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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中秋節)에 대한 漢詩 모음

淸潭 2018. 8. 25. 10:28

추석(中秋節)에 대한 漢詩 모음

  -시가 많아 일부만 올려 보았다-낙민


1.십일국(十日菊) -가정 이곡



중추절도 열엿새 밤이 / 中秋十六夜
달빛 더욱 밝지 않던가 / 月色更輝輝
중양절 하루 지난 오늘 / 重陽十日菊
국화 향기 여전히 은은하여라 / 餘香故依依
세속은 유행에 부화뇌동하여 / 世俗尙雷同
명절만 지나면 관심도 없지만 / 時過非所希
나는 유독 청초한 이 꽃을 사랑하노니 / 獨憐此粲者
만년의 절조 지킴이 내 마음에 꼭 들어 / 晩節莫我違
바람결에 몇 번이나 향내 맡고도 싶다마는 / 臨風欲三嗅
주위의 사람이 뭐라고 할까 또 겁이 나니 / 又恐旁人非
차라리 술잔 위에 꽃잎을 둥둥 띄워 / 不如泛美酒
곤드레만드레 황혼 녘까지 함께하리라 / 昏昏到夕暉
[주-D001] 바람결에……싶다마는 : 
두보(杜甫)의 시에 “마루 위의 서생은 공연히 머리만 세었을 뿐, 바람결에 몇 번이나 향내 맡으며 우노매라.〔堂上書生空白頭 臨風三嗅馨香泣〕”라는 구절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卷3 芻虞歎》


2.9월 15일 밤에 〈중추절〉의 운을 써서 시를 짓다 -가정 이곡 

 
오늘 밤에는 나도 모르게 감회가 일어나서 / 遇物興懷不自知
한가로이 달 아래 거닐며 앞 시에 화운하네 / 婆娑步月和前詩
의연히 만리에 똑같이 비치는 보름달 밤 / 依然萬里同光夜
흡사 중추에 그림자 대하던 때와 같네 / 政似中秋對影時
오경에 명월이 못 가게 붙잡을 수 없어 / 五鼓難留淸景駐
한 동이 술을 오직 고인과 기약했다오 / 一尊唯與故人期
오늘 밤 이러하니 어찌 말이 없으리오 / 今宵如此寧無語
이 책임을 우리들이 면할 수 없으리라 / 此責吾曹安可辭




3.병술년(1346, 충목왕2) 중추(中秋)에 한양부(漢陽府)에 제(題)하다 -가정 이곡 

 
만리 길 돌아온 것은 노친이 그리워서 / 萬里歸來爲老親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난 하얀 귀밑머리 / 今年剩得鬢絲新
타향에서 중추의 달을 또 보다니 / 他鄕又見中秋
부세의 백세인은 그저 허풍일 뿐 / 浮世徒誇百歲人
적막해라 명절에 얘기 나눌 사람도 없고 / 寂寞良辰誰與語
황량해라 고관에 혼자 마음만 상할 따름 / 荒凉古館暗傷神
벽 위에 남긴 시들 쉽게도 닳아 없어져서 / 留題壁上易磨滅
애써 일어나 등불 켜고 소매로 먼지 닦노매라 / 强起呼燈袖拂塵
[주-D001] 부세(浮世)의 백세인(百歲人) : 
불교의 전설에 의하면, 수미산(須彌山) 남쪽의 염부제(閻浮提)라는 곳에서는 사람의 수명이 100세라는 기록이 있다. 참고로 수미산 동쪽의 불우건(弗于建)에서는 수명이 300세, 서쪽의 구타니(瞿陀尼)에서는 200세, 북쪽의 울단월(鬱丹越)에서는 1000세라고 한다. 《震澤長語 卷下 仙釋》 염부제는 염부주(閻浮洲) 혹은 섬부주(贍部洲)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인도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나중에는 인간 세상의 총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4.중추(中秋)의 밤에 앉아서 -가장 이곡 

 
해마다 이 밤이 되면 짓는 몇 편의 시 / 年年此夜幾篇詩
풍로가 싸늘하게 얇은 옷 속에 스며드네 / 風露凄迷透薄衣
이미 예정된 고달픈 삶 언제나 나그네 신세 / 已分勞生長作客
가절을 만날 때마다 더욱 돌아가고픈 생각 / 每逢佳節倍思歸
부운이 달님을 가리다니 이 무슨 심보인고 / 浮雲礙月底心性
미주가 동이 그득하면 시비도 없어지련마는 / 美酒盈樽無是非
생각건대 고향에선 바야흐로 추수를 하고 / 想得故山秋正熟
자손들이 담소하며 어버이 모시고 있겠지 / 兒孫笑語侍庭闈



5.중추(中秋)에 오계역(五溪驛)에서 묵다 -가정 이곡 

 
지난해 중추절은 한양부에서 지내면서 / 去歲中秋漢陽府
홀로 마시고 홀로 읊고 정말 무료했지 / 孤斟獨詠正無聊
매번 말 위에서 명절 맞는 것이 싫어 / 每嫌馬上逢佳節
누구나 이 밤만은 즐길 줄 알 터인데 / 共識人間有此宵
의건에 이슬 젖어 오슬오슬 추워지고 / 露濕衣巾寒縮縮
귀밑머리에 바람 불어 백발이 소소해라 / 風吹鬢髮白蕭蕭
내년엔 달을 보며 금년을 또 떠올리겠지 / 明年見月還相憶
저 멀리 관동의 산과 물로 향하던 이 길 / 路指關東山水遙



6.중추 야음(中秋夜陰) -가정 이곡 

    
해변의 장기(瘴氣) 모질게도 엄습하는 이 밤중에 / 海瘴剛侵夜
풀벌레들이 가느다랗게 가을 소리를 내 주누나 / 蟲吟劣作秋
한가위 달빛도 포기한 채 혼자서 앉아 있으려니 / 坐抛三五月
뭉클 일어나는 이군삭거(離群索居)의 시름이여 / 因起索離愁
폐병 낫기 어려운 건 두자미(杜子美)와 흡사하고 / 杜子難蘇肺
머리 일찍 희어진 건 반랑과도 같군 그래 / 潘郞易皓頭
한심해라 평생토록 시도 제대로 못 짓는 몸 / 平生薄詩律
을씨년스러운 이 모년을 어떻게 수습할꼬 / 冷淡暮年收

[주-D001] 이군삭거(離群索居) : 
친지나 벗들과 헤어져서 혼자 외로이 사는 생활을 가리키는 말이다. 《禮記 檀弓 上》
[주-D002] 폐병 …… 흡사하고 : 
폐병을 앓는 감회를 읊은 시구가 두보(杜甫)의 시집에 많이 산견(散見)된다.
[주-D003] 머리 …… 같군그래 : 
진(晉)나라 반악(潘岳)이 32세 때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술회한 글이 있다. 《文選 卷13 秋興賦 序



밤에 앉아서 두보의 각야(閣夜) 시에 차운하다.

