 홀연히 흩어져 옥루로 돌아갔는데
偶遺寶笛誤不收(우유보적오불수) : 우연히 보배로운 피리는 잘못하여 남겨 놓고 갔네.
千年鬼護???(천년귀호비경약) : 천년 동안 귀신이 보호해 자물쇠를 채워
神物自隱人難搜(신물자은인난수) : 신성한 물건이 스스로 숨어 사람이 찾아내기 어려워
吾師眼聖獨見之(오사안성독견지) : 우리 대사님 성스러운 눈이 처음 발견하고
信手摩?心自寄(신수마사심자기) : 손 가는대로 어루만지며 마음으로 전하셨네.
靈珍本爲異人出(령진본위이인출) : 신령스러운 보배는 본래 특별한 사람 위해 나오는 법
古器那宜今世知(고기나의금세지) : 옛날 악기를 어찌 지금 사람이 알아볼까.
外費天巧非人鐫(외비천교비인전) : 밖에 하늘 솜씨로 새겨진 모양은 사람의 새긴 것 아니며
中含龍吟豈俗傳(중함룡음기속전) : 안에 울려나는 용의 소리는 어찌 세속의 전함이리.
曹植?誇雲夢竹(조식만과운몽죽) : 조식은 부질없이 운몽의 대를 자랑했고
蔡邕空識柯亭椽(채옹공식가정연) : 채옹은 가정의 석가레만 알았구나.
據床三弄淸裂石(거상삼롱청렬석) : 상에 앉아 세 가지 노래 부니 맑은 소리는 돌 깨어지듯
長風挽落猶滴滴(장풍만락유적적) : 그 소리 긴 바람 타고 멀리멀리 퍼지네.
一聲若作獅子吼(일성약작사자후) : 한 곡조가 만약 사자후를 낸다면
堪笑禪家無孔笛(감소선가무공적) : 스님들의 구멍 없는 피리는 우습기만 하리라.

  

 

草堂雨中睡(초당우중수)-李奎報(이규보)

초당의 빗속에 잠들다-李奎報(이규보)

緣?雨浪浪(연류우랑랑) : 처마 끝에 빗물 주룩주룩 내려
?耳似妨睡(감이사방수) : 귓전을 울리며 잠을 방해하려는 듯 하네
云何雨聲中(운하우성중) : 비 내리는 날은 어떤가
?得睡味美(편득수미미) : 두루 잠 맛은 좋다네.
晴時雖杜門(청시수두문) : 비 개인 날엔 문을 닫고 있어도
駕言意未?(가언의미미) :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가시지 않네.
自此夢難?(자차몽난감) : 이래서 잠이 깊이 들지 않아
假寐或驚起(가매혹경기) : 얼핏 잠이 들다가도 놀라서 깼다네
獨是霖雨中(독시림우중) : 오직 지금은 장마철이라
塗路混爲水(도로혼위수) : 길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네.
雖欲訪情親(수욕방정친) : 정든 사람을 찾으려 해도
咫尺卽千里(지척즉천리) : 지척이 바로 천리라네.
門絶客敲扉(문절객고비) : 문에는 찾는 이 아무도 없고
庭無人響履(정무인향리) : 뜰에는 인적이 끊어졌구나.
所以得於眠(소이득어면) : 그리하여 잠이 깊이 들어
??雷吼鼻(후후뢰후비) : 드릉 드릉 우레처럼 코를 골았다네.
此味固難言(차미고난언) : 이 맛은 참으로 표현하기 어렵지
王侯那得致(왕후나득치) : 왕후인들 어찌 이런 걸 누릴 수 있으리
王侯豈不能(왕후기불능) : 왕후도 어찌 낮잠을 못 자리오마는
朝請安可弛(조청안가이) : 조문을 어이 게을리 할 수 있겠는가

  

 

又贈金君(우증김군)-李奎報(이규보)

또 김군에게 주다-李奎報(이규보)

珍重金君愛客心(진중금군애객심) : 귀하고도 소중한 김군의 손님 좋아하는 마음씨
見來長共酒杯深(견래장공주배심) : 오기만 하면 끝까지 술이 나오네.
霜秋少睡先鷄起(상추소수선계기) : 서리 내린 가을밤엔 잠이 적어 닭 울기 전에 일어나
露曉多情伴鶴吟(로효다정반학음) : 이슬 내린 새벽에는 다정하여 학을 친구로 읊조리네.
俊拔子應三耳湧(준발자응삼이용) : 뛰어난 자네는 응당 귀가 셋일 것이요
衰遲我已二毛侵(쇠지아이이모침) : 늙고 무디어가는 나는 벌써 흰털이 생기네.
相逢話舊?悽?(상봉화구번처창) : 서로 만나 옛 이야기하니 쓸쓸한 생각이 나
挑盡靑燈淚濕襟(도진청등루습금) : 등잔불을 돋우니 눈물로 옷깃을 적시네.

  

 

景福寺路上作(경복사노상작)-李奎報(이규보)

경복궁 노상에서 짓다-李奎報(이규보)

一路脩脩繞碧山(일로수수요벽산) : 한 줄기 길이 구불구불 벽산을 감도니
觸松紗帽?梢端(촉송사모주초단) : 모자가 소나무에 부딪혀 가지 끝에 걸리네.
渴窺深井難?飮(갈규심정난부음) : 목이 말라 깊은 우물 살펴보나 움켜 마시기 어렵고
行過幽花試折看(행과유화시절간) : 그윽한 꽃 옆으로 지나다가 꺾어 보려했네.
??點過淸溝上(청정점과청구상) : 잠자리는 맑은 냇물 위로 날아가고
??遁藏碧草中(철탕둔장벽초중) : 도마뱀은 풀 속으로 쏜살같이 도망가네.
山路何須僧導去(산로하수승도거) : 산길에 어찌 반드시 중의 인도를 받아갈까
磬聲敲處認鴦宮(경성고처인앙궁) : 풍경(風磬)소리 나는 곳이 바로 절간이겠지.

  

 

戱友人製冠(희우인제관)-李奎報(이규보)

친구가 관 만드는 것을 웃어주다-李奎報(이규보)

新模特地傳椰子(신모특지전야자) : 새 모형이 특별히 야자관에 전해져

古樣何曾問竹皮(고양하증문죽피) : 옛 모형 죽피관을 어찌 다시 물으랴

手熟不生針線迹(수숙불생침선적) : 솜씨가 익숙해져 꿰맨 자국 하나 안 보이니

知君眞箇老冠師(지군진개노관사) : 그대는 참으로 늙은 갓쟁이로구나.
  

 

渡臨津(도임진)-李奎報(이규보)

임진강을 건너며-李奎報(이규보)

扁舟駕浪疾於飛(편주가랑질어비) : 조각배에 순풍 부니 나는 듯이 빠르고
水氣凄?逼客衣(수기처량핍객의) : 싸늘한 물 기운은 옷에 스며드는구나.
綠岸有時雙鷺立(록안유시쌍로립) : 푸른 언덕엔 해오라기 때때로 나란히 서 있고
碧天何處一帆歸(벽천하처일범귀) : 파아란 하늘 어느 곳으로 돛단배 하나 가는구나.
山含紅日低村樹(산함홍일저촌수) : 산은 붉은 태양 삼키니 마을 나무 나직하고
風卷銀濤碎釣磯(풍권은도쇄조기) : 바람은 은물결 말아가 낚시터에 부서지는구나.
初出東門尙??(초출동문상초창) : 처음 동문을 나올 때 오히려 슬펐으나
渡江無奈益依依(도강무내익의의) : 강을 건너려니 더욱 연연해짐 어쩔 수가 없구나.

  

 

 

江上待舟(강상대주)-李奎報(이규보)

강에서 배를 기다리며-李奎報(이규보)

朝日初昇宿霧收(조일초승숙무수) : 아침 해 떠오르자 묵은 안개 걷히고

促鞭行到漢江頭(촉편행도한강두) : 채찍을 재촉하여 한강 머리 이르렀네.

天王不返憑誰問(천왕불반빙수문) : 황제가 돌아오지 않으니 누구에게 물어볼까

沙鳥閑飛水自流(사조한비수자류) : 해오라기 한가히 나는데 물만 흘러가네.
  

 

 

草堂三詠2(초당삼영2)-李奎報(이규보)

素屛(소병)-李奎報(이규보)

 
君看五侯家(군간오후가) : 그대는 다섯 제후의 집을 보라
黃金柱北斗(황금주북두) : 황금으로 북두를 떠 받쳤구나.
牆壁煥丹靑(장벽환단청) : 담과 벽에는 단청이 환하고
土木衣錦繡(토목의금수) : 흙과 나무에는 비단 수 놓은 옷을 입혔다
坐張百寶屛(좌장백보병) : 앉는 데는 백가지 보배로운 병풍을 쳤으니
仙鬼互馳驟(선귀호치취) : 신선과 귀신이 분주하게 치달리네
那憂氷谷寒(나우빙곡한) : 어찌 얼음 골짜기가 찬 것을 근심하랴
只?銅山富(지이동산부) : 다만 동산의 풍요로움만 자랑하네
百年歸山丘(백년귀산구) : 죽은 뒤에 산으로 돌아가면
等是一丘土(등시일구토) : 똑같이 한 줌의 흙이로다
我有一素屛(아유일소병) : 나에게 한 소박한 병풍 있어
展作寢前友(전작침전우) : 침실에 벌여 놓았다네.
素月炤我容(소월소아용) : 흰 달이 내 얼굴 비치고
白雲落我首(백운락아수) : 흰 구름은 내 머리에 떨어지네
?思天地間(번사천지간) : 생각하면 하늘과 땅 사이에
此身亦假受(차신역가수) : 이 몸 또한 가탁하여 받은 것이라네.
求眞了無眞(구진료무진) : 진실을 구하여도 끝내 진실은 없고
一物非我有(일물비아유) : 한 물건도 내 소유는 없다네.

 


草堂三詠1(초당삼영1)-李奎報(이규보)

素琴(소금)-李奎報(이규보)

天?初無聲(천뢰초무성) : 천뢰는 처음부터 소리가 없는데  
散作萬竅鳴(산작만규명) : 흩어져 만규의 소리를 만든다
孤桐本自靜(고동본자정) : 외로운 오동은 본래 고요한 것이나
假物成??(가물성창쟁) : 다른 물건의 빌어서 소리가 난다
我愛素琴上(아애소금상) : 내가 줄 없는 거문고로
一曲流水淸(일곡유수청) : 유수의 맑은 곡을 탄다
不要知音聞(불요지음문) : 친구가 듣기를 원하지 않고
不忌俗耳聽(불기속이청) : 속된 사람들이 듣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只爲寫我情(지위사아정) : 다만 나는 나의 정을 쏟기 위해
聊弄一再行(료롱일재행) : 애오라지 한두 줄을 희롱해본다.
曲終又靜?(곡종우정묵) : 곡조가 끝나면 또 고요하게 침묵하니
?與古意冥(형여고의명) : 아득히 옛 뜻과 그윽해진다.
  

 

又用東度坡韻(우용동도파운)-李奎報(이규보)

또 동파의 운을 쓰다-李奎報(이규보)

道人愛深居(도인애심거) : 도인은 깊숙이 숨어 사는 것 좋아
隱?形似木(은궤형사목) : 고목 같이 안석에 기대어있구나.
靜坐不出門(정좌불출문) : 고요히 앉아 문을 나오지 않아
有如凍鼈縮(유여동별축) : 추위에 자라가 움츠린 것 같아라.
?然聞足音(공연문족음) :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 들리어
一笑響空谷(일소향공곡) : 한 번 웃으니 빈 골짜기에 울린다.
玆遊豈偶然(자유기우연) : 여기 노는 것이 어찌 우연이랴
宿債負幽獨(숙채부유독) : 그윽이 홀로 사는 이에게 오랜 빚을 졌구나.
  

