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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선사] 범어사 계명암 창건기

淸潭 2007. 4. 28. 18:48

범어사 계명암 창건기
                         
                         
  삼가 살피건대 본사 사적에 이르기를 때를 알려주는 계명방 다섯칸
  을 동쪽 산마루턱에 설치하여 두었다하며, 또 세속 전설에 이르기를
  닭이 여기서 울었다 하고 이 암자 동쪽 산마루턱에 닭의 화석(化石)
  과 닭의 발자국이 있어서 암자 이름을 계명이라 한 것은 이러한 것
  이다.                       
 
  1년전 계사 3월에 우화장로(雨華長老)가 그 제자 혼해강백(混海講伯)
  과 금봉노사(金鋒老師)와 함께 큰 원력을 세우고 옛 계명암터에 다섯
  칸 정사(精舍)를 기공하여 8개월이 지난 뒤에 낙성하고 탱화를 그려
  봉안하였다.
 
  4년뒤 병신년에는 칠성각 삼칸과 요사채 네칸을 세우고 칠성. 독성.
  산신 탱화를 그려 봉안하였으나 암자의 일이 바빠서 8년이 지난 오늘
  에 이르도록 그 사적을 기록하지 못하였다.
 
  내가 남쪽으로 내려와 금강암에 머물고 있을 때 본 암자를 맡고 있던
  성월 선백이 나에게 청하여 그 사적을 기록하여 뒤에 전하려 하거늘
  허락하였다.
 
  "대저 우리의 가풍은 마른 똥막대쪼가리를 잡아 목두(木頭)를 부수어
  활안(活眼)으로 비추고 신검(神劍)으로 지휘하니 옛부처의 세계가 한
  없이 넓고 넓게 펼쳐지며 보망운대(寶網雲臺)도 첩첩히 건립되거늘 어
  찌 수고로이 벽돌을 쌓고 나무를 포개어 울긋 불긋하게 단청을 하고 종
  을 치고 북을 두드리는 것으로 능사를 삼겠는가.
 
  슬프다! 탑과 사찰을 건축하는 것만 숭상하는 것은 우리 부처님 정법이
  쇠퇴함을 의미하이로다."
 
  글이 여기에 이르러 재삼 느끼고 탄식하고 있는 데 누가 곁에 있다가 성
  내며 말하기를 "똥 막대나 목두만 칭찬하고 보배 그물과 구름 누각. 구
  슬 궁전. 연꽃 전당은 부질 없는 일이라고 비방하니 어긋나지 않는가."
  하거  늘 내가 대답하기를 "그러나 그대의 견해가 좁도다. 어찌 엽공(葉
  公)이 좋고 미워하는 것으로써 뭇 원숭이의 기쁘고 성냄을 삼겠는가. 다
  만 신검과 활안이 없는 것을 한탄하라. 똥막대와 목두에도 또한 능히 법
  의 바다가 무궁하거늘 하물며 청정한 법당을 천계(天鷄) 승지에 세우고
  불상을 그려 모시어 향과 등을 시설하고 종과 북을 울려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과 더불어 삼보를 받들고 공양하여 세속을 벗어나는 참된 인연을
  지음이라 마땅히 모든 상사(上士)의 공덕과 시주의 선근이 항하강변의
  모래와 같아서 헤아리지 못하리라.
  
  그 시작과 마침을 성취한 분은 혼해 강백이니 특히 은혜를 베품이 무궁
  할 뿐아니라 스승에게서 전해 받은 뜻을 원만히 성취하였으니 또한 가상
  하도다." 말하는 이가 즐거워하며 사례하기를 "좋다. 그 말씀이여!"하
  니 스스로 취미가 진진함을 느끼며 붓을 놓고 차를 마시며 다시 한 게송
  을 보이노라.
  
               무슨 일 들어 보임이 정말 아름다운가
               다듬지 않아도 단정한 흙사발이 생겼네
               계명바위를 뚫어 한 웃음소리 감추었네
               뒷날 하늘가에 우뢰소리로 울리리라
      
                                      대한 광무 7년 계묘 모춘 하순
                                                경허  성우  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