    
백 리 떨어진 나그네 회포 천 리처럼 멀고 먼데 / 百里客懷千里遠
셋으로 나눈 가을날에 중간에 속한 밤이로다 / 三分秋日二分宵
적막한 마을에 달은 지고 어딘가 들리는 다듬잇소리 / 疏村月落砧猶響
인근 포구에 밀물이 드니 뱃전의 노가 또 흔들흔들 / 近浦潮生櫓又搖
병든 몸 미리 챙기느라 벌써 두툼한 솜옷인데 / 緣病進衣渾見絮
흉년이라 먹지도 못해 나무꾼 일도 쉬어야겠네 / 遇荒無食欲休樵
반벽에 희미한 등불 아래 창문 열고 바라보니 / 殘燈半壁推窓看
하늘 저편 창망하게 떠 오르는 새벽 햇빛 / 曙色蒼茫在泬寥


7.봉산(鳳山)에서 중추절(中秋節) 밤에 시 한 수를 지은 -간이 최립

서울을 보며 옛 추억에 괴로워할 게 뭐가 있나 / 不向長安苦相憶
이 명절에 그래도 내가 우리 임금님 모시는걸 / 逢辰猶自扈吾君
구름은 비가 내린 뒤라 티끌이 한 점 없고 / 雲從雨後無些子
달은 중추절인지라 한껏 더 광채를 발하누나 / 月爲秋中更盡分
방방곡곡 온 누리에 맑은 달빛이 비치련만 / 極海唯應同霽色
이곳에 여태 남은 요기(妖氣) 도시 믿기지를 않네 / 偏陲未信尙妖氛
돌아가 우리 함께 중양절의 술 마시며 / 東歸倂作重陽飮
취하지 못한 이 밤의 한 통쾌히 풀어 보십시다 / 痛雪今宵負一醺


8.한가위 보름달[中秋月] -계곡 장유 

    
오늘 밤 바라보는 팔월 보름달 / 今夜中秋
만 리 구름 헤치고 두둥실 높이 솟았도다 / 高開萬里雲
먼 하늘 삽상한 기운 뻗쳐 나가고 / 遙空添爽氣
별들도 현란한 빛 감추었어라 / 列宿掩繁文
당초에 그 누가 섬토를 보았던가 / 蟾兎初誰見
산하대지 나뉠 만큼 낮처럼 맑은 것을 / 山河乍可分
초가에서 아무리 봐도 싫증은커녕 / 茅齋看不厭
서늘 바람에 달 그림자 어지러이 일렁이네 / 凉影坐紛紜


9.중추절 하루 전 밤에 달을 구경하다〔中秋前一夕翫月〕-고봉 기대승

달은 내일 밤에 더 좋을 것이지만 / 月擬來宵好
내가 먼저 오늘 밤에 보게 되었네 / 吾先今夕遭
겨우 집 벽에 반쯤 비치더니 / 纔升半壁許
이미 둥근 달이 높이 떠올랐네 / 已復一輪高
옮겨 앉으며 밝은 데로 나아가고 / 遷坐明相就
떼 지어 나는 새는 달그림자 피하네 / 羣飛影得逃
가을은 오직 이것이 있으니 / 望秋惟有此
밤을 지새운들 그 수고로움을 사양하랴 / 徹夜敢辭勞

흰 달빛이 둥그러지려 하는 이 밤에 / 顥魄將圓夜
가을철의 구경거리를 미리 보네 / 秋筵賞豫遭
똑같이 맑은 그림자 두루 펼치고 / 一般淸影徧
구분쯤 찬 둥근 달이 높이 솟았네 / 九分玉輪高
새벽이 가까우면 그 정기 응당 빠지리니 / 向曙精應沒
즐거움을 만나 술을 어찌 피하리오 / 當歡酒豈逃
흐리고 갤 것을 미리 알 수는 없지만 / 陰晴殊未卜
보름인 내일도 여전히 구경하리라 / 來夕望仍勞


10.새 거처에서 중추의 달을 바라보며 2수○무인년(1638) 〔新居對中秋二首○戊寅〕 -고산 윤선도

지난해 중추에는 남쪽 바닷가 있으면서 / 去歲中秋在南海
수운의 저녁 초가에서 달을 기다렸지 / 茅簷待月水雲昏
어찌 알았으랴 오늘 밤은 동쪽 바닷가에서 / 那知此夜東溟上
맑은 달빛 대하고 앉아 고향 생각할 줄을 / 坐對淸光憶故園

구름도 없고 바람도 자고 티끌 하나 없으니 / 雲消風定絶纖埃
지금은 바로 유인이 달구경하기 좋은 때 / 正是幽人玩月來
어찌 감히 청유 위해 번거롭게 묵도할까 / 敢爲淸遊煩嘿禱
노쇠한 이 몸 해선의 동정을 받을 텐데 뭘 / 龍鍾應被海仙哀
[주-D001] 수운(水雲) : 
물과 구름의 고향이라는 뜻의 수운향(水雲鄕)의 준말로, 은자(隱者)가 사는 청유(淸幽)한 지방을 가리킨다.


11.추석날 밤 비 내리는 가운데에 운자를 뽑아 시를 짓다 기미년(1739, 영조15)中秋夜雨中占韻 己未〕 -김낙행


추석날 달빛은 누구를 향하여 밝단 말인가 / 中秋月色向誰明
외로운 나그네는 오직 빗방울 소리만 듣노라 / 孤客惟聞滴雨聲
다만 원하건대 아침이 되어 구름과 안개 걷히고 / 但願朝來雲霧捲
푸른 하늘 붉은 해가 이 마음속 비추어 주었으면 / 碧天紅日照衷情



12.중추절 달밤에 강순지와 기약하였으나 오지 않기에〔中秋月期順之不來〕 -금계 황준량



갠 하늘에 가느다란 구름도 없어 / 晴昊無繊靄
얼음 바퀴가 흰 그림쇠를 굴리네 / 氷輪轉素規
밝은 은하는 어둡던 모습 열어젖히고 / 明河開暗淡
맑은 이슬은 수정 같은 아름다움 발하네 / 淸露發晶奇
그림자 마주해 외로이 읊조리던 곳에서 / 對影孤吟處
술잔 들고 한 번 물어보네 / 啣杯一問之
항아도 응당 비웃으리라 / 姮娥應有笑
내 벗이 기약 어긴 것을 / 吾友負佳期
[주-D001] 얼음 바퀴 : 
달의 이칭이다. 소식(蘇軾)의 시에 “설봉의 이지러진 곳에 빙륜이 오른다.〔雪峯缺處上氷輪〕”라고 하였다.



13.갑인년 중추절에 달이 없어 탄식하다〔甲寅中秋無月有歎〕 -금계 황준량 

 
오늘밤 달을 서글피 바라보나니 / 悵望今宵月
아름다운 기약이 벌써 일 년이 되었네 / 佳期動隔年
구름 어두워 삼경이 싸늘한데 / 雲昏三夜冷
달 보이지 않아도 무척이나 둥글겠지 / 蟾沒十分圓
누대 올라 삭막하게 흥취 불러보고 / 索寞登樓興
술잔 잡고 쓸쓸히 잠 청해보노라 / 蕭條把酒眠
응당 옥궐 모임에 달빛 제공하느라 / 應供玉闕會
시인의 대자리 비추는 걸 허락지 않네 / 不許照詩筵



14.중추절에 달이 없어 벗과 마주하여 탄식하며 차운하다〔中秋無月對友歎次〕 -금계 황준량

 

 열두 달에 둥근 달은 돌아오지만 / 十二回圓月
맑은 빛은 오늘밤이 훌륭하다네 / 淸輝此夜多
둥근 달은 이백을 맞이하고 / 氷輪邀太白
금빛 궁전은 항아를 숨겼네 / 金殿祕姮娥
흥이 떨어지면 누각에 올라 읊고 / 興減登樓咏
근심 때문에 술잔 잡고 노래하네 / 愁因把酒歌
내년 가을에 응당 더욱 좋겠지만 / 來秋應更好
흰머리 더 늘어날까 두렵네 / 只怕鬢添華