 

又贈尹公(우증윤공)-李奎報(이규보)

또 윤공에게 주다-李奎報(이규보)

蔡門初倒?(채문초도사) : 채옹이 집에서 왕찬을 신을 거꾸로 신은채 맞았고
闕里孰摩墻(궐리숙마장) : 공자는 궐리에서 누구도 담밖에 거절하지 않았다네
筆海怒濤迅(필해노도신) : 글씨는 바다에 성난 파도 치는 듯 빠르고
醉鄕歸路長(취향귀로장) : 몽롱하게 취하여 돌아갈 길은 멀기만하구나
鵝黃空酌酒(아황공작주) : 나는 아황주만 부질없이 마시는데
鷄舌早含香(계설조함향) : 당신은 일찍이 계설향을 머금었구려
何日同簪管(하일동잠관) : 어느날에야 벼슬에 함께 나가서
?吟殿閣?(갱음전각량) : 서늘한 대궐에서 게속하여 시를 읊어 볼까

  

 

 

感興(감흥)-李奎報(이규보)

감흥-李奎報(이규보)

有舌不可掉(유설불가도) : 혀가 있어도 말 못하고
有眼不可泣(유안불가읍) : 눈이 있어도 눈물 흘리지 못한다
誰能測予懷(수능측여회) : 누가 내마음 알아 줄런지
竟日空??(경일공읍읍) : 종일토록 혼자 답답하기만 하다
豈爲我身寒(기위아신한) : 어찌 내 몸이 추워져
藍縷憂難緝(람루우난집) : 누더기옷 꿰매지 못할까 걱정돼어
豈爲我腹空(기위아복공) : 어찌 내 배는 고파
蔬食憂不給(소식우불급) : 나물밥도 넉넉지 못 먹을까 걱정되는구나
所憂意殊深(소우의수심) : 근심하는 바 너무 깊어
疊足仰天立(첩족앙천립) : 발 모으고 하늘을 쳐다보고 섰도다.
仰天益自傷(앙천익자상) : 하늘을 쳐다보니 더욱 마음 상하는 것은
北斗不可?(북두불가읍) : 북두가 너무 멀어 만질 수 없듯 임금님을 모시지 못하네.
何客印??(하객인류류) : 어떤 사람은 관인을 주렁주렁 찼고
何人冠??(하인관급급) : 어떤 사람은 갓이 높기도 하네
梁??不濡(량제주불유) : 어살에 사다새가 부리도 젖지 안 듯 소인이 날뛰고
穴鳳羽長?(혈봉우장집) : 단혈에 봉황새는 아직도 날개를 움츠리듯 군자는 벼슬하지 못하네
檻井不早嚴(함정불조엄) : 함정을 일찍 깊이 파지 않아서
豺虎滿州邑(시호만주읍) : 승냥이와 호랑이가 각 고을에 가득하네
賈誼流涕二(가의류체이) : 충신 가의는 시국 걱정에 물 흘릴 일이 두가지 있다고 하였으니
鄭公論漸十(정공론점십) : 당나라 정국공 위징은 열가지 일을 논하였다네
慷慨二子心(강개이자심) : 강개한 두 분의 마음을
今者知誰襲(금자지수습) : 지금 누가 이어 받을지를 알겠는가
嗚呼難重陳(오호난중진) : 아!, 거듭 말하기도 어렵구나
兒小言??(아소언집집) : 소인들의 귓속말이 소곤거리네.
  

 

授李吏部(수리리부)-李奎報 (이규보)

이 이부에게 드리다-李奎報 (이규보)

我李羅天下(아리라천하) : 우리 이씨가 천하에 널리 퍼졌는데
賢侯表?西(현후표롱서) : 대감(大監)은 농서가 근본이지요
素襟淸映雪(소금청영설) : 맑은 회포는 눈보다도 깨끗하고
長焰?橫霓(장염훌횡예) : 문장은 불꽃처럼 무지개처럼 빛납니다
修月無雙手(수월무쌍수) : 높은 학문으로
登雲第幾梯(등운제기제) : 얼마나 높은벼슬에 올랐을까
佩龜靑?綬(패구청타수) : 관리의 귀는 푸른 인끈으로 장식되고
批鳳紫濡泥(비봉자유니) : 임금의 지제고 벼슬 비답엔 붉은 도장이 찍혔구나
雅望宜華要(아망의화요) : 높은 명망은 요직에 적합하고
洪權管品題(홍권관품제) : 큰 저울로 인재 선발을 맡으셨네요
下椎鎔巨闕(하추용거궐) : 망치를 휘둘러 거궐과 같은 좋은 칼을 만들고
剖石覓懸黎(부석멱현려) : 돌을 쪼개어 현려와 같은 아름다운 옥을 골라내신다.
天地?儒在(천지영유재) : 이 세상에 바싹 마른 선비는
風波宦海迷(풍파환해미) : 거친 물결이는 관계에서 출세할 길이 전혀 없네요.
久爲居轍?(구위거철부) : 오랫동안 수래바퀴 자국에 괸 물 속의 붕어같은 천한 신세 되어
動作觸藩?(동작촉번저) : 걸핏하면 울타리 받은 염소처럼 진퇴양난에 처하지요.
早折姮娥桂(조절항아계) : 일찍이 과거(科擧)에 급제하고
期燃太一藜(기연태일려) : 태일이 지팡를 태울 날을 기다리듯 벼슬을 바랐지요
詩毫頻禿?(시호빈독토) : 시 쓰느라 토끼털 붓이 자주 문드려지고
書卷費編犀(서권비편서) : 책은 무소 가죽으로 튼튼하게 꿰맸지요
學或嘗熊膽(학혹상웅담) : 글을 읽다가는 웅담도 씹어가면서 열심히 배웠지만
癡難數馬蹄(치난수마제) : 어리석어 대궐의 말발굽 소리의 규제도 헤아리지 못하였지요
窮途?失適(궁도번실적) : 앞 길이 깜깜하여 어디로 갈지 모르고
短?未安捿(단고미안서) : 쭉지가 짧아 새가 앉을 곳조차 없었습니다.
鼻待揮斤?(비대휘근착) : 코끝의 흰 흙을 떠어내는 솜씨로 벼슬에 추천해주기를 바랐는데
聲悲抱璞啼(성비포박제) : 벼슬하지 못하고 혼자서 박옥을 안고 우니 슬프기만 합니다
方輪那解轉(방륜나해전) : 모난 바퀴가 어떻게 굴러가겠으며
貝錦?蓬?(패금만봉처) : 패물을 바쳤다는 모함마저 입어 관운이 막혔
織?憐慈母(직구련자모) : 가난하여 신을 삼는 어머님이 너무 애처롭고
當?愧老妻(당로괴로처) : 주막에 앉은 늙은 아내에게 부끄럽습니다
憶曾單閼歲(억증단알세) : 지나간 묘년(卯年)이 생각나니
?向孔門?(도향공문제) : 외람하게도 대감 댁에서 글 배운 일입니다.
坐席間函丈(좌석간함장) : 그때 선생님으로 모셨고
依陰作下蹊(의음작하혜) : 나무 그늘에는 오솔길이 났지요
祝煩成??(축번성과라) : 본받으라 바라시니 나날이 벌로 변하듯 훈화를 입었고
覆始發醯鷄(복시발혜계) : 비로소 술 단지에 이는 벌레인 혜계의 뚜껑을 열어주듯 학문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學?堪方渙(학궤감방환) : 공의 학문 고명한 경지에 이르렀으니
聞韶不必齊(문소불필제) : 소를 듣듯 도를 즐기는 일이 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恩深雖刻骨(은심수각골) : 깊은 은혜는 비록 뼈에 사무쳤지만
信斷忽無?(신단홀무예) : 소식이 끊어져 찾아 뵐 수 없습니다
末禮何曾檢(말례하증검) : 자질구레한 예절을 어찌 살피리오
中心不是携(중심불시휴) : 속에 이끌어주려는 마음이 없어시겠지요.
憑公一薦?(빙공일천녜) : 예형을 천거해 주기만 믿고 있으니
記我昔攀?(기아석반혜) : 옛날 혜소처럼 저를 붙잡아 주십시오
  

 

 

偶吟二首有感(우음이수유감)-李奎報(이규보)

느낌이 있어 우연히 두 수를 읊음-李奎報(이규보)

拙直由天賦(졸직유천부) : 옹졸하고 솔직한 것은 타고난 천성이라
艱難見世情(간난견세정) : 많은 어려움 겪어서 세상 인정 알았도다
杜門妨客到(두문방객도) : 문 닫아 찾아오는 사람 거절하고
釀酒對妻傾(양주대처경) : 술 빚어 아내와 마주 마신다네
苔徑少人跡(태경소인적) : 이끼 낀 오솔길엔 인적은 드물고
松園空鳥聲(송원공조성) : 소나무 동산엔 새소리도 없어라
田園歸計晩(전원귀계만) : 전원으로 돌아갈 계획은 늦어만가니
慙愧晉淵明(참괴진연명) : 진 나라 도연영에게 부끄럽구나
環顧六尺身(환고륙척신) : 사방을 돌아봐도 육척단신 내 한 몸뿐
一日能幾食(일일능기식) : 하루에 얼마나 먹을 수 있나
尙營口腹謀(상영구복모) : 그런데도 입과 배를 채우려
未去雲山碧(미거운산벽) : 아직 돌아가지 못하는데 구름 산은 푸르기만 하다.

 


溪上偶作(계상우작)-李奎報(이규보)

개울가에서 우연히 짓다-李奎報(이규보)

?來溪上弄淸波(걸래계상롱청파) : 시내 위에 어정거리며 맑은 물결과 노니

影舞形搖幻怪多(영무형요환괴다) : 그림자는 춤추고 내 몸은 흔들려 괴상하구나

忽憶蘇郞臨潁水(홀억소랑림영수) : 갑자기 소동파가 영수에서 놀던 일 생각나니

鬚眉散作百東坡(수미산작백동파) : 수염과 눈썹 흩어져 동파처럼 백가지 모습이 되었구나.
  

 


九日無聊有作(구일무료유작)-李奎報(이규보)

중양절에 무료하여 짓다-李奎報(이규보)

寒花依舊滿籬黃(한화의구만리황) : 찬 국화 예전대로 온 울타리에 노랗게 가득하고

白露叢邊空嗅香(백로총변공후향) : 이슬 젖은 풀 가에 부질없이 향기 맡는다.

未把一杯酬勝景(미파일배수승경) : 잔을 잡으면서 이 좋은 경치 수작하지 못하니

重陽到我不重陽(중양도아불중양) : 중양이 와도 나에겐 중양 같지 않도다.
  

 

山中春雨(산중춘우)-李奎報(이규보)

산속에 봄날의 비-李奎報(이규보)

雨聲偏與睡相宜(우성편여수상의) : 빗소리가 유독 낮잠 자기에 좋아

一榻蕭蕭日暮時(일탑소소일모시) : 걸상에 앉으니 쓸쓸한데 해는 지는구나.

無限人間有年喜(무한인간유년희) : 사람들은 모두 풍년을 기뻐하는데

山僧獨?菜苗滋(산승독이채묘자) : 산속의 스님은 채소 모종 자라겠다고 자랑하신다.

 

矮松(왜송)-李奎報(이규보)

작은 소나무-李奎報(이규보)

爲草希芝蘭(위초희지란) : 풀이 될 바에는 지초와 난초요
爲鳥慕鸞凰(위조모란황) : 새가 될 바에는 난새와 봉황새로다.
憐汝矮且小(련여왜차소) : 불쌍하게도 너는 외소하고 작지만
意若大而長(의약대이장) : 뜻은 크고도 원대할 것 같구나.
雖生瓦縫間(수생와봉간) : 비록 돌 틈에 생겨났으나
尙學松蒼蒼(상학송창창) : 오히려 솔의 푸르름을 배운다.
若更觀爾性(약경관이성) : 만약 다시 네 성품을 보려면
當須待嚴霜(당수대엄상) : 마땅히 엄한 서리를 기다려야 하리.
  

 

春暮江上送人後有感六言(춘모강상송인후유감육언)-李奎報(이규보)

늦은 봄날 강가에서 사람을 보내며 느낌이 있어 -李奎報(이규보)

暮春去送人歸(모춘거송인귀) : 늦은 봄날 가시는 이 보내고 돌아오니
滿目傷心芳草(만목상심방초) : 눈에 가득한 향기로운 풀을 보니 마음 아파라.
扁舟他日歸來(편주타일귀래) : 다른 어느 날 조각배 돌아오면
爲報長年三老(위보장년삼노) : 뱃사공에게 알려 주리라
煙水渺?千里(연수묘미천리) : 물안개 낀 강 아득하여 천리인데
心如狂絮亂飛(심여광서란비) : 마음은 버들강아지처럼 어지러이 날리네.
何況落花時節(하황락화시절) : 하물며 꽃 지는 이 시절에
送人能不依依(송인능불의의) : 고운 이 보내고 서운하지 않을까
殘霞映日流紅(잔하영일유홍) : 노을에 석양 비쳐 강물 붉게 흐르고
遠水兼天鬪碧(원수겸천투벽) : 멀리 흐르는 강물은 하늘에 닿아 푸름을 다투네.
江頭柳無限絲(강두유무한사) : 강가 버들 휘늘어진 가지들
未解絆留歸客(미해반유귀객) : 가는 이 얽매어 떠날 줄 모르네.
  

