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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회 팔 수(秋懷 八首) / 장유(張維)

淸潭 2025. 5. 30. 09:15

추회 팔 수(秋懷 八首) / 장유(張維)

 

계곡선생집 제30 / 칠언율(七言律) 1 60()

추회 팔 수(秋懷 八首)

 

팔월달 높은 하늘 하얀 이슬 둥글둥글 / 八月秋高白露團

타향 땅 병 많은 몸 허리띠도 헐렁헐렁 / 異鄕多病帶圍寬

북쪽 창에 부는 바람 한기를 재촉하고 / 風鳴北戶催寒氣

남쪽 시내 비 쏟아져 다급한 여울 소리 / 雨入南溪送急湍

시 짓는 소인(騷人) 두툼한 옷 생각날 때 / 騷客賦成思御

옛 친구 편지 보내 건강 걱정해 주누나 / 故人書到勸加餐

요락하는 소슬한 시절 가슴 아프기 마련인데 / 平生蕭瑟傷搖落

더구나 갈 길 험한 타향 땅이랴 / 況復湖山行路難

 

관아 뜨락 몇 그루 버들 이파리 몇 개 달랑달랑 / 數株官柳葉全稀

휑뎅그렁 텅 빈 마루 석양이 작별 고하누나 / 寥落空堂送夕暉

들판을 가로지른 애애한 저녁 연기 / 橫野暝煙輕藹藹

발 사이로 비춰오는 썰렁한 초생달 빛 / 入簾新月冷輝輝

왼종일 장협가(長鋏歌)를 부르는 풍생이요 / 馮生盡日彈長鋏

한밤중에 짧은 옷 원망하는 영자로다 / 寗子中宵怨短衣

북쪽 하늘 돌아보니 일천 봉우리 합해지고 / 回首北望千嶂合

외로이 나는 흰 구름 하나 / 白雲天際只孤飛

 

필운동(弼雲洞) 서쪽 기슭 그곳이 바로 내 집 / 弼雲西麓是吾廬

문간은 의연히 중울의 집과 같으리라 / 門巷依然仲蔚居

삼 년 전인가 단풍 나무 심으면서 / 曾植楓三歲許

국화꽃 십여 떨기 자리를 옮겼었지 / 爲移時菊十叢餘

차디찬 샘물 새벽에 길어 차를 끓여 먹고 / 寒泉曉汲宜烹茗

맑은 날 창문 열고 책 보기 좋은 서재 / 小閤晴開好展書

이 가을의 그윽한 흥취 기막힐 텐데 / 秋日想應幽賞足

가련타 외로운 객 돌아가지 못하누나 / 可憐孤客未歸歟

 

생각하면 일찍이 구중궁궐 출입하며 / 憶曾通籍禁垣深

오색 구름 속에서 옥음을 받들었지 / 五色雲中奉玉音

아침 일찍 붓 꽂고서 편전에 들어가고 / 便殿早朝簪彩筆

썰렁한 밤 비단 이불 덮고 숙직 생활 / 直廬凉夜擁綾衾

그 뒤로 진흙탕 길 귀밑머리 희끗희끗 / 泥塗一落凋雙鬢

삼 년 세월 도성 생각 잊은 적이 있었던가 / 霄漢三年繫寸心

해도 저무는데 멀리 타향에 머무는 몸 / 滯留湖海遠

시름에 겨워 토해 내는 길고 짧은 노랫가락 / 不堪愁絶短長吟

 

바람에 휩쓸리는 뜨락의 낙엽 / 一庭黃葉走風前

교외 들판 눈에 가득 저녁 연기 자욱하네 / 滿目郊原積暮煙

귀향 생각 이미 띄워 제비 편에 부쳐 놓고 / 歸思已輸社燕

읊조리다 무료(無聊)하여 쓰르라미와 벗하도다 / 苦吟無賴伴寒蟬

막다른 길 의기는 남아 공연히 칼을 본다마는 / 窮途意氣空看劍

험난한 노정(路程)에 지은 문장 알아줄 이 있겠는가 / 末路文章不直錢

시인들 예로부터 송옥을 떠받드는데 / 詞客古來推宋玉

초사(楚辭)에도 그의 늠추편이 남아 있네 / 楚騷還有凜秋篇

 

해내의 지음이신 우리 석실옹 / 海內知音石室翁

이별한 뒤로 생각하며 시편 보내 주시누나 / 別來相憶寄詩筒

고명한 자질 이 말세에 용납될 리 있겠는가 / 高才判不容衰世

고달픈 율조(律調) 응당 변풍에 들어가리 / 苦調端宜入變風

유자만을 위해서 걸상 마련해 주신 분 / 懸榻向來延孺子

어느 때나 방공 뵙고 절을 할꺼나 / 拜床何日謁龐公

맑은 가을 산기슭 연하 속에서 / 淸秋嶽麓煙霞裏

기막힌 시 점점 더 지어 내시리 / 應有新篇轉益工

 

창랑은 쫓겨나 강변을 서성이고 / 滄浪放逐困江潭

곡구는 병에 걸려 초암(草庵)에 누워 있네 / 谷口沈綿臥一庵

재자들 예로부터 운명이 기막힌데 / 才子古來多薄相

언제나 벗들 만나 청담을 나눠 볼꼬 / 故人何日接淸談

밤 사이 내린 비로 시냇물 넘쳐나고 / 南溪夜雨寒生漲

저녁 나절 산에서 부는 선선한 바람 / 北嶂秋陰送嵐

애달파라 타향에서 서로 생각만 하는 신세 / 怊悵天涯相憶處

등산 임수에 그리움만 사무치네 / 登山臨水思難堪

 

울타리 옆 키 작은 풀들 푸를 법도 하건마는 / 墻頭短草也能靑

난초와 함께 모조리 시들어 버렸구나 / 却與芝蘭一倂零

천도로 볼 때 숙살의 계절 어찌 없겠는가마는 / 天道豈應無肅殺

인간의 마음으론 방초(芳草)의 향기 아쉬워라 / 物情終自惜芳馨

교룡들 차가운 물 속 몸을 숨기고 / 蛟龍冷蟄臧鱗甲

송골매 날개 떨쳐 높이 나누나 / 鷹隼高飛奮翅翎

만감이 교차하는 타향 나그네 / 湖海旅人增萬感

막걸리 한잔으로 소침(消沈)한 기분 달래 보네 / 濁醪聊復慰沈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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