15.하연퇴계가 칠월 기망에 장난삼아 지은 시에 삼가 화답하다〔謹和賀淵戲退溪七月旣望之作〕 -황준량

 
임술년 초가을 기망 가운데 / 壬戌新秋旣望中
적벽의 발자취를 기이하게 만났네 / 希蹤赤壁正奇逢
비바람은 무단히 번득이며 희롱하니 / 無端風雨翻爲戲
약속했던 강산이 절로 용납하지 않네 / 有約江山自不容
소식은 부를 지어 득의함을 자랑했고 / 作賦蘇仙誇得意
이백은 시를 지어 헛됨을 탄식했네 / 題詩李白歎成空
조각배 달구경은 중추절이 좋으니 / 扁舟明月中秋
고상한 놀이 이은 것은 해동에서 으뜸이라네 / 爲續淸遊擅海東
중추 기망에 고상한 놀이를 했다면 소선(蘇仙 소식)에게 많이 사양할 필요 없었을 것이나, 또한 장애가 있어 탄식스러우니, 도산에 전달하여 한바탕 웃음거리로 삼음이 어떻습니까?

[주-D001] 하연(賀淵) : 
농암 이현보(李賢輔)의 넷째 아들 이중량(李仲樑)의 호이다.
[주-D002] 퇴계가 …… 시 : 
이황이 7월 기망에 지은 시는 모두 세 수로《퇴계집》 권2에 1수, 권3에 2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시와 같은 운자는 아니다.
[주-D003] 임술년(1562) 초가을 기망 : 
1562년(명종17) 7월 16일이다. 《퇴계집》속집 권3에 수록된 〈답이공간(答李公幹)〉에 그 내용이 보인다.
[주-D004] 적벽의 발자취 : 
송(宋)나라 소식(蘇軾)이 임술년 7월 기망(旣望)에 적벽(赤壁)에서 뱃놀이하고 이 날의 풍류를 〈적벽부(赤壁賦)〉라는 천고(千古)의 명문(名文)으로 남겼던 고사(故事)를 원용하였다.
[주-D005] 장애가 …… 어떻습니까 : 
이 때 황준량이 성주 목사로 재직하며,《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를 간행하고, 한편으로 죽령(竹嶺)에 금양정사를 지어 강론할 장소로 삼았다. 이 놀이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뒤에 이숙량(李叔樑)에게 소식을 듣고 차운하여 화답했던 것이다.


16.팔월 한가위 달밤에 홍원백 운백(雲伯)이 그의 자를 고쳤다 의 못가에서 홍복원 낙정 ㆍ최계장 수경 등 제공과 함께 술을 마시며[月夜於洪元伯 雲伯改其字 池上同洪復元 樂貞 崔季章 粹絅 諸公飮] -다산 정약용 

    
도성 하늘 찬 구름 멀리 떠가고 / 城闕寒雲逈
못물 속에 가을달 휘영청 밝네 / 池塘秋月明
좋은 자리 호걸이 많이들 모여 / 芳筵多俊物
통쾌하게 술 마셔 풍채 보이니 / 痛飮見風情
혜강이며 완적과 뜻이 같고요 / 嵆阮元同志
육기 육운 형제와 이름 어울려 / 機雲實竝名
청고한 얘기 아직 이어지는데 / 高譚猶未了
새벽이라 종소리 들려오누나 / 已報曙鍾鳴


17.중추의 밤에 달가 어른을 생각하며〔中秋夜憶達可丈〕 -도은 이숭인 

 
홀로 의자에 앉았노라니 밤이 점점 깊어가며 / 獨據胡床夜向深
바람은 산들 불어오고 달은 하늘 한복판에 / 好風吹月到天心
두꺼비가 뿜어낸 기운 흡사 흰 비단인 듯 / 蝦蟆有氣殊如練
오작은 수풀에 의탁할 마음이 없는가 봐 / 烏鵲無心可托林
대지의 산과 강 삼만 리를 비추는 달 / 大地山河三萬里
고금의 시인들의 길고 짧은 노래로세
/ 騷人今古短長吟
광문은 어디에서 요락을 슬퍼할까 / 廣文何處悲搖落
강건하면 명년에 함께 찾아가야지 / 强健明年擬共尋

[주-D001] 달가(達可) : 
정몽주(鄭夢周, 1337~1392)의 자이다.
[주-D002] 바람은 …… 한복판에 : 
송나라 철인 소옹(邵雍)이 〈청야음(淸夜吟)〉 시에서 밝힌 도의 경지를 느낄 만한 멋진 풍광이 펼쳐졌다는 말이다. 그 시에 “달은 하늘 한복판에 이르고, 바람은 물 위에 불어오누나. 이와 같은 청량한 경지를, 아는 사람 아마도 많지 않으리.〔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라는 표현이 나온다. 《古文眞寶前集 卷1》
[주-D003] 두꺼비가 …… 듯 : 
달의 정령인 두꺼비가 한가위를 맞아 마구 뿜어낸 기운이 흰 비단처럼 은하수를 펼쳐놓았다는 말이다.
[주-D004] 오작(烏鵲)은 …… 봐 : 
까마귀와 까치가 나무 위에 내려앉지 않고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말이다. 조조(曹操)가 지은 〈단가행(短歌行)〉의 “달빛이 밝아 별빛이 희미한 때에, 까마귀와 까치가 남쪽으로 날아와서, 나무 위를 세 바퀴나 돌았는데도, 의지할 만한 가지를 찾지 못했네.〔月明星稀 烏鵲南飛 繞樹三匝 無枝可依〕”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주-D005] 대지의 …… 노래로세 : 
예로부터 지금까지 중추의 달에 대해서 읊은 시들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라는 말이다. 원나라 오징(吳澄)의 시에 “눈앞에 물건을 보면 미추가 분명하나니, 밝은 달이 허공 중에 하나의 거울로 걸렸으니까. 공간적으로는 대지의 산하 삼만 리요, 시간적으로는 선천의 기수 수천 년이라.〔眼前見物定媸姸 皎月當空一鏡懸 大地山河三萬里 先天氣數幾千年〕”라는 구절이 보인다. 《吳文正集 卷94 贈月鑑相士劉德輝》
[주-D006] 광문(廣文) : 
두보가 자기의 벗인 정건(鄭虔)을 높여서 광문 선생이라고 불렀다. 당 현종이 정건의 재질을 사랑한 나머지 그를 위해 광문관(廣文館)을 세우고 박사로 임명한 고사가 전하는데, 여기서는 성씨가 같은 정몽주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新唐書 卷202 鄭虔列傳》 정건은 시(詩)ㆍ서(書)ㆍ화(畫) 삼절(三絶)로 일컬어질 만큼 재명(才名)이 뛰어났으나 항상 빈궁에 시달렸는데, 두보가 〈취시가(醉時歌)〉에서 “수많은 고관들 즐비하게 관청에 오르는데, 광문 선생은 벼슬자리 유독 썰렁하다오.〔諸公袞袞登臺省 廣文先生官獨冷〕”라고 읊은 구절이 특히 유명하다. 《杜少陵詩集 卷3》
[주-D007] 요락(搖落) : 
숙살지기(肅殺之氣)가 몰아쳐서 나뭇잎이 다 떨어지는 가을철을 말한다. 전국 시대 초나라 시인 송옥(宋玉)이 지은 〈구변(九辯)〉 첫머리에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쓸쓸하게 초목은 바람에 흔들려 땅에 지고 쇠한 모습으로 바뀌었도다.〔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 草木搖落而變衰〕”라는 구절이 나온다.