 

寒食日待人不知(한식일대인부지)-李奎報(이규보)

한식일 사람을 기다렸으니 오지 않고-李奎報(이규보)

百五佳辰人不來(백오가진인불래) : 동자 후 105일 한식일 이 좋은 때, 온다는 사람 오지 않고

?韆影外夕陽?(추천영외석양회) : 그네 그림자 밖으로 석양이 돌아오네.

杏?麥酪渾閑事(행당맥락혼한사) : 당나라 음식 행당과 맥락 먹는 일은 모두 한가한 일들

只對梨花飮一杯(지대이화음일배) : 배꽃 마주보며 술이나 한잔 들자구나.
  

 

開國寺池上(개국사지상)-李奎報(이규보)

개국사 연못에서-李奎報(이규보)

尋僧散步樹陰中(심승산보수음중) : 스님 찾아 나무 그늘 사이로 걷다가
遇勝留連曲沼東(우승류연곡소동) : 좋은 경치 만나 둥글게 늘어선 연못 동편에 머문다.
點水???翼綠(점수청정초익록) : 물 위를 나는 잠자리의 얇은 날개가 파릇하고
浴波??繡毛紅(욕파계칙수모홍) : 물놀이 하는 원앙새와 뜸부기의 날개털은 붉도다.
仙人掌重蓮承露(선인장중연승로) : 신선의 손바닥 같은 연잎은 떨어지는 이슬 받고
宮女腰輕柳帶風(궁녀요경류대풍) : 궁녀의 허리 같은 버들에는 바람이 이는구나.
出?游魚休避去(출희유어휴피거) : 나와 노는 고기들아, 피하여 달아나지 말아라.
?池不必是漁翁(준지불필시어옹) : 못가에 앉은 사람이라고 고기 잡는 노인만은 아니라네.


  


詠筆管(영필관)-李奎報(이규보)

붓을 읊다-李奎報(이규보)

憶爾抽碧玉(억이추벽옥) : 기억하노니, 너는 푸른 옥을 뽑아놓은 듯 하고
孤直挺寒林(고직정한림) : 외롭고 곧은 지조는 한림 속에 뛰어나도다.
風霜苦不死(풍상고불사) : 바람과 서리에 괴로워도 꺾이지 않아
反見鋒刃侵(반견봉인침) : 도리어 칼날에 베임을 당했구나.
誰將獨夫手(수장독부수) : 그 누가 독부의 수단으로
?出比于心(고출비우심) : 비간의 심장을 끄집어냈는가.
爲汝欲雪憤(위여욕설분) : 네를 위해 억울함을 씻고자 하려면
當書直言箴(당서직언잠) : 마땅히 곧은 말과 진리의 말만을 써야만 하네.
 

  

 

詠忘(영망)-李奎報(이규보)

망각을 읊다-李奎報(이규보)

世人皆忘我(세인개망아) : 세상사람 모두 나를 잊어버려
四海一身孤(사해일신고) : 온 세상에 오직 내 한 몸 외롭기만 하다.
豈唯世忘我(기유세망아) : 어찌 오직 남들이 나만을 잊었겠는가.
兄弟亦忘予(형제역망여) : 형제도 모두 나를 잊을 것이오.
今日婦忘我(금일부망아) : 오늘은 아내가 나를 잊고
明日吾忘吾(명일오망오) : 내일엔 내가 나를 잊을 것이네.
却後天地內(각후천지내) : 이런 뒤에 온 천지 안에서
了無親與疏(요무친여소) : 친한 이도 소원한 이도 없음을 알게 될 걸세.
 
 

 


八月二 日(팔월이일)-李奎報(이규보)

팔월이일-李奎報(이규보)

食罷禪房暫?茶(식파선방잠철다) : 밥을 먹고 절 방에서 잠깐 차를 마셨는데
半山紅日已西斜(반산홍일이서사) : 산 중턱의 붉은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었네.
坐呼階畔馴人鶴(좌호계반순인학) : 앉아서 뜰가에서 사람 길들이는 학을 부르고
臥聽門前警盜鵝(와청문전경도아) : 누워서 문 앞의 도적을 경계하는 거위 소리를 듣는다.
萬柳影中南北路(만류영중남북로) : 수많은 버들 그림자 속으로 길은 남북으로 갈라지고
一溪聲外兩三家(일계성외량삼가) : 온 시내 물소리 나고 건너편엔 두세 집이 있구나.
卒然得句聊題壁(졸연득구료제벽) : 문득 시구를 얻으면 벽에 쓰려니
寄語?梨莫?紗(기어도리막멱사) :큰 스님에게 말을 전하노니 깁으로 덮지 마세요.
  

 

 

謝友人送酒(사우인송주)-李奎報(이규보)

친구가 술을 보내온 것에 사례함-李奎報(이규보)

邇來杯酒乾(이래배주건) : 요즈음은 술마저 말라버려

是我一家旱(시아일가한) : 이것이 우리 온 집안의 가뭄이었는데

感子餉芳?(감자향방료) : 그대에게 고맙구나, 좋은 술을 보내주다니

快如時雨灌(쾌여시우관) : 때맞춰 내리는 비처럼 상쾌하구나.
  

 

寒食感子推事(한식감자추사)-李奎報(이규보)

한식일에 자추의 옛일에 감탄하여 -李奎報(이규보)

衆鱗化雲雨(중린화운우) : 뭇 물고기 구름과 비의 은혜 받아
一蛇不與爭(일사불여쟁) : 외로운 뱀 한 마리 함께 다투지 않다.
未見恩波潤(미견은파윤) : 내려지는 은혜의 물결을 보지 못하고
反爲燥炭烹(반위조탄팽) : 도리어 숯불 속에서 삶기게 되었구나.
綿山山上火(면산산상화) : 면산의 마루까지 타오른 불길
已忍焚人英(이인분인영) : 뛰어난 인재 차마 태워 죽였구나.
胡不放神?(호불방신염) : 어찌 사나운 불길 널리 놓아
焚滅千載名(분멸천재명) : 전하는 이름까지 태우지 않았는가.
遂使後代人(수사후대인) : 드디어 후세 사람들에게
聞名輒傷情(문명첩상정) : 이름 듣고 마음 아프게 하였는가.
每至百五辰(매지백오진) : 해마다 한식일이 되면
萬屋禁煙生(만옥금연생) : 집집마다 연기 금하는 일 생겨났구나.
不及炎岡日(불급염강일) : 곤륜산 옥과 돌이 모두 탈 때
一勺江水淸(일작강수청) : 한 구기 강물만 맑았구나.
 

 


憶吳德全(억오덕전)-李奎報(이규보)

오덕전을 생학하며-李奎報(이규보)

心將萬里長雲遠(심장만리장운원) : 마음은 하늘에 뜬구름과 멀어지고

淚逐空庭窓雨零(루축공정창우령) : 눈물은 빈 뜰의 창문에 빗방울처럼 쏟아진다.

一別君來誰與語(일별군래수여어) : 한 번 자네를 이별한 후 누구와 이야기하랴

眼中無復舊時靑(안중무복구시청) : 눈앞에는 옛날처럼 반가운 얼굴 아무도 없구나.

  

 

復遊西郊草堂(부유서교초당)-李奎報(이규보)

다시 서교초당에서 놀다-李奎報(이규보)

初日映短霞(초일영단하) : 아침 햇빛이 자욱한 노을 비추고
長風卷宿霧(장풍권숙무) : 먼 데서 온 바람 묵은 안개 거두네.
四望喜新晴(사망희신청) : 사방을 보니 말끔히 갠 것 보기 좋아
傍林聊散步(방림료산보) : 수풀 곁으로 다만 천천히 걸어보네.
造物固難料(조물고난료) : 만물의 조화란 본래 예측하기 어려워
陰雲忽紛布(음운홀분포) : 홀연 검은 구름이 여기저기 일어나더니
電火?金蛇(전화체금사) : 번갯불이 온통 금빛을 끌여드리고
雷公屢馮怒(뢰공루풍노) : 우뢰 소리가 어러 차례 허공을 뒤흔든다.
兒童報我來(아동보아래) : 아이들이 내게 달려와 알리기를
入郭及未雨(입곽급미우) : 비 오기 전에 성으로 들어가시라 하네
我言天地內(아언천지내) : 나는 말하기를, 이 천지 사이에
浮生信如寓(부생신여우) : 덧없는 인생 붙어사는 것 같으니
彼此無眞宅(피차무진택) : 어딜 가나 참된 내 집은 없고
隨意且相住(수의차상주) : 마음 따라 가다가 멈추면 그만인데
何必戀洛塵(하필련락진) : 하필이면 성중의 티끌을 못 잊겠는가.
局促首歸路(국촉수귀로) : 소견 좁게 돌아갈 길을 향할 건가
換酒傾一壺(환주경일호) : 사온 술 항아리를 다 비우니
胸膈無細故(흉격무세고) : 가슴에 아무런 생각 없어라.
頹然臥前榮(퇴연와전영) : 그냥 쓰러져 평상에 누웠으니
萬木蒼煙暮(만목창연모) : 온갖 나무에 푸른 연기만 저물어 가는구나.

  

 

送春吟(송춘음)-李奎報(이규보)

봄을 보내며-李奎報(이규보)

春向晩送將歸(춘향만송장귀) : 봄이 저물어가니 곧 돌려보내긴 하지만
杳杳悠悠適何處(묘묘유유적하처) : 아득하고도 머나먼 곳 어디로 가나
不唯收拾花紅歸(불유수십화홍귀) : 한갓 붉은 꽃을 거둬갈 뿐 아니라
兼取人顔渥丹去(겸취인안악단거) : 사람의 붉은 얼굴빛까지 가져가 버리네
明年春廻花復紅(명년춘회화복홍) : 명년 봄이 돌아오면 꽃은 다시 붉겠지만
丹面一緇誰借與(단면일치수차여) : 붉은 얼굴 한번 검어지면 그 누가 다시 빌려줄까.
送春去春去忙(송춘거춘거망) : 봄을 보내려니 가는 봄은 너무 바삐 떠나거늘
空對殘花頻?涕(공대잔화빈쇄체) : 부질없이 남은 꽃 바라보고 자주 눈물 뿌리네.
問春何去春不言(문춘하거춘불언) : 봄아 어딜 가나 물어도 봄은 대답이 없고
黃?似代春傳語(황앵사대춘전어) : 누른 꾀꼬리 봄 대신 말을 전하는 듯하지만
鶯聲可聞不可會(앵성가문불가회) : 꾀꼬리 소리 듣기는 해도 이해할 수 없으니
不若忘情倒芳?(불약망정도방서) : 정 잊고 좋은 술에 취하는 것이 제일 좋아라.
好去春風莫回首(호거춘풍막회수) : 봄바람을 잘 보내고 미련을 갖지 말자
與人薄情誰似汝(여인박정수사여) : 사람에게 박정함이 그 누가 너와 같으랴.
  


和宿天壽寺(화숙천수사)-李奎報(이규보)

천수사에 묵으며 화답하다-李奎報(이규보)

百花相倚鬪輕盈(백화상의투경영) : 온갖 꽃 서로 다투어 피면
準擬同君醉太平(준의동군취태평) : 그대와 함께 취하려 했었네.
嘉節無端揮淚別(가절무단휘루별) : 좋은 시절 까닭 없이 눈물로 이별하고
亂山何處皺眉行(난산하처추미행) : 여기저기 어지러운 산들은 어디로 가는가.
玉川文字五十卷(옥천문자오십권) : 옥천 노동(盧仝)은 오천 권의 글을 남기고
魯望生涯三十楹(노망생애삼십영) : 노망 육귀몽(陸龜蒙)은 삼십 간의 집뿐이었다네.
曾是少年爲客處(증시소년위객처) : 일찍이 소년 시절에 노닐던 곳이니
逢人問我舊姓名(봉인문아구성명) : 사람 만나거든 나의 옛 이름 물어보게나.

  


戱路上醉臥僧(희노상취와승)-李奎報(이규보)

길 위에 취해 누운 승려에게-李奎報(이규보)

莫笑上人中聖人(막소상인중성인) : 스님이 술에 취한 것을 비웃지 말라

醍?與酒味同醇(제호여주미동순) : 청주나 탁주나 술 맛은 다 순후하다네.

始知糟麴神?猛(시지조국신추맹) : 알겠노라, 숭의 신이 거칠고 사나워

解倒金剛三味身(해도금강삼미신) : 금강 삼매의 몸을 풀어서 거꾸러지게 했음을
  

 

楊貴妃(양귀비)-李奎報(이규보)

양귀비-李奎報(이규보)

未必楊妃色絶奇(미필양비색절기) : 반드시 양 귀비 얼굴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只緣誤國作嬌姿(지연오국작교자) : 나라를 망치려 예쁜 자태로 지은 것이라네.

