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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집안 일을 밖에 알리는 것이 정의 인줄 착각하지 마라

淸潭 2025. 7. 9. 13:19

“검사장님 말씀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임은정 직격한 평검사

김민소 기자(kim.minso@mk.co.kr)2025. 7. 9. 10:57
 

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인 안미현 검사(사법연수원 41기)가 지난 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임은정 신임 동부지검장을 직격하는 글을 올렸다. 임 검사장은 이날 오전 안 검사에게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해 “속상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해”라면서 “이 시간도 곧 지날 테니 이 터널 밖으로 나갈 때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오늘을 바꿔보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안 검사는 이 메시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뒤 연단에 있던 마이크가 떨어지자 깜짝 놀라고 있다.
안 검사는 ‘검찰 개혁을 대하는 검사의 자세’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임 검사장의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터널 밖으로 나갈 때 좀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오늘을 바꿔보자는 검사장님 말씀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좀더 나은 곳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냐”고 했다.

안 검사는 “저는 검찰이 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임은정 검사장님과 같은 생각”이라면서도 “다만 제가 바뀌어야 생각하는 지점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된 수사와 인사’였고 강원랜드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것이 침해됐다고 생각해 대형 사고도 쳐봤다”고 했다. 안 검사는 지난 2018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연루됐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 대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던 인물이다.

 

안 검사는 “그 과정에서 어느 정당의 유력 정치인과 대척점에 서 있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졸지에 그 정당과는 반대 성향인 정당에 친화적인 검사로 보여지기도 했다”면서 “실제 더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제가 그 기회를 잡으면 그것을 제가 본연의 업무를 잘 해서 낸 성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을 저격해서 그 자리에 간 것이 되는 모양새다 되고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정치성향에 따라 한 일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 명약관화 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그 자리를 거절했다”면서 “아무도 알아주질 않을 결정이지만,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또 안 검사는 “그 후 수년 동안 온갖 정치적 사건의 블랙홀에 검사들이 빨려가고 그 빈자리를 남은 검사들이 허덕이며 메우는 모습을 봤다”면서 “어떤 사건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어떤 사건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할 검찰권 행사를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순간에 저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사과한 바 없다”면서 “형사부 검사일 때는 배당받은 사건에, 공판검사일 때는 맡은 재판부 사건에만 충실했고, 제가 행사한 바 없는 검찰권 행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이러한 침묵이 임은정 검사장이 말한 ‘자업자득’이라면 더이상 변명이나 항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안 검사는 이어 임 검사장을 향해 “저보다 훨씨 오랜 시간 조직에 몸담고 계셨고 검찰이 바뀌어 나갈 방향을 고민하셨을 테니 그 치열한 고민 끝에 발견하신 현답을 저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알려주길 부탁드린다”면서 “좀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어떻게 오늘을 바꾸면 되는지 방향과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임 검사장은 지난 4일 발표한 동부지검장 취임사에서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 봐주기 수사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은 사실”이라며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검찰은 정말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밝힌 바 있다.