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봄날에 찾아가서 만나지 못하고

淸潭 2018. 5. 2. 10:35

봄날에 찾아가서 만나지 못하고                
                      

                       -李鼎成(이정성)


一道淸溪抱村流(일도청계포촌류)
隔林何處野棠開(격림하처야당개)

春深院落無人到(춘심원락무인도)
收拾風인滿袖來(수습풍인만수래)


한가닥 냇물이 마을을 안고 흘러가는데
어느 숲속에 아가위꽃이 피었는가

봄날 이 집에 찾아오는 이 없는데
아지랑이를 옷소매에 가득 담고 왔다


봄날의 정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한 가닥 물줄기의 푸른 시내가 마을을 안고 흘러가는데 저 숲 너머 어느 곳에 아가위꽃이 피어있는가. 지금쯤 숲속에는 아가위꽃이 한참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봄이 깊어 가는 정원 뜰에는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고 다만 내가 이 봄날 아지랑이를 걷어서 옷소매에 가득히 담고 돌아왔다. 그런데 김 거사를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게 되니 못내 섭섭한 마음이다. 화창한 봄날 친구를 찾아갔으나 마침 출타중이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빈 손이 아닌 아지랑이를 옷소매에 가득히 담고 돌아오는 마음의 여유와 풍류를 엿보게 하는 멋이 있다. 나도 오늘 일요일이라 가까운 산 수정암에 갔다. 푸른 숲길을 거닐다가 옹달샘터에 앉아 표주박에 담긴 맑은 샘물에 떨어지는 뱃쫑뱃쫑.. 고운 산새 울음 건져왔다. 맑은 바람 한 줌 밝은 햇살 한움큼, 예쁜 산꽃 한송이 내 마음에 담아왔드니 방안에 은은한 향기가 진동한다. 오늘밤 창밖에 초이랫 눈썹달이 뜨려나..



'글,문학 > 漢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心外無法 (심외무법)  (0) 2018.05.24
밥상을 앞에 두고 정온  (0) 2018.05.10
靜夜熟茶  (0) 2018.04.18
悟道頌(오도송) -- 淸虛休靜 (청허 휴정)   (0) 2018.04.05
스승의 은혜  (0) 2018.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