君看貞觀太平日(군간정관태평일) : 그대여 당 태종의 태평시대를 보라

宮掖那無一美姬(궁액나무일미희) : 궁중에 어이하여 한 미희가 없었겠는가.


 


草堂詠雨2(초당영우2)-李奎報(이규보)

초당에서 비를 읊다-李奎報(이규보)

風狂紙障濕(풍광지장습) : 바람이 몰아치니 벽지가 젖고

地潤土牆崩(지윤토장붕) : 땅이 젖으니 흙담이 무너진다

硯滴何須?(연적하수학) : 연적을 어찌 마른 채로 두겠는가

?端送臂承(첨단송비승) : 처마 끝에 팔 뻗어 물을 받는다
  

 

草堂詠雨1(초당영우1)-李奎報(이규보)

초당에서 비를 읊다-李奎報(이규보)

?空初似飄絲細(쇄공초사표사세) : 공중에 뿌릴 때는 나부끼는 실같이 가늘더니

緣?還如掛索脩(연류환여괘색수) : 낙수 져서 흐를 때는 새끼 걸어 놓은 듯하네.

頃刻庭前波??(경각정전파렴염) : 잠깐 사이 뜰에는 물이 출렁이니

兒童聚葉學浮舟(아동취엽학부주) : 아이들이 잎을 모아 배 띄우기 배우네.
  

 

行過洛東江(행과락동강)-李奎報(이규보)

낙동강을 지나며-李奎報(이규보)

百轉靑山裏(백전청산리) : 백 겹 두른 푸른 산에
閑行過洛東(한행과락동) : 한가로이 낙동강을 지나가네.
草深猶有路(초심유유로) : 풀은 우거졌어도 지날 길은 있고
松靜自無風(송정자무풍) : 소나무가 고요하니 바람이 없도다.
秋水鴨頭綠(추수압두록) : 가을 낙동강 물은 오리 머리처럼 푸르고
曉霞猩血紅(효하성혈홍) : 새벽 노을은 성성이 피처럼 붉구나.
誰知倦遊客(수지권유객) : 누가 알리오, 노는 데 싫증난 나그네가
四海一詩翁(사해일시옹) : 사해에 시 짓는 한 늙은이인 것을 말이오.

 

 

江上待舟(강상대주)-李奎報(이규보)

강가에서 배 기다리며-李奎報(이규보)


朝日初昇宿霧收(조일초승숙무수) : 아침 해 떠오르자 밤안개 걷히고

促鞭行到漢江頭(촉편행도한강두) : 채찍 재촉하니 한강 머리에 닿았구나.

天王不返憑誰問(천왕불반빙수문) : 천왕이 돌아오지 않으니 누구에게 물어볼까

沙鳥閑飛水自流(사조한비수자류) : 해오라기는 한가히 날고 물은 저절로 흐르는구나.

 

 

與鄕黨二三子遊馬巖(여향당이삼자유마암)-李奎報(이규보)

고향 사람 두세 사람과 마암에서 놀며-李奎報(이규보)


雙馬權奇出水涯(쌍마권기출수애) : 누른 말 검은 말 두 마리 말이 기이하게도 물가에서 나와

縣名從此得黃驪(현명종차득황려) : 이 때문에 황려라는 고을 이름을 얻었다네.

詩人好古煩徵詰(시인호고번징힐) : 시인은 옛날 일 좋아하여 번거롭게 고증하려 하지만

來往漁翁豈自知(래왕어옹기자지) : 오고 가는 고기 잡는 늙은이야 어찌 스스로 알겠는가.


  


尋山迷路(심산미로)-李奎報(이규보)

산사를 찾아가가 길을 잃다-李奎報(이규보)


暮尋山舍昧西東(모심산사매서동) : 저물어 산사를 찾다가 방향을 잃고

行墮荒榛暗莽中(행타황진암망중) : 우거진 잡목에 떨어지고 잡초 속에 빠지기도 했네.

失路忽逢樵徑在(실로홀봉초경재) : 길을 잃고 가까스로 좁은 나무꾼 길 발견하고

再三珍重採薪翁(재삼진중채신옹) : 나무하는 늙은이에게 재삼 묻곤 하였네.


  


戱贈美人(희증미인)-李奎報(이규보)

미인에게 재미로 주다-李奎報(이규보)


曉窓呵鏡照凝?(효창가경조응소) : 새벽 창가에서 거울에 뽀얀 얼굴 비추고

兩朶烏雲滿把梳(양타오운만파소) : 두 갈래 검은 머리 빗에 가득 차는구나.

時世粧成紅不暈(시세장성홍불훈) : 세상 여자 화장은 붉어도 수줍음 없으니

千金一笑肯廻無(천금일소긍회무) : 천금같은 미소 되돌리지 말아요.


  

 

群蟲詠8(군충영8)-李奎報(이규보)

여러 벌레를 읊다-李奎報(이규보)

누에[蠶]

吐絲工騁巧(토사공빙교) : 실을 토하여 교묘한 재주 부리나

作繭反逢煎(작견반봉전) : 고치를 만들어 도리어 삶아지네

似詰還似癡(사힐환사치) : 약은 것 같아도 어리석어

吾於汝獨憐(오어여독련) : 내 홀로 너를 가엾게 여기노라.

  

 

群蟲詠7(군충영7)-李奎報(이규보)

여러 벌레를 읊다-李奎報(이규보)

파리[蠅]

疾爾誤鳴鷄(질이오명계) : 닭이 운다고 착각하는 네가 미워

畏爾點白玉(외이점백옥) : 흰 옥에 점 남기는 것 두려워하노라

驅之又不去(구지우부거) : 쫓아도 가지 않으니

宜見王思逐(의견왕사축) : 왕사의 쫓김 당하는 것 당연하도다

  

 

群蟲詠6(군충영6)-李奎報(이규보)

여러 벌레를 읊다-李奎報(이규보)

거미[蛛]

緣 懸穀網(연첨현곡망) : 처마에 그물을 치고

 壁作錢 (진벽작전과) : 벽 따라 돈 되는 소굴 만드네.

好 穿針日(호견천침일) : 좋게 침 꽂는 날을 기다려

來棲乞巧瓜(내서걸교과) : 술수 부리는 과일에 와 산다네.
  

 

群蟲詠5(군충영5)-李奎報(이규보)

여러 벌레를 읊다-李奎報(이규보)

개미[蟻]

穴竅珠中度(혈규주중도) : 구멍 뚫어 구슬 속을 지나고

隨輪磨上奔(수륜마상분) : 바퀴 따라 맷돌 위로 달린다

誰知槐樹下(수지괴수하) : 누가 알랴 느티나무 아래에서

別占一乾神(별점일건신) : 따로 한 세상 차지한 줄을

  

 

群蟲詠4(군충영4)-李奎報(이규보)

여러 벌레를 읊다-李奎報(이규보)

달팽이[蝸]

見人頻縮角(견인빈축각) : 사람을 보면 뿔을 자주 뿔을 감추고

有屋解藏身(유옥해장신) : 집이 있어 몸 감출 줄 아는구나

莫敎蠻觸戰(막교만촉전) : 우둔한 촉수로 싸우게 하지 말라

千里血成津(천리혈성진) : 천 리에 피가 강을 이룬단다.

  

 

群蟲詠3(군충영3)-李奎報(이규보)

여러 벌레를 읊다-李奎報(이규보)

쥐[鼠]

眼如劈豆角(안여벽두각) : 눈이 콩조각을 쪼개 놓은 것 같아서

伺暗狂蹂蹈(사암광유도) : 컴컴한 곳 엿보아 미친 듯 밟고 다닌다

任爾穿我墉(임이천아용) : 제 맘대로 내 담 뚫으면

滔滔皆大盜(도도개대도) : 도도한 기세는 모두가 다 큰 도적이구나

  

 

群蟲詠2(군충영2)-李奎報(이규보)

여러 벌레를 읊다-李奎報(이규보)

개구리[蛙]

無怒亦無瞋(무노역무진) : 노하는 것도 눈 부릅뜨는 것도 전혀 없고

 然長 腹(파연장병복) : 편편하게 길고 불룩한 배를 가졌구나

兩部爾莫誇(양부이막과) : 소리내는 두 부분을 너는 자랑 말아라

人將焚牡菊(인장분모국) : 사람이 장차 모란과 국화를 불태우리라

  


群蟲詠1(군충영1)-李奎報(이규보)

여러 벌레를 읊다-李奎報(이규보)

두꺼비[蟾]

 磊形可憎(비뢰형가증) : 우툴두툴 모양은 밉고

爬자行亦澁(파자행역삽) : 엉금엉금 걸음걸이도 느리다

群蟲且莫輕(군충차막경) : 여러 벌레들이여, 가볍게 여기지 말아라

解向月宮入(해향월궁입) : 월궁 향해 들어갈 줄도 안단다

 
村家2(촌가2)-李奎報(이규보)

시골집-李奎報(이규보)

曉寒霜重織聲催(효한상중직성최) : 새벽은 차갑고 서리는 짙은데 베틀 소리 바쁘고

日暮煙昏樵唱廻(일모연혼초창회) : 해는 저물고 연기 오르는 저녁에 나무꾼은 노래하며 돌아온다.

野老那知重九日(야노나지중구일) : 시골 늙은이 어찌 구월 구일을 알까마는

偶逢黃菊泛濃?(우봉황국범농배) : 우연히 만나보니 국화꽃 띄운 익은 술을 가져왔네.   

 

村家3(촌가3)-李奎報(이규보)

시골집-李奎報(이규보)

山梨葉赤野桑黃(산이엽적야상황) : 산의 배나무 잎은 붉고 들의 뽕나무 잎 누른데

一路風廻間稻香(일로풍회간도향) : 온 길에 바람 불어와 벼 향기 짙게 끼어든다.

沒井聲中人響?(몰정성중인향극) : 샘물 긷는 소리 중에 나막신 소리 들리는데

柴門不鎖月鋪霜(시문불쇄월포상) : 사립문은 열려 있고 달빛은 서리처럼 서늘하다


  

 

村家1(촌가1)-李奎報(이규보)

시골집-李奎報(이규보)

斷煙橫處響村?(단연횡처향촌용) : 띄엄띄엄 연기 낀 고을에 방아 소리 들리고

深巷無垣刺樹重(심항무원자수중) : 깊은 골목 담은 없고 가시나무들만 무성하다.

萬馬布山牛散野(만마포산우산야) : 말들은 산에 가득하고 소는 들에 흩어져 있고

望中渾是太平容(망중혼시태평용) :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다 태평성대의 얼굴이라오.
  

 

梅花(매화)-李奎報(이규보)

매화-李奎報(이규보)

庾嶺侵寒?凍脣(유령침한탁동순) : 유령 추위에 언 입술이 터져
不將紅粉損天眞(불장홍분손천진) : 붉은 꽃가루 지니고 참 모습 잃지 않네.
莫敎驚落羌兒笛(막교경락강아적) : 오랑캐 피리 속에 놀라게 하지 말고
好待來隨驛使塵(호대래수역사진) : 잘 기다려 역사를 따르게해야 하리라.
帶雪更粧千點雪(대설경장천점설) : 내리는 눈을 받아 천 송이 눈꽃으로 장식하여
先春偸作一番春(선춘투작일번춘) : 봄보다 미리 또 한 봄을 훔쳤구나.
玉肌尙有淸香在(옥기상유청향재) : 옥 같은 살결에 여전히 남은 맑은 향기 있으니
竊藥姮娥月裏身(절약항아월이신) : 약 훔치던 항아의 달 속에 있던 몸이라네.