18.중추에 상당루 위에서 달을 구경하며[中秋翫月上黨樓上]  - 이색(李穡)


작년의 달 구경은 동루 아래서 / 去年翫月東樓下
버들숲 사이로 금물결(달빛) 출렁이더니 / 柳林缺處金波瀉
금년의 달 구경은 서루 위에서 / 今年翫月西樓上
엷은 구름이 달빛을 희롱하여 늠실거리누나 / 薄雲弄影時滉漾
주인의 호기가 당대를 덮어 / 主人豪氣蓋一時
술도 무진무진, 시에도 능하네 / 飮不盡器還能詩
늙고 병든 나를 동정해 매양 불러 주어 / 憐我老病每相邀
노래하고 떠드니 늙은 줄도 모르겠네 / 歌呼不覺失顔凋
작년 금년이 눈 깜짝할 사이 / 去年今年一瞬息
잔 들고 호담하니 세상 만사를 잊겠네 / 樽前劇談忘得失
어지러운 세간에 영욕이 많은데 / 紛紛世間足榮辱
희어진 내 머리 어이 다시 검게 되리 / 吾髮白兮難再黑
달 아래서 안 마시면 내야말로 천치려니 / 對月不飮吾則癡
생각하니 옛사람 중 내 스승이 누군고 / 我思古人誰我師
요 임금은 천 잔, 공자는 백 곡 / 千鍾爲堯百斛孔
마시고 싶은 욕심 아니 막고 때맞추어 마셨네 / 匪棘其欲維其時
내 지금 안 마시면 달이 응당 웃으리 / 我今不飮月應笑
달이여, 잠깐 머무르소, 내 한 번 휘파람 불리 / 月且少留吾一嘯
내 휘파람 난봉 같아 하늘 바람이 불어 오니 / 嘯如鸞鳳兮來天風
그 바람 두둥실 타고 훨훨 봉래 선경에 가 놀고저 / 願言駕此遊彼蓬萊中


19.갑진년 중추에 회포가 있어[甲辰中秋有懷]  - 정몽주(鄭夢周)


작년 창해 가에서 말에 물 먹일 때 / 去年飮馬蒼海頭
함주 객사에서 추석을 만났었네 / 咸州客舍遇中秋
산천이 멀고 낙엽은 지는데 / 山川超超草木落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달일세 / 明月滿天淸景流
모래 위 무수한 군막은 고요히 말이 없고 / 平沙萬幕寂無語
사면에 나는 변방 소리는 사람의 시름을 자아냈네 / 邊聲四起令人愁
장군은 전장 안에 높이 누워 있고 / 將軍獨臥氈帳高
쇠 갑옷이 싸늘하니 장사들은 슬픈 노래 / 壯士悲歌鐵衣冷
장 앞의 서생도 잠이 오지 않아서 / 帳前書生亦不眠
적막한 깊은 밤에 제 그림자를 조상타가 / 寂寞夜深相弔影
초연히 일어나 서남쪽을 바라보니 / 悄然興望望西南
공중에 비낀 구름이 철령까지 연이었네 / 浮雲橫空連鐵嶺
봄바람에 돌아갈 일 또 틀어져 / 春風歸來計又非
부소산 앞에 낙엽이 날리리 / 扶蘇山前黃葉飛
추석이라 오늘밤, 작년의 달은 떴건만 / 今夜中秋去年月
작년의 나그네는 아직도 못 돌아갔네 / 去年客子猶未歸
뜰에 쓸쓸히 귀뚜라미 울고 / 庭除蕭索蟋蟀語
부엌은 처량하여 동복들도 주렸으리라 / 廚竈凄涼童僕飢
어제 아침 아우의 편지를 받아 보니 / 前朝舍弟付書至
백발 어머님 날 몹시 보고 싶다 하시며 / 白髮慈親願見之
부귀 공명은 네 할 일 아니다 / 功名富貴非汝事
해마다 객지에 있으니 언제나 돌아오려느냐고 / 客路年年有底期
명년은 또 어디서 밝은 달 만나게 되려나 / 明年何處逢明月
홀로 남창에 앉아 시나 읊고 있는 나 / 獨坐南窓自詠詩


20. 중추가(中秋歌)  -  정도전(鄭道傳)


작년 추석 달 구경할 때에는 / 去年中秋翫月時
화려한 자리에 가무와 농담 / 歌舞縱謔開華筵
높은 마루에 발 걷자 밤이 낮 같은데 / 高堂簾捲夜如晝
환한 자리에 신선들이 둘러 앉았네 / 淸光凝座羅神仙
취중에 달을 불러 “어와, 금동이야” / 醉中呼月作金盆
옥호ㆍ미주에 시 백 편을 지었더니 / 玉壺美酒詩百篇
금년엔 멀리 회진(나주(羅州) 서쪽 15리)골에 귀양와서 / 今年遠謫會津縣
초가집, 대 울타리, 거친 산 앞에 / 竹籬茅屋荒山前
가을 바람 우수수 수풀을 흔들고 / 秋風颼颼動林莽
쓸쓸한 물상들 어찌 이다지 초연한고 / 物像蕭條何悄然
이 밤에 달을 보니 더욱 서글퍼라 / 是時對月倍怊悵
생각해 보니 예 놀던 친구들 연기처럼 흩어졌네 / 迴首舊遊散如煙
이 몸도 작년과 다른 몸이 아니겠고 / 此身由來非異身
밝은 달 올해도 다름없건만 / 今年明月似前年
사람의 정은 때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것 / 自是人情有異感
조물이 준 것이야 편벽된 것 아니련만 / 造物賦與原非偏
묻노라, 밝은 달아, 네가 비치는 곳에 / 爲問明月之所照
몇 사람이 즐기고 몇 사람이 슬퍼하는가 / 幾人歡樂幾人悲
명년은 또 어디서 달을 보게 되려나 / 明年見月又何處
기쁨일지 슬픔일지 모르겠구나 / 歡歟悲歟未可知
밝은 달은 말이 없고 한밤중 되려는데 / 明月無言夜將半
내 홀로 아득히 서서 원망 시를 노래하네 / 獨立蒼茫歌怨詩


21. 중추가(中秋歌)  정도전(鄭道傳)


해마다 보는 한가위 달이건만 / 歲歲中秋
오늘밤만은 더욱 애처롭구나 / 今宵最可憐
한 하늘에 풍로는 고요한데 / 一天風露寂
만리에 해산이 연하였네 / 萬里海山連
고장에서도 응당 같이 보려니 / 故國應同見
온 집안이 아마도 잠들지 못하리 / 渾家想未眠
서로 그리는 뜻이 / 誰知相憶意
두 곳에서 각각 시름인 줄 누가 알랴 / 兩地各茫然



22. 중추 우후(中秋雨後)  -  진화(陳澕)


