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哀絶陽 / 다산 정약용

淸潭 2019. 4. 26. 14:08

哀絶陽  




蘆田少婦哭聲長
갈밭 마을 젊은 아낙 곡소리 구슬프구나


哭向縣門號穹蒼
관아 현문향해 울부짖다 하늘에 호소함이여


夫征不復尙可有
부역면제 안해줌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마는 


自古未聞男絶陽
자고로 남근을 잘랐다는 말은 듣도보도 못하였소


舅喪已縞兒未爛
시부모는 세상뜨고 등에엎은 것은 갓난 아이인데

三代名簽在軍保
삼대의 명단이 군적에 실려있구나


薄言往暳虎守箚
이 억울함 하소하니 포졸은 호랑이 같이 버텨서있고  

里正咆哮牛去爛
동네 이정은 고래고래소리치며 소마져 끌고가네

 
磨刀入房血滿席
칼 갈아 뛰어들자 핏물이 온통 낭자하니

  
自恨生兒遭窘厄
아들낳아 곤경당함 제 혼자 한탄하누나

 
蠶室淫刑豈有辜
잠실의 궁형이 무슨 잘못이 있었겠나


德咈去勢良亦慽
이땅의 자식 거세 참으로 불상하도다


生生之理天所予
자식낳고 사는 이치 하늘이 준 바이니

 
乾道成男坤道女
하늘의 도는 아들되고 땅의 도는 딸이되거늘


冬馬惚豕猶云悲
말 되지 거세함도 가엽다 말하는데


況乃生民思繼序
하물며 어린백성이 뒤 이을 일 생각함이랴

豪家終歲奏管弦
권세가는 일년내내 풍악을 울리면서


粒米寸帛無所捐
쌀한톨 배 한치도 바치지 않는 구나

 
均吾赤子何厚薄
다 같은 백성인데 어찌 그리 불공평한가

客窓重誦餌鳩篇
객창에서는 자꾸만 이구편을 읽는다네


(백성들이 굶어서 뱃속에서 꼬르르 하는 소리)


  
다산이 강진 유배시에 직접 견문한 사실을 시로 쓴 것이다.
蘆田 사는 백성이 아들을 낳은 지 사흘만에 軍籍에 올라
里正이 소를 빼앗아 가자, 방에 뛰어 들어가
"내가 이것때문에 곤액을 당한다"
며 칼을 뽑아 자기의 男根을 스스로 잘라 버렸다.
그 아내가 男根을 가지고 관가에 가니 피가 아직 뚝뚝
떨어지는데 아무리 하소연하려 해도
문지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그나마 이미 세상을 떠난 시아버지의 軍布도
꼬박꼬박 내고 있던 터였다.

白骨徵布란 무엇이던가.

이를테면 사람이 죽어 동사무소에
가서 사망신고를 하면, 동사무소 직원이 아예
접수를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는 계속 죽은
사람 앞으로 세금 고지서를 날려 보낸다.

黃口簽丁이란 무엇이냐.

갓 태어난 어린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고 나면 그 다음
날로 징집통지서가 날아드는 것이다. 눈도 뜨지 못한
핏덩이더러 빨리 입대 하든지 軍布를 내라고 야단
을 부린다. 정작 장정은 하나 뿐인데 돌아가신 아버
지와 난 지 사흘 밖에 안된 핏덩이의 軍布 독촉 끝에
里正은 목숨보다 중한 소까지 끌고 가버렸다.

눈이 뒤집힌 가장은 칼을 뽑아 里正을 찌르지도 못하
고 애꿎은 자신의 陽根을 자르고 말았던 것이다.

《牧民心書》는 이렇게 말한다.
"심하게는 배가 불룩한 것만 보고도 이름을 짓고, 여자
를 남자로 바꾸기도 하며, 또 그 보다 심한 것은 강아
지 이름을 혹 軍案에 기록하니,
이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정말 개이며, 절굿공이의
이름이 혹 官帖에 나오니 이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정말 절굿공이이다." 웃어야 할 일인가. 울어야 할
일인가. 어쨌건 三政의 문란을 말할 때, 당시 이를
증명하는 어떤 통계 수치보다도 우리는 이
〈哀絶陽〉 한 편을 통해 그 시대 백성의 절규를
실감으로 듣게 된다. 시는 이렇게 해서 역사가 된다

 

정다산의 내면세계

  
흔히 조선후기 三政의 문란을 말할 때 白骨徵布니
黃口簽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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