  

 

東明王篇(동명왕편)-李奎報(이규보)

동명왕편-李奎報(이규보)

元氣判?渾(원기판둔혼) : 원기가 혼돈함이 나누어져
天皇地皇氏(천황지황씨) : 천황과 지황이 생겨났다. .
十三十一頭(십삼십일두) : 머리가 열셋 또는 열하나이며
體貌多奇異(체모다기이) : 체모도 기이한 곳이 많았다
其餘聖帝王(기여성제왕) : 그 나머지 여러 성스런 제왕도
亦備載經史(역비재경사) : 경서와 사기에 실려 있다
女節感大星(여절감대성) : 여절은 큰 별을 느끼어
乃生大昊摯(내생대호지) : 대호지를 낳았도다.
女樞生?頊(여추생전욱) : 여추는 선욱을 낳았는데
亦感瑤光暐(역감요광위) : 또한 서광의 빛을 느끼었었다
伏羲制牲犧(복희제생희) : 복희씨는 제사에 쓰는 희생물의 제도를 마련하고
燧人始鑽燧(수인시찬수) : 수인씨는 비로소 나무를 비벼 불씨를 만들었다
生蓂高帝祥(생명고제상) : 명협이 난 것은 제요 때의 상서로움이요
雨粟神農瑞(우속신농서) : 조에 비가 내린 것은 신농씨 때의 상서로움이다
靑天女?補(청천여왜보) : 푸른 하늘은 여와씨가 기웠고
洪水大禹理(홍수대우리) : 홍수는 하우씨가 다스렸다
黃帝將升天(황제장승천) : 황제가 장차 하늘에 오르려 할 때
胡髥龍自至(호염용자지) : 수염 많은 용이 스스로 내려왔다
太古淳朴時(태고순박시) : 태고 시대 순박할 때
靈聖難備記(영성난비기) : 신령스럽고 성스러운 일을 이루다 기록할 수 없었다
後世漸??(후세점요리) : 후세에 점점 없어져
風俗例汰侈(풍속예태치) : 풍속이 으레 지나치게 사치해졌다
聖人間或生(성인간혹생) : 성인이 간혹 나기는 했으나
神迹少所示(신적소소시) : 신기한 자취는 적었다
漢神雀三年(한신작삼년) : 한나라 신작 삼년
孟夏斗立巳(맹하두립사) : 초여름 두성이 사방을 가리켰다
海東解慕漱(해동해모수) : 해동의 해모수는
眞是天之子(진시천지자) : 참으로 하늘의 아들이니
身乘五龍軌(신승오룡궤) : 하늘에서 내려올 때 몸은 다섯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從者百餘人(종자백여인) : 수행하는 사람이 백여 명인데
騎鵠紛??(기곡분삼시) : 고니를 타고 털과 깃옷을 화려하게 입었다.
淸樂動?洋(청악동장양) : 맑은 풍악소리 장장하고 양양하게 울리고
彩雲浮??(채운부의니) : 채색 구름 뭉게뭉게 날아올랐다.
自古受命君(자고수명군) : 예부터 임금으로 명령 받은 이가
何是非天賜(하시비천사) : 어찌 곧 하늘이 내린 것이 아니리오.
白日下靑冥(백일하청명) : 한낮에 푸른 하늘에서 내려옴은
從昔所未?(종석소미시) : 예부터 보지 못한 신기한 일이다
朝居人世中(조거인세중) : 아침에는 세상에 살다가
暮反天宮裡(모반천궁리) : 저녁에는 하늘 궁전으로 돌아간다.
吾聞於古人(오문어고인) : 내가 예 사람에게 들으니
蒼穹之去地(창궁지거지) : 하늘에서 땅까지 떨어진 거리가
二億萬八千(이억만팔천) : 2 억만 8천 7백 80리라고 했다
梯棧?難升(제잔섭난승) : 사다리를 밟고 오르기도 어렵고
羽?飛易?(우핵비이췌) : 깃과 날개로 날아도 쉽게 지친다.
朝夕恣升降(조석자승강) : 이침과 저녁으로 마음대로 오르내리다니
此理復何爾(차리부하이) : 이 이치를 다아 어떻게 이해하리오.
城北有靑河(성북유청하) : 성 북쪽에 맑은 하천이 있는데
河伯三女美(하백삼녀미) : 하백의 세 딸이 아름다웠다
擘出鴨頭波(벽출압두파) : 압록강 물결을 헤치고 나와
往遊熊心?(왕유웅심사) : 웅심 물가에 가서 놀았다네.
?琅佩玉鳴(장랑패옥명) : 쟁그랑 쟁그랑 패옥이 울리고
綽約顔花媚(작약안화미) : 부드럽고 가냘프게 얼굴이 예뻤다
初疑漢?濱(초의한고빈) : 처음에는 한고의 물가로 의심하고
復想洛水沚(부상락수지) : 다시 낙수의 모래톱으로 생각했네.
王因出獵見(왕인출렵견) : 왕이 나가 사냥하다가 보고
目送頗留意(목송파류의) : 날마다 자못 마음을 주었네.
?非悅紛華(자비열분화) : 이는 화려한 것을 좋아함이 아니라
誠急生繼嗣(성급생계사) : 뒤 이를 자식 낳은 것이 급했네.
三女見君來(삼녀견군래) : 세 여자 임금 오는 것을 보고
入水尋相避(입수심상피) : 물속으로 들어 서로 피하였다.
擬將作宮殿(의장작궁전) : 장차 궁전을 지어
潛候同來戱(잠후동래희) : 숨어서 같이 와 노는 것을 망보려하였네.
馬?一?地(마과일화지) : 말채찍으로 한번 땅에 그으니
銅室?然峙(동실훌연치) : 구리로 지은 집이 홀연히 솟아났다
錦席鋪絢明(금석포현명) : 비단 자리를 눈부시게 펴고
金?置淳旨(금준치순지) : 금 술잔에 맛있는 술을 따라놓았다
??果自入(편선과자입) : 과연 스스로 돌아 들어와
對酌還徑醉(대작환경취) : 마주보며 술 마시다 곧 취하였다
王時出橫遮(왕시출횡차) : 이 때 왕이 나와 가로 막으니
驚走僅顚?(경주근전지) : 놀라 달아나다 조금 미끄러져 넘어졌다
長女曰柳花(장녀왈유화) : 맡 딸을 유화라고 하니
是爲王所止(시위왕소지) : 이분이 왕에게 잡혔다네.
河伯大怒嗔(하백대노진) : 하백이 크게 노하여
遣使急且?(견사급차사) : 사자를 시켜 급히 달려가
告云渠何人(고운거하인) : 이르기를,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乃敢放輕肆(내감방경사) : 감히 이리도 경박하고 방자한가라고 하니
報云天帝子(보운천제자) : 나는 천제의 아들이니
高族請相累(고족청상루) : 높은 집안이니 서로 혼인하기를 청한다 하고
指天降龍馭(지천강룡어) : 하늘을 가리키니 용수레가 내려왔다
徑到海宮邃(경도해궁수) : 수레를 타고 곧장 바다 궁궐 깊숙이 이르렀다
河伯乃謂王(하백내위왕) : 하백이 곧 왕에게 이르기를
婚姻是大事(혼인시대사) : 혼인은 곧 큰 일이니
媒贄有通法(매지유통법) : 중매와 폐백에 정한 법이 있거늘
胡奈得自恣(호내득자자) : 어째서 이토록 스스로 방자한가 하니
君是上帝?(군시상제윤) : 그대가 상제의 아들이라면
神變請可試(신변청가시) : 신통한 변화를 시험해 보세 하니
漣?碧波中(연의벽파중) :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 속에
河伯化作鯉(하백화작리) : 화백이 화하여 잉어로 되니
王尋變爲獺(왕심변위달) : 왕이 곧 변하여 수달이 되었다
立捕不待?(입포불대규) : 몇 걸음 못가 쫓아 잡았다
又復生兩翼(우부생양익) : 또 하백이 두 날개가 돋아
翩然化爲雉(편연화위치) : 날개를 펄럭이며 꿩이 되니
王又化神鷹(왕우화신응) : 왕은 또 매로 되었다
搏擊何大?(박격하대지) : 날아서 맹렬하게 쳤다
彼爲鹿而走(피위록이주) : 저 편이 사슴이 되어 달아나면
我爲豺而?(아위시이유) : 이 편은 승냥이로 되어 쫓았다
河伯知有神(하백지유신) : 하백은 왕에게 신성이 있음을 알고
置酒相燕喜(치주상연희) : 술을 내어 서로 잔치하며 기뻐했다
伺醉載革輿(사취재혁여) : 취한 틈을 살펴 가죽 수레에 태워
幷置女於?(병치여어의) : 딸도 수레 옆에 함께 태웠다
意令與其女(의영여기녀) : 그 의도는 그 딸과 함께
天上同騰?(천상동등비) : 천상에 같이 오르고자 함이었다.
其車未出水(기거미출수) : 그 수레가 미처 물을 빠져나오지 않았는데
酒醒忽驚起(주성홀경기) : 술이 깨어 홀연히 깨어 일어나
取女黃金?(취녀황금차) : 여자의 황금 비녀를 빼어
刺革從竅出(자혁종규출) : 가죽을 찔러 구멍으로 나와
獨乘赤?上(독승적소상) : 하백이 혼자 붉은 하늘을 타고 올라가
寂寞不廻騎(적막불회기) : 적막히 아무 소식이 없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河伯責厥女(하백책궐녀) : 하백이 그 딸을 책망하여
挽吻三尺?(만문삼척?) : 입술을 잡아당겨 석자나 늘여놓고
乃貶優渤中(내폄우발중) : 우발수 가운데로 추방하고
唯與婢僕二(유여비복이) : 오직 종 두 사람만 남겨 주었다
漁師觀波中(어사관파중) : 어부가 물결 속을 보니
奇獸行??(기수행비혜) : 이상한 짐승이 돌아다녀
乃告王金蛙(내고왕금와) : 곧 금와왕에게 알렸다
鐵網投??(철망투규규) : 어부는 깊이 쇠 그물을 던져
引得坐石女(인득좌석녀) : 돌에 앉은 여자를 끌어당겨 얻었다
姿貌甚堪畏(자모심감외) : 그 몸매와 얼굴이 너무 무서웠다
唇長不能言(진장불능언) : 입술이 길어 말을 못하므로
三截乃啓齒(삼절내계치) : 세 번 자른 뒤에야 이가 보였다
王知慕漱妃(왕지모수비) : 왕이 해모수의 비인 것을 알고
仍以別宮置(잉이별궁치) : 따로 방을 정하여 주었다
懷日生朱蒙(회일생주몽) : 해를 품어 주몽을 낳았느니
是歲歲在癸(시세세재계) : 이 해가 계해년이었다
骨表諒最奇(골표량최기) : 골상이 참으로 기이하고
啼聲亦甚偉(제성역심위) : 우는 소리도 심히 컸다
初生卵如升(초생란여승) : 처음에는 알을 낳았는데 한 되 크기가 되었다
觀者皆驚悸(관자개경계) : 보는 사람들이 모두 놀았다
王以爲不祥(왕이위불상) : 왕이 이를 상서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此豈人之類(차기인지류) : 이것이 어찌 사람의 씨인가 하고
置之馬牧中(치지마목중) : 이를 마굿간에 버려두니
群馬皆不履(군마개불리) : 여러 말들이 모두 밟지 않았다
棄之深山中(기지심산중) : 깊은 산 속에 버려두니
百獸皆擁衛(백수개옹위) : 온갖 짐승들이 다 지켜주니
母姑擧而養(모고거이양) : 어머니가 잠시 들어서 기르니
經月言語始(경월언어시) : 한 달이 지나 말을 시작했다
自言蠅?目(자언승참목) : 스스로 말하기를 파리가 눈을 빨아
臥不能安睡(와불능안수) : 누워있어도 편안히 잘 수 없다 하였다
母爲作弓矢(모위작궁시) : 어머니가 활과 화살을 만들어주니
其弓不虛?(기궁불허기) : 그 활을 헛되이 당기지 않았다
年至漸長大(연지점장대) : 나이 점점 장대해지니
才能日漸備(재능일점비) : 재주가 능히 날마다 점차 갖춰졌다
扶余王太子(부여왕태자) : 부여왕의 태자
其心生妬忌(기심생투기) : 그의 마음에 시기심이 생겨
乃言朱蒙者(내언주몽자) : 말하기를, 주몽이란 자
此必非常士(차필비상사) : 이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若不早自圖(약불조자도) : 만약 일찍 스스로 도모하지 않으면
其患誠未已(기환성미이) : 그 근심이 진실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했다
王令往牧馬(왕령왕목마) : 왕의 명령으로 가서 말을 기르게 했으니
欲以試厥志(욕이시궐지) : 그 뜻을 시험하려 함이었네.
自思天之孫(자사천지손) : 스스로 생각하니, 천제의 손자로
?牧良可恥(시목량가치) : 마굿간에서 말을 기르니 참으로 부끄럽다.
?心常竊道(문심상절도) : 가슴을 어루만지며 항상 말하기를,
吾生不如死(오생불여사) : 내 삶은 죽는 것만 못하다
意將往南土(의장왕남토) : 마음속으로 장차 남쪽 땅에 가서
立國立城市(입국입성시) : 나라도 세우고 성읍도 세우고 싶으나
爲緣慈母在(위연자모재) : 인자한 어머니 때문에
離別誠未易(이별성미이) : 이별이 참으로 쉽지가 않다
其母聞此言(기모문차언) : 그 어머니 이 말을 듣고
潛然?淸漏(잠연문청루) : 주르르 흐르는 눈물을 씻으며
汝幸勿爲念(여행물위염) : 너는 내 염려하지 말라.
我亦常痛?(아역상통비) : 나도 항상 마음 아팠다.
士之涉長途(사지섭장도) : 사나이가 먼 길을 떠남에
須必憑??(수필빙록이) : 반드시 좋은 말이 있어야 하니라 하고
相將往馬間(상장왕마간) : 함께 마굿간에 가서
卽以長鞭?(즉이장편추) : 곧 긴 채찍으로 말을 치니
?馬皆突走(군마개돌주) : 여러 말들이 다 달아났다
一馬?色斐(일마성색비) : 그 중 한 마리 말이 털빛이 붉었는데
跳過二丈欄(도과이장란) : 두 길 되는 난간을 뛰어넘었다
始覺是駿驥(시각시준기) : 비로소 이 말이 준마인 것을 알고
潛以針刺舌(잠이침자설) : 몰래 바늘을 말의 혀에 꽂았다
酸痛不受飼(산통불수사) : 말이 아파 먹이를 먹지 못하니
不日形甚?(불일형심구) : 며칠이 못되어 심히 야위었다
却與駑?似(각여노태사) : 그래서 도리어 가장 용렬한 말 같았다
爾後王巡觀(이후왕순관) : 그 뒤에 왕이 둘러보고
予馬此卽是(여마차즉시) : 말을 내준 것이 곧 이 말이었다.
得之始抽針(득지시추침) : 얻고서 비로소 바늘을 뽑고
日夜屢加?(일야루가위) : 밤낮으로 여러 차례 먹이를 먹였다
暗結三賢友(암결삼현우) : 몰래 세 어진 친구를 맺으니
其人共多智(기인공다지) : 그 사람들은 모두 지혜로웠다.
南行至淹滯(남행지엄체) : 남으로 가 엄체수에 이르니
欲渡無舟艤(욕도무주의) : 건너려 하니 건널 배가 없었다.
秉策指彼蒼(병책지피창) : 채찍을 잡고 저 푸른 하늘을 가리키며
慨然發長?(개연발장위) : 개연히 긴 탄식을 하니
天孫河伯甥(천손하백생) : 천재의 손자 하백의 외손이
避難至於此(피난지어차) : 어려움을 피하여 이곳에 왔습니다.
哀哀孤子心(애애고자심) : 고아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天地其忍棄(천지기인기) : 천지신령이 차마 버리겠습니까 하고
操弓打河水(조궁타하수) : 활을 잡아 하수를 치니
魚鼈騈首尾(어별병수미) : 여러 고기와 자라가 머리와 꼬리를 나란히 하여
屹然成橋梯(흘연성교제) : 높이 다리를 만드니
始乃得渡矣(시내득도의) : 비로소 건널 수 있었다
俄爾追兵至(아이추병지) : 조금 후에 쫓는 군사들이 나타났다
上橋橋旋?(상교교선비) : 그들이 다리에 오르니 다리는 곧 무너졌다
雙鳩含麥飛(쌍구함맥비) : 한 쌍의 비둘기가 보리를 물고 날아
來作神母使(래작신모사) : 어머니의 심부름꾼이 되어 날아왔다
形勝開王都(형승개왕도) : 경치 좋은 곳에 왕도를 여니
山川鬱??(산천울죄규) : 산천이 울창하고 우뚝하였다
自坐??上(자좌불절상) : 스스로 풀자리 위에 앉아
略定君臣位(약정군신위) : 대략 군신의 자리를 정하였다.
?哉沸流王(돌재비류왕) : 아, 비류왕이여
何奈不自揆(하내불자규) : 어찌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여
苦矜仙人後(고긍선인후) : 선인의 후손인 것만 애써 자랑하고
未識帝孫貴(미식제손귀) : 천재의 손자가 귀중함은 알지 못하였는가.
徒欲爲附庸(도욕위부용) : 한갓 부용국으로 삼으려고만 하고
出語不愼?(출어불신사) : 말을 함에 조심하지 않고
未中?鹿臍(미중화록제) : 사슴 배꼽 그린 그림 맞추지도 못하고
驚我倒玉指(경아도옥지) : 우리 왕이 옥지환 맞추어 깨뜨리는데 놀라는구나.
來觀鼓角變(래관고각변) : 고각이 변한 것을 와서 보고
不敢稱我器(불감칭아기) : 감히 우리 것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來觀屋柱故(래관옥주고) : 집의 기둥이 오래 묵은 것을 와서 보고
?舌還自愧(사설환자괴) : 혀를 깨물고 도리어 부끄러워했다
東明西狩時(동명서수시) : 동명왕이 서쪽으로 순수할 때
偶獲雪色?(우획설색궤) : 우연히 눈같이 흰 고라니를 잡았다
倒懸蟹原上(도현해원상) : 혜원 위에 거꾸로 매달고
敢自呪而謂(감자주이위) : 감히 스스로 저주하여 이르기를
天不雨沸流(천불우비류) : 하늘이 비류에 비를 내려
漂沒其都鄙(표몰기도비) : 그 도성과 변두리를 표몰시키지 않으면
我固不汝放(아고불여방) : 나는 결코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니
汝可助我?(여가조아치) : 너는 내 분한을 풀어다오 하니
鹿鳴聲甚哀(녹명성심애) : 사슴의 우는 소리 심히 슬퍼
上徹天之耳(상철천지이) : 위로 천재의 귀에 통했다
霖雨注七日(림우주칠일) : 장마 비가 이레를 퍼부었다
?若傾淮泗(패약경회사) : 주룩 주룩 회수와 사수를 기울여 쏟은 듯하니
松讓甚憂懼(송양심우구) : 비류왕 송양이 심히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沿流?橫葦(연류만횡위) : 흐르는 물을 따라 헛되이 갈대 밧줄을 가로대게 하였다
士民競來攀(사민경래반) : 관리와 백성들이 다투어와 줄을 당겨보았으나
流汗相??(류한상악이) : 땀을 흘리며 서로 쳐다보기만 하였다
東明卽以鞭(동명즉이편) : 동명왕이 곧 채찍을 들고
?水水停沸(화수수정비) : 물에 그으니 물이 곧 멈추었다
松讓擧國降(송양거국항) : 송양이 나라를 들어 항복하고
是後莫予?(시후막여자) : 이 뒤로는 헐뜯지 못하였다
玄雲??嶺(현운멱골령) : 검은 구름이 송골매 봉우리을 덮어
不見山??(불견산리이) : 산이 연하여 뻗힌 것이 보이지 않았다
有人數千許(유인수천허) : 수 천 명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으니
?木聲??(착목성방불) : 나무 베는 소리와 비슷했다
王曰天爲我(왕왈천위아) : 왕이 말하기를 하늘이 나를 위하여
築城於其趾(축성어기지) : 그 터에 성을 짓는 것이다 하였다
忽然雲霧散(홀연운무산) : 홀연히 비안개 흩어지니
宮闕高?嵬(궁궐고류외) : 궁궐이 높이 우뚝 솟았다
在位十九年(재위십구년) : 왕위에 오른지 19년 만에
升天不下?(승천불하리) : 하늘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다
??有奇節(숙당유기절) : 뜻이 크고 기이한 절개 있었으니
元子曰類利(원자왈류리) : 맏아들의 이름은 유리라 했는데
得劒繼父位(득검계부위) : 칼을 얻어 부왕의 자리를 이었다
塞盆止人?(색분지인리) : 물동이 구멍을 매꾸어 사람의 꾸지람을 그치게 했다
我性本質木(아성본질목) : 내 성품이 본시 진실하고 소박하여
性不喜奇詭(성불희기궤) : 기이하고 괴상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初看東明事(초간동명사) : 처음에 동명왕의 이야기를 보고
疑幻又疑鬼(의환우의귀) : 요술인가 귀신인가 의심하였으나
徐徐漸相涉(서서점상섭) : 천천히 조금씩 섭렵해보니
變化難擬議(변화난의의) : 변화가 추측하고 의논하기 어려웠다
況是直筆文(황시직필문) : 하물며 직필로 쓴 글에 있어서
一字無虛字(일자무허자) : 한 글자도 헛된 것이 없었다.
神哉又神哉(신재우신재) : 신이하고도 신이하다
萬世之所?(만세지소위) : 만세에 전해질 책이다
因思草創君(인사초창군) : 이로 인하여 생각건대, 창업하는 임금이
非聖卽何以(비성즉하이) : 신령스럽지 않으면 어찌 나라를 이루겠는가.
劉?息大澤(류온식대택) : 유씨 여자가 큰 못에서 쉬다가
遇神於夢寐(우신어몽매) : 꿈에 신을 만났다
雷電塞晦暝(뇌전색회명) : 우뢰 번개에 천지가 캄캄한데
蛟龍盤怪傀(교룡반괴괴) : 교룡이 괴상하고 큰 것에 서리어 있었다
因之卽有娠(인지즉유신) : 인하여 임신하여
乃生聖劉季(내생성유계) : 신성한 유계를 낳았다
是惟赤帝子(시유적제자) : 이것이 적제의 아들이었다.
其興多殊祚(기흥다수조) : 그가 일어남에 특별한 복스러운 징조가 많았다
世祖始生時(세조시생시) : 세조가 처음 날 때에
滿室光炳?(만실광병위) : 집안에 가득 광명한 빛이 있었다.
自應赤伏符(자응적복부) : 스스로 적복부에 응하여
掃除黃巾僞(소제황건위) : 황건적을 쓸어버렸다
自古帝王興(자고제왕흥) : 예로부터 제왕이 일어나려면
徵瑞紛蔚蔚(징서분울울) : 많은 징조와 상서로운 일이 일어났다
末嗣多怠荒(말사다태황) : 마지막 자손이 많이 게으르고 거칠어
共絶先王祀(공절선왕사) : 모두 선왕의 제사를 끊어지게 했다
乃知守城君(내지수성군) : 이제야 알겠노라, 수성의 임금은
集蓼戒小毖(집료계소비) : 어려운 땅에 처하여 작은 일에 조심하고
守位以寬仁(수위이관인) : 왕위를 너그럽고 어진 마음으로 지키고
化民由禮義(화민유례의) : 백성을 예와 의로써 교화한다.
永永傳子孫(영영전자손) : 영원토록 자손에게 전하여
御國多年紀(어국다년기) : 많은 세월동안 나라를 통치한다.
 