먹장 구름 쳐다보며 마음 오래 울적터니 / 仰看濃墨久含情
문득 서늘바람이 사면에서 불어 오네 / 忽喜涼風四面生
은빛 대줄기는 구름발 따라 걷어 가고 / 銀竹已隨雲脚捲
둥그런 옥소반이 이슬과 함께 해맑구나 / 玉盤還共露華淸
놀이꾼들은 헤지려다 거듭 술을 가져오라고 / 遊人欲散重呼酒
기생들은 서로 불러 다시 피리를 부는구나 / 倡妓相招更按笙
하늘의 물바가지로 말끔히 벽공을 씻었으니 / 應爲天瓢洗空碧
휘영청 밝은 그 빛이 여느 밤과 영 다르네 / 孤光全勝別宵明


23. 고향의 여러 노인들에게 부쳐[寄故鄕諸老]  -  정지상(鄭之祥)


산과 달은 개울 길에 어둡고 / 山月黑溪路
강바람은 수루에 분다 / 江風吹戍樓
뿔피리 소리 외롭게 일어나는 곳 / 角聲孤起處
붉은 잎은 중추에 가까이 왔네 / 紅葉近中秋


24. 중추회음 서(中秋會飮序) -  임춘(林椿)


6월이 끝나고 7월이 시작되면, 덥고 신선한 기운이 서로 알맞게 된다. 그러므로 8월 보름을 택하여 구경에 대한 일을 닦아 온 지가 오래였다. 이백(李白)이 친구 장위(張渭)와 더불어 낭관호(郞官湖)에 노닐었고, 임온(林薀)이 구양첨(歐陽詹)과 더불어 장안(長安)에서 구경하였는데, 건원(乾元)ㆍ정원(貞元) 연간을 지난 후로 구경하는 일이 폐지된 것이 거의 5ㆍ6백 년이 되었다. 지금 중추(中秋)를 하루 앞두고 이담지(李湛之)군이 내게 보낸 편지에 이르기를, “나는 오늘 저녁을 이용하여 술을 걸러서 밝은 달에게 권하고, 다시 우리 집안의 고사(故事)를 닦기로 했는데 그대는 제남(濟南)의 후손이 아닌가. 어찌 그 정을 잊을 수 있는가.” 하므로 나는 흔연히 달려가서 그와 함께 높은 누에 올라 술상을 나누고 시가(詩歌)를 읊조려 회포를 풀며, 간혹 농담도 하며 인간의 일이라곤 한 마디 말도 않은 채 밤 오경(五更)에 이르러 파했다. 아, 우리 두 집 자손이 이미 오랫동안 유락(流落)되어, 맑은 가을의 저 밝은 달로 하여금 버린 물건이 되게 하였는데, 이제야 비로소 옛일을 계승하여 따르게 되었으니, 만약 이 모임을 적어 두지 않는다면, 후일에 우리 집안이 풍월(風月)을 좋아했다는 것을 아는 자가 세상에 몇사람이나 있겠는가. 드디어 각각 시 한 편을 지어 옛날의 일을 노래하게 되었다.


25. 중추 완월(中秋翫月)  유순(柳洵)


서늘한 가을의 좋은 달빛이 / 涼秋佳月色
오늘 밤에 가장 아름다워라 / 今夜最嬋娟
구름이 걷히어 창해에서 나오더니 / 雲盡出蒼海
이슬이 찬데 푸른 하늘을 가네 / 露寒行碧天
천 리에 꼭 같음을 이미 알거니 / 已知千里共
다시 십분의 둥근 것 좋아한다 / 更賞十分圓
만일 하늘이 잡아매어 둔다면 / 霄漢如目挽
언제나 있어 술배[酒船]를 비추련만 / 長留照酒船




26. 중추 천왕봉 불견월(中秋天王峯不見月)  김종직(金宗直)


장부 속에서 몸을 빼어 높은 산에 올랐거니 / 抽身簿領陟崔嵬
좋은 때를 조물의 시기함을 받았다 / 剛被良辰造物猜
안개가 온 세상 넘치매 팔굉이 바다인데 / 霧漲寰區八紘海
바람은 바위 산을 흔들어 만 방망이의 우레일세 / 風掀岩嶽萬槌雷
천주에서는 좋은 놀이를 계속하기 어려움을 알겠고 / 勝遊天柱知難繼
경대에서는 맑은 꿈이 돌아오기를 생각할 수 없구나 / 淸夢瓊臺未擬回
마침 흉한 구름이 잠깐 틈을 내었나니 / 時有頑雲蹔成罅
누가 능히 저 달을 잡아 가슴 가득히 오려나 / 誰能取月滿懷來


27. 중추 직숙 옥당(中秋直宿玉堂)  신종호(申從濩)


가늘게 옥잔 잡아 달을 기다리노라니 / 細把瓊杯待玉蟾
차가운 밤 성긴 주렴 바람 이슬 가득 / 夜寒風露滿疏簾
미울손 추녀 끝 저 오동나무 / 生憎屋角梧桐樹
맑은 빛 가로막아 처마 안 못 비추네 / 遮斷淸光不到簷


28. 팔월 십오일(八月十五日) -택당 이식 

    
옛적에는 절일(節日)이라는 명칭이 없었으나, 중추(中秋)의 달을 천하가 흐리고 맑음을 같이하되 가장 밝으므로, 완상(玩賞)하는 절일이 되었다. 또 금(金)의 정기(精氣)가 왕성한 날이므로, 도사(道士)가 이날에 비로소 내단(內丹)을 연(煉)하므로, 도가(道家)가 이를 숭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름날이므로 선조의 사당에 잔을 올리고, 또 이날이 꼭 가을의 한가운데에 해당하므로 예문(禮文)에 따라서 상총제(上冢祭)를 지낸다.


29. 추석에 달을 보지 못하다〔中秋不見月〕 -동주 이민구 

 
하늘의 투기하는 아낙 현묘한 베틀 놀려 / 天關妬婦弄玄機
뜬구름 보내더니 맺혀 돌아가지 않네 / 爲遣浮雲結不歸
외로운 밤 항아는 부질없이 흐릿하고 / 獨夜姮娥徒脈脈
삼경의 천궁은 더욱 아른거릴 뿐 / 三更閶闔轉依依
공연히 따라 시름겨운 눈 치켜떴다가 / 虛隨老兔懸愁眼
문득 휘장 밝히는 성긴 반딧불 마주하네 / 却對疏螢點薄幃
고향 산하와 본디 떨어져 있으니 / 故國江山元自隔
비바람에 어두워짐 그대로 맡겨 두련다 / 任敎風雨晦淸輝

지난해는 관새에서 맑은 빛 바라보며 / 去年關塞對淸光
술자리 파하고 집 생각에 남몰래 상심했지 / 罷酒思家黯自傷
오늘 밤은 뜬구름이 사정 알아주는데 / 今夜浮雲還解事
타향에서 꺼져가는 등불에 또 옷 적시네 / 異鄕殘燭也霑裳
만 리의 날씨 일정하기 어려워 / 陰晴萬里應難定
은하수를 삼경에 바라볼 수 없네 / 河漢三更不可望
묻노니 광한궁 정전의 나무는 / 借問廣寒前殿樹
가을 맞아 몇 가지나 자랐는가 / 秋來能得幾枝長


30. 8월의 달〔中秋月〕 -동주 이민구 

 
가을 중턱에 서리 내리고 / 秋半霜還降
하늘가에 달이 또 오른다 / 天邊月又昇
어찌하면 눈물 맺힌 두 눈으로 / 那將䨥眼血
잠시나마 《옥호빙》을 비춰 볼까
/ 暫映玉壺氷
환하게 숲 빛을 일으키고 / 爽徹林光發
공허하게 물 기운에 엉기네 / 虛涵水氣凝
늘그막에 달 바라보며 / 衰年望蟾兔
내달리는 세월을 감히 한하지 못하노라 / 不敢恨飛騰



