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걱정이 오다[憂來] 12장(章) / 丁若鏞

淸潭 2025. 3. 18. 08:41

걱정이 오다[憂來] 12() / 丁若鏞

다산시문집 제5 / ()

 

어려서는 목표가 성인이었다가 / 弱齡思學聖

중년에 와 현자라도 바랐는데 / 中歲漸希賢

늘그막엔 하우로 자처하고 있어 / 老去甘愚下

그 걱정에 잠 못 이루겠네 / 憂來不得眠

 

복희 시대에 태어나지 못해 / 不生宓羲時

복희에게 물을 길이 없고 / 無由問宓羲

중니 시절에 태어나지 못해 / 不生仲尼世

중니에게도 물을 길이 없네 / 無由問仲尼

이때 《주역(周易)》 전()을 쓰고 있었음

 

한 알의 야광주를 / 一顆夜光珠

우연히 호지 장삿배에 실었다가 / 偶載賈胡舶

중간에 풍파 만나 침몰되어 / 中洋遇風沈

만고토록 그 빛 볼 수가 없다네 / 萬古光不白

 

입술 타고 입은 이미 말랐고 / 唇焦口旣乾

혀도 갈라지고 목도 다 쉬었네 / 舌敝喉亦

내 마음 아무도 아는 자 없고 / 無人解余意

너울너울 밤만 오려고 하네 / 駸駸天欲夜

 

취해 북산에 올라 통곡하니 / 醉登北山哭

통곡소리 하늘에 사무치건만 / 哭聲干蒼穹

곁사람 그 속을 모르고서 / 傍人不解意

나더러 신세 궁해 운다고 하네 / 謂我悲身窮

 

천 명이 술에 취해 떠드는 속에 / 千夫裏

선비 하나 의젓하게 있고 보면 / 端然一士莊

그 천 명 모두가 손가락질하며 / 千夫萬手指

그 한 선비 미쳤다고 한다네 / 謂此一夫狂

 

어쩔 수 없이 늙고 / 無可奈何老

어쩔 수 없이 죽지 / 無可奈何死

한번 죽으면 다시 태어나지 못하는 / 一死不復生

인간 세상을 천상으로 안단 말인가 / 人間天上視

 

눈앞에 헝클어진 일들 / 紛綸眼前事

옳게 된 것 하나도 없는데 / 無一不失當

그를 정리할 길이 없어 / 無緣得整頓

생각하면 혼자 맘만 아프다네 / 撫念徒自傷

 

마음을 육신 노예 삼았노라고 / 以心爲形役

도연명도 말을 했지만 / 淵明亦自言

백 번 싸워야 백 번 다 지니 / 百戰每百敗

이 몸 왜 이리 멍청할까 / 自視何庸昏

 

태양이 나는 소리같이 빨라 / 太陽疾飛

총알도 따를 수가 없다네 / 銃丸不能追

그를 잡아맬 길이 없어 / 無緣得攀駐

그를 생각하면 슬프기만 하다네 / 念此腸內悲

 

범과 이리 어린 양을 잡아먹고 / 虎狼食羊羖

붉은 피가 입술에 낭자한데도 / 朱血膏吻唇

그놈들 위세가 당당하여 / 虎狼威旣立

여우 토끼는 인자하다고 한다네 / 狐兎贊其仁

 

예쁘장하고 작은 복사나무 / 榮榮小桃樹

봄철이면 가지가지 꽃이지만 / 方春花滿枝

해 저물어 이리저리 꺾이고 나면 / 歲暮有摧折

쓸쓸하기 옛 몰골이 아니지 / 蕭蕭非故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