 

 

칠석우(七夕雨)-이규보(李奎報)

칠석날에 내리는 비-이규보

輕衫小?臥風?(경삼소점와풍령) : 댓자리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람 맞으며 누워보니

夢覺啼?三雨聲(몽교제앵삼우성) : 꾀꼬리 서너 번 울음소리에 잠을 깬다

密葉?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 : 빽빽한 잎사귀에 가린 꽃, 봄 지난 뒤에도 남아

薄雲漏日雨中明(박운루일우중명) : 엷은 구름 속으로 비치는 햇살이 비 속에서 더 밝다
  


夏日卽事2(하일즉사2)-李奎報(이규보)

여름 어느날-李奎報(이규보)

輕衫小?臥風檻(경삼소점와풍함) : 대자리 홑적삼으로 바람 부는 마루방에 잠이 들어

夢斷啼鶯三兩聲(몽단제앵삼량성) : 꿈을 깨니 두세 번 앵무새 우는 소리

密葉?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 : 빽빽한 잎에 가린 꽃 봄 늦도록 피어있고

薄雲漏日雨中明(박운누일우중명) : 엷은 구름 속 비치는 햇살 비 내려도 밝아라
  


夏日卽事1(하일즉사1)-李奎報(이규보)

여름 어느날-李奎報(이규보)

簾幕深深樹影?(렴막심심수영회) : 발 쳐진 깊숙한 곳 나무 그림자 어른거리고

幽人睡熟?成雷(유인수숙한성뢰) : 한가한 사람 깊은 잠에 우뢰 같은 코고는 소리

日斜庭院無人到(일사정원무인도) : 해 저무는 뜰에 사람은 오지 않고

唯有風扉自闔開(유유풍비자합개) : 불어오는 바람에 문짝만 닫혔다 열렸다 하네

  


和子美成都草堂韻3(화자미성도초당운3)-李奎報(이규보)

두보의 성도초당운에 화답하다-李奎報(이규보)