31. 지난해 중추의 운자를 사용하여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次用上年中秋韻見寄〕 -동주 이민구 

 
중추의 하늘 가 달을 / 秋半天邊月
연래에 객지에서 보는구나 / 年來客裏看
귀밑머리는 흰 서리 기운 더해지고 / 鬢添霜氣白
눈에는 찬 눈물 넘쳐나네 / 眼溢淚波寒
관산이 조용해지기만 기다렸더니 / 直待關山靜
평온한 바다에 높이 임했어라 / 高臨海岱安
다만 쌍궐 그림자에 호응하여 / 只應雙闕影
길이 양쪽 계단 사이 간무 비추어라
/ 長照兩階干



32. 8월 14일에 향산에 눈이 내리다〔小中秋香山雪〕 -동주 이민구

 
팔월 향산에 눈 내리니 / 八月香山雪
해마다 객사 차갑구나 / 頻年客舍寒
전원에는 가을빛 다 사라지고 / 園場秋色盡
전답에는 한 해 농사 끝장났네 / 田畝歲功殫
바위는 뭇 절벽의 흰빛 안았고 / 石擁群崖白
단풍은 만 골짝의 붉음 꺾였네 / 楓摧萬壑丹
고향에서는 오늘 / 故鄕當此日
맑은 이슬이 난초 떨기 씻어 주겠지 / 淸露灑叢蘭


33. 중추에 이일상 군이 부쳐 준 문 자 운의 시를 받다〔中秋日得李君一相寄門字韻〕 -동주 이인구 

 
가을 중턱 관산에 나그네 마음 조용한데 / 秋半關山靜客魂
새 시가 멀리 변방 서쪽 문에 당도했네 / 新詩遠及塞西門
뉘 알랴 백 갈래 금빛 물결 그림자가 / 誰知百道金波影
삼경의 눈물 자국 함께 비추는 줄을 / 倂照三更血淚痕
세상 밖에 사는 마음 조용한 곳 따르고 / 世外襟懷隨境寂
성 모퉁이의 거처 시끄러운 속세와 막혔네 / 城隅居止阻塵喧
세상 바룰 책략 공들에게 바라노니 / 匡時策略煩公等
홀로 목숨 부지한 것도 큰 은혜이지 / 獨保生成是大恩


34. 중추절에 달을 마주하고〔中秋對月〕 -동주 이민구 

 
빈 누각에 떠오른 맑은 가을 달 / 虛閣淸秋月
성긴 발 사이로 밤새 밝게 비추네 / 疏簾永夜明
푸른 연기 속으로 들판 주막 사라지고 / 靑煙消野店
흰 이슬이 강가 성에 가득하다 / 白露滿江城
세상에 남은 형제 없는데 / 四海無兄弟
중원에 전란만이 남았네 / 中原有甲兵
서글프다 가문과 나랏일로 / 悽涼家國事
늙도록 가슴 졸이네 / 抵老尙含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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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산에는 푸른 단풍 우거진 절 있고 / 南嶽靑楓寺
서쪽 강에는 흰 이슬 젖은 배 떠가네 / 西江白露船
청량한 달빛이 원근에 고루 비춰 / 淸光無遠近
좋은 밤 맑고 깨끗하다 / 良夜正澄鮮
잠자는 기러기 모래톱에 의지했고 / 宿雁依沙水
길가는 사람은 들 연기 속에 머무는데 / 行人住野煙
다만 은하수 그림자 마주하여 / 只應銀漢影
이미 하늘 가운데 걸렸네 / 已掛玉樓前


35. 한가위〔中秋〕 -동주 이민구 

 
이리저리 강호를 떠도는 인생 / 棲棲湖海此生浮
가는 세월 머물지 않는 줄을 늘 아노라 / 每覺徂年不肯留
한 번 진흙길에 떨어져 초목 따라 늙어가니 / 一委泥塗隨草木
서리와 이슬에 몇 번이나 고향 그렸던가
/ 幾經霜露感松楸
뜰 잡초 집을 둘러 벌레가 벽에 의지하고 / 庭蕪繞屋蟲依壁
강 억새 하늘에 이어져 기러기 물가에 내리네 / 江菼連天雁下洲
누가 맑은 가을 나누어 나그네 한 재촉하고 / 誰分淸秋催客恨
또 밝은 달로 이별에 시름하는 이 비추게 했나 / 更敎明月照離愁




36. 추석날 선친 묘소를 성묘하였다. 묘소 아래 길이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말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감회를 적다〔中秋省先墓墓下有路見過者多下馬紀感〕 -동주 이민구 

 
삼대의 무덤 작은 봉우리 아래 함께 있고 / 三世玄宮共細岑
서리이슬 속에 송추는 백 년 동안 우거졌네 / 松楸霜露百年深
산 앞에 동서로 뻗은 한 줄기 길 있으니 / 山前一帶東西路
말에서 내리는 행인의 마음 길이 보노라 / 長見行人下馬心

[주-D001] 삼대의 무덤 : 
이민구의 조부 이희검(李希儉, 1516~1579)과 부친 이수광(李睟光, 1563~1628), 백씨(伯氏) 이성구(李聖求, 1584~1644)의 무덤을 말한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다.



37. 중추월 4수中秋四首〕 -매천 황현 

 
동쪽 봉우리 나지막하고 나무는 띠풀 같아라 / 東峯欲短樹如茨
넓고 아득한 내 회포는 달이 떠오른 때로다 / 渺渺余懷月上時
인간과 천상의 가을 기운을 몽땅 거머쥐고 / 捲得人天秋色盡
차고 맑디맑은 모습으로 천천히 나오는구나 / 冷淸淸地出來遲

높은 성은 흰빛 띠고 먼 강은 누런빛 띠어라 / 層城帶白遠江黃
온 대지의 산하가 차례차례로 빛나는구나 / 大地山河次第光
가득 둥근 모습에서 자별함을 볼 수 있거니 / 就彼極圓看自別
십분 천천히 굴러서 중앙에 이른 때말일세
/ 十分徐轉到中央

두꺼비도 토끼도 아니요 희고 둥근 모습이 / 非蟾非兎白團團
억지로 이름하자면 옥탁반이라 해야 하리 / 强喚名爲玉琢盤
계수나무는 원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원 / 桂樹元來高幾許
오늘 밤에 문득 난간 높이만 함을 깨달았네 / 今宵驟覺長闌干

신선의 부귀는 온통 저 달에 맡겼다마다 / 神仙富貴摠輸渠
한결같이 밝은 빛이 하늘에 가득하구나 / 一是光光滿太虛
다만 끝내 인간엔 비길 만한 것이 없어라 / 止竟人間無可擬
상상컨대 요순 시대에 비겨 보면 어떠할꼬 / 想來堯舜世何如

