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탄을 노래하다〔風樹吟〕 / 조임도(趙任道)
간송집 제2권 / 시(詩)○칠언고시(七言古詩)
금년에 꽃이 지면 내년에 피어나고 / 今年花落明年開
오늘 밤 달이 지면 내일 밤 다시 뜨지 / 今夜月沈明夜廻
슬프다 내 아버지 은혜는 하늘같은데 / 哀哀我父恩昊天
한 번 가신 뒤에 언제나 돌아올까 / 一去泉裏何時來
유명이 영원히 나뉘니 은혜와 사랑 끊어지고 / 幽明永隔恩愛絶
벽용해도 뵐 수 없으니 하늘만 아득하구나 / 擗踊不見天恢恢
원통함을 품고 태양에 호소해도 태양은 말이 없고 / 含冤訴日日無語
통곡하며 하늘을 원망해도 하늘은 대답이 없네 / 慟哭呼天天莫欸
육아장 슬피 읊어도 탄식은 끝이 없고 / 悲吟蓼莪歎不卒
다 읽고 나니 그저 오장이 끊어질 듯 아프기만 하네 / 讀罷只覺心肝摧
내 차라리 한 번 죽어 선친 곁에 간다면 / 吾寧一死亡父側
지하에 가서 따르는 것 무엇이 어려우랴만 / 往從地下何難哉
아 가엾다 병든 모친 아직 살아계시고 / 唯憐病母尙在堂
약한 아내와 어린 누이는 철모르는 아이라네 / 弱妻稚妹如蒙孩
세 사람 운명이 이 몸에 달렸으니 / 三人命脈繫一身
내 죽으면 며칠 안에 날 따라 죽으리라 / 我去不日隨塵埃
이런 생각에 차마 내 목숨 끊지 못하고 / 念此未忍滅吾性
마음을 다잡으며 남은 육신을 부지해 가네 / 忍心抑志扶殘骸
생각하면 고아에 형제도 없이 / 且思孤我無兄弟
외톨이가 되어 빈 뜰 모퉁이에 있네 / 孑然隻影空庭隈
한 번 죽으면 마음이야 시원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 一死雖云快於心
선친의 영혼은 황천에서 눈물을 흘리리라 / 先靈應泣於泉臺
아들이 있어도 애초에 없던 것만 못하니 / 有子不如初無子
황폐한 언덕에 누가 술잔을 올리랴 / 一片荒丘誰奠杯
완악한 목숨 이렇게 보전하고 억지로 입에 풀칠하여 / 茲全頑命彊餬口
기운 차려 몸 추스르고 내 슬픔을 다독이네 / 立氣持形寬我哀
그렇지만 영원히 사모하는 맘 어찌 끝이 있으랴 / 雖然永慕豈有極
땅 끝 하늘 끝까지 가도 다할 수 없네 / 極地窮天終未裁
은혜를 생각함에 어느 곳이 더욱 맘이 시린가 / 懷恩何處骨更酸
담장 무너진 유택은 이끼에 덮였네 / 毀垣遺宅封莓苔
황량한 폐허 모습에 애간장 끊어지고 / 荒墟物色摠斷魂
월암은 삭막한데 난대만 솟아있네 / 月巖索莫瀾臺堆
온화하고 어질며 진실되고 미더워 덕을 속이지 않았으니 / 溫良忠信不欺德
신명에 질정하려 해도 일일이 늘어놓기 어렵네 / 可質神明難歷枚
평소 아끼고 즐기면서 손수 심은 것은 / 平生愛玩手所植
백일홍, 푸른 소나무, 오동나무, 대나무, 매화였다네 / 紫薇蒼松梧竹梅
더구나 궤짝에 모아 둔 시가를 보면 / 況覩詩歌篋笥中
슬픈 눈물이 두 뺨에 흘러내리는 것을 참을 수 없다네 / 不禁哀涕雙交顋
경치를 보면 슬픈 느낌 들지 않는 때가 없으니 / 覽物無時不感傷
이 몸이 죽기 전에 마음이 먼저 재가 되네 / 此身未滅心先灰
마음이 먼저 재가 돼도 어찌할 수 있는가 / 心先灰可柰何
천지는 아득하고 서산에 해는 지는데 / 六合茫茫西日頹
[주-D001] 벽용(擗踊) :
가슴을 치고 펄펄 뛰면서 극도로 슬퍼한다는 말이다.
[주-D002] 육아장(蓼莪章) :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생전에 효도하지 못한 슬픔을 노래한 시이다. 《시경》 〈육아(蓼莪)〉에 “길고 큰 아름다운 쑥이라 여겼더니, 아름다운 쑥이 아니라 제비쑥이로다. 슬프고 슬프다 부모여, 나를 낳으시느라 몹시 수고롭고 병드셨도다.〔蓼蓼者莪, 匪莪伊蔚. 哀哀父母, 生我勞瘁.〕”라는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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