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여름을 만끽하기 제격인 시기였던 지난달 말, 남호주의 주도 애들레이드로 향했다. 한국에서 직항으로 접근하기 좋은 시드니도, 멜버른도 아닌 애들레이드를 찾은 이유는남반구 최대 규모의 예술 축제,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소규모 극단들이 인근에서 비공식적으로 공연을 올리면서 1947년 시작했다. ‘우리는 평등하다’는 슬로건을 내건 예술 축제가 해마다 성장하면서 호주 애들레이드, 미국 뉴욕 등 전 세계로 퍼지게 된 것.
현재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은 1960년부터 지금까지정해진 틀에 국한하지 않은 다채로운 콘셉트의 공연을 이어와 남반구를 대표하는 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23일까지 한 달 간 열린다. 페스티벌의 개막부터 며칠 간 현지에 머물며 경험한 그곳에서의 뜨끈한 기억을 되짚어본다.
‘순한맛’부터 ‘매운맛’까지, 프린지 페스티벌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는 글루터리 구역. /사진= 호주관광청
프린지 페스티벌은 오전부터 낮까지는 대개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으로, 저녁에는 성인들을 위한 공연으로 구성한다. 공식적인 심사 없이 누구나 공연을 등록할 수 있는 방식이라 공연의 수도 500여 개에 달한다.
지난달 22일 오후 라이밀파크의 글루터니 구역과 맞은편의 더 가든 오브 언어시 딜라이츠 구역을 방문했다. 저녁에는 공연을 관람해야 입장이 가능하지만, 낮 시간대에는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호숫가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 호주관광청
각종 무대와 푸드 트럭이 드넓은 잔디밭을 가득 채웠다. 간단한 커피나 간식을 판매하는 매장부터 고급 레스토랑 및 바까지 이곳에만 머물면 누구나 쉽게 저마다 필요한 것들을 찾아 즐길 수 있었다.
성인들을 위한 공연이 모여 있는 저녁 즈음엔 라이밀파크 호숫가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축제 기간 동안 100여만 장의 티켓이 판매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했다.
프리멀 공연 현장. /사진= 호주관광청
다양성을 존중하는 예술 축제인 만큼 공연의 콘셉트와 관객도 다채로웠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부터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트렌스젠더 쇼, 성인용 콘텐츠까지 매우 다양하다.
1960~70년대 명곡을 노래하는 애들레이드 출신 젊은이 4인조 보컬 ‘더 60 포’의 공연에는 백발의 노인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고, 코미디를 겸비한 성소수자 쇼 ‘프리멀’의 경우 젊은이들이 환호했다.
특히 서커스 공연에서 대개 가녀린 여성이 힘 센 남성을 밟고 올라가 퍼모먼스를 할 것이라는 편견에 맞서 근육질의 여성이 치마를 입은 남성을 번쩍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 등을 통해 평등을 강조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저녁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프린지 페스티벌 현장. /사진= 강예신 기자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은 인기 공연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필수다. 공연의 가격대도 10호주 달러(약 9000원) 미만부터 150호주달러(약 14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폐장 시간에는 많은 인파가 빠져나와 공연장 인근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자.
애들레이드에서 떠나는 세계여행, 센트럴 마켓
애들레이드 센트럴 마켓. /사진= 호주관광청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과 함께 인근의 센트럴 마켓을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1869년부터 운영하던 기존 장소에서 최근 실내 공간으로 현대화해 옮겼다.이민자들이 모여 생긴 시장으로 남호주의 다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네팔, 튀르키예,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채로운 국가의 식문화가 펼쳐진다. 배구선수 출신의 한국인이 애들레이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빈대떡 식당도 이곳으로 곧 들어설 예정이다.
매년 9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센트럴 마켓은 과일이나 식재료는 물론 저렴한 식사도 가능해 애들레이드 시민들에게 인기만점이다.
과일이나 채소 등의 경우 모든 가게에서 날마다 생산자 협회가 지정한 특정 가격으로 동일하게 판매하고 있으며, 매주 화~토요일 오후 3시까지 운영해 2시 즈음에 방문하면 아주 저렴하게 사갈 수 있다. 당일 판매하지 못한 음식의 경우 인근 노숙인들에게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