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芙蓉)은 한자로는 연꽃 부芙, 연꽃 용蓉이다.
연꽃은 연꽃과에 속한 다년생 수초로
연꽃을 부용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 부용은 목부용(木芙蓉),
연꽃은 수부용(水芙蓉)이라 구분한다.
연꽃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 하나가 있으니, 바로 기생 부용에 얽힌 이야기다.
부용은 화류계의 인물이다.
그녀는 용모뿐 아니라 품격이 고아하고 언행의 기이한데다,
시가 또한 한 세상을 압도했다.
그밖에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황진이 이후 명기를 꼽자면
먼저 성천(成川) 기생 부용을 먼저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이름이 비록 기적(妓籍)에 있었으나, 실은 시가 전문이요,
문학을 사랑하여 함부로 몸을 더럽히지 않은 것이
마치 부용이 진흙 속에 있으면서도 제 몸을 더럽히지 않는 것과 같았다.
그녀의 이력을 잠깐 말해보면 이렇다.
그 숙부가 본래 문장이 뛰어난 사람이라,
부용은 어렸을 때 그 숙부에게 글을 배워 일찍 뛰어난 재주를 나타내 보였다.
성천군의 백일장에서 시로 장원하던 때가 겨우 16세 때였다.
그는 성천부사 김이양(金履陽)의 문학에 심취하여
당시 백발과 홍안의 노소 차이가 아주 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첩이 되어 매일 시가를 주고 받으며 15년간 동거하였다.
김이양이 세상을 뜨자 부용은 3년상을 마친 뒤에 다시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지 아니하고,
몸을 단속하여 깨끗이 지냈다.
그녀가 죽은 뒤에는 유언에 따라 천안 광덕리에 있는 김이양의 묘 앞에 매장하였다.
이것이 부용의 알려진 약력이다.
일찍이 부용이 부용꽃(연꽃)에 대하여 시를 지은 일이 있었다.
부용이 부용을 읊은 것은 영산홍이 영산홍을 읊은 것과 비슷한 경우로,
이름이 꼭 같은 미인과 명화가 서로 만난 것은 그야말로 쉽지 않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芙蓉花發滿池紅 [부용화발만지홍] 부용화 활짝 피어 연못이 붉으니
人道芙蓉勝妾容 [인도부용승첩용] 사람들은 부용이 나보다 곱다고 하네.
朝日妾從堤上過 [조일첩종제상과] 아침 해에 첩이 제방 위로 지나가는데
如何人不看芙蓉 [여하인불간부용] 어이해 사람들은 부용꽃은 안보는가.
연꽃 만발하게 붉게 피어 흐드러진 어느 날 부용 운초는 연꽃구경을 갔었다.
연꽃 구경을 온 많은 사람들은 김운초 보다 연꽃이 좋다고 말하면서
연꽃 구경에 취해 자신은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미인의 시샘과 본성이 드러난다.
그는 미모에도 식견에도 자신이 있었고 당당한 인테리었던 것 같다.
힝! 그래! 연꽃이 나보다 더 이쁘다 그거지?
다음 아침나절 곱게 단장하고 연못가로 걸어갔겠다.
요샛말로 하면 일종의 패션 쇼를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꽃은 보지 않고 부용에게만 시선이 집중 되고 있었다.
연꽃이 좋다 더니 왜 연꽃은 보지 않고 나만 보는가?
勝(승)!
芙蓉(부용)!
땅! 땅! 땅!
까불고들 있어,
부용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은근히 자신의 미모를 자랑하는
재기발랄한 미인의 재치가 돋보이는 시로 얼마나 영롱한가.
시가 그 사람과 같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필부 중생이라 그런지 연꽃만 보면
왜 심청낭자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졸작 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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