[주-C001] 을미고(乙未稿) : 
1895년(고종32), 매천의 나이 41세 때 지은 시고이다.
[주-D001] 넓고 …… 때로다 : 
아득한 나의 회포란 곧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서 온 말이다. 〈전적벽부〉의 대략에 의하면 “임술년 가을 7월 16일에 소자가 손과 더불어 적벽 아래 배를 띄우고 노는데,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고 물결이 일지 않는지라, 술잔을 들어 손에게 권하면서 명월시를 외우고 요조장을 노래하였다. 이윽고 달이 동산 위에서 솟아 나와, 북두와 견우의 사이를 배회할 제, 흰 이슬은 강물 위에 가득 내리고, 강물의 빛은 하늘과 맞닿았다.……이에 술을 마시고 즐거움이 고조에 달하여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하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 맑은 물결을 치며 달빛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도다. 아득한 나의 회포여, 하늘 저 끝에 있는 미인을 그리도다.’라고 했다.〔壬戌之秋七月旣望 蘇子與客 泛舟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少焉 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白露橫江 水光接天……於是飮酒樂甚 扣舷而歌之 歌曰 桂棹兮蘭槳 擊空明兮泝流光 渺渺兮余懷 望美人兮天一方〕” 하였다.
[주-D002] 가득 …… 때말일세 : 
소옹(邵雍)의 〈청야음(淸夜吟)〉에 “달은 하늘 한가운데 이르고, 바람은 물 위에 살살 부누나. 이러한 맑고 깨끗한 의미를, 아마도 아는 사람이 적으리.〔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곧 물과 달이 서로 비치는 맑은 정경을 서술한 것으로, 마치 광풍제월(光風霽月)처럼 가슴속이 깨끗하여 조금의 사욕도 없이 조용히 도에 합치되는 경지를 의미한다.
[주-D003] 두꺼비도 …… 모습이 : 
달 속에 두꺼비가 있다느니, 옥토끼가 있다느니 하는 전설을 두고 한 말이다.
[주-D004] 옥탁반(玉琢盤) : 
옥을 쪼아 다듬어서 만든 쟁반을 말한다.



38. 중추절 밤에 허정묘의 운에 차하다〔中秋夜次許丁卯韻〕 -매천

 
달은 아직 안 보여도 아마 이미 둥그렇겠지 / 不見冰輪意已圓
가을바람이 만산의 연기를 막 불어 걷었네 / 金風初捲萬峯煙
천 길 동해 속에서 서서히 끌려 나오더니 / 千尋徐引東溟水
어느새 북극 하늘에 아득히 우뚝 높구나 / 一望偏高北極天
대지는 가을 달빛 아래 쓸쓸하기만 하고 / 大地蕭森秋影裏
은자는 새벽 누대 앞에 서글프기만 해라 / 幽人怊悵曉樓前
오늘부터 달 점차 이지러질 걸 정히 알거니 / 定知從此虧於滿
덧없는 인생 한창 시절이 애석할 뿐이로다 / 合惜浮生盛壯年

[주-C001] 정유고(丁酉稿) : 
1897년(광무1), 매천의 나이 43세 때 지은 시고이다.
[주-D001] 허정묘(許丁卯) : 
당대(唐代)의 시인 허혼(許渾)을 가리킨다. 허혼이 강소성(江蘇省) 단도현(丹徒縣)의 정묘교(丁卯橋) 근처 정묘장(丁卯莊)에 거주하였고, 그의 저서에 《정묘집(丁卯集)》이 있으므로 이렇게 일컫는다.



39. 교산(交山)의 묘소에 성묘하러 가는 아우 자서(子恕)를 전송하다 -명재 윤증 

 
추석 무렵 양친 묘소 찾아뵈려 했었는데 / 欲及中秋拜兩親
병마와 헛된 이름 사람을 매어 두네 / 虛名實病奈纏人
서쪽으로 홀로 가는 그대를 보내 놓고 / 送君獨向西歸路
언덕에서 우두커니 눈물만 떨군다네 / 佇立山坡淚落頻


40. 중추(中秋) -목은 이색 

    
소년들 오늘 밤엔 서로 오가기 좋아하고 / 少年今夜喜相過
높은 누각엔 젓대 소리 달빛은 물결 같네 / 長笛高樓月似波
스스로 부끄러워라 앓고 나서도 건재하여 / 自愧病餘猶健在
아이 불러 부축받고 산 언덕을 오르는구려 / 呼兒扶策上山坡

귀밑머리가 어찌 그 옛날 같을 수 있으랴 / 鬢毛那得似當年
중추절의 둥근 달을 내가 쉰 번째 보노라 / 月向中秋五十圓
흰 토끼는 지금도 약을 찧고 있을 테지만 / 白兔至今猶搗藥
한 자밤 보내서 내 묵은 병 고치려 할쏜가 / 肯分圭撮救纏綿

아동이 밤을 구워 알맹이를 부숴 주길래 / 兒童燒栗逬金丸
잘게 씹으니 치아 새에서 단맛이 나오네 / 細嚼微甘發齒間
살진 고기보다 맛이 더함을 이제 알았으니 / 雋永始知尤有味
양젖 먹으며 가난한 사람 비웃거나 말거나 / 任他羊酪笑酸寒

적적한 산 사립에 왕래하는 이도 없는데 / 寂寂山扉絶往還
달빛이 낮처럼 밝아 자려 해도 어렵구나 / 月明如晝欲眠難
다행히 서로 이끌고 다니는 동년이 있어 / 相携幸有同年在
산을 올라도 풍로의 차가움을 모른다네 / 陟巘不知風露寒
한홍(韓弘) 동년(同年)을 가리킨 말이다.


41. 중추일(中秋)에 유항(柳巷)의 누(樓) 아래에서 달구경했던 일을 기록하다. -이색

    
요대에 가득했던 두둥실 밝은 그 달이 / 團團璧月滿瑤臺
회남왕의 한쪽 재가 또 이지러졌구나 / 又缺淮南一面灰
인간 세상에 서로 만남은 우연이 아니거니 / 人世相逢非偶爾
명년엔 어느 곳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일꼬 / 明年何處共傾杯

[주-D001] 회남왕(淮南王)의 …… 이지러졌구나 : 
한(漢)나라 회남왕 유안(劉安)이 달 그림을 그리고 그 주위에 갈대재[蘆灰]를 빙 둘러 놓고서 한쪽 면을 비워 두면 달무리도 따라서 한쪽이 이지러졌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달의 한쪽이 이지러져감을 의미한다.





42. 중추절(中秋節)에 상당군(上黨君)의 누각 위에서 달을 구경하다. -목은 이색 

    
거년에는 동루 아래서 달을 구경할 제 / 去年翫月東樓下
버들 숲 성긴 곳에 달빛이 쏟아졌는데 / 柳林缺處金波瀉
금년에는 서루 위에서 달을 구경할 제 / 今年翫月西樓上
엷은 구름 그림자 때로 끝없이 퍼지네 / 薄雲弄影時滉漾
주인의 호기는 온 세상을 뒤덮는지라 / 主人豪氣蓋一時
술 한잔을 다 못 마셔도 시는 잘 하는데 / 飮不盡器還能詩
늙고 병든 날 불쌍히 여겨 늘 불러 주니 / 憐我老病每相邀
노래 부르다 청춘이 시듦도 미처 몰랐네 / 歌呼不覺朱顔凋
거년 금년이 참으로 한순간이로다 / 去年今年一瞬息
술자리의 극담으로 득실을 잊었네그려 / 樽前劇談忘得失
분분한 세간에는 영욕이 하도 많거니와 / 紛紛世間足榮辱
내 희어진 머리털은 다시 검기 어려운데 / 吾髮白兮難再黑
달 대해 안 마시면 나는 곧 바보일 테니 / 對月不飮吾則癡
내 고인을 생각건대 그 누구를 본받을꼬 / 我思古人誰我師
천잔이 요가 되고 백잔이 공자 됐거니 / 千鍾爲堯百觚孔
욕심 부린 게 아니라 오직 때에 따랐지 / 匪棘其欲維其時
내가 지금 안 마시면 달이 응당 웃으리 / 我今不飮月應笑
달도 조금 머물고 내 한번 휘파람 부노니 / 月且小留吾一嘯
휘파람 소리 난봉 같아 천풍이 불어오거든 / 嘯如鸞鳳兮來天風
이 바람 타고 저 봉래산에 노닐 마음 간절도 해라 / 願言駕此遊彼蓬萊中