半捲疎簾獨倚欄(반권소렴독의란) : 성긴 주렴 반만 걷고 난간에 기대니
雨聲淙瀉劇驚湍(우성종사극경단) : 쏟아지는 빗소리 여울보다 심하네
橫雲尙自暗千?(횡운상자암천장) : 비낀 구름에 아직도 온 산이 어둑하고
落日不知餘幾竿(낙일부지여기간) : 해 저물어 낚싯대 몇 이나 남았는지
遇客只愁浮太白(우객지수부태백) : 손님을 만나도 이백처럼 술 먹는 생각뿐
學仙何苦鍊還丹(학선하고련환단) : 도교를 배우는데 단사 굽는 일 괴로웠네
爲言隣?好來往(위언인수호내왕) : 이웃 노인네들, 즐겨 찾아오시게
除却閑談送老難(제각한담송노난) : 모든 것 제쳐 두고 한가한 이야기로 노년을 보내 보세
  


和子美成都草堂韻2(화자미성도초당운2)-李奎報(이규보)

두보의 성도초당운에 화답하다-李奎報(이규보)

不把餘愚汚及溪(불파여우오급계) : 어리석음 떨치지 못해, 더러움 깨끗한 개울로 흘러
幽棲租免宦途迷(유서조면환도미) : 깊은 곳에 살아 세금과 어리석은 벼슬살이 면했네
披襟快得風來北(피금쾌득풍래북) : 옷깃을 헤치고 드는 바람, 상쾌히 북으로 불고
隱?從敎日向西(은궤종교일향서) : 책상에 기대어 책을 읽노라니 해는 저무네
世味淺深曾染指(세미천심증염지) : 짙고 옅은 세상 맛 이미 내 손끝에 물들고
人生得失已忘蹄(인생득실이망제) : 인생사 득실은 잊은 지 오래
半窓林影搖森翠(반창임영요삼취) : 창에 반 드리운 숲 그늘, 숲 기운 흔들리고
讀罷書頭落燕尾(독파서두락연미) : 읽고 난 책머리에 제비 똥이 떨어진다

  


和子美成都草堂韻1(화자미성도초당운1)-李奎報(이규보)

두보의 성도초당운에 화답하다-李奎報(이규보)

?惰無心賦兩鄕(란타무심부양향) : 천성이 게을러 양도부 지을 마음 전혀 없는데
況堪著論效王符(황감저논효왕부) : 하물며 왕부의 잠부론을 짓겠는가
緬思潘?三峯好(면사반랑삼봉호) : 생각해보면 방랑의 삼봉도 싫지 않으나
且任陳蕃一室蕪(차임진번일실무) : 진번의 한간 집처럼 거칠어도 좋아라
小塢移花邀客看(소오이화요객간) : 조그만 뜰 가꿔 손님 불러
比隣有酒遣兒沽(비린유주견아고) : 이웃에 술 있으니 아이 보내 사왔네
何煩點檢人間事(하번점검인간사) : 인간사 번거롭게 어찌 따질까
出處悲歡命矣夫(출처비환명의부) : 기쁜 일, 슬픈 일 다 운명인 것을

  


聊省驛壁上韻(료성역벽상운)-李奎報(이규보)

요성역 벽에 차운하다-李奎報(이규보)

幽谷一宵中酒宿(유곡일소중주숙) : 유곡에서 하룻밤 술취해 묶고
聊省半日解?留(료성반일해참유) : 요성의 반나절 말안장 풀고 쉬어가네
歸來阮籍空長嘯(귀래완적공장소) : 거절당하고 돌아온 완적처럼 길게 휘파람 불며
寂寞相與故倦遊(적막상여고권유) : 쓸쓸한 상여처럼 놀기 권태로워라
郵吏送迎何日了(우리송영하일료) : 관리 송별하는 일 언제 끝나며
使華來往幾時休(사화내왕기시휴) : 중국으로 사신 오가는 일 언제나 끝나나
唯予幸是閑行者(유여행시한행자) : 나는 다행히도 한가한 길손
來不煩人去自由(래불번인거자유) : 올 때 사람 괴롭히지 않았으니 갈 때도 자유로워
  


夏日(하일)-李奎報(이규보)

여름 어느 날-李奎報(이규보)

輕衫小?臥風?(경삼소점와풍령) : 홀적삼 삿자리에 시원한 마루

夢斷啼鸚三兩聲(몽단제앵삼양성) : 꾀꼬리 울음 두세 번에 꿈이 깨네

密葉?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 : 빽빽한 잎새에 가린 꽃, 봄 가도 피어 있고

薄雲漏日雨中明(박운누일우중명) : 엷은 구름 속으로 비치는 햇살, 빗속에도 밝아라

  


春曉醉眠尹學錄韻(춘효취면윤학록운)-李奎報(이규보)

봄날 새벽 취하여 자다가 윤학록의 운으로-李奎報(이규보)

睡鄕偏與醉鄕隣(수향편여취향린) : 꿈속과 취중은 이웃이니

兩地歸來只一身(양지귀래지일신) : 두 곳에서 깨어 돌아오니 내 한 몸일 뿐

九十日春都是夢(구십일춘도시몽) : 구십 일 봄날도 모두 꿈일 뿐

夢中還作夢中人(몽중환작몽중인) : 꿈속이 도리어 취한 인생이네
  


列子御風(열자어풍)-李奎報(이규보)

열자어풍-李奎報(이규보)

從來道境尙遺身(종래도경상유신) : 예부터 도의 경지란 육신을 버리는 것을 높였네

何必乘虛始自神(하필승허시자신) : 어찌 허공을 타야만 신선인가

若向風頭尋禦寇(약향풍두심어구) : 만약 바람을 향하여 열자를 찾는다면

滿空飛鳥亦眞人(만공비조역진인) : 공중에 가득히 나르는 새들도 다 진인이리
  


子猷訪戴(자유방대)-李奎報(이규보)

완자유가 대안도를 찾아가다-李奎報(이규보)

訪人情味雪溪中(방인정미설계중) : 눈 덮인 개울에 사람 찾는 멋

若便相逢一笑空(약편상봉일소공) : 만약 만난다면 서로 한 번 웃을 뿐

莫道興?廻棹去(막도흥란회도거) : 흥이 다해 노 저어 되돌아갔다 하지 마오

造門直返意無窮(조문직반의무궁) : 대문 앞까지 갔다가 바로 돌아간 것도 너무 멋있어
  

 


延福亭(연복정)-李奎報(이규보)

연복정에서-李奎報(이규보)

複道渾成碧草蕪(복도혼성벽초무) : 복도는 모두 폐허가 되어 풀 무성하고

笙歌散盡鳥相呼(생가산진조상호) : 노랫소리 다 흩어지고 새들만 서로 노래한다

箇中殷鑑分明甚(개중은감분명심) : 그 중에 본받을 일 분명히 있으려니

莫遣遺基掃地無(막견유기소지무) : 결코 남은 터 쓸어 없애지 말어라

  


南中逢故人(남중봉고인)-李奎報(이규보)

남중에서 친구를 만나다-李奎報(이규보)

到處相逢新進易(도처상봉신진이) : 도처에서 새 사람 만나기는 쉬우나

他鄕得見故人難(타향득견고인난) : 타향에서 옛 친구만나기는 어렵거니

別來華皓添多少(별래화호첨다소) : 이별한 뒤 백발이 얼마나 늘었는지

互將衰鬚仔細看(호장쇠수자세간) : 우리 서로 흰 수염 잡아보고 자세히 보자구나

  


過奇相林園(과기상임원)-李奎報(이규보)

재상 기홍수의 정원을 지나며-李奎報(이규보)

金?零落歸何處(김차영락귀하처) : 금비녀 미인들 영락하여 어디로 가고

珠履?紡記昔年(주리빈방기석년) : 구슬 신 고귀한 사람들 옛날을 생각하네

我亦常時居客後(아역상시거객후) : 나 또한 항상 손님들과 함께 했는데

白頭今過淚如泉(백두금과루여천) : 다 늙어 이제야 지나니 눈물이 샘물처럼 흘러내리네

  


九品寺(구품사)-李奎報(이규보)

구품사에서-李奎報(이규보)

山險馬頻蹶(산험마빈궐) : 산이 험해 말은 자꾸 미끌어지고
路長人易疲(노장인이피) : 길은 멀어 행인은 쉽게 지친다네
驚?時入草(경오시입초) : 놀란 다람쥐 풀섶으로 숨어들고
宿鳥已安枝(숙조이안지) : 잠드는 새는 이미 나무 둥지에 들었네
虛閣秋來早(허각추래조) : 빈집에 가을은 빨리 오고
危峰月上遲(위봉월상지) : 높은 봉우리에 달 더디 떠오르네
僧閑無一事(승한무일사) : 스님도 한가하여 아무 일 없어
除却點茶時(제각점차시) : 다른 생각을 떨치고 차 다리는 시간
  


聞琴次韻陳學正?(문금차운진학정화)-李奎報(이규보)

진학정화를 차운한 거문고시를 듣고-李奎報(이규보)

人?幸暗合(인금행암합) : 사람과 거문고 요행이 맞아서
絃手穩相仰(현수온상앙) : 거문고 줄과 사람의 손 서로 반기네
寓古心逾淡(우고심유담) : 옛 곡조 타면 마음은 더욱 맑아지고
通仙骨欲輕(통선골욕경) : 신선과 통하니 몸은 날아갈 듯 하오
淸於?溜落(청어암류락) :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보다 청아하고
幽却谷風生(유각곡풍생) : 계곡에서 부는 바람보다 그윽하다
聽罷月微側(청파월미측) : 거문고 소리 끝나니 달은 기울고
冷然洗我情(냉연세아정) : 시원히도 마음 속을 씻어낸다

 

草堂端居和子美新賃草屋韻4(초당단거화자미신임초옥운4)-李奎報(이규보)

초당에 살며 두보의 시에 화운하다-李奎報(이규보)

心已知焦穀(심이지초곡) : 마음속으로 나 이미 불 탄 곡식인 것 알아
人誰射毒沙(인수사독사) : 누가 나를 중상모략 하리오
老於詩境界(노어시경계) : 나 시의 세계에서 늙었거니
謀却酒生涯(모각주생애) : 일을 하기보다 차라라 술에 취해 살리라
?笑觀時變(묵소관시변) : 세태의 변화를 보고 그저 웃어 보이고
閒吟感物華(한음감물화) : 사물의 감흥을 한가히 시로 읊어보노라
在家堪作佛(재가감작불) : 집에 있으면서도 부처가 되려네
靈運已忘家(영운이망가) : 사영운은 이미 자신이 집에 있다는 사실마저 잊었다네
  


北山雜題4(북산잡제4)-李奎報(이규보)

북산에서-李奎報(이규보)

山人不浪出(산인불랑출) : 산 속 사는 사람, 함부로 나가지 않아

古徑蒼苔沒(고경창태몰) : 좁은 오솔길, 푸른 이끼에 막혀있구나

應恐紅塵人(응공홍진인) : 두려운 것은 세상사람

欺我綠蘿月(기아녹라월) : 푸른 댕댕이 넌출에 걸린 달 나를 속여 가질까봐서라네

  


北山雜題3(북산잡제3)-李奎報(이규보)

북산에서-李奎報(이규보)

山花發幽谷(산화발유곡) : 산꽃이 깊숙한 골짜기에 핀 것은

欲報山中春(욕보산중춘) : 산 속 봄을 알리고 싶어서라네

何曾管開落(하증관개락) : 꽃 피고 지는 것, 어찌 간섭할 수 있으리

多是定中人(다시정중인) : 이 모두 선경에 든 사람인 것을

  


北山雜題2(북산잡제2)-李奎報(이규보)

북산에서-李奎報(이규보)

高嶺不敢上(고령불감상) : 높은 봉우리에 감히 더 오르지 아니함은

不是憚?攀(불시탄제반) : 높이 오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네

恐將山中眼(공장산중안) : 산에 사는 사람의 눈으로

乍復望人?(사복망인환) : 잠시라도 인간세상 다시 볼까봐 두려워서라네

  


北山雜題1(북산잡제1)-李奎報(이규보)

북산에서-李奎報(이규보)

欲試山人心(욕시산인심) : 산사람들 마음 알고 싶어서

入門先醉?(입문선취비) : 문에 들어 우선 술주정부터 해보네

了不見喜?(료불견희온) : 술주정 끝나도록 기뻐하지도 성내지도 않으니

始覺眞高士(시각진고사) : 참다운 선비인 줄 알겠네
  


草堂端居和子美新賃草屋韻3(초당단거화자미신임초옥운3)-李奎報(이규보)

초당에 살며 두보의 시에 화운하다-李奎報(이규보)

漸漸階苔紫(점점계태자) : 여기저기 섬돌엔 이끼 푸르고
茸茸徑草靑(용용경초청) : 길섶에는 푸른 풀 수북하구나
殘生浮似夢(잔생부사몽) : 남은 인생 허무한 삶 꿈과 같고
破屋豁於亭(파옥활어정) : 허물어진 초라한 집, 정자보다 넓구나
不省室囊倒(불성실낭도) : 빈 주머니 사정 생각 않고
猶嫌一日醒(유혐일일성) : 하루라도 술 깬 인생 오히려 싫어라
詩成誰復愛(시성수복애) : 시를 지어도 누가 다시 보아줄까
自寫枕頭屛(자사침두병) : 스스로 베개머리 병풍에 적어둔다
  


草堂端居和子美新賃草屋韻2(초당단거화자미신임초옥운)-李奎報(이규보)

초당에 살며 두보의 시에 화운하다-李奎報(이규보)

寓興撫桐孫(우흥무동손) : 흥에 겨워 거문고 어루만지며
虛心對竹君(허심대죽군) : 마음을 비우고 대나무 바라본다
林深鴉哺子(림심아포자) : 깊숙한 숲 속에선 까마귀가 새끼를 먹이고
幽靜鳥呼群(유정조호군) : 사방은 고요한데 새들이 새떼를 부르네
坐石吟移日(좌석음이일) : 바위에 앉아 시를 읊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開窓臥送雲(개창와송운) : 창 열고 누워서 흐르는 구름 바라본다
塵喧卽咫尺(진훤즉지척) : 시끄러운 세상 지척이지만
閉戶不曾聞(폐호불증문) : 문 닫고 있으니 들리지 않았소
  


草堂端居和子美新賃草屋韻1(초당단거화자미신임초옥운1)-李奎報(이규보)

초당에 살며 두보의 시에 화운하다-李奎報(이규보)

杜門無客到(두문무객도) : 두문불출하니 오는 손님 없어서
煮茗與僧期(자명여승기) : 스님과 차 마시기로 악속했네
荷?且學圃(하뢰차학포) : 쟁기 지고 농사일 배우려함은
歸田當有時(귀전당유시) : 전원으로 돌아갈 때가 있어서라네
貧甘老去早(빈감노거조) : 너무 가난하여 빨리 늙는 것도 모르겠고
閑厭日斜遲(한염일사지) : 한가하니 하루 보내는 것도 지루하구나
漸欲成衰病(점욕성쇠병) : 점점 병들고 쇠약해지니
疎?不?玆(소용불시자) : 소홀해지고 게을러지는 것도 이 때문만은 아니라네
  


江行(강행)-李奎報(이규보)

강가를 걸으며-李奎報(이규보)

路轉長川遠(로전장천원) : 길을 돌아서니 긴 강이 뻗혀있고
雲低曠野平(운저광야평) : 구름 아래로 환한 들판 평평하다
天寒征雁苦(천한정안고) : 날씨 차가워 북쪽의 기러기 괴롭고
沙漲宿鷗驚(사창숙구경) : 모랫벌에 물 차오르자 자던 갈매기 놀라네
鬼火林間碧(귀화임간벽) : 숲에는 도깨비 불 파랗고
漁燈雨外明(어등우외명) : 비는 내리는데 고깃배의 불빛은 반짝반짝
歸舟夜未泊(귀주야미박) : 가는 배는 밤에도 멈추지 않고
鴉軋櫓猶鳴(아알로유명) : 삐거덕 삐거덕 노 젓는 소리, 여전히 들려오네
  


偶龍嚴寺(우용엄사)-李奎報(이규보)

용엄사에 살면서-李奎報(이규보)

羈?不到處(기설불도처) : 세속의 속박 이르지 못한 곳
白雲僧自閑(백운승자한) : 흰 구름 떠돌고 스님은 한가하네
煙光愁暮樹(연광수모수) : 산안개 속, 저녁 숲은 시름겹고
松色護秋山(송색호추산) : 소나무 빛 가을 산을 감싸주네
落日寒蟬?(낙일한선조) : 지는 해에 가을 매미 울어대고
長天倦鳥還(장천권조환) : 먼 하늘에는 지친 새도 돌아오네
病中深畏客(병중심외객) : 병중이라 손님 맞이 부담스러워
白晝鎖松關(백주쇄송관) : 대낮에도 솔문을 닫고 있소
  


犬灘(견탄)-李奎報(이규보)

개여울-李奎報(이규보)

淸曉發龍浦(청효발용포) : 날 맑은 새벽 용포를 떠나
黃昏泊犬灘(황혼박견탄) : 해질 무렵 개여울에 배를 대네
?雲欺落日(힐운기락일) : 변덕스런 구름은 지는 해를 조롱하고
狼石?狂瀾(랑석한광란) : 흩어진 돌무더기 빠른 물살 막고있네
水國秋先冷(수국추선냉) : 강가의 가을이 유난히도 차고
船亭夜更寒(선정야갱한) : 선실은  밤에 더욱 차네
江山眞勝畵(강산진승화) : 강산은 정말 그림보다 좋으니
莫作畵圖看(막작화도간) : 산수화 따로 보려 하지마소
  


下寧寺(하녕사)-李奎報(이규보)

하녕사에서-李奎報(이규보)

偶到湖邊寺(우도호변사) : 우연히 호수가 절에 이르니
淸風散酒?(청풍산주훈) : 맑은 바람 불어와 술기운 사라지네
野荒偏引燒(야황편인소) : 들판은 거칠고 구석져 불 나기 쉽고
江暗易生雲(강암이생운) : 강은 어둑하여 구름 자주 끼겠네
碧嶺侵沙斷(벽령침사단) : 푸른 언덕은 모래 사태로 끊어지고
奔流夾岸分(분류협안분) : 급하게 흐르는 물 살 언덕에서 갈라져 흘러가네
孤舟何處泊(고주하처박) : 외로운 고깃배 어느 곳에 머물까
漁笛晩來聞(어적만래문) : 어부의 피리소리 저물어 들려온다
  

 

秋送金先輩登第還鄕(추송김선배등제환향)-李奎報(이규보)

가을에 김선배의 등과 후 귀향을 환송하며 -李奎報(이규보)

射策登高第(사책등고제) : 과거에 합격하여
騰裝返故鄕(등장반고향) : 위세를 갖추고 고향으로 가시네
春同鶯出谷(춘동앵출곡) : 지난 봄 꾀꼬리와 고을을 나와
秋?雁隨陽(추진안수양) : 이 가을 기러기와 고향 찾아 남으로 가네
落日秋行色(락일추행색) : 해지는 저녁, 가을에 떠나는 모습
孤煙?別腸(고연참별장) : 외로운 연기로 이별하는 내 마음 쓸쓸하구나
明年會相見(명년회상견) : 내년에 우리 다시 만나세
好去莫霑裝(호거막점장) : 잘 가게, 눈물로 옷 적시지 마시고
  


聞國令禁農餉淸酒白飯(문국령금농향청주백반)-李奎報(이규보)

국령을 듣고 -李奎報(이규보)

長安豪俠家(장안호협가) : 서울 장안의 부호들의 집에는
珠具堆如阜(주구퇴여부) : 보배 구슬이 산처럼 쌓여있네
?粒瑩如珠(용립형여주) : 절구로 찧은 쌀알의 빛 구슬 같은데
或飼馬與狗(혹사마여구) : 말과 개를 먹이고
碧?湛若油(벽료담약유) : 막걸리는 맑기가 기름과 같아
霑洽童僕味(점흡동복미) : 종들의 입맛을 맞춘다오
是皆山於農(시개산어농) : 이것이 모두 농부에서 나온 것을
非乃本所受(비내본소수) : 그냥 받은 것이 아니라네
假他手上勞(가타수상노) : 남의 수고를 빌려 노력했다고 하고
妄謂能自富(망위능자부) : 스스로 부자가 되었다고 망령되이 말하네
力穡奉君子(력색봉군자) : 힘들여 농사지어 군자를 받드니
是之謂田父(시지위전부) : 이 사람들을 농부라하네
赤身掩短褐(적신엄단갈) : 맨몸을 짧은 삼베옷에 겨우 가리고
一日耕幾畝(일일경기무) : 하루에 몇 이랑씩 밭을 간다오
才及稻芽靑(재급도아청) : 겨우 벼 싹이 파랗게 되면
辛苦鋤??(신고서랑유) : 힘들여 잡초도 뽑아야 한다오
假饒得千種(가요득천종) : 풍년이 들어 천 섬을 얻는다 해도
徒爲官家守(도위관가수) : 헛되이 관가의 차지가 된다오
無何遭奪歸(무하조탈귀) : 어찌할 수 없이 빼앗기고 돌아오면
一介非所有(일개비소유) : 하나도 가진 것이 없게 된다오
乃反掘??(내반굴부자) : 도리어 올방개나 파랭이나 뒤져 먹다가
飢?不自救(기부불자구) : 굶주려 넘어져도 대책이 없다오
除却作勞時(제각작노시) : 노동일 아니고서
何人餉汝厚(하인향여후) : 어느 누가 배불리 먹게 하겠소
所要賭其力(소요도기력) : 필요한 것은 그 힘이고
非必愛爾口(비필애이구) : 반드시 당신들의 입을 좋아함이 아니라오
粲粲白玉飯(찬찬백옥반) : 곱게 찧은 흰 쌀밥과
澄澄綠波酒(징징록파주) : 맑고 푸른 술이여
是汝力所生(시여역소생) : 이것은 너희들의 힘으로 생산한 것이니
天亦不之咎(천역불지구) : 하늘도 이를 탓하지 않는다
爲報勸農使(위보권농사) : 농사를 권장하는 관리여
國令容或謬(국령용혹류) : 국령의 수용이 잘못된 것 아닐까요
可矣卿與相(가의경여상) : 가하도다, 경상의 높은 벼슬아치는
酒食厭腐朽(주식염부후) : 술과 음식이 가득 차 썩는 것이
野人亦有之(야인역유지) : 벼슬에 물러난 사람도 그리하며
每飮必醇酎(매음필순주) : 매번 좋은 술을 마신다오
游手尙如此(유수상여차) : 노는 사람도 이러하거늘
農餉安可後(농향안가후) : 농부에게 쌀밥을 어찌 금하겠소
  


杜門(두문)-李奎報(이규보)

문을 닫아두고-李奎報(이규보)

爲避人間謗議騰(위피인간방의등) : 인간을 피하려하니 비방의 말들이 비등하여

杜門高臥髮??(두문고와발붕괄) : 문 닫고 누워 헝클어진 머리를 묶어본다

初如蕩蕩懷春女(초여탕탕회춘여) : 처음엔 마음이 잔잔하여 봄 여인 같았는데

漸作寥寥結夏僧(점작요요결하승) : 점점 쓸쓸하여 안거하는 여름의 스님인 듯

兒戱牽衣聊足樂(아희견의료족락) : 아이들이 옷을 당기며 장난을 치나 못내 즐거워

客來敲戶不須應(객래고호불수응) : 손님이 와서 문을 두드려도 대답을 않네

窮通榮辱皆天賦(궁통영욕개천부) : 궁하고 통하며 영화롭고 욕됨은 하늘이 주는 것인데

斥?何曾羨大鵬(척안하증선대붕) : 메추리 작다 해도 어찌 대붕을 부러워할까

  


蓼花白鷺(요화백로)-李奎報(이규보)

여뀌꽃 속의 백로-李奎報(이규보)

前灘富魚蝦(전탄부어하) : 앞 여울엔 물고기와 새우가 풍부하고

有意劈波入(유의벽파입) : 물결을 갈라 들어갈 생각이네

見人忽驚起(견인홀경기) : 사람을 보자 흠칫 놀라 일어나

蓼岸還飛集(료안환비집) : 여뀌꽃 언덕으로 다시 날아가 앉는다

翅頸待人歸(시경대인귀) : 목과 날개를 움츠리며 사람 돌아갈 때를 기다리는데

細雨毛衣濕(세우모의습) : 가랑비에 흰 털옷이 다 젖네

心猶在灘魚(심유재탄어) : 마음은 오히려 여울물의 고기에 있는데

人道忘機立(인도망기입) : 사람들은 백로가 멍하니 서 있다고 말하네

  


적의(敵意)-이규보(李奎報)

내 마음대로-이규보

獨坐自彈琴(독좌자탄금) : 혼자 앉아 거문고 타면서

獨吟頻擧酒(독음빈거주) : 시를 읊으며 자주 술을 마시노라

旣不負吾身(기불부오신) : 이미 내 몸도 가누지 못하고

又不負吾口(우불부오구) : 내 코도 가누지 못하게 되었네

何須待知音(하수대지음) : 어찌 반드시 친구를 기다리고

亦莫須飮友(역막수음우) : 또 함께 마실 벗이 있어야 하나

敵意則爲歡(적의칙위환) : 기분에 맞으면 그게 곧 즐거움인 것을

此言吾必取(차언오필취) : 이 말을 내 반드시 좇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