[주-D001] 천잔이 …… 됐거니 : 
후한(後漢) 말기에 조조(曹操)가 주금(酒禁)을 만들자, 공융(孔融)이 그에게 자주 편지를 보내서 주금을 비판한 가운데 “요 임금은 천잔 술이 아니면 태평을 이룩할 수 없었고, 공자는 백잔 술이 아니면 으뜸 성인이 될 수 없었다.[堯不千鍾 無以建太平 孔非百觚 無以堪上聖]”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 휘파람 …… 같아 : 
진(晉)나라 완적(阮籍)이 일찍이 소문산에 올라가 은사(隱士) 손등(孫登)을 만나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해보았으나 손등이 전혀 대꾸를 하지 않으므로, 완적이 마침내 휘파람을 길이 불면서 내려가는데, 산 중턱쯤 내려갔을 때 마치 난봉(鸞鳳)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암곡(巖谷)에 울려 퍼졌는바, 그게 바로 손등의 휘파람 소리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고사(高士)의 정취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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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秋夕省墓後謝里中諸老來見-吳䎘(오숙)

추석 성묘 후 찾아온 마을의 여러 노인에게 감사하면서

 

令節隨恩暇(영절수은가)

松楸白露餘(송추백로여)

況看親黨集(황간친당집)

深覺病懷舒(심각병회서)

園實饒梨棗(원실요리율)

溪腥雜蟹魚(계성잡해어)

何當謝塵事(하당사진사)

白首臥先廬(백수와선려)

 

명절에 성은으로 휴가 받아 내려오니

선영의 소나무는 흰 이슬이 촉촉하네

게다가 친척과 이웃이 함께 모였으니

속병이 확 풀리는 것 정말 알겠구나

동산에서 배와 대추 넉넉히 따오고

개울에서 게와 물고기 이것저것 잡았네

어찌하면 세상사를 사절하고

허연 머리에 선영 아래 쉴 수 있으랴.

 

이 시는 오숙이 1633년 무렵에 휴가를 받고 고향 양성으로 내려가 성묘를 마친 뒤 친척과 마을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쓴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44. 秋夕樓居(추석루거) - 吳融(오융)

추석에 누대에서

 

月裏靑山淡如畵(월이청산담여화)

露中黃葉颯然秋(노중황엽삽연추)

危欄倚偏都無寐(위란의편도무매)

祗恐星河墮入樓(지공성하타입루)

 

달빛 속의 푸른 산 그림과 같고

이슬 맞은 단풍잎 삽연한 가을이네

높은 난간에 의지해 잠 못 이룸은

은하수가 다락으로 떨어질까 염려 때문.

 



45. 仲秋二十日 赴橫江諸人之邀 舟中呼韻 走筆 - 姜錫圭(강석규)

820일 횡강에서 여러 사람의 초청을 받아가면서 배에서 부르는 운에 따라 즉석에서 짓다.

 

田家風味㝡秋風(전가풍미최추풍)

魚蟹肥時棗栗紅(어해비시조율홍)

新稻穫來新釀熟(신도확래신양숙)

一村烟火太平中(일촌연화태평중)

 

농가의 풍미는 가을바람 불 때 최고라

물고기와 게 살지고 밤 대추 붉게 익네

햇나락 걷이 하고 술이 새로 익으니

온 마을 피어나는 연기에 태평성세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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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樂民(장달수)| 원글보기



仲秋二十日 赴橫江諸人之邀 舟中呼韻 走筆 - 姜錫圭(강석규)

820일 횡강에서 여러 사람의 초청을 받아가면서 배에서 부르는 운에 따라 즉석에서 짓다.

 

田家風味㝡秋風(전가풍미최추풍)

魚蟹肥時棗栗紅(어해비시조율홍)

新稻穫來新釀熟(신도확래신양숙)

一村烟火太平中(일촌연화태평중)

 

농가의 풍미는 가을바람 불 때 최고라

물고기와 게 살지고 밤 대추 붉게 익네

햇나락 걷이 하고 술이 새로 익으니

온 마을 피어나는 연기에 태평성세라네.



漢陽秋夕-신광수(申光洙, 1712~1775)

서울에서 추석을 맞아

 

自作漢陽客(자작한양객)

一年家信稀(일년가신희)

孤雲有秋色(고운유추색)

獨向遠山歸(독향원산귀)

 

서울에서 나그네 신세 되고서는

일 년 내내 집안 소식 드물었네

한 점 구름은 가을빛을 머금고서

홀로 먼 산 고향으로 돌아가네.

 



秋夕鄕村紀俗(추석향촌기속)-丁若鏞

추석에 시골 마을의 풍속을 기록하다

 

晴日鄕村樂意譁(청일향촌락의화)

秋園風味向堪誇(추원풍미향감과)

枯藤野屋瓜身露(고등야옥과신로)

病葉山坡栗腹呀(병엽산파율복하)

單把酒杯當勝宴(당파주배당승연)

絶無詩句聚隣家(절무시구취린가)

自嗟衰疾妨宵泛(자차쇠질방소범)

辜負金鱗漾月華(고부금린양월화)

 

갠 날씨에 시골 마을 즐거워서 들레어라

가을 동산의 풍미는 과시할 만도 하구려

지붕엔 넝쿨 말라서 박통이 드러났고

언덕엔 병든 잎 새에 밤송이 떡 벌어졌네

술잔만 마시면서 좋은 잔치 맞이하고

시구는 전혀 없이 이웃집에 모이기도 슬퍼라,

쇠질 때문에 밤 뱃놀이 못하여

달빛 아래 출렁이는 금물결을 구경 못하네.

 



秋夕樓居(추석루거) - 吳融(오융)

추석에 누대에서

 

月裏靑山淡如畵(월이청산담여화)

露中黃葉颯然秋(노중황엽삽연추)

危欄倚偏都無寐(위란의편도무매)

祗恐星河墮入樓(지공성하타입루)

 

달빛 속의 푸른 산 그림과 같고

이슬 맞은 단풍잎 삽연한 가을이네

높은 난간에 의지해 잠 못 이룸은

은하수가 다락으로 떨어질까 염려 때문.

 



仲秋二十日 赴橫江諸人之邀 舟中呼韻 走筆 - 姜錫圭(강석규)

820일 횡강에서 여러 사람의 초청을 받아가면서 배에서 부르는 운에 따라 즉석에서 짓다.

 

田家風味㝡秋風(전가풍미최추풍)

魚蟹肥時棗栗紅(어해비시조율홍)

新稻穫來新釀熟(신도확래신양숙)

一村烟火太平中(일촌연화태평중)

 

농가의 풍미는 가을바람 불 때 최고라

물고기와 게 살지고 밤 대추 붉게 익네

햇나락 걷이 하고 술이 새로 익으니

온 마을 피어나는 연기에 태평성세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